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브라보! 이혼 후 마이 라이프: Kabanata 21 - Kabanata 30

30 Kabanata

제21화

“출근?”이준택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집에서 심심해서 일하고 싶은 거라면 준서한테 한마디만 하면 될 텐데. LX그룹 계열사 중에서 원하는 자리 고르면 따로 입사 절차니 뭐니 할 것도 없을 거야.”은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 소파에 앉은 안미선에게서 나지막한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정말 가소롭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우리 이 대표가 아내 하나 호강시킬 능력조차 없는 줄 알겠구먼.”안미선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은별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네가 지금 누리는 이 모든 것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여자가 탐내는지 알아? 복을 발로 걷어차는 짓은 그만두는 게 좋을 거다.”남주가 바로 받아쳤다.“맞아. 멀쩡하게 사모님 노릇이나 할 것이지 뭐 하러 직장을 다녀. 보아하니 오빠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생트집을 잡는 거지?”남주는 은별의 취직 이야기를 믿지도, 바라지도 않았다. 은별이 LX그룹 본사에 들어가면, 자신이 기다리던 디자인 원고는 더더욱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다.이준택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내가 지금 여기 있는데도 이러는 거냐? 내가 죽으면 너희들 정말 가관이겠구나?”이준택은 말하면서 쥐고 있던 지팡이를 바닥에 쾅 내리꽂았다. 안미선과 남주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이 은별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우연히 2층 복도에 서서 듣고 있던 이준택의 얼굴을 봤던 소름 끼치던 순간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예전의 은별이었다면 즉시 나서서 분위기를 누그러지게 했겠지만, 지금은...“할아버지, 저 때문에 마음 쓰지 마세요. 일은 이미 알아봤어요.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기로 했고 LX그룹은 아니에요.”이 말이 나오자 거실 안이 순식간에 적막해졌다.그동안 은별이 준서에게 얼마나 들러붙어 있었는지 모두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게다가 예전엔 은별 자신이 LX그룹 입사를 원해서, 이준택이 직접 손수 지문 등록까지 도와주지 않았던가.모두들 출근이라는 말이 예전처럼 LX그룹으로 돌아가기 위한
Magbasa pa

제22화

해서가 은별의 무릎에 엎드려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눈빛에는 기대와 함께 애교 섞인 투정이 담겨 있었다.‘예전 같았으면 이쯤에서 엄마가 꼭 안아 올리며 한바탕 칭찬을 해줬을 거야.’ 비록 옛날엔 그 칭찬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며칠째 제대로 된 칭찬 한 마디 들어본 적 없던 터라 왠지 낯설고 어색했다.“그래.”안타깝게도 은별은 덤덤하게 짧게 답할 뿐이었다.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고, 손을 뻗어 안아주지도 않았다. 그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고, 말투도 가볍기만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방 안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은별에게 쏠렸다.과거에는 준서와 하서가 곧 은별의 전부였다. 그녀가 두 사람에게 이토록 냉담하게 굴었던 적이 과연 있었을까?이준택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시선은 은별에게 잠시 머무르다가, 이내 시무룩해진 하서의 얼굴로 향했다. 그의 흐릿한 눈동자에 쉽게 눈치채기 어려운 걱정의 기색이 스쳤다.음식이 하나둘 차려지자, 이준택이 식사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가족 모임이라 했지만, 실은 이준택이 모두를 본가로 불러들이기 위한 명분에 불과했다. 준서에게는 이미 시집간 누나가 한 명 있었는데, 이번엔 오지 않아서 자리에 앉은 사람은 총 여섯 명뿐이었다.이혼을 결심한 마당이었지만, 이런 자리만큼은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어야 했다. 그래서 은별은 여느 때처럼 하서에게 음식을 떠다 주며 식사를 챙겨주었다. 이준택의 시선이 몇 번이고 준서에게 머물렀다. 이준택의 무언의 압박감 속에서 준서는 태연하게 은별의 그릇에 음식을 집어 주었다.그릇에 담긴 돼지고기를 내려다보며 은별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부부로 산 지도 오래 되었지만, 준서는 은별이 기름진 고기를 싫어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엄마, 저거 먹고 싶어요.”그릇에 있던 고기를 다 비운 하서는, 은별의 미묘한 표정 변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멀리 놓인 접시를 가리키며 자신이 원하는 반찬만 고집했다.“응, 그래.”은별이 정신을 차려 젓가락을 뻗으려는 찰나, 이
Magbasa pa

제23화

“네가 직접 말해 봐라, 밖에서 떠도는 그 온갖 소문들은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준서가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리며 다소 거만한 어조로 물었다.“무슨 소문 말입니까?”“감히 나한테 그걸 묻는 게냐?”이준택이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치자 둔탁한 소리가 서재 안에 울려 퍼졌다.“내가 강씨 가문 그 여자랑은 어울리지 말라고 했는데, 오히려 공개적인 자리에 그 여자를 데리고 나타난 것도 모자라 아이까지 데리고 다녀?” “세상 사람들이 다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거냐?”준서가 고개를 살짝 돌려 옆에 선 은별을 바라보았다. 말은 없었지만, 그 눈빛은 분명했다. ‘내가 할아버지한테 일렀다고 생각하나 보네.’ 은별은 입술을 꾹 다물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예전 같았으면 서운함에 목이 메었을 테지만, 정말로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변명조차 하기가 귀찮아졌다.“할아버지, 저희를 부르신 이유가 저를 심문하기 위해서인가요?”준서의 말에 이준택의 분노는 정점을 찍었고, 가슴이 거세게 오르내렸다.“그게 무슨 태도야? 네가 이제 다 컸다고, 장가도 들고 자식도 있다고, 네 마음대로 행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은별은 곁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었지만, 이준택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며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준서,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그 여자와 당장 연락을 끊어라. 쓸데없는 짓 벌이지 말고, 은별이랑 단란하게 잘 살아!”“할아버지, 저와 리연이는 단순한 업무 관계일 뿐입니다. 리연이는 저희 회사 소속 디자이너일 뿐이에요.”준서 역시 결코 물러서지 않을 듯 단호했다.본가에 올 때마다 반복되는 일상과도 같은 풍경이었다. 처음엔 은별 몰래 준서를 따로 혼내시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은별이 보는 앞에서 직접 꾸짖기 시작했다.아마도 이준택의 꾸지람이 준서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걸 깨달은 시점부터였을 것이다.모든 것을 내려놓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돌아보니, 은별은 그저 마음이 지칠 뿐이었다.이준택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것은 고마
Magbasa pa

제24화

집사 권우혁이 허리를 굽힌 채 검은 도자기 그릇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릇 가장자리에서 피어오르는 김에서도 씁쓸한 한약 냄새를 짙게 풍기고 있었다.책상 앞에 앉은 이준택의 가슴은 여전히 격렬하게 들썩거리고 있었다. 책상 위에 올린 뼈마디가 드러난 야윈 손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권우혁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회장님, 의사 선생님께서 그토록 당부하셨잖습니까? 절대 화를 내시면 안 된다고요. 자칫 혈압이라도 다시 오르시면 어쩌시려고...”준서는 그곳에 묵묵히 서 있었다. 날이 선 턱선은 차갑고 날카로워 보였다. 준서의 시선이 이준택의 창백하게 질린 입가를 스치더니, 책상 위에 놓인 탕약으로 향했다. 목젖이 미세하게 움직였지만, 결국 입을 다문 채 침묵을 지켰다.은별은 눈을 내리깔고 권우혁이 약을 이준택 앞으로 조심스레 내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진한 갈색의 탕약이 그릇 안에서 잔잔하게 흔들리자, 코를 찌르는 쓴 냄새가 더욱 짙게 퍼져 나와서 은별은 본능적으로 숨을 멈춰야 했다.워낙 쓴맛이 강했던 탓인지, 이준택은 약을 넘기며 미간을 깊게 찡그렸다. 목젖이 간신히 위아래로 움직였고, 간신히 한 그릇을 모두 비운 뒤에는 길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은별은 재빨리 휴지를 뽑아 건넸다. 이준택의 뼈만 남은 야윈 손등이 스치는 순간, 은별의 가슴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올 듯한 한숨이 절로 목을 넘어섰다.하서가 올린 SNS 속 사진들이 여전히 눈에 밟혔지만, 눈앞의 이준택이 이토록 허약해진 모습을 보니, 입 밖으로 나오려던 이혼 얘기를 은별은 꾹꾹 눌러 삼킬 수밖에 없었다.방안은 진한 한약 냄새로 가득 찼다. 그 공기는 은별로 하여금 섣불리 어떤 파문을 일으킬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다. 이준택한테 또 다른 충격을 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이준택이 입가를 닦자, 은별은 재빨리 미지근한 물을 건넸다. 물을 몇 모금 삼키자 이준택의 안색은 한결 나아지는 듯했다.이준택의 호흡이 차츰 안정을 찾았다. 탁
Magbasa pa

제25화

은별과 준서의 결혼 역시 이준택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였다. 이준택은 진심으로 은별에게 든든한 안식처를 마련해 주고자 했다. 은별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곁에 선 남자에게로 향했다.단정하게 맞춰 입은 정장 위로 소나무처럼 꼿꼿한 자태였지만, 온몸에 감도는 냉랭한 기운은 마치 얼음 장막을 친 듯해 저절로 시선을 피하게 만들었다. 예전에 은별은 자신의 온기로 그 차가운 벽을 녹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오히려 자신까지 그 얼음에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결혼한 지 7년. 처음의 예의 바른 부부에서 이제는 남남처럼 지내는 사이가 될 때까지, 이준택이 꿈꾸던 평안은 날마다 쌓이는 냉담 속에서 이미 닳아 없어져 버렸다.“할아버지, 너무 걱정 마세요. 건강이 제일 중요하잖아요.”은별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이준택의 손등을 토닥였다. 하지만 예전처럼 무슨 맹세나 약속은 하지는 않았다.이준택은 은별을 응시하더니 깊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준서 쪽으로 손을 저었다.“됐으니까 너는 먼저 나가 봐라. 은별이만 남고. 이 할애비랑 함께할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구나.”준서의 걸음이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내뱉지 않은 채 문을 나섰다.서재 문이 닫히자마자 복도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 왜 혼자 나왔어? 할아버지가 또 저 여자만 따로 남겨두신 거야...”남주였다.뒤이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갑자기 목소리가 끊겼다. 그러더니 왠지 모르게 말투가 바뀌었다.“난 진짜 할아버지 생각이 이해가 안 가. 왜 남의 집 딸을 보물처럼 감싸시는 거야? 우리가 친손자 친손녀 아니야?”준서의 목소리는 워낙 낮아 잘 들리지 않았지만, 남주의 불평은 점점 커져만 갔다.“그렇잖아. 처음부터 할아버지가 억지로 저 여자를 집안에 들이지 않으셨으면, 우리 집에 이런 골치 아픈 일이 생길 리도 없었을 텐데...”발소리와 투덜거림이 점점 멀어졌다. 서재 안, 은별의 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오그라들었다.그 말들은 날카로운
Magbasa pa

제26화

이준택은 오늘따라 유독 말이 많았다. 준서 어릴 적 에피소드를 끊임없이 이야기하더니, 은별과 준서의 성격이 얼마나 잘 맞는지를 거듭 강조했다. 은별은 끝까지 참을성 있게 들으며, 때때로 다정한 목소리로 맞장구를 쳐주고 조용히 위로했다. 하지만 그 태도는 내내 담담하기만 했다.이준택 역시 그 미묘한 거리감을 눈치챘는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이쯤 되면 하서도 엄마 찾겠다고 난리 피울 시간이겠지. 이만 가 보거라.”시계를 확인한 은별은 이준택도 쉬어야 할 시간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방을 나섰다.서재 문을 닫고 돌아서는 순간, 은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몸을 돌리자, 마치 그림자처럼 복도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남주와 마주쳤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주의 눈빛에는 은별을 향한 알 수 없는 우월감과 적대감이 가득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은별은 남주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계단으로 향했다.부부의 침실은 3층에 있었다. 복도에 들어서고 이준택의 귀에 닿지 않을 만큼 거리가 멀어지자, 남주가 갑자기 성큼성큼 다가와 은별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거의 얼굴이 맞닿을 듯 가까이 다가섰다. 목소리는 낮췄지만, 오만한 말투는 여전했다.“심은별, 내가 한 말 다 까먹은 거야? 디자인 원고는 도대체 언제 완성되는 거지?”인내심이 바닥난 남주의 모습을 보며 은별은 미간을 찌푸렸다. 은별은 반 걸음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며, 물 흐르듯 잔잔한 목소리로 답했다.“이미 말했잖아. 시간 없어서 안 된다고. 다른 사람 찾아봐.”“아니, 너 제정신이야? 내가 대체 어디서 사람을 구해 와?” 남주가 화가 치밀어 발을 동동 굴렀다.그런 인맥이 없다는 것은 둘째 치고, 설령 사람을 구한다 해도 이 일이 무슨 자랑할 일이겠는가? 게다가 몇 년째 은별의 디자인 원고를 가로채 자신의 작품인 양 내놓아 온 터였다. 갑자기 작가를 바꾸면 디자인 스타일이 달라져 발각될 수도 있었다. 대리 작가를 썼다는 사실
Magbasa pa

제27화

“근데 엄마는 그림 그릴 줄 모르실 텐데...”하서는 은별이가 디자인 원고를 그리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하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전문 주얼리 디자이너인 남주가 왜 은별한테 원고를 그려달라고 하는지, 게다가 들킨 뒤에는 엄마와 그림 그리기로 약속한 척까지 하고 말이다.“우리 엄마는 식탁 닦고 밥 하고 동화 읽어주는 것밖에 못 해요. 고모가 정말 도움이 급하면 리연 이모한테 부탁해 보는 게 어때요?”리연의 이름이 나오자 하서의 얼굴에는 존경심이 가득했다.“고모, 리연 이모 아세요? 이름은 강리연인데, 진짜 대단한 디자이너예요.” “지난번에 아빠랑 놀러 갔을 때 이모가 디자인한 목걸이 봤는데, 진짜 예뻤어요. 저도 커서 꼭 리연 이모처럼 될 거예요. 절대 엄마처럼 되진 않을...”하서는 자랑하느라 신이 난 나머지, 은별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말았다. 그리고 허겁지겁 작은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천진난만하고 맑은 하서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고요한 복도 안에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남주는 은별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눈빛 속의 분노가 거의 넘쳐흐를 듯이 은별을 탓하고 있었다.“그래, 두고 봐. 내가 엄마한테 말할 테니까!”말을 마치자마자 준서에게 인사할 새도 없이 화가 난 채 계단으로 내려갔다. 급하고 무거운 발소리는 가슴속 불 같은 화를 고스란히 말해주는 듯했다.은별은 남주의 협박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누가 오든 간에, 돕지 않겠다고 한 그녀의 결정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이씨 가문 식구들이 자신에게 불만을 품은 것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 이참에 더 밉보인들 잃을 것도 없었다.자신의 등장에 무심하게 등을 돌리고 가버리는 준서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수년간 반복된 일과에 은별은 이미 무뎌져 있었다.은별은 볼을 툭 내민 하서를 내려다보며, 아이의 서운한 기색은 애써 외면한 채 덤덤하게 말했다. “하서야, 시간이 늦었어. 이제 자야 할 시간이야.”“근데 엄마가 동화 안 읽어줬잖아요
Magbasa pa

제28화

하서가 죽을 먹겠다고 보채던 날, 은별은 팔뚝에 뜨거운 죽을 쏟고도 아픈 기색 하나 없이 서둘러 그릇을 내밀었다. 아이가 다 먹을 때까지 정성껏 먹여준 준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상처를 돌볼 틈이 생겼다. 그 탓에 화상 자국은 피부에 깊게 패어 영원한 흉터로 남았다. 아무리 값비싼 흉터 제거 크림을 발라 봤자 색만 옅어질 뿐,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지금, 하서는 눈물을 그렁그렁 머금은 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은별의 가슴은 예전처럼 아프지도, 죄책감에 짓눌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하서를 달래줄 마음조차 생기지 않았다.SNS에는 매일같이 ‘새엄마’가 등장했다. 10마디 중 8마디는 리연에 관한 이야기였다. 반면 ‘친엄마’는 필요할 때만 간신히 생각나는 존재일 뿐이었다.생각해 보면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은별은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하서를 비켜서서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준서는 오늘 밤 돌아오지 않을 테니, 드디어 홀로 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계획은 완벽해 보였지만, 하서의 고집은 은별의 거절에 불붙은 듯 더 거세졌다.“싫어요! 동화 읽어달라고요! 엄마, 동화 읽어주세요!”하서는 동화책을 쥔 채 침대까지 달려가 은별의 팔을 마구 흔들었다. 날카로운 아이 목소리가 귀를 찌를 듯했다. “싫어요, 싫어요. 동화 꼭 들을 거예요!”“하서야.”은별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하서를 불렀다. 목소리가 쉬면서 말투까지 무거워진 탓인지, 하서는 잠시 멈칫했다. 이내 눈시울이 붉어지며 소리쳤다. “엄마 싫어요!”“다시는 엄마라고 안 부를 거예요! 난 리연 이모가 내 엄마였으면 좋겠어요!”이 말에 은별은 멍하니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창백해진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문자에는 말투가 담겨 있지 않아서, 하서의 SNS에서 본 ‘새엄마’에 대한 글들은 은별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직접 듣는 말 한마디는 훨씬 더 큰 상처가 되어 돌아왔다.
Magbasa pa

제29화

“우리 이씨 가문 돈으로 먹고 살면서, 감히 나한테 버릇없이 굴어? 이번에 제대로 혼내 주지 않으면, 내일 당장 엄마한테 기어오를지도 몰라요.”남주는 영리했다. 단순히 자신의 불만만 토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미선까지 슬쩍 끌어들였다.이 말에 안미선의 부드러운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눈꼬리가 날카롭게 치켜 올라가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 동생이 하는 소리, 다 들었니?”남자는 소파 한구석에 기대앉아 있었다. 거실의 따뜻한 조명과 준서가 내뿜는 냉기 어린 그림자가 묘하게 뒤섞여, 윤곽이 흐릿하게 일그러진 듯했다. 마치 혼자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듯했다.그림자 속에서도 유독 선명한 눈동자는, 은별을 혼내 주겠다는 모녀의 말에 미동조차 없었다. 시종일관 무심하고 차가울 뿐이었다.“알겠어.” 준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드 정지시켜 놓을게.”어차피 집에만 있는 은별은 먹고 마시는 데 부족함이 없으니, 돈이 전혀 필요하지 않을 테니까.정작 준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수년간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은별이 도맡아 왔다는 사실을. 신선한 식자재와 몸에 좋은 음료, 좋은 옷들. 이런 것들 중에 돈이 안 드는 게 어디 있을까?오늘 카드를 정지시킨다면, 내일 당장 두 사람은 낡거나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치고, 하서의 알레르기를 유발할지도 모를 음식을 입에 넣게 될 터였다.물론,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하서의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음식도 있긴 하다. 하지만 과연 하서의 입에 맞을까?단지 그 한 그릇의 죽에도, 은별의 심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모른다. 그냥 물에 불려서 끓인 하얀 죽이 그렇게 맛있을 리가 있나?이 모든 것을 2층 난간 너머로 듣고 있던 은별의 다리가 휘청거렸다. 남자가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모녀의 요구를 받아들인 그 순간, 현기증이 일면서 난간을 꽉 쥐지 않았다면 그대로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졌을지도 몰랐다.이혼을 결심한 마당이었지만, 7년간 쏟은 정성은 결코 거짓이
Magbasa pa

제30화

그 뒤로 그들이 또 무슨 말을 늘어놓는지, 은별은 더 이상 들을 생각도 없었다. 준서가 확고하게 리연을 선택한 순간, 그동안 자신이 품었던 모든 기대와 바람이 너무나 우스꽝스러웠기 때문이다.‘강리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 대체 뭘 기대했던 걸까?’‘이준서가 돌아서서 자신을 한 번쯤 돌아봐 주길 바란 걸까, 아니면 하서가 엄마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바꿔 주길 원했던 걸까?’은별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쓰라린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심은별, 넌 정말 한심하구나. 저 사람들이 널 이토록 무시하고 외면하는데도, 대체 뭘 더 바라겠다는 거야?”하지만...7년이 훌쩍 넘는 감정이란, 어찌 하루아침에 내려놓을 수 있겠는가?비록 은별이 의식적으로 과거의 습관을 지우려 애쓰고 있었지만, 몸과 마음이 일상의 구석구석에 배어든 7년의 흔적을 완전히 떨쳐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습관이란 게 무서운 법이다. 사랑도 마찬가지였다.은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헛된 기대를 머릿속에서 떨쳐냈다. 그리고 조용히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준서의 무시도, 하서의 냉담도 없는 이런 날들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은별은 마치 인형이 미소 짓는 표정을 따라 하는 사람처럼, 다소 굳은 미소를 입가에 살짝 띠웠다. 삶이 이미 충분히 고단하니, 이제는 스스로를 즐겁게 만드는 법을 찾아야 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문 여는 소리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준서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은별이 고개를 돌리자마자, 두 사람의 시선이 정확히 맞닿았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두 사람 눈빛에 담긴 냉기 또한 선명해졌다.은별이 준서에게 이런 태도를 보인 건 처음이었다. 솔직히 말해, 상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해방감 넘치는 일이었다. 은별은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준서의 얼음장처럼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을 보니 차마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았다. 그래서 은별은 아
Magbasa pa
PREV
123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