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라이벌 가문인 브릭 가문과 셀론 가문 두 가문의 후계자끼리 결투하다가 저주를 받아 몸이 바뀐 이야기 월수금 연재
View More1 라이벌과 신경전.
“오늘따라 왜 이리 피곤하냐.”
그녀의 검은색 단발이 살포시 움직였다. 파란 눈동자는 무척이나 서글서글했다.
오늘도 힘들게 기사단을 훈련시키고 온 그녀였다. 거친 남자들이었고 말을 잘 안듣는 놈들도 있었기에 실력 발휘도 해야 했다. 피곤한 날이었기에 얼른 방에 들어가 쉬고 싶었다.
하지만 그날은 아버지와 저녁 식사가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무거운 몸을 꾸역꾸역 이끌며 식당으로 내려갔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재혼하지 않았기에 그녀의 가족은 아버지뿐이었다.
아버지 가오덴의 파란 눈동자가 리오나를 바라보았다. 아버지와 쏙 닮은 외모 때문에 누가 봐도 부녀 지간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식사를 그녀. 리오나에게 물었다.
“왜 이리 기운이 없느냐?”
“훈련이 힘든 날이었어요. 아무래도 신입들이 들어온 날이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어린 단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건방진 놈을 교육한 날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놈이 한둘이 아니었던 게 문제였지.
리오나의 말에 제국의 재상인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가문에 어쩌다 저런 기사 나부랭이가 태어난 건지 모르겠군.”
가오덴은 리오나가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그녀는 너무 자신을 닮았으니까!
그런데 왜 그녀는 시를 쓰지 못하고 문학을 잘 못하는 걸까. 문서 처리 능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빌어먹을 셀론 가문이 잘하는 재능을 타고 났다.
아버지의 차가운 말에 리오나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카르스키아 제국의 브릭 후작가와 셀론 후작가는 시조 시절부터 얽힌 유서 깊은 앙숙이었다.
행정쪽 최고의 명문가인 브릭 후작가는 대대로 재상을 배출한 가문이었다. 그에 못지 않게 명문가인 셀론 후작가는 검술쪽으로 최고의 가문이었고 대대로 가주가 총사령관을 지냈다. 건국 공신이기도 한 두 가문은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다.
브릭 가문의 외동딸 리오나 브릭.
그녀는 이 이름이 어울리지 않은 재능을 타고난 것이었다.
“기사가 어때서요! 그리고 전 황실 기사 단장이잖아요. 그냥 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하지만 행정직의 정점에 있으면서 깊은 자부심을 품고 살아온 아버지에게, 딸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황실 기사단장이면 뭐하나. 클레이 셀론은 이제 황제 보좌관 중에서도 수석 보좌관인데.”
이 말이 왜 안 나오나 했다.
그놈의 클레이 셀론.
크면서 자기 이름보다 그 이름을 더 많이 들었을지 모르겠다.
리오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버지는 최고의 행정 명가인 브릭 가문의 후계자가 검술의 천재로 불리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거기에 셀론 가문의 후계자는 행정쪽에 천재였다. 사람들은 차기 재상 자리가 이제 클레이에게 갈 것이라며 수군거렸다.
“내가 뭐 어때서요. 제가 총사령관이 되면 되잖아요!”
“고작 한다는 소리가 그거냐.”
아버지는 혀를 찼다.
리오나는 먹던 음식이 얹힐 것만 같았다.
클레이 셀론.
셀론 후작가의 외동아들이자 후계자.
길게 내려온 금발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청년이었다. 리오나 역시 수려한 미모였지만, 클레이의 눈부신 아름다움에는 미치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수식어는 남자인 클레이에게 붙어 있었다.
게다가 그는 글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재능이 있었다. 특히 문서 해석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총사령관의 아들이면서, 행정에 천재라니.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차라리 클레이가 검술쪽으로 뭔가를 했다면 도리어 아버지는 만족해 했을지도 몰랐다. 그랬다면 자신이 셀론 가문의 아들보다 잘 나갔을 테니까.
하지만 클레이는 문서 해석과 행정을 다루는 쪽의 일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그토록 바라던 재능을 타고났다.
“제기랄!”
거친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방으로 돌아온 리오나는 베개를 클레이라 생각하며 주먹으로 퍽퍽 쳤다.
“그 녀석만 없었더라면 내 인생이 편했겠지.”
리오나는 그렇게 읊조렸다.
꼴도 보기 싫은 녀석.
어린 시절부터 라이벌이라서 싫었지만 크면서 그가 문서 쪽에 두각을 나타낼 때마다 더 증오스러웠다.
너만 없었어도 좋았을 텐데.
‘하아.’
이 말을 언제나 달고 살았지
그녀는 허탈하게 웃으면서 누웠다.
‘내일은 더 출근하기 싫어.’
왜냐하면 내일은 총사령관이 황실 기사단을 방문하는 날이었다. 셀론 후작이 오는 거야 그렇다 쳐도 그의 아들인 클레이가 그를 보좌했다.
재수 없는 클레이의 얼굴을 봐야 한다.
정말로 운수 없는 날이 될 터였다.
수도에는 술집이 한 곳에 몰려 있었다. 유흥이 섞인 주점들도 많았으나, 번잡한 접대를 꺼리는 네 사람의 성정상 오직 술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을 선택했다.브릭 가문과 셀론 가문의 가주들은 대대로 사랑꾼이 많았다. 그렇다 보니 술집을 가도 시중을 드는 곳은 절대로 가지 않았다.그래서 아카데미 시절 리오나와 클레이는 술집에서 자주 마주쳤다. 둘 다 같은 곳을 애용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오랜만이군.”가오덴이 술집 문 앞을 보았다. 그러자 카이사르가 슬쩍 그에게 물었다.“언제 왔나?”“한 한 달 전쯤?”“나와 비슷하군.”가오덴과 카이사르는 한숨을 내쉬며 바뀐 자녀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움찔거리다가 슬쩍 술집 간판을 바라보았다.“너희도 여기 와본 적 있지?”가오덴의 질문에 클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종종 왔습니다.”“리오나는?”“친구들하고 자주 왔어요.”어찌 되었든 맛집이기도 하고, 유명한 술집이기도 했다. 네 명은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다.“어서 오십……시오.”입구를 지키고 있는 종업원은 술집 사장 아들이었다. 입구를 지키면서 손님들이 은밀한 대화를 원할 때는 다른 곳으로 안내해 고급 룸을 잡아주기도 했다.그런데 브릭 가문과 셀론 가문의 수장, 그리고 그 자식들까지 한 번에 온다고?종업원은 조용히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각방이십니까?”그러자 종업원의 말에 가오덴과 카이사르도 주변에 눈치를 보더니 조용히 말했다.“가장 좋
가오덴은 슬쩍 클레이 몸에 들어간 리오나를 바라보았다. 카이사르도 클레이 몸에 들어간 리오나를 의식했다.둘은 서로 말이 없었다.“이해합니다.”클레이 몸에 들어간 리오나가 어깨를 으쓱거렸다.“아버지께서도 그 환상에 있고 싶으셨던 만큼 저도 마찬가지였어요.”리오나는 그간의 행복을 떠올렸다. 재능을 인정받는 곳에서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총사령관님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께 죄송하고요.”담담히 말하는 이 날이 왔다.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덤덤하게 말하겠노라고 다짐했던 참이었다. 그렇지만 그간의 일들이 마음속으로 떠올랐다. 후계자 문제가 이토록 심각한 상황인 줄은 미처 몰랐다. 가문을 위한 아버지의 선택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서글픈 것은 어쩔 수 없었다.“전 괜찮습니다.”북받치는 서러움을 어떻게든 눌러 보았지만, 차마 참지 못한 눈물이 뺨을 타고 툭 떨어졌다. 그녀는 결국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데블렌은 가오덴을 노려보았다.“이게 자네가 행복해할 때 딸의 마음이야.”가오덴은 클레이의 몸에 들어간 리오나를 바라보지 못했다. 클레이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카이사르도 리오나를 향해 고개를 들지 못했다.“그나저나 오늘 몸이 바뀌었던데, 클레이는 어떻게 짐작한 것이냐?”데블렌은 당연히 리오나가 이 일을 예측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황제의 말에 클레이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갑자기 궁 안이 분주해지고, 오늘 분위기가 남달랐습니다. 분명 무언가 터질 징조라 판단하여, 사절단을 부르신다는 소식에 곧장 약을 써서 몸을 맞바꾼 것입니다. 앙숙인 두 가문
알렉은 리오나에게 선제공격을 했다. 당연히 클레이 몸에 리오나가 들어가 있으니 클레이가 한 번도 반항하지 못하고 질 줄 알았다.그런데 갑자기 리오나가 검을 들고 그의 공격을 가볍게 받아쳤다. 드레스를 입고 장신구를 착용했는데도 그녀의 몸은 가벼워 보였다. 검을 맞댄 순간 손목을 타고 흐르는 서늘한 위압감에 알렉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이게 뭐야.’리오나의 몸에 클레이가 있기는 개뿔, 눈빛을 반짝이며 싱긋 웃는 것이 리오나였다.“오랜만에 나와 몸 좀 풀까. 알렉?”리오나는 서늘하게 말하며 뭔가에 화가 난 듯 알렉을 쥐어패기 시작했다.“정말로 맛이 더럽게 없잖아!”대관절 무엇이 그토록 못마땅하길래 저 난리란 말인가! 알렉은 리오나가 무엇을 먹고 맛이 없다고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알렉을 보던 카텔 역시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세상에서 가장 최악의 맛이더군요. 어떻게 이딴 것을 먹을 수 있는 건지.”클레이는 투덜거리면서, 카텔을 바라보았다.“자, 그림 카텔 브릭, 시작하시죠.”클레이는 여유로운 태도로 카텔에게 첫 발언권을 내주었다. 카텔은 식은 땀을 흘리며 서류와 관련된 것들을 열심히 물었고 클레이는 그와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실력을 드러냈다.대관절 어느 놈의 입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 시작되었단 말인가!알렉과 카텔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호시탐탐 노려온 야심이 단숨에 허사로 돌아가며, 절망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찰나였다.오랜만에 제 몸을 되찾은 감각을 만끽하며, 리오나는 공식적인 대련이라는 명분 아래 알렉을 자근자근 짓밟으며 압도적인 실력 차를 각인시켰다. 알렉이 그만하라고 했지만 다시는 덤
가오덴과 카이사르는 황제의 집무실에서 딱 만났다. 기가 막히게 도착한 그들은 서로를 보고 슬쩍 무시했다.평소라면 기분 나쁘게 바라봤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카이사르는 아들과, 가오덴은 딸과 보낸 시간의 여운에 푹 젖어 있었다. 그 따스한 만족감을 누리느라 해묵은 숙적을 상대할 기력조차 아끼는 기색이었다.문이 열리자 황제인 데블렌이 앉아 있었다. 그의 눈동자가 카이사르와 가오덴을 향했다.“재상과 총사령관 얼굴이 핀 것 같군.”데블렌의 말에 가오덴이 활짝 웃었다.“제 딸이 요즘 워낙 잘해서 말입니다. 절 보며 생긋 웃어주는 모습이 어찌나 어여쁜지, 요즘은 그 얼굴만 봐도 배가 부를 지경입니다.”“제 아들이 듬직해져서 그만.”그들은 미소를 지으며 데블렌에게 고개를 숙였다. 너무 실없이 웃은 것 같았다. 그래도 명색이 재상과 총사령관인데, 최소한의 체면은 차려야 하지 않겠는가.“그래, 알겠다.”데블렌은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번 사절단 명단에 그대들의 자제들도 이름을 올렸더군. 뭐, 브릭 가문과 셀론 가문은 대대로 이종족의 사절단에 한번은 갔으니 별다른 문제는 아니다만.”데블렌은 깍지를 꼈다.“이번에는 사절단에 분란이 일어나는 것을 막고 싶군.”원래 브릭 가문과 셀론 가문은 같이 사절단에 쓰지 않았다. 각자 다른 시기에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리오나와 클레이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지원하는 바람에, 두 가문이 맞붙으며 벌어질 치열한 기 싸움이 황제의 근심거리가 되었다.둘은 어차피 다른 영역에서 일할 것이니 괜찮을 거라고 말하지만.황제는 그들에게 말했다.“그럼 어떻게 막을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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