All Chapters of 증오하던 남자와 몸이 바뀌어 버림: Chapter 21 - Chapter 30

33 Chapters

보이지 않던 것들 (1)

보이지 않는 것들 긴 금발이 귀찮았다. 싹뚝 잘라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 몸은 자신의 몸이 아니니 말이다. 머리를 기르는 거야 나중에 잘라 버리면 되지만 기른 머리카락을 자르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리오나는 머리카락을 끈으로 묶고 무기고에서 고른 검을 허리춤에 찼다. 기사단 제복은 카이사르가 알아서 구해 두었다.제복을 입으니 그럭저럭 잘생겨 보였다. 클레이라면 여기에 이것저것 주렁주렁 달았을 것이지만 리오나의 눈에는 그저 단순한 게 최고였다.준비를 마치고 방을 나오니 앞에는 카이사르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기사단에게 사정을 그가 직접 할 생각이었다.“오래 기다렸습니까?”리오나의 질문에 카이사르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들의 듬직한 모습이 대견한지 그의 눈가에는 어느덧 벅찬 감격이 머물렀다.“내 아들이 이렇게 늠름했구나.”그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눈에 고인 희미한 자국이 그것을 말해 주었다.이 모습을 보자 리오나는 기분이 복잡미묘해졌다.‘그렇게 감동적인가?’리오나는 클레이를 바라보는 아버지는 어떤 모습일지 문득 궁금해졌다.“아, 그리고 저쪽에서 제안한 게 있다. 아무래도 둘이 바꾸어 수행하다 보니 서로 일한 것은 교환해야 할 것 같다며, 일이 끝나고 만나자고 하더구나.”“브릭 단장님이 말했습니까?”“그렇다꾸나. 그냥 검만 쓰는 줄 알았는데 이런 것도 알아서 처리할 줄 알더군.”카이사르는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었다.“우리 아들이 검을 조금 쓸 줄 아는 것처럼, 저쪽도 능력을 감추고 있었던 것 같더구나.”그건 아닌데.클레이가 상황을 파악하고 제안한 건데.하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카이사르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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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들 (2)

 황실 기사단의 부단장 레오 셀론은 큰 키에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였다. 훈훈한 외모를 가진 그는 30대 초반에 부단장이 된 실력자였다. 그는 카이사르와 클레이가 같이 온다는 말에 일찌감치 나와서 기사단을 정비하고 있었다.리오나 브릭은 반년 넘게 일을 하면서 한 번도 휴가를 낸 적 없었다. 그런 그녀가 2주나 쉰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다들 말하지 않아도 속으로 놀랐다.누구보다 연습벌레에 검술에 진심이고, 철저히 훈련시키던 그녀가 아닌가. 그런 그녀가 이 주 동안 휴가를 냈으니 큰일이 난 게 틀림없었다.레오는 리오나가 복귀하면 무슨 일인지 물어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클레이가 여기 온다고 했다. 셀론 가문의 후계자가 가업을 직접 익히고 싶다며, 당분간 이곳에서 실무를 배울 수 있도록 청해 왔다. 그리고 황실 단장인 리오나는 보좌관 일을 배우러 갔다.황제 역시 승낙한 일이었다. 두 개의 가문을 이끌어야 하는 후계자니 당연히 허락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그렇게 납득이 되는데도 그녀가 황실 기사단으로 바로 돌아오지 않아서 기분이 좀 그랬다. 처음 리오나 브릭을 마주했을 때, 그녀를 기사단장으로 인정하기 싫어 날을 세우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클레이님이 검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레오는 냉소적으로 말했다. 셀론 가문의 사람이면서 행정직에 몸을 담은 후계자가 아닌가. 이번에 알렉을 이겼지만, 운이 좋았을 수도 있었다.리오나 브릭은 브릭 가문의 사람이지만 실력이 뛰어나고 착실히 일했다. 가문끼리는 척을 진 원수지간이었으나, 기사로서 그녀의 실력만큼은 도저히 폄하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그것은 카이사르 역시 마찬가지였다.이런 상황에서 검에 대한 애정도 없는 후계자를 모셔야 하는 게 꽤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렇게 레오는 속마음을 숨기고 기사들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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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은 것들 (3)

훈련이란 것은 매일 꾸준함이 생명이었다. 리오나는 자신이 없는 동안 기사들이 꾸준히 연습했는지를 살폈다. 조금만 게을리 해도 검의 실력은 떨어지니 말이다.셀론 가문의 후계자니까, 열심히 하고 있었다.‘확실히 달라.’리오나는 자신이 처음 부임했을 때를 떠올렸다. 황제의 명령이기에 마지못해 따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기사들이 일부러 잘못된 자세로 운동하기도 했다. 자신이 바로 잡아주자 그런 것도 아시냐고 비웃기도 했다.그런데 클레이 몸으로는 처음 왔는데 이런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하긴 셀론 가문의 후계자니 후광이 어마어마하지.리오나는 무척이나 씁쓸했다.기본기 훈련이 끝나고 기사들끼리 조를 이루어 목검으로 가볍게 대련을 시작했다. 늘 일상적인 일이었기에 다들 열심히 훈련하고 있었다. 리오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레오가 타온 잔을 받았다.커피가 담겨 있었다.“커피는 도통 입에 안 대시지 않았습니까?”리오나는 커피를 마시지만 클레이는 안 마셨다. 그러자 리오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입맛이 변할 수도 있습니다.”커피를 마시며 기사단의 훈련을 살피던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들고 있던 잔을 다급히 내려놓은 그녀가 근처의 목검을 낚아채듯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대련 중인 두 기사의 서슬 퍼런 틈바구니를 파고들어 그들의 검을 거칠게 가로막았다.“미쳤어?”리오나는 그들에게 버럭 소리쳤다. 목검으로 가볍게 대련하라고 했더니 실전처럼 하고 있었다. 가벼운 합을 맞추는 수준이 아니라, 이성을 잃은 채 서로를 베어 넘길 기세로 검을 휘둘러대고 있었다.잘못하면 서로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그녀는 기사들이 대련 중에 다치는 일은 용납할 수 없었다. 정식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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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은 것들 (4)

레오의 솔직한 마음을 들은 리오나는 기사단의 훈련을 빡빡하게 짜도록 지시했다. 클레이의 몸이지만 뭐 어떤가. 훈련을 대대적으로 시키면서 그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기본기를 알려주었다. 셀론 가문의 사람들은 그녀의 변화에 놀라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크레이가 변한 것에 경악하고 있었지만 말이다.며칠 뒤에 카이사르는 레오를 은밀히 불렀다. 레오는 총사령관이 호출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클레이는 잘하고 있는가?”그의 질문에 레오는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검술을 분석하는 모습이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실제로 그 실력을 갖추신 분처럼 느껴져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나만 그것을 느낀 게 아니군.”카이사르는 턱을 괴고 싱긋 웃었다.“실력을 숨기고 행정직을 택하다니. 내 아들이지만 대단해.”그는 나직이 웃었다."이로써 후계자의 지위는 누구도 넘볼 수 없을 만큼 확고해지겠군."그의 말에 레오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레오를 비롯한 셀론 가문의 기사들은 행정직에만 몰두하는 클레이의 행보에 불만이 많았다. 물론 행정직을 가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셀론 가문의 후계자인데! 기사단에 관심을 가져야 했다.이제라도 그가 셀론 가문에서 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 다행이었다. 기사단에서도 클레이의 평판이 달라지고 있었다.“다행이야.”카이사르는 안도했다. 아들을 닦달하는 것밖에 못 했는데 이제는 알아서 해주고 있었다.“조금 더 지켜보고. 부족하면 잘 보좌해 주고. 언젠가 셀론 가문을 이끌어갈 아들이 아닌가.”카이사르의 진지한 말에 레오는 싱긋 웃었다.“제가 해드릴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 완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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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은 것들 (5)

이미 외부에 두 사람의 공식적인 만남을 공표했기에, 이제는 숨길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몰래 만나는 게 아니라 시내의 예쁘고 맛있는 차가 나오는 찻집으로 골랐다. 연인들이 많이 방문하고 야외에 자리도 있었다.넓은 잔디밭으로 둘러싼 찻집은 귀족과 부유한 자제들이 주로 오는 곳이었다. 이곳을 어린 시절부터 종종 왔던 클레이는 알아서 예약했다. 물론 리오나의 몸으로 시켰겠지만 말이다.자신에게 이곳으로 오라고 통보만 하는 그를 보며 혀를 찼다. 아마도 브릭 가문에서 이 일을 두고 이야기를 했을지 몰랐다.‘아버지가 정말로 좋아할 스타일이긴 해.’가오덴을 떠올리며 리오라는 씁쓸히 웃었다. 아버지와 성향이 반대로 태어나버려서 고생이란 고생을 다 했다. 그런데 클레이로 사니 자신의 취향과 카이사르 취향이 너무 잘 맞아서 아주 편하게 지내고 있었다.카이사르를 점점 더 상사로서 모시고 싶었다. 브릭 가문으로 돌아가면 다시 이런 시간을 못 보내기에 이 시간을 소중히 하고 있었다.찻집 안으로 들어간 리오나는 2층으로 올라갔다. 클레이가 워낙 체격이 좋고 비율이 좋아서 대충 걸쳐도 멋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외모 하나는 인정하니 말이다.2층에는 예약한 손님만 들어갈 수 있었다. 리오나가 클레이가 예약한 방으로 들어가자 안내하던 종업원이 표정이 굳으며 놀라긴 했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나도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클레이하고 단둘이 찻집이라니.세상에 별의별 일이 다 있다.리오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안에서는 클레이가 클러치를 펼쳐 놓은 채 능숙한 손길로 화장을 다듬고 있었다.“왔습니까?”클레이는 들어온 게 리오나인 것을 알아본 것 같았다. 그의 말을 들은 리오나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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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은 것들 (6)

가오덴은 복도를 함께 걸으며 리오나를 가만히 곁눈질했다. 그의 시선에 클레이가 궁금한 듯 물었다.“화장이 이상한가요?”“아니, 굉장히 잘 되었다.”“그런데 왜 그렇게 보세요?”“우리 딸이 이렇게 예뻤나 해서 말이다.”드레스와 구두 전부 다 가오덴이 직접 골라준 것 같았다. 하긴 리오나는 이런 센스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동안 그녀가 평범한 귀족 영애처럼 보였던 것은 시녀와 가오덴이 애를 써준 결과였다.가오덴은 패션 센스가 좋았다. 연회가 열릴 때마다 사람들은 항상 그의 남다른 패션에 주목했다. 가오덴이 어떤 옷을 입는지 눈여겨보는 것은 클레이도 마찬가지였다.“아버지가 사준 물건들이 워낙 예쁘고 품질이 좋아서, 어떻게 입어도 잘 어울렸거든요.”클레이의 말에 가오덴의 미소가 입가에 서렸다.‘이러니 리오나가 구박을 받지.’클레이는 리오나의 처지에 공감하면서도, 가오덴이 느꼈을 답답함 또한 충분히 이해가 갔다. 평생 하라고 하는 것은 안 하고 딴 것만 하니 얼마나 속이 탔을까.그러면서 아버지가 떠올랐다.‘후우.’원래 몸으로 돌아가면 싫지만 검을 잡는 시늉 정도는 해야겠다.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다니.“들어가면 브릭 가문의 경계심이 있을 거다.”가오덴의 말에 클레이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래도 후계자의 입지가 위태로웠을 거라고 생각해요. 브릭 가문의 후계자가 셀론 가문의 영역에서 일하고 있으니 다들 인정하기 싫은 분위기도 있었을 거예요.”클레이는 단번에 가오덴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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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은 것들 (7)

가리시오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시선으로 리오나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아름답게 차려입은 아가씨가 낯설기도 하지만 실력도 믿을 수가 없었다.“사실 아가씨가 오신다고 하셨을 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아무리 아가씨가 온다고 하더라도, 셀론 보좌관의 빈 자리를 메울 수 없어서 힘들 거라고요. 저희가 다 일을 다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걱정했습니다.”그의 말에 리오나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물론 이해해요. 그래서 인식도 바꾸고 변하려고요. 전 검술을 좋아하지만, 앞으로 브릭 가문을 이끌려면 행정 쪽도 잘 알아야 할 거 같아서요.”리오나의 딱 부러진 말에 가리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정말로 대단합니다.”그리고 그는 리오나를 바라보았다.“실은 셀론 보좌관을 다시 불러달라 요청할 참이었습니다만, 그럴 필요가 없겠군요. 재상님.”“아니, 셀론 보좌관이 쉰다고 했을 때는 일손이 모자란다고 난리더니.”“셀론 가문 사람이지만, 그분의 실력은 알지 않습니까?”그리고 이 모습을 바라보던 리오나의 표정이 미묘하게 되자 가리시오는 얼른 말을 수습하려고 했다.“아, 그게 말입니다”“아아, 괜찮아요. 셀론 보좌관을 칭찬하는 게 가리시오라서 놀랐을 뿐이에요. 셀론 가문을 아주 싫어하잖아요.”“그건 그렇습니다만.”가리시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일해보니 실력은 진짜라서 말입니다. 브릭 가문은 워낙 실력 있는 인재를 귀하게 여기는 가풍이 있어서 말입니다. 셀론 가문만 아니었으면 친하게 지냈을지도 모르는데.”그는 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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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은 것들 (8)

“아니 그럼 내가 이것을 계속 차야 하잖아요? 이렇게 일을 벌이는 게 어디 있어요?”리오나는 클레이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클레이는 리오나 몸에 반짝이는 팔찌를 바라보았다.“잘 어울리지 않습니까?”“그건 그렇지만.”“그럼 차면 됩니다.”“아니 그런 건 귀찮다고요!”“그러니 재상께서 힘들어하신 겁니다.”“셀론 보좌관도 마찬가지라고요.”리오나 역시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본인도 검을 멀리하는 덕분에 카이사르 역시 힘들어했다.“그래도 충격적이네요. 후계자 위치가 흔들리고 있었다니.”“저는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검은 죽어도 들기 싫었습니다.”“그러게요. 미리 알았더라도 전 서류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겠다며 고집을 부렸을 것 같아요.”각자의 후계자 자질 문제는 일시적이지만 해결이 되었다.“그나저나 아버지가 저렇게 행복해하시는 걸 보니 기분이 묘하네요. 내 아버지인데, 원수가 행복하게 해주다니.”리오나는 슬픈 듯이 말했다. 그러다 문득 뺨을 타고 흐른 눈물을 알아차리고는 옅게 미소 지었다.“아버지는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이 그토록 싫으셨던 모양이에요.”아버지는 바라는 딸이 있었다. 리오나는 그런 자식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클레이가 들어가고 나서 그런 딸로 변했다. 아버지의 얼굴에선 매일같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자신은 도저히 아버지를 웃게 해 드릴 자신이 없었다. 왜냐하면 클레이가 하는 것을 해드릴 수 없으니까.리오나의 말에 클레이는 잠시 바라보다가 피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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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의 마음 (1)

아버지들의 마음 와인바였다. 알렉은 술을 마시면서 울분을 토하고 있었다.“세상 마음대로 되는 것 없다고.”그는 이를 악물었다.“클레이 이 자식.”셀론 가문의 이름이 저절로 나왔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넘겼다.그날의 시비는 사실 철저한 계산 끝에 나온 행동이었다. 훈련장에 나온 클레이의 보잘것없는 실력을 낱낱이 폭로해, 후계자 자격이 없음을 만천하에 증명할 작정이었다.그래야 자신이 차기 가주가 될 수 있다. 일개 행정관 업무에나 매달리는 가주 따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그런데 대반전이 일어났다.클레이에게 그야말로 처참하게 당하고 말았다. 검자루 하나 제대로 쥘 줄 모른다던 녀석에게 압도적인 실력 차로 처참하게 짓밟혔다.“도대체 어떻게 일이 이따위로 돌아갈 수가 있어!”그는 술을 마시며 울분을 토했다. 그리고 이번에 리오나 단장이 아닌 클레이가 일을 배우겠다고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알렉이 봐도 흠이 없을 정도로 일을 잘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공들여 포섭했던 이들마저 눈치를 살피며 하나둘 클레이에게 붙기 시작했다.카이사르 또한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클레이의 후계자 입지를 탄탄하게 굳혀 나갔다. 이제는 누구도 감히 클레이를 반쪽짜리 후계자라 부르지 못했다.일이 잘되어 가고 있었는데.알렉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이상하단 말이지. 어떻게 실력이 갑자기 그렇게 좋아질 수 있지?”이것 또한 이해가 힘들었다.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왔다.“알렉 셀론 입니까?”“그런데 왜?”그러자 로브를 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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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음 (2)

가오덴과 카이사르는 황제의 집무실에서 딱 만났다. 기가 막히게 도착한 그들은 서로를 보고 슬쩍 무시했다.평소라면 기분 나쁘게 바라봤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카이사르는 아들과, 가오덴은 딸과 보낸 시간의 여운에 푹 젖어 있었다. 그 따스한 만족감을 누리느라 해묵은 숙적을 상대할 기력조차 아끼는 기색이었다.문이 열리자 황제인 데블렌이 앉아 있었다. 그의 눈동자가 카이사르와 가오덴을 향했다.“재상과 총사령관 얼굴이 핀 것 같군.”데블렌의 말에 가오덴이 활짝 웃었다.“제 딸이 요즘 워낙 잘해서 말입니다. 절 보며 생긋 웃어주는 모습이 어찌나 어여쁜지, 요즘은 그 얼굴만 봐도 배가 부를 지경입니다.”“제 아들이 듬직해져서 그만.”그들은 미소를 지으며 데블렌에게 고개를 숙였다. 너무 실없이 웃은 것 같았다. 그래도 명색이 재상과 총사령관인데, 최소한의 체면은 차려야 하지 않겠는가.“그래, 알겠다.”데블렌은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번 사절단 명단에 그대들의 자제들도 이름을 올렸더군. 뭐, 브릭 가문과 셀론 가문은 대대로 이종족의 사절단에 한번은 갔으니 별다른 문제는 아니다만.”데블렌은 깍지를 꼈다.“이번에는 사절단에 분란이 일어나는 것을 막고 싶군.”원래 브릭 가문과 셀론 가문은 같이 사절단에 쓰지 않았다. 각자 다른 시기에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리오나와 클레이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지원하는 바람에, 두 가문이 맞붙으며 벌어질 치열한 기 싸움이 황제의 근심거리가 되었다.둘은 어차피 다른 영역에서 일할 것이니 괜찮을 거라고 말하지만.황제는 그들에게 말했다.“그럼 어떻게 막을 겁니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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