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윤은 기분이 상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왔으면 노크할 줄도 몰라?”서희주는 망설임 없이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오붓한 세 식구의 단란한 시간을 방해할까 봐 그랬지.”차도윤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말조심해. 설아랑 난 하늘에 맹세코 결백하니까.”서희주가 피식 웃으며 쏘아붙였다.“그게 사실이라면 지나가던 개가 다 웃겠다.”“서희주, 너 왜 이렇게 상스럽게 변했어?”서희주는 몸을 돌려 차도윤을 똑바로 응시했다.입가엔 조소가 걸려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당신이 알던 서희주는 이제 없어.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듣고, 바보같이 한 남자만 바라보면서 다 이해해 주던 그 여자는 방금 죽었다고.”서슬 퍼런 눈빛을 마주한 순간, 차도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때, 침대 쪽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희주 언니,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계신 것 같아요. 저랑 오빠,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서희주의 시선이 윤설아를 향했다.아이를 낳은 산모였음에도 그녀는 화장한 상태였다.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은 무척이나 청순하고 무해해 보였다.하얀 실크 잠옷 차림의 여자는 볼륨감 넘치는 몸매와 대조적으로 허리는 한 줌만 했고, 이른바 ‘청순 섹시한’ 분위기를 풍겼다.윤설아의 눈에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억울함을 해소하려는 듯 당혹스러운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언니, 저 귀국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의지할 사람도, 친구도 없어서 도윤 오빠한테 도움을 청한 것뿐이에요. 언니가 애 아빠를 오빠로 오해하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그리고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듯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가련한 표정을 지었다.“정 기분 나쁘시다면, 지금 당장 도윤 오빠를 돌려드릴게요.”서희주가 헛웃음을 터뜨렸다.“하, 진짜 기가 차서. 돌려준다고? 애초에 윤설아 씨 사람이라도 됐던 것처럼 말하네요?”이내 윤설아에게 바짝 다가가 매섭게 쏘아붙였다.“의지할 데가 없다고? 윤씨 가문 장녀 대접받고 살 때는 언제고, 피 한 방울 안 섞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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