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가장 잔인한 축복: Bab 161 - Bab 170

179 Bab

161화 숨겨진 진실

지수의 SNS에 도안이 올라온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전 세계 Z의 팬덤과 주얼리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어졌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운 의문에서 시작되었다.—어? Z의 세 번째 도안, 이거 CB가 이번에 내놓은 ‘검은 태양’이랑 너무 비슷하지 않아?—아냐, 자세히 봐. 메인 보석의 커팅 기법이 완전히 달라. Z의 도안이 훨씬 정교하고 유려해. CB 쪽이 조잡하게 흉내 낸 거 같은데?—설마 CB가 김인식 장인이 인정한 'Z'를 따라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새벽 사이 커뮤니티에는 두 디자인을 픽셀 단위로 대조한 정밀 비교 글까지 등장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한 날카로운 대중문화 기자의 폭탄 같은 단독 보도가 터졌다.[CB의 야심작 ‘검은 태양’, 천재 디자이너 Z의 3년 전 미공개 도안 표절?]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초대형 산불로 번졌다.참다못한 지수의 글로벌 팬덤과 대중들은 행동에 나섰다. 그날 오후, 강남의 CB 본사 빌딩 앞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빌딩 앞 도로에는 ‘디자인 도용 해명하라’, ‘Z의 진심을 훔치지 말라’는 붉은 글씨가 번쩍이는 LED 트럭 시위 차량 수십 대가 줄을 지었다. 심지어 CB 본사 맞은편 대형 전광판까지 팬들이 통째로 대여해 두 디자인의 비교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출하기 시작했다.처음에 CB는 ‘무대응이 상책’이라며 철저한 무시로 일관했다. 그러다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자 슬그머니 얄팍한 해명 기사를 냈다.[디자인적 유사성은 트렌드에 따라 존재할 수 있으나, 해당 기법은 이지수 대표만의 독점적 특징이 아니다.]어떻게든 물타기를 해보려는 비겁한 변명이었다. 하지만 그 시각, CB의 대표실 내부 분위기는 겉으로 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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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화. 소중한 추억이라는 가면

결국 사방이 꽉 막힌 막다른 길에 몰린 CB 그룹이 선택한 것은, 살아남기 위한 가장 추악하고도 궁여지책인 ‘꼬리 자르기’였다.표절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터지고 며칠 뒤, 한수진은 쏟아지는 수백 발의 카메라 플래시 앞에 섰다. 핏기가 가신 채 새하얗게 질린 얼굴에, 어느덧 8개월 차에 접어들어 무겁게 부풀어 오른 배를 한 손으로 가냘프게 감싸 쥔 처량한 모습이었다. 온 세상의 비난을 홀로 감당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보이기 위해, 강도진과 CB의 홍보팀이 머리를 맞대고 치밀하게 연출해 낸 눈물의 기자회견 쇼였다.수진은 연신 마른기침을 뱉으며,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검은 태양’의 도안을 대중 앞에 공개했다. 이내 마이크를 잡은 그녀의 목소리가 처연하게 울려 퍼졌다.“……천재 디자이너 Z의 오랜 팬으로서, 그녀의 찬란한 작품 세계를 동경하고 깊이 공부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이번 ‘검은 태양’의 많은 부분에 그 영감이 과하게 투영되었습니다. 창작자로서의 미숙함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켜, 디자이너 Z님과 그녀를 아끼는 팬분들께 고개 숙여 깊이 사죄드립니다.”‘표절’이나 ‘도둑질’이라는 단어는 단 한 마디도 쓰지 않았다. 대신 ‘과한 영감’과 ‘창작자로서의 미숙함’이라는 얄팍한 단어로 범죄를 포장한 비겁한 변명이었다.하지만 만삭의 임산부가 숨을 헐떡이며 눈물을 흘리는 허약한 모습과, 곧 태어날 뱃속의 아이를 방패막이 삼는 연출은 대중들의 자극적인 분노를 희석하기에 딱 좋은 무기였다. 눈물 섞인 사죄가 전파를 타자 인터넷 여론은 미묘하게 흔들렸고, 덕분에 CB 그룹은 파멸 직전의 문턱에서 간신히 한고비를 넘긴 듯 보였다.하지만 지수는 그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발을 뻗고 자도록 방치할 만큼 무른 사람이 아니었다.정확히 수진의 기자회견이 있은 지 일주일 뒤, 완벽하게 전열을 정돈한 제이아우라의 법무팀이 일제히 움직였다. 월가와 글로벌 무대에서 뼈가 굵은 Z의 공식 변호인단은 CB 그룹과 한수진을 상대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저작권 침해 및 디자인 무단 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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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화. 차원이 다른 요새 (1)

강도진의 비열한 발악은 다음 날에도 끈질기게 이어졌다.도진은 개인 SNS에 지수가 남기고 간 또 다른 스케치 한 장을 슬그머니 업로드했다. 그러고는 마치 세상에 둘도 없는 절절한 순정남이라도 된 양,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캡션을 덧붙였다.[나에게 남겨진 또 하나의 소중한 선물. 그 시절, 네가 나를 위해 밤을 새우며 그렸던 이 흔적들을 보며 여전히 버틸 힘을 얻어.]기가 막힌 타이틀 세탁이자 추악한 프레임 전환이었다. 지수가 기준에 미치지 못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던 디자인 초안들은, 도진의 교묘한 문장 몇 줄을 통해 ‘이혼 전 남편에게 남긴 애틋한 사랑의 선물’로 순식간에 둔갑해 버렸다.여기에 며칠 전 가녀린 배를 움켜쥐고 눈물을 흘렸던 한수진의 만삭 기자회견 모습까지 겹치자, 대중들 사이에서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아무리 천재 디자이너 Z라지만, 아이를 가진 임산부를 상대로 너무 가혹하게 법적 처벌을 몰아붙이는 게 아니냐는 비뚤어진 동정 여론이 슬금슬금 고개를 든 것이다.하지만 지수는 눈앞의 얄팍한 언론 플레이 따위에 단 1초도 신경 쓰지 않았다.“대표님, CB 쪽에서 임산부 동정 여론을 이용해 대대적으로 언론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쪽에서도 즉각 대응 보도자료를 낼까요?”“아니요, 김 실장님. 그냥 놔두세요. 벼랑 끝에 선 쥐새끼가 짖는 소리에 우리가 일일이 반응해 줄 필요 없어요.”지수는 고요하게 미소 지었다. 자신이 직접 진흙탕에 발을 담그지 않아도, 가짜 뒤에 숨은 진실을 밝혀줄 이들은 차고 넘쳤다.지수를 진심으로 아끼는 그녀의 지인들은 강도진의 파렴치한 여론몰이를 결코 보고만 있지 않았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슬비였다. 최근 지현의 세기적인 프로포즈로 인해 A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팔로우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슬비의 공식 계정에 하나의 저격 글이 올라왔다.[너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속상해했었지만, 나에겐 너무나 아름답고 슬픈 작품이었어.]슬비가 올린 글과 사진은 즉시 전 커뮤니티로 퍼져나갔다. 사진 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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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 차원이 다른 요새 (2)

고객이 서명을 마친 계약서의 한 부를 챙기며, 지수는 은은한 미소를 띤 얼굴로 또 다른 서류 한 장을 꺼내 들었다.“고객님께서 원하시는 디자인입니다.”서류를 확인한 안주인은 또 한 번 숨을 들이켰다. 이 비밀 상담실을 예약했을 때 그녀가 받았던 질문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금전적 문제인가요? 아니면 권력의 문제인가요?]그리고 자신이 보낸 짤막한 답은 오직 ‘금전’이었다. 그 단 하나의 단어만으로, 이지수는 자신이 처한 가장 은밀하고 뼈아픈 딜레마를 정확하게 꿰뚫어 본 것이다.“……어떻게 알았지? 나를 뒷조사라도 한 건가요?”안주인의 눈빛에 순식간에 날카로운 경계심이 서렸다. 방어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고객을 향해, 지수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단호하게 꺼내 들었던 서류를 다시 거두어들이며 말했다.“우리 같은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세금이고, 평생을 바쳐 모은 유산이 조각나는 것이죠. 그리고 사장님 부군께서 바깥에서 낳아온 사생아가 여럿 존재한다는 사실을…… 과연 K국 상류층 사교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숨긴다고 숨겨지는 치부가 아닙니다, 사장님.”지수의 목소리에는 자비가 없었다.“이 제안이 원치 않으시면, 지금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이곳을 떠나시면 됩니다. 잡지 않겠습니다.”지수의 서슬 퍼런 단호함에 안주인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방금 서명한 계약서와, 블랙과 고급 원목을 이용해 어두우면서도 기이할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된 상담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전파가 완벽히 차단되어 검은 화면으로 죽어 있는 휴대폰이 이곳의 보안을 증명하고 있었다.여기서 나가면, 남편이 죽은 뒤 사생아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핏대를 세울 유산 전쟁에서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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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화 또 다른 달

‘The Moon’의 화려한 오픈식 이후, CB 그룹의 강수한과 김미자 부부는 도진을 붙잡고 당장 수진과 헤어지고 지수를 어떻게든 빌어 서라도 다시 데려오라며 밤낮으로 악을 쓰며 다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제이아우라 측에서 보낸 천문학적인 액수의 저작권 고소장까지 날아들자, 눈이 뒤집힌 김미자는 무작정 지수를 만나 담판을 짓겠다며 ‘The Moon’으로 쳐들어갔다.하지만 ‘The Moon’의 모든 집무실은 마치 달의 뒷면처럼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어, 평범한 방법으로는 입구조차 찾을 수 없었다.분통을 터뜨리며 로비를 서성이던 김미자의 눈에, 마침 딸 예인이의 손을 꼭 잡고 출근하는 지수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김미자는 독기를 품고 지수의 뒤를 미행했다. 지수가 향한 곳은 ‘The Moon’ 본관 옆, 본관과 흡사하게 고고한 디자인으로 지어진 별관 건물이었다.지수를 따라 문을 열고 들어선 김미자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그곳은 평범한 쇼핑몰의 수유실이나 간호사 몇 명 앉아 있는 의무실 수준이 아니었다. 제이아우라 직원들의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최고급 어린이집과 유치원, VVIP 고객들의 자녀들이 안전하게 머무는 키즈카페와 도서관, 그리고 격조 높은 미술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긴급 상황 시 즉시 대처할 수 있는 전문 응급의료진이 상시 대기 중인 최첨단 치료실과 입원 병실까지 갖춰져 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이 모든 상상 초월의 복지 시설들이 ‘The Moon’을 이용하는 고객과 직원들에게는 전부 ‘무료’로 제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미자는 차원이 다른 규모감에 입을 벌렸다.한참을 정신없이 구경하던 김미자는 뒤에서 들려오는 서늘한 목소리에 펄쩍 뛰며 뒤를 돌아보았다.“이제 구경은 다 하셨나요, 전(前) 시어머니?”어느새 예인이를 유치원에 들여보내고 홀로 선 지수가 차가운 눈으로 김미자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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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화 도진의 눈물

한수진이 입원한 VIP 병실은 기이할 정도로 고요하고 어두웠다. 임신 8개월 차에 맞이한 조산 위기 속에서 수진이 겨우 안정을 찾고 깊은 잠에 빠져든 시간, 강도진은 병실 구석에 놓인 비좁은 보호자용 침대에 거대한 몸을 구기듯 누워 있었다.어둠 속에서 도진의 얼굴을 비추는 것은 오직 스마트폰의 시린 액정 불빛뿐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 지수가 유산했던 아이의 초음파 사진을 올릴 때만 해도 도진은 승리를 확신했다. 대중들은 자극적인 서사에 쉽게 휘둘리니, 이지수를 매정한 여자로 몰고 가 저작권 소송의 논점을 흐리면 그만이라 생각했다.“이제 다 끝났어. 이지수, 네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모성애를 버린 여자라는 낙인이 찍히면 끝이야…….”도진은 비열한 미소를 머금은 채 여론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새로고침했다. 그러나 도진의 눈앞에 마주한 현실은 승전보가 아닌, 자신을 향해 사방에서 쏟아지는 날 선 비난과 저주의 칼날들이었다.[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포상기태로 수술한 진단서를 낙태로 둔갑시키냐?][강도진 진짜 악마 같다. 아내가 죽을 뻔한 병명을 선동에 이용해?]“이걸…… 어떻게 안 거지? 설마 이지수가 직접 포상기태라고 알렸나? 우울증 진단서라니? 이게 다 무슨 말이야”도진의 동공이 잘게 흔들렸다. 손가락을 벌벌 떨며 화면을 내리던 그의 시선이 지수를 친언니처럼 따르던 탑모델 혜진의 폭로 게시글에 멈추었다.[지수 언니가 홀로 정신과를 다니며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했던 그 지옥 같은 시간 동안,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순간, 도진은 목이 조여오는 듯한 극심한 숨 막힘을 느꼈다. 심장이 거칠게 요동쳤다.“우울증……? 이지수가 우울증이었다고? 나한테는&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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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화. 거미줄에 걸린 나비

강도진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회사 일을 처리하기 위해 병실을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 기이할 정도로 고요하던 한수진의 VIP 병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스르륵 눈을 뜬 수진은 조산 위기로 링거를 주렁주렁 매단 채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은 도진이 아닌, 얼마 전 지수와의 갈등으로 인해 CB 그룹에서 처참하게 잘려 나간 전(前) CS 팀장이었다. 그의 몰골은 이미 예전의 번듯하던 대기업 팀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도박 빚과 실직의 스트레스로 인해 눈 밑이 튄 채 독기만 남은 눈빛이 수진을 향했다.“팀장님……?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찾아와요? 당장 나가요!”수진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움켜쥐며 소리쳤지만, CS 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침대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배를 감싸 쥔 수진을 내려다보며 비수 같은 비웃음을 날렸다.“한수진 씨, 이런 유치한 장난은 이제 그만 좀 하지? 임신 8개월에 조산 위험이라니. 강도진 붙잡아 두려고 병원에 누워서 쇼하는 거, 내 눈은 못 속여.”“쇼라니요! 난 정말 배가 아파서……!”“닥쳐.”CS 팀장이 거칠게 수진의 말을 자르며 낮게 읊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서늘한 냉소와 협박이 서려 있었다.“착각하지 마. 네가 지금 강도진 옆에서 사모님 소리 들으며 버틸 수 있는 건 오직 그 배 속에 있는 핏줄 하나 때문이야. 그 아이가 사라지는 순간, 강도진의 모든 관심과 CB의 후계자 자리도 신기루처럼 사라질 거라는 거, 네가 제일 잘 알잖아? 그러니까 꾀병이든 진짜든 그 아이 하나만큼은 목숨 걸고 잘 지켜.”수진은 숨이 턱 막히는 공포를 느꼈다. CS 팀장은 주머니에서 묵직한 USB 하나를 꺼내 수진의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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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화. 버려진 이름

조산 징후로 고위험 산모 병동에 입원해 있는 내내, 수진의 기분은 평안과 극도의 불안을 소용돌이치듯 오갔다.그날은 유난히 예민했던 날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배가 뭉쳐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생각되는 그 불쾌한 감각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자주 느껴졌다. 평소라면 억지로 누르고 신경도 쓰지 않으려 했던 회사와 디자인에 관한 걱정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정적이 흐르는 1인실 병실 안. 수진이 잔뜩 뭉친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밭은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였다. 복도 너머 닫힌 문틈 사이로 간호사들의 수군거림이 흘러들었다.“어머, 뉴스 봤어? 결국 그 브랜드 표절 인정했네.”“그러니까. 원작자한테 사용료 다 주고, 메인 디자이너 이름도 올려주기로 했다며? 결국 진짜 실력자는 따로 있었던 거지.”“그동안 기세등등하던 그 총괄디자이너는 어떻게 되는 거야? 이제 완전히 업계에서 매장당한 거나 다름없잖아. 불쌍해라.”‘표절? 총괄디자이너? 매장?’ 가슴속에서 불길한 경종이 사정없이 울렸다. 수진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링거 바늘이 꽂힌 손을 부들부들 떨며 침대 머리맡에 놓인 스마트폰을 가로챘다.포털 사이트 메인은 이미 CB 그룹의 공식 입장문으로 시뻘겋게 도배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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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화. 핏줄의 무게

도진의 벼랑 끝 전술은 보기 좋게 맞아떨어졌다.CB 그룹이 표절을 공식 인정하고 수진을 해임한 뒤 원작자 지수와 계약을 체결하자, 시장의 반응은 도진의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특종] Z(지수), ‘영원한 사랑’ 이후 CB와 다시 손잡다... 업계 지각변동 예고과거 업계를 뒤흔들었던 지수(Z)의 전설적인 컬렉션 ‘영원한 사랑’을 기억하는 대중과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원작자를 예우하는 대기업의 ‘책임 경영’ 프레임은 실추되던 CB의 브랜드를 순식간에 신뢰의 아이콘으로 탈바꿈시켰고, 폭락하던 주가는 기적처럼 반등하며 안정을 찾았다.물론 지수의 제이아우라 측은 즉각 선을 그었다.“이번 협업은 오직 ‘검은태양’ 이번 컬렉션에 한해서만 진행되는 단발성 계약입니다. CB 그룹과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철저하고 냉정한 선긋기였으나, 이미 달아오른 업계의 긴장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비즈니스 세계에 영원한 적은 없다’는 말처럼, 앞으로 두 세력이 어떻게 얽히게 될지 모른다는 기대감 자체가 CB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 셈이었다.회사에 들이닥친 큰 불을 끄고 나서야, 도진은 비로소 무거운 걸음을 옮겨 수진이 입원한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문을 열자마자 도진을 맞이한 것은 차가운 정적이 아닌, 깨진 유리 파편과 찢어진 시트, 그리고 날카로운 비명이었다.“당장 나가! 나를 버릴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내 동정을 살피러 온 거야? 도진 씨,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수진은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침대 위에서 히스테릭하게 소리를 질렀다. 눈 밑은 거멓게 죽어 있었고, 온몸은 분노와 배신감으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l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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