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브라보! 이혼 후 마이 라이프: Kabanata 11 - Kabanata 20

30 Kabanata

제11화

“다들 봤어? 대기업 대표들이 이 대표님이 나타나자마자 얼른 달려가는 거. 조금이라도 서운할까 봐 전전긍긍하시는 것 같네.” “도대체 얼마나 기도해야 이 대표님 같은 남자에게 시집갈 수 있을까?”자기 남편이 다른 여자를 필사적으로 감싸는 모습을 지켜보며, 귓가를 맴도는 주변 여인들의 부러움 섞인 수군거림을 듣고 있자니. 진작부터 예견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은별의 가슴 한구석은 둔탁하게 아파왔다.기업을 일정 규모로 키운 재계 인사들은 역시 눈치가 빠르기 마련이었다. 연회장으로 발을 들인 순간부터, 준서를 향한 칭송과 리연을 향한 환대만이 오갔다.“정말 너무 과분한 말씀이세요. LX그룹은 늘 준서 오빠가 관리하고 계시잖아요. 저는 그저 디자이너일 뿐인데, 크게 도움이 될 일이 뭐가 있겠어요...”리연은 자연스럽게 준서의 팔짱을 끼며, 모든 행동에서 여주인다운 태도를 보였다. 정작 연회장의 한편에 서 있는 은별의 존재를 눈여겨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하지만 그럴 만도 했다. 외부 사람들 눈엔 준서와 리연이 원래 한 쌍이었으니까.생각해 보니 참으로 기이한 인연이었다. 리연의 어머니가 은별의 부모 결혼을 무너뜨렸고, 이제 그 딸 리연이 똑같은 자리에서 은별의 결혼을 파탄으로 몰아넣고 있었다.어릴 적 은별도 궁금했던 적이 있다. 왜 다른 아이들은 다 아버지 성을 따르는데, 자신만 유독 어머니의 성을 물려 받았는지. 아버지는 처음부터 어머니와 자신을 빈손으로 쫓아낼 계획을 철저하게 세웠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강씨 가문의 사업 대부분이 어머니의 친정 집안 힘으로 유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은별은 열 살이 되던 해 어머니와 함께 쫓겨나듯 집에서 나오게 되었다.모녀가 쫓겨난 바로 다음 날, 리연 모녀는 떳떳하게 강씨 가문의 저택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강씨 가문의 안주인과 재벌 가문의 아가씨로 자리 잡았다.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강씨 가문은 심씨 가문과의 기존 협력 관계까지 집요하게 견제하려 들었고, 결국 화가 난 은별의 삼촌이 계약을 파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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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하서는 은별의 차를 그대로 가볍게 지나쳐 갔다. 볼과 이마에는 유성물감으로 그린 백설공주 메이크업이 예쁘게 그려져 있었다.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모습이었지만, 그걸 본 은별의 얼굴빛은 순간 창백해졌다. 그녀는 허겁지겁 차에서 내렸다.하서는 선천적으로 알레르기 체질이었다. 어릴 적부터 은별은 이 점을 각별히 신경 써 왔다. 일반 유성물감이나 품질이 낮은 화장품은 하서의 피부에 절대 닿게 해서는 안 된다.“리연 이모...”은별이 차에서 발을 떼기도 전에, 하서는 막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리연의 품으로 폴짝 뛰어들었다.“이모, 왜 이렇게 늦게 나온 거예요? 좀 더 늦으면 연극이 시작될지도 몰라요.”리연은 은별 쪽을 힐끗 훑어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하서야, 정말 엄마랑 같이 가면 안 될까?”“싫어요!”물감으로 얼룩진 작은 얼굴을 들며, 하서는 고집을 부렸다. “엄마는 오면 안 돼요. 리연 이모, 제발 엄마한테 말하지 마세요, 네?”예전에도 은별과 함께 연극을 본 적이 있었다. ‘엄마는 항상 나한테 촌스러운 원피스를 입혔고, 극장 안에서는 아예 말도 못 하게 했어.’ 숨 막힐 듯한 엄마의 통제가 고스란히 기억났다. 잠시 생각하던 하서는 곧장 리연의 목을 끌어안고 뺨을 비비며 애정을 표현했다.“리연 이모는 반짝이는 공주 드레스도 사주고, 전문 메이크업 아저씨한테 예쁘게 화장을 해주셨잖아요. 나 리연 이모가 제일 좋아요.”“이모도 우리 하서가 세상에서 제일 좋단다.”그때, 묵직한 엔진 소리가 들려오더니 검은색 마이바흐가 리연과 하서 곁에 멈춰 섰다. 이어 준서가 차에서 내리면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리연이 하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의 눈빛에는 한없이 부드러운 애정이 가득했다.“호텔 입구에서 기다리기로 했잖아. 하이힐 신고 오래 서 있으면 다리 아플 텐데.”준서가 그렇게 말하며 리연의 품에서 하서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리연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하서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괜찮아. 연극 곧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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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차가 지나가며 창문이 소리 없이 올라갔다. 시야가 차단되면서, 은별의 눈앞이 흐릿해졌다.가슴 한편에서 둔탁한 통증이 밀려오더니 점점 더 심해졌다. 은별은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며 아팠지만, 은별은 그 날카로운 통증으로 마음속 깊은 씁쓸함을 애써 덮으려고 했다.‘7년간 부부로 지내왔지만, 이준서한테 난 차라리 길가의 지나가는 행인만도 못한 존재였구나.’준서가 자리를 떴으니, 위층에서 LX그룹과 인맥을 쌓으려던 재계 인사들도 오래 머물지 않을 터였다.게다가 이제 은별이 올라가더라도 준서가 자신을 쫓아온 것이라고 오해할 일은 없을 것이었다.그렇게 생각하며 은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향했다. 도착하자 예상대로 경수는 약간 취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다지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서, 완전히 정신을 놓을 정도는 아닌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적어도 사람이 누구인지는 분명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은별아, 왔구나...”경수가 한 장의 디자인 시안을 들고 있었다. 바로 방금 전 함께 감상했던 ‘툰드라의 여명’이었다.“이 디자이너 영입은 이미 결정 났어. 너처럼 다음 주 월요일부터 우리 회사로 출근할 예정이야.”“축하해, 선배.”그 디자이너의 작품은 확실히 훌륭했다. 디테일한 면은 아직 손볼 여지가 남았지만, 신인 디자이너로서는 탁월한 감각과 재능을 갖추고 있었다.경수는 정신은 말짱했으나, 주량이 약한 탓인지 걸음걸이가 비틀거렸다.은별은 어쩔 수 없이 그의 팔을 부축하며 물었다.“선배, 여기 객실 예약해 뒀어?”경수는 평소 주량이 약해서, 접대가 있을 때마다 근처의 호텔을 미리 잡아 두는 버릇이 있었다. 망신을 당하기 전에 혼자 조용히 쉴 공간을 마련해 두기 위해서였다.“네가 있는데 뭐 하러 객실을 잡아. 그냥 집으로 가자!”두 사람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출구 쪽으로 향했다. 준서와 안면이 있는 재계 인사들이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저기 봐, 저 여자 심은별 씨 아니야? 이 대표님과 결혼하려고 안간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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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날카롭게 수군거리는 소리가 은별의 귀에 하나둘씩 흘러 들어왔다. 경수를 부축한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면서, 아련한 기억들이 하나둘씩 되살아났다.준서가 무심코 백합을 좋아한다는 말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은별은 집 안을 백합으로 가득 채웠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기침이 끊이지 않아 밤새 잠을 설칠 정도였는데, 정작 백합은 리연이 좋아하는 꽃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그렇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한 게 아니었다. 그저 백합을 뒷마당 정원으로 옮겨 심었을 뿐이었다. 준서가 자신을 눈치 있고 착하다고 여기며 조금이라도 호감을 가져 주길 바라는, 지극히 비참하고도 간절한 소망 때문이었다.나중에는 여자가 잔소리하는 걸 싫어한다는 말에, 은별은 말을 줄이고 조용해지기로 했다. 임신 초기 입덧으로 속이 뒤집혀 밥 한 숟갈도 넘어가지 않을 때조차, 불평 한마디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그런데 지금은 준서의 친구에게 ‘개성 없는 꼭두각시’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은별아, 사람들 헛소리는 신경 쓰지 마.” 귓가에 경수의 다소 복잡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은별이 고개를 들었다. “취한 거 아니었어? 어떻게 다 들었어.”“귀가 멀지는 않았으니까.”준서의 지인들이 은별을 대하는 태도는 준서에게 있어서 은별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준서의 친구들이 저토록 거리낌 없이 은별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일상적인 부부 생활이 어떤 상황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둘은 차에 올라탔다. 은별이 핸들을 잡고 경수의 집까지 운전했다.차 안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고요했다. 차에서 내리던 경수가 걱정 어린 시선으로 은별을 바라보자, 은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서 일부러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선배, 정말 괜찮아. 어차피 이혼할 사이인데, 뭐라 하든 그냥 하게 내버려 둬. 이제 난 아무렇지 않아.”경수는 차문에 기대어 은별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가로등 불빛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정말 결심한 거야?”처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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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둘이 헤어진 뒤 은별이 막 집에 들어섰을 때, 핸드폰 화면이 밝아지며 전화벨이 울렸다. 경수의 전화였다. 무사히 도착했는지 확인하는 안부 전화였다. 흐릿한 경수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마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았다면 벌써 잠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전화를 끊자 은별의 가슴 한구석이 왠지 시렸다.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던 선배가 취한 상태에서도 자신의 안위를 묻는 동안, 며칠씩 집을 비운 자신을 향해 남편과 딸은 단 한 통의 전화조차 없었다.습관처럼 SNS를 열자, 화면 가득 하서가 올린 연극 현장 사진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홉 장씩 빈틈없이 채운 게시물이 무려 세 개. 27 장의 사진 속에는 준서와 리연의 다정한 모습도, 하서와 리연이 얼굴을 맞댄 장면도, 그리고 세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은별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겼다. 게시물 하단에 적힌 문구가 눈을 찌를 듯이 선명하게 들어왔다.“오늘 리연 이모가 새엄마가 되어주기로 했어요! 너무 좋아요, 드디어 진짜 한 가족이 됐어요!”은별은 천천히 화면을 꺼버렸다. 창밖의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온기마저 완전히 식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밤 열 시. 준서가 하서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하서는 볼을 툭 내밀고 투정을 부렸다. “아빠, 왜 꼭 돌아와야 해요? 내일 주말이라 유치원도 안 가잖아요. 좀 더 늦게 자도 되는데.”준서는 고개를 숙여 하서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입가에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네 꼴을 엄마가 보면 또 잔소리 들을 텐데?”“네?” 엄마의 잔소리라는 단어에 하서의 표정은 순식간에 풀이 죽었다. ‘참. 이 시간이면 엄마가 출근을 했더라도 집에 올 시간이 다 됐을 텐데. 어쩌지?’ ‘엄마는 원래 얼굴에 이런 거 그리는 걸 엄청 싫어하시는데, 보시면 분명 화내실 거야.’“근데 아빠, 이거 진짜 예쁘단 말이에요. 좀 더 이대로 있으면 안 돼요?” 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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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그날 밤 은별은 깊게 잠들지 못했다. 준서가 리연에게 보인 다정한 태도와 애정이 가득한 시선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한때는 간절히 바랐지만, 끝내 얻을 수 없었던 것들이었다.몽롱한 의식 속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은별은 화면을 대충 훑으면서 전화를 받았다. 핸드폰 너머로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전화를 왜 이제야 받아? 은별아, 너 진짜 날이 갈수록 버릇이 없어지는구나.]그 목소리에 은별은 흠칫 잠이 깼다. 준서의 어머니, 안미선이었다.은별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머니, 무슨 일이세요?”[무슨 일이라니. 내가 꼭 용건이 있어야 전화하니?]안미선은 평소 은별을 곱게 보지 않았다. 은별이 자신의 집에 얹혀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안미선이 먼저 연락할 리가 없었다.‘아마 또 나를 쓸 일이 생겼겠지.’은별의 침묵에 전화기 너머는 잠시 멈칫했다.은별이 안미선 앞에서 이렇게 말을 잇지 않은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하지만 안미선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남주가 이번 디자인 시안 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했는데 네가 통 주지 않았다며?]은별은 상황을 파악했다. 남주가 디자인을 몇 번이나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어머니인 안미선에게 고자질하러 간 것이다.“네, 최근 일이 좀 겹쳐서 시간이...” 은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바쁘긴 뭐가 바빠. 집에서 애나 돌보는 거잖아.] [게다가 애는 낮엔 유치원에 가고, 밤엔 아주머니가 봐주는데. 재벌 사모님 노릇에 너무 길들여져서 이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힘든가 보네?]안미선의 말투에는 노골적인 비아냥이 가득했다. ‘역시 남주 말대로, 일부러 트집을 잡는 게 분명해.’은별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연이은 침묵에 안미선은 슬슬 화가 치밀어 올랐고, 딸이 은별이 변했다고 말한 게 무슨 뜻인지 비로소 깨달았다.안미선은 기분을 다스린 뒤, 명령조로 말을 이었다. [할아버지가 이틀째 아이 생각이 난다고 앓는 소리를 하시더라. 마침 주말이니까,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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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어딘가 영 걸리는 구석이 있기는 했지만, 안미선이 자신을 도와주고 있으니 남주도 더는 파고들지 않기로 했다.본가에 아이를 데리고 가기로 한 이상, 준서에게 말은 해야 했다.‘하지만 이준서는 절대 내 전화를 받지 않을 거야.’잠시 망설이다 은별은 왕순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은 주말이라 유치원도 쉬니까, 별일 없으면 하서는 집에 있을 테니까.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뜻밖에도 하서가 고열로 입원했다는 소식이었다.“알겠습니다.”핸드폰을 내려놓은 은별은 허겁지겁 병원으로 향했다.어쨌든 자신이 낳은 아이니, 엄마로서의 본능이 발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병원을 향해 달리면서도 계속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 전화는 바로 끊어져 버렸다.하는 수 없이 카카오톡으로 하서의 병실 번호를 물어봤지만, 답장이 오지 않자 은별은 끊임없이 전화를 걸었다.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준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은별의 가슴은 점점 무거워져만 갔다.‘대체 마음이 얼마나 차가워야, 딸의 안위를 걱정하는 연락을 이토록 모질게 외면할 수 있는 걸까.’초조함에 발을 동동 구르던 은별이 병실을 하나씩 찾아보려던 찰나, 엘리베이터에서 리연이 나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뭔가 깨달은 은별은 리연의 뒤를 따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리연이 찾아가는 곳은 하서의 병실이었다.이어서 병실 안에서 미안함이 묻어나는 리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우리 하서, 미안해. 이모가 괜히 페이스 페인팅 하자고 해서 알레르기가 생긴 거네.”은별의 발걸음이 잠시 멈춰 섰다.‘하서가 입원한 이유가 어젯밤 얼굴에 그린 물감 때문이었어?’“이모, 저 괜찮아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병실 안에서는 준서가 침대 옆에 기대어 긴 손가락으로 귤껍질을 까고 있었다. 리연은 침대 발치에 서서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채, 눈시울을 붉히며 침대에 누운 하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수액을 맞고 있는 하서의 작은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아직도 부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리연이 가방에서 봉제 인형을 꺼내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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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병실 안의 세 사람이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문가에 서 있는 은별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각자의 얼굴에는 저마다 다른 표정이 떠올랐다.리연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봉제 인형을 슬며시 도로 거둬들였다.“전 그냥 하서가 병실에서 심심해할까 봐...”은별은 리연의 변명을 외면한 채, 준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내가 어젯밤에 하서는 알레르기 체질이라고 연락했잖아.”은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면서, 옷자락 옆으로 늘어뜨린 손끝도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딸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픈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하서가 알레르기로 입원까지 했는데, 당신은 어떤 물질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나 보네. 이준서, 아빠라는 사람이 이래도 되는 거야?”은별은 차가운 눈빛으로 준서를 쳐다보았다. 준서의 앞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아마도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 때문인지, 병실 안의 공기가 순간 얼어붙는 듯했다.준서는 침대 끝에 걸터앉은 채 미간을 찌푸렸고, 리연은 표정이 더욱 굳어지며 난처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하서야, 미안해. 이모가 널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어. 이모는 먼저 갈 테니, 푹 쉬어.”“네?”리연이 가겠다고 하자, 하서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 급히 은별을 올려다보는 하서의 조그만 얼굴에는 간절한 애원이 가득했다.“엄마, 리연 이모 탓하지 마세요. 제가 하고 싶다고 한 거예요. 게다가 지금 진짜 괜찮아졌으니까 너무 호들갑 떨지 말아 줄래요?”은별이 고개를 숙이자, 여전히 붉게 상기된 하서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딸이 리연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니 목구멍이 턱 막혔다.은별이 침묵을 지키자, 하서는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을 지었다.병실 안은 숨 막히는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준서가 입을 열어 경직된 분위기를 깼다.“내가 소홀했어.”준서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양복 자락이 찬 공기를 가르며 스쳤다. 은별의 위로 다가오는 준서의 그림자가 짙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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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은별의 냉담한 태도에 준서의 미간이 깊게 일그러졌다. 은별의 구두 소리가 복도 저편으로 멀어지자, 리연이 하서를 달래는 목소리에 준서는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고개를 숙이자,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하서가 서운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왜 그래? 입술은 왜 삐죽거리는 건데?”하서의 마음은 정말 답답했다. 엄마와 떨어지고 싶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은별이 매일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집을 비우니, 사실 엄마가 그리웠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은별이 출근한다고 해놓고는 밤에도 들어오지 않는 게 하서에겐 낯설고 적응하기 어려웠다.처음엔 은별이 직장 생활을 하면 낮엔 리연과 더 자주 놀러 다닐 수 있고, 밤엔 은별이 퇴근해서 맛있는 죽도 끓여주고 자기를 안아주며 재워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은별은 들어오기는커녕 리연에게 냉담하기만 했다.하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엄마는 리연 이모랑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는 걸까?’‘왜 이모와 관련된 일이면 항상 트집을 잡는 걸까?’예전에도 리연이 외출을 제안하면 은별은 번번이 막아섰다. 시간이 늦었다거나 안전하지 않다고, 또는 알레르기 때문에 아무 데나 못 간다면서 온갖 이유를 댔다. ‘그러니 리연 이모가 일부러 엄마가 핑계를 대는 거라고 의심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야.’‘게다가 페이스 페인팅을 하자고 한 건 나였는데, 엄마는 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리연 이모 탓으로 돌리시는 걸까?’ ‘리연 이모가 인형을 선물한 것까지 나무라다니.’ ‘방금 현관에서 그렇게 오래 서 있었으니, 리연 이모랑 놀이공원에 가자는 이야기도 들었을 거야.’‘그래서 일부러 증조할아버지 댁에 가야 한다고 말을 꺼낸 게 분명해.’ ‘리연 이모와 놀이공원 가기로 한 약속을 깨뜨리려고.’하서는 원래 엄마랑 상의해보고 싶었지만, 엄마가 속상해하는 표정을 짓는 걸 보니 도저히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정말 답답한 노릇이었다. ‘누군가 나한테 잘해주고 있는데 엄마는 왜 기뻐하지 않는 걸까? 설마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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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은별은 병원을 나서자마자 마음을 추스르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할아버지께 드릴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였다.이혼을 결심하기는 했지만, 이씨 가문에서 지내는 동안 이준택 덕분에 그나마 체면을 유지하며 지낼 수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다. 이제 곧 헤어질 판국이지만, 최소한의 예의와 감사의 마음만은 전하고 싶었다.마침 오늘 밤 가족 모임을 통해 이혼할 생각이라는 이야기를 꺼내기에도 좋은 기회였다.선물을 사고 시간이 꽤 지났음을 확인한 은별은 곧장 차를 몰고 이씨 본가로 향했다.이준택은 연세가 많아서 평소에 조용한 곳을 선호했다. 그래서 본가는 시내에서 제법 떨어진 교외에 자리 잡고 있어서, 푸른 산과 맑은 물이 어우러진 한적한 환경이 일품이었다.시내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전속 기사가 있어 이동하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차에서 내리려는 찰나, 옆에 준서의 차가 동시에 멈춰 섰다. 은별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이어서 하서가 차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스마트 워치를 입가에 대고 신나고 기대에 찬 목소리로 통화 중이었다.“정말요? 리연 이모, 그 말 정말이죠?”하서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멀리까지 퍼져 나갔다. 은별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준택은 그동안 은별 때문에 강씨 가문 사람들을 극도로 불편하게 여겼다. 만약 자기 손녀가 리연과 저토록 가깝게 지내는 모습을 본다면, 기가 막혀 쓰러질지도 모를 일이었다.현관 앞까지 다가왔는데도 하서는 여전히 즐겁게 웃은 채, 자신의 뒤에 사람이 와 있는 줄도 몰랐다.은별은 더는 지켜볼 수만은 없어 입을 열었다. “하서야...”하서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은별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돌아보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통화를 끊어버렸다.“엄, 엄마? 무,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큰일 났다. 엄마가 리연 이모랑 통화하는 거 들었으면 또 화내겠지?’“아무것도 아니야. 곧 집 안으로 들어갈 텐데, 어른들께 인사하는 것 잊지 말라고 미리 알려주려는 거야.”하서는 은별이 곧바로 꾸짖을 거라 생각하며 불안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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