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우 씨, 아웃

신승우 씨, 아웃

Oleh:  구취Baru saja diperbarui
Bahasa: Korean
goodnovel4goodnovel
Belum ada penilaian
30Bab
17Dibaca
Baca
Tambahkan

Share:  

Lapor
Ringkasan
Katalog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한서윤은 고집불통으로 직진하는 대부분의 여자들처럼 신승우 같은 철옹성의 남자를 무너뜨리고 사랑을 쟁취하려 했다. 하지만 3년의 결혼 생활은 타인보다 못한 관계의 연속일 뿐이었다. 잔인한 폭력에 목숨이 경각에 달렸던 절체절명의 순간조차 신승우는 옛사랑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결국 한서윤은 아픔을 삼키며 체념하고 돌아섰지만 의외로 하늘처럼 높기만 하던 그 남자가 거머리처럼 그녀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 걸음씩 다가와 그녀의 주변을 맴도는 남자들을 잘라냈고 그녀가 도망칠 모든 퇴로를 막아버렸다. “애초에 나한테 시집오겠다고 고집부린 건 너였어. 이 결혼, 내가 끝이라고 하기 전까지, 넌 평생 내게서 벗어날 생각 마!” 그러자 한서윤이 차갑게 응수했다. “죄송하지만 신승우 씨, 당신은 이미 내 인생에서 아웃이에요. 이 결혼은, 내가 끝이라면 끝인 겁니다!”

Lihat lebih banyak

Bab 1

제1화

한서윤이 경찰서를 나섰을 땐 이미 깊은 밤이었다.

밖에서는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길을 오가는 행인들이 얼굴에 검푸른 멍 자국과 헝클어진 머리카락, 그리고 절뚝거리는 걸음새를 한 그녀를 이따금 흘끗거렸지만 한서윤은 그들의 노골적인 손가락질과 수군거림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무거운 발걸음을 끌며 고개를 숙인 채 액정이 깨진 휴대폰을 멍하니 응시하던 그녀는 핏자국으로 얼룩진 손가락을 파르르 떨며 다이얼에 열한 자리 숫자를 입력했다.

뚜... 뚜...

예외 없이 그녀가 폭행당했을 때 다급하게 걸었던 긴급 전화처럼 아무도 받지 않았다.

속눈썹에 붙은 눈송이가 그녀가 눈을 깜빡이자 차가운 눈물이 되어 눈 속으로 스며들었다.

“하.”

한서윤은 자조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이렇게 처량할 수가.’

그녀의 손이 힘없이 스르륵 늘어지는 찰나, 그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무슨 일이야?”

남자의 다소 차갑고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전화에서 울려 퍼졌다.

휴대폰을 쥔 손이 굳어지며 한서윤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신...”

“신 대표님, 강율희 씨가 찾으십니다.”

그녀가 채 말을 잇기도 전에, 전화 너머에서 신승우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남자가 아무런 감정 없는 목소리로 차갑게 말을 가로챘다.

“일단 끊어.”

채 끝맺지 못한 말은 휴대폰의 건조한 신호음에 속절없이 묻혀버렸다.

인적 끊긴 길모퉁이, 높게 솟은 가로등 불빛 아래로 내려앉은 눈송이가 한서윤의 머리카락 끝에 스르르 머물렀고 그 아래 그녀의 가녀린 몸은 속절없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누군가의 체온이 배인 겉옷이 그녀의 어깨에 걸쳐졌다.

한서윤이 흠칫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다름 아닌 편집장 서준영이었다.

남자는 무거운 눈빛으로 그녀의 행색을 살피더니 분통을 터뜨렸다.

“대체 어떤 놈들이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거야?”

한서윤은 하얗게 입김을 내뿜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놈들이 저를 때릴 때 머리카락을 꽤 쥐어뜯었거든요. 손톱 밑에도 그놈들 피부 각질이 고스란히 남아있으니 DNA만 추출하면 경찰이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서준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 꼴이 되도록 얻어맞고도 이렇게나 침착하게 대처하며 증거까지 챙겼다니 말이다.

역시 한서윤, 과연 자신이 가장 아끼는 부하 직원다웠다.

“이 일은 끝까지 추적해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늦었으니 일단 집까지 데려다줄게.”

이곳은 워낙 택시를 잡기 힘든 외진 곳이었기에, 한서윤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의 차 조수석에 올라탔다.

“편집장님, 신세 좀 질게요.”

“신세는 무슨. 넌 내 직속 부하 직원이야. 내 새끼가 맞고 다녔는데 내가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하겠어? 게다가 오늘 밤엔 다들 현장 뛰러 나가서 사무실엔 나 혼자뿐이었거든.”

서준영은 핸들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신승우의 전 여친이 귀국했대. 신승우가 직접 공항에 마중을 나갔다길래, 다들 특종 잡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나갔지.”

핏발이 선 한서윤의 두 눈이 순간 굳어버렸고 머릿속에서 웅 하는 이명이 울렸다.

그러니까 그녀가 어두운 골목으로 끌려가 매질을 당하며 간절히 도움을 청했던 그 순간, 그는 다른 여자와 함께 웃고 있었던 것이다.

서준영은 그녀의 안색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제 할 말만 했다.

한서윤은 고개를 숙이고 피 묻은 손가락으로 피범벅이 된 손등을 꼬집었다.

아무도 그녀가 신승우의 아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

서준영에게 집 앞까지 바래다 달라고 하지 않고 한서윤은 가까운 아파트 단지에 내린 후 택시를 타고 묵원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해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는 인기척이 들리자 나오던 가정부가 한서윤의 몰골을 보고 경악하며 황급히 다가왔다.

“사모님, 무슨 일이세요? 어쩌다 이렇게 되셨어요!”

가정부가 다가와 부축하다 실수로 부상당한 팔을 건드렸지만 그녀는 미동조차 없었다. 이 시각, 그녀는 온몸의 감각이 마비된 듯, 초점 없는 두 눈에는 한 점의 생기조차 서려 있지 않았다.

“잠행 취재 중에 좀 맞았어요.”

덤덤하게 내뱉은 짧은 대답이었으나, 듣는 가정부는 외려 간담이 서늘해졌다.

사회부 기자 일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토록 험악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예전에 어르신께서 왜 그토록 직업을 바꾸라 종용하셨는지, 그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니었음을 이제야 뼈저리게 실감했다.

한서윤의 시선이 신발장을 향하는 것을 보고 가정부는 차마 그녀의 안색을 바로 보지 못한 채 무거운 입을 뗐다.

“대표님은...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강율희 씨가 오늘 귀국했다고 하더라고요.”

한서윤은 고개를 깊게 떨구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칼이 얼굴 절반을 가려 눈빛조차 읽을 수 없었지만 가정부는 그녀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깊은 비애를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가정부가 무언가 설명을 덧붙이려 했으나, 한서윤은 힘없는 손짓으로 그 말을 가로막았다.

“올라가 씻을게요. 구급상자 좀 제 방으로 가져다주세요.”

위층으로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이 위태롭게 비틀거렸다. 가정부는 소리 없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말대로 구급상자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안방을 지나며 슬쩍 안을 들여다보았지만, 역시나 한서윤은 그곳이 아닌 그 옆방에 있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이 집에서 결혼 3년 차인 두 사람이 여전히 남남처럼 각방을 쓰고 있다는 서글픈 현실을.

욕실 안은 온통 뿌연 수증기로 가득했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거울 속 자신의 몸을 뒤덮은 처참한 멍 자국들을 응시하던 그녀는, 이내 경련이 인 손끝으로 옷가지들을 거칠게 잡아 뜯어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모든 기력이 소진된 듯 그녀는 벽을 타고 맥없이 미끄러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잠시 후, 닫힌 욕실 문 너머로 희미한 흐느낌이 새어 나오는 듯했으나, 가정부가 귀를 기울여보니 그저 쏴아아 쏟아지는 차가운 물소리뿐이었다.

샤워를 마친 한서윤은 가정부의 도움마저 거절한 채 소파에 앉아 상처에 대충 약을 바른 후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눈을 감자마자 지옥 같던 폭행의 순간과 그 남자의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의 뇌리를 헤집어 놓았다.

뼈마디마다 욱신거리는 통증이 밀려왔다.

그녀는 몸을 뒤척여 협탁 서랍을 열었다. 그러고는 가장 깊숙한 곳에 있던 약병을 찾아 뚜껑을 열고 알약 하나를 꺼내 물 한 모금 없이 그대로 삼켰다.

수면제의 힘을 빌려 한서윤은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허나 꿈속에서도 그녀의 미간은 펴질 줄 몰랐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으며 이불 귀퉁이를 필사적으로 움켜쥔 손가락은 하얗게 질린 채 끊임없이 떨렸다.

“살려줘...”

악몽에 사로잡힌 한서윤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가녀린 몸은 걷잡을 수 없이 떨려 왔다. 굳게 감긴 눈꺼풀 아래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지만 어둡고 텅 빈 방 안에는 그 어떤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

한서윤은 다음 날 해 질 녘이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얼굴의 멍은 많이 옅어졌지만 몸의 통증은 여전해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한서윤은 그만 휘청거리며 쓰러질 뻔했다.

어젯밤 다행히 근처를 지나던 행인이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크게 소리친 덕분에 폭행은 멈출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 이승을 떠나 부모님 곁으로 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서준영은 그녀에게 며칠간의 휴가를 내주며 집에서 온전히 쉬도록 배려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중, 안방 앞을 지나던 그녀의 발길이 문가에 멈춰 섰다.

방문이 어젯밤 모습 그대로 활짝 열려 있는 것을 보자,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신승우가 지난밤 귀가하지 않았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가정부가 삶은 계란 껍질을 벗겨주자 그녀는 소파에 앉아 얼굴에 계란을 굴려 멍을 푸는 동시에 휴대폰을 켜 뉴스를 살폈다.

역시 신씨 가문의 실세답게, 어젯밤에 터진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뜨거운 화제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진 속 남자의 뒷모습은 밤하늘 아래 우뚝 솟은 푸른 소나무처럼 굳건하고 위풍당당했다.

단 한 장의 사진, 그것도 오직 뒷모습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위압감은 보는 이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가 조심스레 밀고 있는 휠체어 위에는 상반신 뒷모습만 살짝 드러낸 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강율희였다.

한서윤은 말없이 뉴스를 껐지만 저도 모르게 힘을 준 탓에 쥐여 있던 계란이 으깨지고 말았다.

고개를 숙여 옷에 흩뿌려진 노른자를 보며 그녀는 미간이 일그러졌고 눈가는 서서히 붉은 기가 번져갔다.

‘한심하긴.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신승우의 속내조차 읽어내지 못하다니.’

이내 그녀는 일어나 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서재로 향했다. 복잡한 머릿속을 잠재울 만한 책이라도 찾아 시선을 돌려야만 했던 것이다.

신승우의 서재는 먼지 한 톨 없이 결벽증에 가까울 만큼 정돈되어 있었다. 온갖 아트토이가 어지럽게 놓인 그녀의 서재와는 대조적으로 그곳엔 오직 차갑고 간결한 장식들만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사무용 책상 서랍이 미처 닫히지 않은 채 열려 있었는데 반쯤 열린 서재 창문 사이로 바람이 들이쳐 서랍 속 서류들이 파르르 휘날렸다.

그러다 결국 종이 한 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한서윤은 다가가 종이를 집어 들었다. 다시 서랍에 밀어 넣으려던 찰나, 서랍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그녀의 시선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녀의 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난 것은 다름 아닌 이혼 합의서였다.
Tampilkan Lebih Banyak
Bab Selanjutnya
Unduh

Bab terbaru

Bab Lainnya

To Reade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Tidak ada komentar
30 Bab
제1화
한서윤이 경찰서를 나섰을 땐 이미 깊은 밤이었다.밖에서는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길을 오가는 행인들이 얼굴에 검푸른 멍 자국과 헝클어진 머리카락, 그리고 절뚝거리는 걸음새를 한 그녀를 이따금 흘끗거렸지만 한서윤은 그들의 노골적인 손가락질과 수군거림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무거운 발걸음을 끌며 고개를 숙인 채 액정이 깨진 휴대폰을 멍하니 응시하던 그녀는 핏자국으로 얼룩진 손가락을 파르르 떨며 다이얼에 열한 자리 숫자를 입력했다.뚜... 뚜...예외 없이 그녀가 폭행당했을 때 다급하게 걸었던 긴급 전화처럼 아무도 받지 않았다.속눈썹에 붙은 눈송이가 그녀가 눈을 깜빡이자 차가운 눈물이 되어 눈 속으로 스며들었다.“하.”한서윤은 자조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이렇게 처량할 수가.’그녀의 손이 힘없이 스르륵 늘어지는 찰나, 그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무슨 일이야?”남자의 다소 차갑고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전화에서 울려 퍼졌다.휴대폰을 쥔 손이 굳어지며 한서윤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신...”“신 대표님, 강율희 씨가 찾으십니다.”그녀가 채 말을 잇기도 전에, 전화 너머에서 신승우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남자가 아무런 감정 없는 목소리로 차갑게 말을 가로챘다.“일단 끊어.”채 끝맺지 못한 말은 휴대폰의 건조한 신호음에 속절없이 묻혀버렸다.인적 끊긴 길모퉁이, 높게 솟은 가로등 불빛 아래로 내려앉은 눈송이가 한서윤의 머리카락 끝에 스르르 머물렀고 그 아래 그녀의 가녀린 몸은 속절없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그 순간 누군가의 체온이 배인 겉옷이 그녀의 어깨에 걸쳐졌다.한서윤이 흠칫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다름 아닌 편집장 서준영이었다.남자는 무거운 눈빛으로 그녀의 행색을 살피더니 분통을 터뜨렸다.“대체 어떤 놈들이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거야?”한서윤은 하얗게 입김을 내뿜으며 고개를 저었다.“그 놈들이 저를 때릴 때 머리카락을 꽤 쥐어뜯었거든요. 손톱 밑에도 그놈들 피부 각질이 고스란히
Baca selengkapnya
제2화
서랍 속 이혼 합의서를 본 한서윤은 온몸이 얼어붙은 듯했다.몇 가지 상념이 그녀의 뇌리를 스치자마자, 차가운 한기가 온몸을 순식간에 휘감았다.3년 전, 그녀는 신승우의 할머니 김혜정의 총애 덕분에 겨우 신승우와 결혼할 수 있었다.신승우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며 그녀와의 결혼을 승낙한 것은 단지 신씨 가문 내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김혜정의 지지를 얻어 자신의 야망을 이루는 데 더 유리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이 결혼은 그녀가 훔친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한서윤은 스스로를 기꺼이 내던지며 신승우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려 필사적으로 애썼다.하지만 그것은 오만이자 과대평가였다. 예전부터 신승우는 그녀를 탐탁지 않게 여겨왔고 결혼 후에는 더욱 남남처럼 지냈다.이혼은 마치 그녀의 결혼 생활에 드리워진 시한폭탄과도 같았지만 지난 3년이라는 세월 동안 신승우는 단 한 번도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었다.그런데 예고도 없이 터져버린 이 순간은 너무나 갑작스러워 그녀를 거대한 당혹감 속으로 밀어 넣었다.왜 하필 지금 이 시점인지는 그녀의 마음속에 이미 잔인한 답이 있었다.강율희가 돌아왔기 때문이었다.종이 위에 박힌 선명한 다섯 글자가 가슴 깊숙이 대못처럼 박혀와, 그녀는 끝내 용기를 내어 합의서를 집어 들거나 그 내용을 낱낱이 마주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만약 오늘 우연히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신승우는 대체 언제쯤 그녀에게 이 사실을 전하려 했을까?얼마나 넋을 놓고 서 있었을까, 밖에서 낮은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리고, 이어 신 대표를 깍듯이 맞이하는 가정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그녀는 퍼뜩 현실로 돌아왔다.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신승우는 이미 집 안에 발을 들인 뒤였다.문밖엔 여전히 차가운 눈송이가 흩날리고 있었다. 그는 어깨에 걸치고 있던 롱 블랙 코트를 비서에게 무심하게 건넸다. 몸을 따라 유려하게 흐르는 최고급 맞춤 슈트는 그에게 엄숙한 무게감을 더해주었고 크고 훤칠한 체격과 서늘한 분위기를 한층 더 서슬 퍼렇게
Baca selengkapnya
제3화
‘아이...’심장을 후벼 파는 듯한 고통이 순식간에 한서윤의 온몸으로 퍼져나갔다.작년 늦봄의 어느 날 밤, 술에 취한 신승우가 그녀의 방으로 잘못 들어온 적이 있었다.욕정에 휩싸인 채 그녀의 귓가에 끊임없이 ‘서윤아'라고 속삭이던 그의 음성을 그녀는 결코 잊을 수 없었다. 그날 밤 그녀는 신승우의 아이를 가졌다.아이가 생긴 후 두 사람의 관계에는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그는 여전히 집에 자주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식사를 책임질 전담 영양사를 붙여주는 생경한 배려를 보였다.그녀는 그것이 길고 긴 불행 끝에 찾아온 행복의 시작인 줄로만 알았다.하지만 작년 겨울, 8개월 된 태아의 심장이 갑자기 멈춰버렸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유도 분만으로 사산을 해야만 했다.그녀가 슬퍼할까 봐 의료진은 아이의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았다.한서윤은 그렇게 아이와 제대로 된 작별 인사도 나누지 못했고 그 작고 여린 손 한 번 만져보지 못한 채 아이를 보내야 했다.그날 이후, 아무도 그녀 앞에서 감히 ‘아이'라는 두 글자를 꺼내지 못했고 그것은 그녀 마음속의 금기어가 되어버렸다.그런데 지금 다시 그 단어를 듣게 되자, 그녀는 마치 얼음 구덩이에 빠진 듯 온몸이 얼어붙었다.계단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아래층에서 가정부가 올려오며 불렀다.“사모님.”정신을 차린 한서윤은 붉어진 눈시울을 훔치고는 쟁반을 든 채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방 안의 대화가 뚝 끊겼고 김혜정은 한서윤을 발견한 순간 안타까움에 미간을 찌푸렸다.한서윤이 올라온 줄 알았다면 아이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을 터였다.그녀는 즉시 신승우를 돌아보며 그가 먼저 다가가 주기를 바랐지만 신승우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서서 무심한 눈빛으로 한서윤을 힐끗 쳐다보고는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김혜정이 잠자리에 든 것을 지켜본 후, 한서윤은 다시 한번 체온을 재어 열이 완전히 내린 것을 확인하고서야 방을 나섰다.오늘 밤 김혜정은 두 사람을 본가에 머물게 했고 집사를 시켜 한서윤이 과거 신승
Baca selengkapnya
제4화
신승우는 소파를 짚고 있던 몸을 일으키며 구석에 웅크린 한서윤을 차가운 눈빛으로 훑고는 휴대폰을 집어 들어 화면을 밀어 전화를 받았다.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으나 그의 목소리는 더없이 다정했다.“몸부터 잘 추스르는 게 최우선이야. 다른 건 사람 시켜서 진혁이랑 연락해.”그녀 앞에서는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지극히 온화하고 인내심 넘치는 말투였다.말을 마친 신승우는 전화를 끊고 옆에 던져두었던 안경을 챙겼다. 그러고는 한서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정장 재킷을 집어 들었다.“강율희한테 가는 거예요?”한서윤의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다.신승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답했다.“네가 상관할 바 아냐.”아픈 다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한서윤은 흐트러짐 하나 없는 말끔한 차림의 그와 초라한 자신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을 느끼며 마음이 끝도 없이 가라앉았다.“신승우!”그녀는 비틀거리며 달려가 그의 허리를 뒤에서 껴안았다.그를 놓칠까 봐 온 힘을 쥐어짜는 바람에 온몸의 뼈마디가 비명을 질렀다.서랍 속의 이혼 서류, 강율희의 귀환, 그리고 도저히 붙잡을 수 없는 신승우의 마음까지...이제는 매듭을 지어야 할 때였다.한서윤은 고통스럽게 두 눈을 감으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자신을 비웃었다.“그땐 선택의 여지 없이 나와 결혼했었지만 이제는 당신의 진짜 진심을 알고 싶어요.”마디가 뚜렷한 손가락으로 안경을 든 채, 남자는 차가운 눈길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이번엔 또 무슨 수작이야?”“그래요, 내 수작이라고 쳐요.”한서윤은 감고 있던 팔을 천천히 풀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티 없이 맑은 눈동자로 신승우를 응시하며 한 자 한 자 내뱉었다.“만약 그때 할머니께서 그룹 지분을 담보로 내걸지 않으셨더라도 나랑 결혼했을까요?”사실 이 질문은 애초에 물을 필요조차 없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도무지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이것이 그녀가 입을 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고 오늘 밤 신승우가 어떤 대답을 하든 두
Baca selengkapnya
제5화
한서윤은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을 꽉 맞잡았고 손톱이 파고든 손바닥에서는 결국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방 안에는 소름 끼칠 정도의 정적이 흘렀다.“한서윤, 서윤아...”서준영이 깊게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한서윤은 마치 미동도 없는 얼음 조각처럼 서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뻣뻣하게 굳은 입술을 떼며 평소와 다름없는 기색으로 대답했다.“말씀하세요.”울지도 화내지도 않는 그녀의 모습에 서준영은 도리어 마음이 쓰였다. 행여나 그녀가 좁은 생각에 갇혀 스스로를 갉아먹거나, 순간의 충동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을지 덜컥 겁이 났기 때문이다.하지만 뒤에 이어질 말은 기어이 내뱉어야만 했다.결국 선택은 오롯이 한서윤의 몫이었으니까.그는 수표 한 장을 건넸다.“이건 강씨 가문 쪽에서 보내온 배상금이야.”사건을 조용히 덮자는 노골적인 제안이었다.한서윤은 시선을 들어 수표를 확인했다.10억이었다.자신의 상처가 생각보다 꽤 값비싸게 책정되었다는 사실이 우스웠다.서준영은 그녀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몇 마디 위로를 더 덧붙였다.“알겠어요.”한서윤은 수표를 받아 들고 지체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섰다.조용히 닫히는 문을 바라보며 서준영의 미간은 더욱 깊게 패였다. 예전 같았으면 당장 뒤집어엎고 끝까지 물고 늘어졌을 한서윤이 돈을 받고 이렇게 허무하게 물러난다고?하지만 상대는 신씨 가문이 비호하는 인물이었으니 서준영이 돕고 싶어도 그의 인맥으로는 신씨 가문의 문턱조차 닿을 수 없었다.하지만 그래도 한서윤이 정말 이렇게 포기한다면 솔직히 실망스러울 것 같았다.애초에 그녀의 권력에 굴하지 않는 대담함과 죽기 살기로 덤비는 기개를 높이 샀기에 이토록 난도 높은 일을 맡겼던 것이었다.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들춰내는 일에는 한서윤 특유의 그 독기가 반드시 필요했으니까.그런데 그녀가 고작 돈을 받고 순순히 물러나다니.하지만 이 또한 한서윤 본인의 선택이었다.어쩌면 말 못 할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혈혈단신으로 기댈 곳
Baca selengkapnya
제6화
한서윤은 그가 공들여 쌓아온 사업체를 단숨에 사지로 몰아넣은 장본인이었다.그녀가 휘두른 날 선 기사 한 줄에 들끓는 여론이 뒤집혔고, 반년 넘게 비밀리에 구축해 온 아지트마저 폐쇄당하는 치욕을 겪어야 했다.그날 이후, 그는 이 지독한 원수를 갚을 기회만을 악착같이 노려왔다.본래는 사람을 풀어 그녀를 반죽음으로 만든 뒤, 패거리들과 돌아가며 능욕하고 그 치욕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 평생을 옭아맬 심산이었다. 허나 그날, 천운이었는지 그녀는 기어코 손아귀를 빠져나갔다.그런 그녀가 오늘, 제 발로 다시 호랑이 굴에 걸어 들어올 줄이야.“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강하준은 경호원이 건넨 수건으로 머리의 상처를 지혈하며 포효했다.‘이 미친 계집애가 감히 내 머리에 술병을 내리치다니.’다행히 몸을 비틀어 두 번째 일격은 비껴갔기에 치명상은 피했지만, 사람들 앞에서 겪은 이 수모는 무엇으로도 씻을 수 없었다.‘오늘 반드시 저년을 죽여버리리다!’강하준은 이를 갈며 한서윤의 면전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의 입가에는 광기 어린 비릿함과 소름 끼칠 정도의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행운이 매번 네 편일 거라 착각하지 마. 나를 고소라도 하겠다고?”그는 강율희가 귀국하던 날 일부러 사람을 보내 한서윤을 습격했다. 설령 신승우가 이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누나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과연 한서윤이 신고를 하고 경찰이 자신을 압박해와도 신승우는 끝내 그를 보호했다.그것은 신승우의 안중에 한서윤이라는 존재는 티끌만큼도 없다는 명백한 증거였다.제 아내가 피떡이 되도록 맞았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남편이라니, 신승우가 한서윤을 얼마나 깊이 혐오하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우리 누나가 한마디만 하면 신승우는 나를 지켜줘. 근데 넌? 그 남자가 너한테 눈길이라도 한 번 준대? 한서윤, 이게 바로 3년 전 네가 우리 누나 남친을 가로챈 대가야.”그 말에 한서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그 절망적인
Baca selengkapnya
제7화
그 말에 휠체어에 앉아 있던 여자가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표정이 차갑게 굳어버린 강율희는 경직된 동작으로 고개를 들어 제 앞에 선 남자를 올려다보았다.“승우 오빠, 하준이가 때린 사람이 서윤인 줄은 정말 몰랐어.”신승우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그저 고개를 숙여 손목시계를 만지작거릴 뿐이었다.파티장의 음악은 언제 꺼졌는지 적막만이 감돌았고 몇 줄기 화려한 조명만이 번쩍이고 있었다. 여러 갈래의 빛이 교차하는 곳에 선 그의 표정은 짙은 그림자에 가려져 도무지 속내를 읽을 수 없었다.강율희는 숨을 깊게 내쉬며 뒤에 선 가정부에게 손짓했다.가정부가 휠체어를 밀어 강하준과 한서윤 곁으로 다가서자 가까워질수록 술 냄새에 섞인 비릿한 피 냄새가 훅 끼쳐왔다. 마치 질척이는 늪지대에서 피어오르는 듯한, 구역질 나는 냄새였다.강율희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코와 입을 막으며 숨만 겨우 붙어 있는 강하준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당장 사람들을 시켜 하준이부터 병원으로 이송해.”하지만 그녀의 말이 떨어졌음에도 한서윤은 강하준의 멱살을 쥔 손을 놓지 않았다. 절대 넘겨주지 않겠다는 기세였다.“서윤아.”강율희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나야.”한서윤은 미동도 없이 입을 굳게 다문 채, 강하준의 옷깃을 틀어쥔 손에 더욱 힘을 줄 뿐이었다.강율희의 사과가 이어졌다.“미안해, 하준이가 건드린 사람이 너인 줄 몰랐어. 너인 줄 알았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네가 이만큼 손봐줬잖아. 여기서 더 때리면 쟤 정말 죽어.”‘하. 죽는다고?’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한서윤이 천천히 시선을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저 새끼 목숨값이 얼만데? 십억이면 돼?”그 서늘한 눈빛 한 번에 강율희는 까닭 모를 강렬한 위압감과 조롱을 느꼈다.그녀는 한서윤의 이 말이 아버지가 피해자 측에 제시한 보상금 십억을 겨냥한 조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사전에 전후 사정을 명확히 살피지 못한 내 탓이야. 부디 내 낯을 보아서라도 하준이를 좀 놔주면 안 될
Baca selengkapnya
제8화
욕실 안의 물건들이 난잡하게 바닥으로 나뒹굴었고 샤워기에서는 끊임없이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자욱한 수증기가 공간의 부피를 줄여 압박감을 더해가는 가운데, 여자의 섬세한 손목이 사내의 억센 손아귀에 사로잡혔다.“이거 놔요. 이젠 당신만 봐도 구역질이 나니까 내 방에서 당장 나가요! 놓으란 말이에요.”남자는 거칠게 다가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에 맺힌 물기를 닦아냈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유리 조각에 긁혀 상처 난 그녀의 뺨 위에 머물렀고 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낮게 읊조렸다.“이 묵원 전체가 내 것인데, 네 방이 어디 있어?”“신승우, 이 나쁜 자식!”하지만 남자는 그녀의 욕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한 손으로 그녀를 제압한 채, 물보라가 튀어 흐릿해진 안경을 벗어 바닥으로 내던졌다.곧이어 한서윤의 몸이 신승우에 의해 벽으로 거세게 밀어붙여졌고 강제로 벌려진 그녀의 팔 사이로 온몸을 뒤덮은 시퍼런 피멍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안경을 쓰지 않았음에도 신승우의 눈에는 모든 것이 선명하게 박혀 들었다.왼쪽 어깨부터 팔까지 길게 이어진 피멍은 문신처럼 흉측하게 하얀 피부를 뒤덮고 있었고 허리 옆선에서 등까지 이어진 흔적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했다.신승우는 그녀의 몸을 거칠게 돌려세우더니, 두 손목을 한 손으로 낚아채 그녀의 머리 위로 고정시켰다. 그의 시선이 아래로 향하자 가장 심하게 다친 왼쪽 다리가 보였다. 소름 끼치는 검보랏빛 멍 사이로, 피부가 터진 몇몇 곳에는 선명한 신발 자국이 남아있었다. 성인 남자의 발 크기였다.등 뒤의 사내를 볼 수 없는 한서윤은 오직 그의 폐부에서 새어 나오는 음산한 냉소만을 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극도의 굴욕감을 느끼며 소리쳤다.“이거 놔!”하지만 그녀가 발버둥 칠수록 그녀를 결박한 남자의 손길은 더욱 거세질 뿐이었다.신승우의 손이 허벅지를 타고 내려가는 찰나, 그녀는 몸에 묻은 보디워시의 미끈거림을 이용해 겨우 속박을 풀고 그를 걷어차려 했으나 금세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다리 진짜 부
Baca selengkapnya
제9화
한서윤이 간신히 눈앞의 남자를 선명하게 시야에 담았을 때, 그의 젖은 머리카락은 이마 위로 축 늘어져 먹옥처럼 새까만 눈동자를 반쯤 가리고 있었다.한서윤은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통증에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으려 했지만 붉어지는 눈시울마저 막을 수는 없었다.요 며칠 동안 겪은 억울함과 분노가 떠오르자 그녀는 흐느끼며 신승우의 어깨를 콱 깨물었다.하지만 입안에 비릿한 피맛이 감돌 때까지도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은 가시기는커녕 도리어 남자의 가혹한 탐욕만 부추길 뿐이었다.신승우는 한 손으로 그녀의 가냘픈 몸을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뒷목을 거칠게 틀어쥐며 강제로 고개를 들어 입을 맞추었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눈꺼풀 위에 위태롭게 맺힌 물기를 닦아낼 때, 여전히 깊은 증오가 서려 있는 그녀의 흑백이 선명한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쳤다.순간 신승우가 코웃음 쳤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그의 비웃음이 귓가를 때리자 한서윤의 몸은 형편없이 움츠러들었다.이윽고 사포 위를 긁어내는 듯 몹시 거칠고 쉰 목소리가 이어졌다.“세상 모두가 날 원망해도 너는 안 돼. 넌 날 증오할 자격이 없으니까.”한서윤은 그가 몇 번이나 자신을 몰아붙였는지 헤아리지 못했다. 그에게 안겨 욕실에서 나왔을 무렵 창밖은 짙은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어느새 하늘 저편은 어슴푸레하게 밝아오고 있었다.다시 그녀의 위로 몸을 겹쳐온 남자는 굳은살 박인 엄지로 한서윤의 눈가를 어루만졌다.생생하던 증오의 빛이 스러지고 의식이 흐릿하게 풀린 것을 확인한 남자는 가볍게 실소하며 얼굴을 매만졌다.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에 한서윤은 얕은 선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에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반쯤 눈을 뜨자, 하반신에 수건만 두른 채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다. 시선을 위로 올리자 미처 물기를 닦지 않은 선명한 복근 위로 붉고 신선한 손톱자국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신승우는 그저 그곳에 앉아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지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인지는 알
Baca selengkapnya
제10화
창밖의 빙설이 녹아갈 즈음, 한서윤은 오후가 다 되어서야 눈을 떴다.최근 1년 사이 수면제 없이 이토록 오래 잠을 잔 것은 처음이었다.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엉망진창이 된 주위를 둘러보면서 지난밤 미치광이 같았던 신승우의 모습에 절로 미간이 구겨졌다.몸에는 끈적거리는 불쾌감이 전혀 없었다. 누군가 깨끗이 닦아내고 뽀송한 잠옷까지 갈아입혀 놓은 게 분명했다. 간밤에 유리에 긁힌 상처에도 연고가 발라져 있었고 뺨은 화끈거리는 통증 없이 시원했다.굳이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누가 한 짓인지 뻔했다.한서윤은 넋이 나간 채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하지만 귓속에 번지는 선명한 통증과 불덩이처럼 달아오른 몸은 며칠 전 의사가 신신당부했던 경고를 즉각적으로 깨닫게 했다.“만약 외이도에 극심한 통증과 함께 고열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으로 오셔서 진료를 받으세요. 고막 천공에 감염이 동반되면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심각해지면 청력에 지장을 줄 수 있으니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그녀가 폭행당했던 그날 밤, 경찰과 함께 병원에 가서 상해 진단을 받았고 밝혀진 진단명 중 하나가 바로 고막 천공이었다.다만 천공의 크기가 아슬아슬한 기준선에 있었고 감염의 기미가 없어, 의사는 집에서 자체적으로 경과를 지켜보라고 당부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시간이 흐르면 차츰 나아질 줄 알았던 천공이 결국 감염으로 번지고 만 것이다.한서윤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사모님, 깨셨어요? 요기하실 것 금방 챙겨 드릴게요... 어머, 외출하시게요?”가정부는 내려오는 한서윤을 보고 주방으로 향하려다 그녀가 계단을 돌아 내려오며 가방을 챙겨 든 것을 보고서야 물었다.한서윤은 평소와 다름없는 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안 먹을래요. 나갈 데가 있어서.”그사이 귓속 통증은 점점 더 선명해졌고 웅웅거리는 이명까지 들려왔다. 이런 상태로 운전을 하는 건 무리였다.한서윤은 처음엔 택시를 부를 생각이었다. 경호원에게 운전을 시켰다가 자신의 행방이 신승우에게 알려지는 게 싫었
Baca selengkap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