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하던 남자와 몸이 바뀌어 버림

증오하던 남자와 몸이 바뀌어 버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4
By:  미지근한물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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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가문인 브릭 가문과 셀론 가문 두 가문의 후계자끼리 결투하다가 저주를 받아 몸이 바뀐 이야기 월수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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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라이벌간의 신경전(1)

1 라이벌과 신경전.

“오늘따라 왜 이리 피곤하냐.”

그녀의 검은색 단발이 살포시 움직였다. 파란 눈동자는 무척이나 서글서글했다.

오늘도 힘들게 기사단을 훈련시키고 온 그녀였다. 거친 남자들이었고 말을 잘 안듣는 놈들도 있었기에 실력 발휘도 해야 했다. 피곤한 날이었기에 얼른 방에 들어가 쉬고 싶었다.

하지만 그날은 아버지와 저녁 식사가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무거운 몸을 꾸역꾸역 이끌며 식당으로 내려갔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재혼하지 않았기에 그녀의 가족은 아버지뿐이었다.

아버지 가오덴의 파란 눈동자가 리오나를 바라보았다. 아버지와 쏙 닮은 외모 때문에 누가 봐도 부녀 지간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식사를 그녀. 리오나에게 물었다.

“왜 이리 기운이 없느냐?”

“훈련이 힘든 날이었어요. 아무래도 신입들이 들어온 날이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어린 단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건방진 놈을 교육한 날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놈이 한둘이 아니었던 게 문제였지.

리오나의 말에 제국의 재상인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가문에 어쩌다 저런 기사 나부랭이가 태어난 건지 모르겠군.”

가오덴은 리오나가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그녀는 너무 자신을 닮았으니까!

그런데 왜 그녀는 시를 쓰지 못하고 문학을 잘 못하는 걸까. 문서 처리 능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빌어먹을 셀론 가문이 잘하는 재능을 타고 났다.

아버지의 차가운 말에 리오나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카르스키아 제국의 브릭 후작가와 셀론 후작가는 시조 시절부터 얽힌 유서 깊은 앙숙이었다.

행정쪽 최고의 명문가인 브릭 후작가는 대대로 재상을 배출한 가문이었다. 그에 못지 않게 명문가인 셀론 후작가는 검술쪽으로 최고의 가문이었고 대대로 가주가 총사령관을 지냈다. 건국 공신이기도 한 두 가문은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다.

브릭 가문의 외동딸 리오나 브릭.

그녀는 이 이름이 어울리지 않은 재능을 타고난 것이었다.

“기사가 어때서요! 그리고 전 황실 기사 단장이잖아요. 그냥 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하지만 행정직의 정점에 있으면서 깊은 자부심을 품고 살아온 아버지에게, 딸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황실 기사단장이면 뭐하나. 클레이 셀론은 이제 황제 보좌관 중에서도 수석 보좌관인데.”

이 말이 왜 안 나오나 했다.

그놈의 클레이 셀론.

크면서 자기 이름보다 그 이름을 더 많이 들었을지 모르겠다.

리오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버지는 최고의 행정 명가인 브릭 가문의 후계자가 검술의 천재로 불리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거기에 셀론 가문의 후계자는 행정쪽에 천재였다. 사람들은 차기 재상 자리가 이제 클레이에게 갈 것이라며 수군거렸다.

“내가 뭐 어때서요. 제가 총사령관이 되면 되잖아요!”

“고작 한다는 소리가 그거냐.”

아버지는 혀를 찼다.

리오나는 먹던 음식이 얹힐 것만 같았다.

클레이 셀론.

셀론 후작가의 외동아들이자 후계자.

길게 내려온 금발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청년이었다. 리오나 역시 수려한 미모였지만, 클레이의 눈부신 아름다움에는 미치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수식어는 남자인 클레이에게 붙어 있었다.

게다가 그는 글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재능이 있었다. 특히 문서 해석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총사령관의 아들이면서, 행정에 천재라니.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차라리 클레이가 검술쪽으로 뭔가를 했다면 도리어 아버지는 만족해 했을지도 몰랐다. 그랬다면 자신이 셀론 가문의 아들보다 잘 나갔을 테니까.

하지만 클레이는 문서 해석과 행정을 다루는 쪽의 일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그토록 바라던 재능을 타고났다.

“제기랄!”

거친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방으로 돌아온 리오나는 베개를 클레이라 생각하며 주먹으로 퍽퍽 쳤다.

“그 녀석만 없었더라면 내 인생이 편했겠지.”

리오나는 그렇게 읊조렸다.

꼴도 보기 싫은 녀석.

어린 시절부터 라이벌이라서 싫었지만 크면서 그가 문서 쪽에 두각을 나타낼 때마다 더 증오스러웠다.

너만 없었어도 좋았을 텐데.

‘하아.’

이 말을 언제나 달고 살았지

그녀는 허탈하게 웃으면서 누웠다.

‘내일은 더 출근하기 싫어.’

왜냐하면 내일은 총사령관이 황실 기사단을 방문하는 날이었다. 셀론 후작이 오는 거야 그렇다 쳐도 그의 아들인 클레이가 그를 보좌했다.

재수 없는 클레이의 얼굴을 봐야 한다.

정말로 운수 없는 날이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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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간의 신경전(1)
1 라이벌과 신경전.“오늘따라 왜 이리 피곤하냐.”그녀의 검은색 단발이 살포시 움직였다. 파란 눈동자는 무척이나 서글서글했다.오늘도 힘들게 기사단을 훈련시키고 온 그녀였다. 거친 남자들이었고 말을 잘 안듣는 놈들도 있었기에 실력 발휘도 해야 했다. 피곤한 날이었기에 얼른 방에 들어가 쉬고 싶었다.하지만 그날은 아버지와 저녁 식사가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무거운 몸을 꾸역꾸역 이끌며 식당으로 내려갔다.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재혼하지 않았기에 그녀의 가족은 아버지뿐이었다.아버지 가오덴의 파란 눈동자가 리오나를 바라보았다. 아버지와 쏙 닮은 외모 때문에 누가 봐도 부녀 지간임을 알 수 있었다.그는 식사를 그녀. 리오나에게 물었다.“왜 이리 기운이 없느냐?”“훈련이 힘든 날이었어요. 아무래도 신입들이 들어온 날이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어린 단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건방진 놈을 교육한 날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놈이 한둘이 아니었던 게 문제였지.리오나의 말에 제국의 재상인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가문에 어쩌다 저런 기사 나부랭이가 태어난 건지 모르겠군.”가오덴은 리오나가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그녀는 너무 자신을 닮았으니까!그런데 왜 그녀는 시를 쓰지 못하고 문학을 잘 못하는 걸까. 문서 처리 능력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리고 빌어먹을 셀론 가문이 잘하는 재능을 타고 났다.아버지의 차가운 말에 리오나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카르스키아 제국의 브릭 후작가와 셀론 후작가는 시조 시절부터 얽힌 유서 깊은 앙숙이었다.행정쪽 최고의 명문가인 브릭 후작가는 대대로 재상을 배출한 가문이었다. 그에 못지 않게 명문가인 셀론 후작가는 검술쪽으로 최고의 가문이었고 대대로 가주가 총사령관을 지냈다. 건국 공신이기도 한 두 가문은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다.브릭 가문의 외동딸 리오나 브릭.그녀는 이 이름이 어울리지 않은 재능을 타고난 것이었다.“기사가 어때서요! 그리고 전 황실 기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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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간의 신경전 (2)
오기 싫은 날이 되었다. 리오나는 제복을 입고 황궁에 갈 준비를 했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장신구 중에서 휴대하기 간편한 것을 골랐다. 자주 차고 다니는 목걸이었다.목걸이를 찬 그녀는 거울을 바라보았다.목걸이 가운데에는 브릭 가문의 문양인 B모양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 목걸이는 브릭 가문의 사람임을 인증하는 수단이기도 했다.채비를 마친 리오나는 마차에 올라 황궁으로 향했다. 아버지가 새벽에 나가서 다행이었다. 같이 같으면 또 클레이 이야기를 들었을테니 말이다.‘후우, 나도 차기 재상 소리를 들었으면 좋았으려나.’브릭 가문에 어울리지 않은 후계자.그녀를 평생 따라다니는 수식어였다.“클레이 녀석은 집에서 인정받고 칭찬받겠지.”그래, 브릭 가문의 자리를 자치했으니 얼마나 칭찬받겠어.자신과 전혀 다르겠지.갑자기 서럽기도 했다.황실에 도착한 그녀는 연무장으로 향했다. 답답한 마음을 검으로 다스리고 싶었다.검을 좋아하는건 재능이 있어서기도 했지만 검을 뽑으면 복잡한 마음이 가라앉기 때문이었다.연무장에서 정자세로 검을 휘두르며 훈련을 했다.어제 신고식을 치른 신입 기사들이 리오나의 훈련을 보고 있었다. 초봄의 바람은 제법 쌀쌀했다. 살랑살랑 불어와 리오나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 내렸다.서늘한 날씨지만 그녀는 더웠다.“자세가 좋군.”그리고 그녀의 뒤로 한 남자가 말했다. 짧게 자른 금발에 인상이 거친 남자였다. 그냥 보기에도 위압감이 있는 그는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총사령관을 상징하는 문양이 망토에 새겨져 있었다.“총사령각하를 뵙니다.”카이사르 셀론.그의 녹색 눈동자가 리오나를 향했다. 라이벌 가문의 딸이 기사단장이 되었다고 했을 때 그가 분노했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다.가끔 만나서 이것저것 트집을 잡은 적도 있었다. 처음에 기사단장이 되었을 때 얼마나 고생했던가.“연습에 열중하고 있더군.”약속한 시간보다 이르다. 총사령관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들이닥쳤다.도대체 무엇으로 혼을 내려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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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간의 신경정 (3)
황실 기사단장이 되었을 때 서둘러 일을 시작하느라 친구들을 만날 일이 없었다. 리오나는 오랜만에 아카데미 동기들과 모이는 자리에 나갔다.원래 황실기사단장이 되면 집안에서 축하파티를 열지만, 브릭 가문에서는 어림도 없었다.리오나는 집안사람 중 누구도 축하해 주지 않았으나, 편지로 축하를 건네준 친구들을 떠올리며 들뜬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갔다.약속 장소는 아카데미 시절 자주 갔던 수도 외곽에 있는 찻집이었다. 야외 좌석이 탁 트여 있어 인기가 많은 집이었다.집을 벗어나면 좋았다. 아버지의 지긋지긋한 클레이와 비교를 안들어도 되어도 좋으니 말이다.수도를 벗어난 찻집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리오나는 오랜만에 입은 드레스가 불편한 듯 치맛단을 올렸다. 항상 바지를 입고 생활하다 보니 치마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다.봄에 어울리는 연분홍색 치마를 입은 그녀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주변에서 그녀를 알아보고 힐끗힐끗 바라보는 이들이 많았다.그녀는 시선이 익숙하기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찻집 안으로 들어갔다.룸안에 들어가자 4~5명 사람들이 이야기를 이미 나누고 있었다. 리오나는 검술를 전공했다. 워낙 실력이 뛰어난 탓에 시기와 견제를 한몸에 받아, 검술 학부 사람들과는 잘 지내지 못했다. 거기에 셀론 가문의 눈치를 보느라 더 그랬다. 그래서 그녀는 오히려 타 전공 학생들과 더 친했다.“리오나, 오랜만이야.”“밥은 먹고 다녀? 황실 기사단 정말로 힘들다고 하던데.”기사단 중에서도 가장 힘들다고 하는 황실 기사단이었다. 간혹 성격은 제쳐두고 실력만 갖춘 귀족들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건방지기 짝이 없었다. 그런 그들 사이에서 일을 해야 하다 보니 단장은 신분이 높고 실력도 좋아야 했다. 어린 시절부터 리오나를 눈여겨본 황제가 그녀의 졸업과 동시에 단장으로 임명한 이유였다.“일하는 거 쉽지 않아.”얼마전 왔던 공작가의 방계 혈통 자식이 생각났다. 건들거리고 깐죽거려서 실력행사하고 나서야 겨우 입을 닥쳤다.“와 진짜 쉬운 게 없어. 어릴 적에는 후계자 수업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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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의 저주 (1)
초봄이기에 바람은 서늘했다. 창문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강한 바람이 부는 것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리오나는 빠른 발걸음으로 걸었다. 황제가 집무실에 잠시 들리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무슨 일이지?’최근에 큰일은 없었는데.클레이가 시비 건 거 빼고 말이다. 하지만 이 일은 굳이 떠들고 다니지 않았기에 황제가 알 리 없었다.자신이 그에게 딴지를 걸고, 그가 자신을 거슬리게 하고. 가문 간의 사소한 다툼이야 늘 있는 일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니 지금의 부름이 그 일과 연관되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리오나가 황제의 집무실에 도착하자, 시종이 문을 열어 주었다.안에 들어가니 샹들리에가 보였다.벽에는 명화가 걸려 있었고, 창가엔 아직 겨울 커튼이 그대로였다. 화사한 봄보다는 여전히 겨울이 머물러 있는 것 같은 집무실이었다.안은 고요했다. 황제와 시녀 몇 명만 있었고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황제는 의자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 리오나가 들어오자 그는 고개를 들었다. 황제의 청색 머리칼은 단정한 단발의 형태로 정돈되어 있었다. 푸른 콧수염을 밀지 않고 멋스럽게 다듬었다. 턱에는 수염을 남기지 않고 민 것과 달리 말이다.추위를 잘 타는 황제는 오늘도 두툼한 겨울옷을 입고 있었다. 봄 옷을 입은 리오나와 달리 말이다.“드높은 황제 폐하를 뵈옵니다.”리오나는 예법에 어긋남 없이 정중하게 인사했다. 제복을 갖추어 입었기에 그녀의 모습은 동화책에서 나올 법한 기사 그 자체였다. 시녀들은 그녀의 모습을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았다.어릴 적 한 번쯤 검사를 꿈꿨던 귀족들에게 리오나는 우상이나 다름없었다. 시녀들 중에는 오직 리오나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이곳의 일을 자원한 이들도 있었다.황제 데블렌은 그녀에게 손짓했다.“가까이 오너라.”데블렌의 진한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 찬찬히 살핀 그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최근 무슨 일 없었나?”“없었습니다, 폐하. 그런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그녀의 말에 한숨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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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의 저주 (2)
“당연합니다. 당신의 친구인데 왜 제가 마음을 받아줘야 합니까?”그의 단호한 말에 리오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거절한 이유의 핑계를 저에게 두지 마시죠. 헤세나가 도대체 왜 마음에 안 드신 겁니까?”“나는 당신 주변의 사람들하고는 엮이기 싫습니다. 제가 그녀에게 마음이 있었다 해도 거절했을 겁니다.”클레이는 딱 잘라 말했다.뭐 그 심정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헤세나가 얼마나 좋은 아가씨인데.”로이나는 서늘하게 말하는 클레이의 태도가 싫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클레이는 피식 웃었니 도리어 로이나에게 물었다.“당신이야말로 그 말할 자격이 없을 텐데요.”“왜요?”“당신도 내 친구의 교제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당신 친구가 내게요?”로이나는 무척이나 당황했다. 자신이 언제 클레이 친구들을 거절했단 말인가?“누가 고백을 했는데요.”“카일이 했습니다.”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클레이 친구를 어떻게 안단 말인가.“이틀 전에 고백한 기사입니다.”“아!”그 남자의 이름이 카일이었구나.클레이는 이런 리오나를 보고 화가 나는 듯했다.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어처구니 없다는 듯 말했다.“어떻게 고백한 사람 이름도 기억 못합니까?”“그럴 수도 있죠.”리오나도 할 말이 없었다. 말문이 막히며 아무런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주섬주섬 변명을 꺼내 보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기가 찬 대답이었다.“저는 그래도 기억은 했습니다.”이번 다툼은 자신이 질 것 같았다.“고작 브릭 가문이면서, 카일의 교제를 거절하다니, 당신은 분수를 모릅니다.”그의 말에 리오나는 화가 났다.“거절은 내 마음이죠. 그래도 저는 당신 친구라는 이유로 거절 안했습니다. 당신보다 내가 낫군요.”물론 알았으면 약속 장소에도 안 나갔을 것이지만.자신도 클레이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자신은 되지만 클레이는 안되는 거다.클레이 셀론이니까.“브릭 단장님. 당신에게 카일이 아깝습니다. 그 성실하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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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의 저주 (3)
과거의 결투장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 곳이었다. 그렇지만 후대에 와서는 가문에서 결투를 허락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현 황제는 가문 간에 분쟁의 조짐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귀신같이 알아차리곤 했다. 그렇다 보니 결투는 더더욱 없었다.황제가 즉위하고 10년간 이곳을 방문한 이는 없다.결투장에 잡초가 무성히 자라나 있었다. 오랫동안 쓰지 않다 보니 관리도 잘 하지 않은 듯했다.결투에 질 경우 상대방이 치러야 할 것들을 계약서에 적는 게 보통이지만 두 사람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구두로 했을 뿐이다.뭐 상대방이 지고 나서 안 지켜도 상관없었다. 결투에 진 사실만으로 분해서 평생 패배감에 곱씹으며 살아갈 것을 잘 알고 있었다.리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클레이 셀론은 약속은 잘 지키지. 재수 없는 놈이지만 자기가 한 말은 기억을 잘하지.’클레이 또한 리오나의 성격을 아는 듯, 그녀가 패배하면 반드시 약속을 이행하리라 확신하고 있었다.둘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패널티에 대해서는 서로 말하지 않았다.결투장 옆에는 작은 건물이 있었다. 그 안에 들어가니 청소를 하지 않아 먼지가 자욱했다.벽에는 마법총이 몇 개 걸려 있었다.세월이 지났어도 마법총에는 먼지 하나 없었다. 보존 마법이 걸려 있어 몇백 년이 지났음에도 총에는 녹 하나 슬지 않았다.그들은 마음에 드는 마법총을 골랐다. 리오나는 딱 봐도 투박하고 잘 나갈 것 같은 것으로, 클레이는 장신구가 있는 화려한 총으로 골랐다.‘꼭 자기 같은 걸로 고르네.’리오나는 그렇게 생각했다.대결의 방법은 단순했다.결투장에서 다섯 발자국 반대편으로 걸은 다음에 결투장에 빛이 꺼지면 돌아서 총을 쏘면 되는 일이었다.리오나는 반사신경에 자신 있었다. 자신의 속도를 따라올 사람은 제국에 드물었다.“어서 시작하죠?”리오나의 말에 총을 보고 있던 클레이가 싱긋 웃었다.“얼른 당신의 비참한 꼴을 보고 싶군요.”“우와, 말하는 꼬라지하고는.”그러면서도 리오나는 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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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후계자의 반란 (1)
클레이는 리오나를 집무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살살 밀죠?”“평소대로 한 겁니다.”“ 내 몸은 힘이 장사라 다른 사람들을 살살 밀어도 쉽게 넘어진다고요. 함부로 밀면 당신 몸이 멍들죠. 당신 몸은 연약하지 않나요?”그 말을 듣고 클레이는 잠시 리오나 손을 바라보았다. 박힌 굳은살과 거친 손마디를 확인하더니 혀를 찼다.“살짝 움직였는데 근육이 느껴지는군요. 당신은 훈련만 죽어라 하더니 몸이 무기나 다름없군요.“기사인데 당연하죠.”리오나는 그렇게 말한 뒤 자리에 앉았다. 자꾸만 아래로 쏟아지는 클레이의 긴 머리칼이 리오나의 신경을 자극했다. 단발을 고수하는 이유가 어깨까지 머리가 닿지 않아서인데!“자르고 싶네요.”리오나가 내뱉은 말에 클레이가 날카롭게 반응했다.“자르지 마십시오. 얼마나 소중하게 가꾼 머리카락인데. 그나저나 당신 머릿결은 왜 이 모양입니까?”클레이는 리오나의 머리카락을 만진 뒤 한숨을 내쉬었다. 시녀들도 그런 말을 종종 했기에 리오나는 익숙하다는 듯 말했다.“햇볕에 많이 있어서 더 그런 것도 있어요. 그리고 머리 팩도 하기 귀찮아서 거의 안 하죠.”“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알아서 다 해주겠다는데도 거절한단 말입니까?”“음, 안 해도 죽지 않아서?.”리오나 다운 말이기도 했다. 클레이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일단 저택에 있는 이들부터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행히 브릭 재상님은 제가 알고 있고, 또 다른 분들 없습니까?”“절 모시는 전속 시녀가 있는데 이름이 안나예요. 갈색 머리카락에 갈색 눈을 가졌고 꾸며주는 센스가 좋아요. 저한테는 거의 소용 없지만.”매일 검을 쓰고 갑옷이나 제복을 입고 다녔다. 리오나가 드레스를 입는 날은 연회장을 가거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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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후계자의 반란 (2)
식당은 1층에 있었다. 카이사르가 먼저 도착해서 리오나는 서둘러 갔다.식당에 들어가니 카이사르가 있었다. 그는 리오나를 쓱 보더니 별다른 말 없이 손짓했다.‘앉으라는 뜻이구나.’리오나는 얼른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직 클레이 몸이 어색하다 보니 움직이는 게 낯설었다.“클레이, 황실 기사단장 기록표 양식지를 바꾸었다고 하던데.”“너무 엉망이어서 말입니다.”리오나는 클레이 말투를 흉내 냈다. 그러자 카이사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훈련하느라 바쁜 이들이다. 기록이 꼼꼼하지 않을 수밖에 없어. 그 양식지는 너무 많은 걸 적어야 할 것 같던데?”그 말이 맞았다. 사실 보기도 편하고 정리하기에도 간단했지만 적어야 할 게 많아서 은근히 시간이 걸렸다.‘클레이를 칭찬할 줄 알았는데.’카이사르는 의외로 기사단을 생각하고 있었다. 총사령관이라서 그런 건가?“그래도 해야죠. 어쩔 수 없이 말이에요.”리오나는 이렇게 말하다가 아차 했다. 지금은 리오나가 아니라 클레이로서 입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간과했다. 그의 말투가 아니라 자신의 말투가 나와 버렸다.“기사들은 그런 것에 익숙지 않아. 그런데도 그런 일을 하라고 하다니. 차라리 각 기사단에서 그 업무를 전담할 인력을 따로 선발해라.”카이사르가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속 시원한 발언을 내뱉었다. 몇 번이고 직접 하고 싶었던 말이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브릭 가문의 후계자면서 이런 것도 못하냐는 비아냥을 들을까 봐 혼자서 악물고 했다.“아버지께서 추천해 주실 분이 있습니까?”지금은 절호의 기회였다.그 숫자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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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후계자의 반란 (3)
가오덴 브릭, 카이사르 셀론.둘은 앙숙이었고 지금도 서로 다투고 있었다. 평생 사이가 좋지 않았던 두 사람이 정말로 똑같아 보였다.왜 이런 것을 둘 다 한단 말인가.자기 자식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비교하는 그들을 보면 한숨이 나왔다.자신이라고 이런 재능을 선택해서 태어난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클레이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나참.’물론 리오나는 클레이가 잘난 것을 알아도 인정하지 않았다. 클레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나쁘고, 무엇도 안 된다며 스스로를 몰아세웠다.그를 하찮게 여기며 기어코 그의 머리 위에 올라서려 했다.클레이 역시 마찬가지였지만.그렇지만 이번 일만큼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와, 진짜 기분이 더러워.”결투 따위를 하는 게 아니었다.클레이 역시 브릭 가문에서 자신과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겠지.그는 어떻게 나올까.그냥 하던 대로 리오나 브릭이니 이런 대우는 당연하다고 피식 웃으며 넘어갈까.아니면 자신처럼 공감되어서, 이것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 어이없음에 몸부림칠까.갑자기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다시 만날지 궁금해졌다.내일 만나기로 했는데.어떤 얼굴로 봐야 할지 감이 서지 않았다.마냥 미웠던 클레이인데.지금도 싫은 건 똑같지만 왜 그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까.아버지의 비교와 주변의 시선, 반쪽짜리 후계자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힘들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위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그 패배감.그것들이 자꾸 올라왔다.클레이도 비슷할 거라 생각하니 그에게 자꾸 연민을 느꼈다.정말로 무시하고 싶은데.‘정말로 싫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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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후계자의 반란 (4)
 아니 도대체 어떻게 나이를 먹었는지 후계자에게 방계 출신이 시비를 거는 걸까.‘집안 꼬라지 하고는.’후계자를 지지하지 않은 카이사르 탓이 컸다. 아무리 클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것을 밖으로 표출해서는 안 되었다.그러니 후계자의 위치가 흔들리고 이렇게 도전하는 이들이 생기지.물론 리오나 역시 이런 일이 있었다.그녀의 무력 때문에 다들 자신의 앞에서 말을 못 하지만 뒤에서는 반쪽짜리 후계자라는 평을 받았다.‘으아, 이런 것까지 닮지 말라고.’클레이를 알면 알수록 자신과 처지가 너무나도 똑같았다. 차라리 이전처럼 클레이의 상항을 멋대로 생각하고 원망할 때가 마음이 편했다.자신은 그의 존재 때문에 괴롭힘당하는 존재로 끝나면 그를 미워하는 게 정당화된다. 그가 나쁜 거라고 말할 수 있었다.그런데 이런 일이 되버리면.자신이 클레이를 미워하는 이유가 흔들리게 된다.뭐, 라이벌 가문이니 미워하자.그런 감정 정도가 아니었다.어린 시절부터 그와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그는 칭찬을 들었을 거란 생각에 열등감으로 얼마나 괴로웠던가. 힘들었기에 그를 원망했다.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클레이는 이런 취급이었다.리오나는 클레이가 무시당하는 게 정말로 싫어졌다. 집에서 울던 자신이 생각나서 더 그랬다.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셀론 집안 꼴이 짜증 났다.카이사르가 클레이를 인정하고 어화둥둥 했으면 자신은 마지막까지 클레이를 편하게 원망했을 것이었다.그런데 그것을 못 하게 했다.“후계자 앞에서 내뱉기엔 지나치게 무례한 언사로군요.”리오나는 서늘하게 말했다. 그녀의 박력에 다소 당황했지만, 알렉은 표정을 유지하며 그녀를 비웃었다.“그래봐야 맞는 것 말고 더 할 게 있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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