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는 자신만만했다. 어차피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준서가 싫어한다고 말하기만 하면 은별은 절대 손대지 않았으니까.“그럼 어디...”은별이 말을 꺼내려는 찰나, 남주가 이미 짜증 난 듯 먼저 입을 열었다.“됐어, 너랑 여기서 시간 낭비할 시간 없어. 친구가 기다리고 있거든.”남주의 시선을 따라가자, 은별은 비로소 저쪽 좌석에서 남주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가 자기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남주는 목소리를 낮추며 덧붙였다. “사흘, 사흘 안에 디자인 원고 안 가져오면, 오늘 일 전부 오빠한테 다 말할 거야.”남주는 은별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자기 자리로 걸어갔다.자리에 앉자, 남주의 친구가 은별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남주야, 아는 사람이야? 아는 사이면 같이 부르지 그랬어?”“아는 사람이긴 한데, 친하진 않아. 인사만 하고 왔어.”은별이 가방을 든 손이 멈칫했다.‘친하지 않다고?’‘남주가 대학을 졸업한 뒤 지금까지, 내 손에서 디자인 도면을 얼마나 많이 받아갔는데, 친하지 않다고?’하지만 생각해 보니 당연한 일이다. ‘이준서조차 나를 아내로 인정하지 않는데, 그 여동생이 어떻게 나를 올케라고 인정하겠어?’예전 같으면 이 일로 마음 아파했을지도 몰랐지만, 더 이상 은별의 마음에 파문이 일지 않았다.은별은 더 이상 자신의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일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은별은 빠른 걸음으로 카페에서 걸어 나왔고, 조금도 미련이 없었다. 오히려 남주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자가, 계속 은별이 떠나는 방향을 응시하고 있었다.“미정아, 왜 그래?”남주는 마음이 조금 불안했다.‘설마 심은별이 밖에서 함부로 지껄여서, 자신이 이씨 집안 며느리라는 사실을 공개한 건 아니겠지?’‘만약 사람들이 이씨 집안의 현재 안주인이 아무런 능력도 없는 가정주부에 남자 뒤만 쫓아다니며 아양이나 떠는 바보라는 걸 알게 되면, 이씨 집안의 체면이 다 구겨지지 않겠어?’하미정이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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