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윤은 묵원 서재 서랍 속에 있는 이혼 합의서를 떠올리며 잠시 멍해졌다.신남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형이 대체 너한테 무슨 마법을 건 거지?”한서윤은 입 안쪽 살을 깨물었다.가끔은 그녀 자신도 묻고 싶었다. 신승우가 대체 자신에게 무슨 마법을 걸어서 이렇게 오랜 시간 마음이 변한 적이 없게 된 건지.3년의 결혼 생활이 사실상 남남처럼 흘렀음에도 포기할 생각은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이제는 더 버티고 싶지 않았다.신승우가 직접 그녀의 마지막 선을 끊어버렸다.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지어진 이유를 떠올렸다.부모님은 한서윤의 ‘윤’ 자가 ‘윤택’ 을 뜻한다고 하셨다. 서로를 적셔주듯 함께 살아가는 부부의 깊은 정, 그게 사랑의 결정체라는 뜻이라고 했다.비굴하게 붙잡으며 애원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지금은 신승우가 권력을 쥐고 있고, 강율희가 귀국했다.설령 그녀가 두 다리를 못 쓰게 되었더라도, 신승우가 원하기만 하면 신씨 가문에서 그를 막을 사람은 없었다. 강율희와의 결혼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그녀는 생각에 잠겨 신남훈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숨결이 얼굴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순간, 신남훈이 입을 열었다.“서윤아, 네가 후회하는 날을 기다릴게.”한서윤이 정신을 차리고 그의 발을 밟으려는 순간, 별실 문이 밖에서 거칠게 열렸다.문은 벽에 부딪혔다가 튕겨 나오며 큰 소리를 냈다.그 소리에 한서윤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차가운 바람이 날카로운 화살처럼 들이닥쳐 순식간에 실내의 따뜻한 공기를 쓸어버렸다.신남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문 쪽을 바라봤다. 역광 속에서 신승우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른 한 손에는 담배를 들고 서 있었다.푸르스름한 연기가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스며 나오며, 길고 늘씬한 손가락이 마치 안개에 싸인 숲속 대나무처럼 보였다. 그의 주변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형, 왔어?”신남훈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한서윤은 신승우를 보는 순간 속이 답답해져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문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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