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 거짓말 안 했어. 청운시에 온 건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승우 오빠가 원해서야.”한서윤은 발걸음을 멈췄다.그녀는 문이 닫히지 않게 손으로 버튼을 눌렀다. 이내 문이 다시 열렸다.한서윤은 손가락을 세게 움켜쥐며 겨우 돌아보지 않고 참아냈다.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혔다.한서윤은 엘리베이터 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얼굴이 너무 창백했다. 주먹을 풀자 손바닥에는 어젯밤 넘어지며 긁힌 자국 위로 피가 배어나고 있었다.한서윤은 자신이 매우 담담하게 강율희를 마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아무리 계산해도, 신승우가 강율희를 귀국시키라고 했다는 사실만큼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신승우는 이렇게까지 서두르고 있었다.이혼도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강율희를 데려오려 할 정도로.그는 이 결혼을 전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하서윤이라는 아내도 전혀 안중에 없었다.이 결혼은 단순히 남보다 못한 관계가 아니라, 아예 존재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이었다.신승우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관계였다.그렇게 생각하자, 한서윤의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왔다.병원을 나온 뒤, 한서윤은 방송국으로 돌아가 일에 몰두했다.하지만 잠깐이라도 쉬는 시간이 생기면 머릿속에서는 자꾸만 점심에 강율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퇴근할 때까지 그렇게 버티다가, 그녀는 다시 박경수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번에는 박경수가 직접 전화를 받았다.한서윤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박경수는 약을 먹고 있었다.그는 노크 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서윤이 왔구나, 들어와.”한서윤은 병상 곁으로 다가갔다.“교수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에이, 감기일 뿐이야. 많이 나아졌어. 앉아.”한서윤은 소파에 앉아 그가 약을 다 먹기를 기다렸다.박경수는 몇 번 기침하고 나서 말했다.“너, 강하준을 병원에 실려 오게 했다면서?”한서윤의 숨이 잠깐 멈췄다.강하준은 강율희의 동생이자, 동시에 박경수의 외조카였다.그가 먼저 사람을 시켜 자신을 때렸지만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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