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설아는 금세 말을 돌렸다.“그래도 저는 희주 언니가 곧 알게 될 거라고 믿어요. 우리는 같이 사업을 이뤄 가는 사이일 뿐, 언니가 생각하는 그런 남녀 사이의 감정은 아니니까요. 아, 맞다, 오빠. 저한테 20억 원만 빌려줄 수 있어요?”차도윤의 얼굴에 순간 당혹감이 스쳤다.“20억이나? 그 돈으로 뭐 하려고?”“전에 말씀드렸잖아요. 해외에 투자은행 다니는 선배가 한 명 있는데, 그 선배가 지금 정말 괜찮은 프로젝트를 쥐고 있거든요. 저도 거기에 한몫 끼고 싶어요. 오빠, 이건 제가 빌리는 걸로 해 주세요. 석 달 뒤에 원금이랑 이자까지 다 갚을게요.”지난번 서희주가 20억 원을 요구한 뒤로 윤설아는 이틀 내내 마음이 복잡했다.그녀에게는 애초에 20억 원이 없었다. 설령 있었더라도, 서희주한테 공짜로 넘길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그 돈은 반드시 줘야 했다. 서희주의 손에 녹음 파일이 있었으니까.윤설아는 서희주가 그 녹음 파일을 언론에 넘길 거라고는 그리 믿지 않았다. 설도의 상장에 영향을 주면, 그녀 역시 큰 손해를 보게 될 테니까.하지만 서희주가 그 녹음 파일을 차도윤에게 건넬까 봐 두려웠다.그렇게 되면 차도윤 앞에서 공들여 쌓아 온 자기 이미지가 크게 흔들릴 게 분명했다.그래서 윤설아는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이 돈을 차도윤이 내게 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두 사람이 이혼하기 전까지는 차도윤의 돈도 곧 서희주의 돈이나 다름없었으니, 굳이 그를 대신해 아껴 줄 필요도 없었다.게다가 이참에 서희주에게 되갚는 셈도 됐다.그러나 차도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비쳤다.20억 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오빠, 어렵다면 괜찮아요. 제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희주 언니가 알면 분명 오빠랑 또 싸울 거고, 그러면 언니가 또 오해할 테니까요...”서희주 생각이 스치는 순간, 차도윤은 속에서 화가 치밀었다.거기에 윤설아가 실망과 서운함을 감추지 못한 채 여린 표정을 짓고 있자, 차마 모르는 척할 수 없었다.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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