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하는 눈꼬리에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어딘가 사람을 약 올리는 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그 안에는 명문가 자제 특유의 여유와 품격이 배어 있었다.“여보, 말해. 잘 듣고 있을게.”서희주는 ‘여보’라는 호칭에 순간 기가 막혔지만 이상하게 듣기 싫지는 않았다.서희주가 입을 열었다.“우리 결혼한 건 일단 공개하지 말자. 나 어제 막 이혼했잖아. 적응할 시간은 좀 필요해.”윤승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좋아.”“둘째, 나는 윤테 그룹 연구개발부에 들어갈 거야. 인턴 신분으로 들어가도 상관없어. 대신 때가 무르익어서 내가 내 연구팀을 꾸리고 싶어질 때는 회사가 전폭적으로 지원해 줘야 해. 급여나 처우는 내가 직접 인사팀이랑 얘기할 거고, 너는 간섭하지 마.”윤승하는 고개를 끄덕였다.“합리적이네.”“셋째, 우리 혼인신고는 했고 나도 너랑 감정을 쌓아 보겠다고 하긴 했지만, 그 감정이 생기기 전까지는 서로 존중해야 해. 강요하면 안 돼.”윤승하는 일부러 못 알아들은 척했다.“뭘 강요하면 안 되는데?”서희주는 뺨이 살짝 붉어졌지, 그래도 당당하게 말했다.“나한테 너랑 자라고 강요하면 안 돼. 우리가 한 번 관계를 가진 건 맞지만, 그렇다고 내가 두 번째도 원한다는 뜻은 아니야.”지금 와서 떠올려 보니, 서희주는 어젯밤 일이 아무래도 조금은 짜인 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니면 왜 전다은이 글을 올리자마자 윤승하가 댓글을 달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다은은 급히 불려 나가고, 그 직후 윤승하가 갑자기 나타났겠는가.윤승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네 의견을 충분히 존중할 거고, 절대 조금도 강요하지 않을게.”그러다 잠시 말을 멈추더니 갑자기 웃었다.“그래도 하나는 분명히 해 둘게. 네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언제든 나한테 강제로 들이대도 돼. 나는 존중 안 받아도 전혀 상관없어.”서희주는 그를 매섭게 노려봤다.그제야 윤승하는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얼굴로 바뀌었다.“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 어젯밤 일이 내가 일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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