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뱃속의 아이가 안정되지 않은 때였다. 함부로 굴었다가는 큰일이었다.“싫어?”정재의 움직임이 조금 굳어졌다. 검은 눈에 욕망과 사나운 기운이 뒤섞여 일렁였다.“한진후는 되고, 나는 안 돼?”“아, 그게 아니라...”주예가 서둘러 해명했다. 그러다 너무 대놓고 말한 것 같아서 허둥지둥 덧붙였다.“아무튼 안 돼...”목소리에는 울음기가 묻어났다.주예가 거절하자 정재도 조금 정신이 돌아왔다.정재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아래에 누운 주예를 바라봤다.두 뺨을 붉힌 주예는 더없이 매혹적이었다. 팔은 여전히 정재의 목에 둘려 있었다. 싫어하는 모습으로 보이지도 않았다.이성이 돌아왔어도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서 그냥 물러나기는 어려웠다. 정재가 인내심을 한계까지 끌어모으면서 물었다.“내가 안 되는 거야, 오늘이 안 되는 거야?”“오늘... 오늘은 안 돼.”주예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정재라서 안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정재의 기분이 또 롤러코스터를 타듯 위로 올라갔다. 다시 물었다.“내일은? 모레는 돼?”“다, 다 안 돼...”정재가 잠깐 멈칫했다가, 이내 이유를 알아냈다는 듯했다.“생리 중이야?”“응...”주예가 대답했다. ‘일단 이 핑계로 넘어가자.’‘임신한 걸 알면 정재 오빠도... 고하늘과의 정략결혼을 포기할까?’‘아니면 나는 계속 숨어 지내는 애인으로, 하늘과 정재 오빠가 행복하게 사는 걸 지켜봐야 하나?’‘정말 그렇게 된다면, 난 반드시 멀리 떠날 거야.’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정재를 믿고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정재는 주예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7년 전 말 한마디 없이 버리고 떠났다고 생각했던 일마저, 나중에 알고 보니 그저 자신의 오해였다.‘조금만 더 용기를 내 보자. 정재에게 사실대로 말해 보자.’‘먼저 정재 오빠가 아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떠보면 되지 않을까.’주예의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어지럽게 오갔다.정재가 이미 몰래 병원에 주예의 혈액을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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