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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장 잔인한 축복: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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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화 악인들의 교차로

“너 때문에 오늘 내가 무슨 꼴을 당했는지 알아?!”수진은 전화를 받기가 무섭게 수화기 너머로 쏟아지는 박 팀장의 분노를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도진에게 감금당한 채 30억을 마련해야 하는 벼랑 끝 상황. 한참의 망설임 끝에 고객 정보를 빼낼 수 있는 유일한 권한자이자, 어쩌면 제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진짜 아빠일지도 모를 남자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하지만 과거 침대 위에서 속삭이던 그의 다정했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었다. 아니, 애초에 수진이 임신 사실을 알리고, 이 아이를 도진의 아이로 만들자고 작당했을 때부터 그의 다정함은 이미 사라졌을지도 모른다.수진이 박 팀장을 처음 만난 건, 도진과 함께 참석했던 어느 상류층 사교 파티장에서였다.당시 도진은 상류 사회의 문법에 어설픈 수진을 못마땅해하면서도, 사람들 앞에서는 그녀보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통제욕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때 업무차 잠시 파티장에 들렀던 박 팀장은 도진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수진에게 다가왔다. 그는 수진이 실수하지 않도록 와인 잔을 쥐는 법부터 가벼운 사교술까지 속성으로 알려주며, 다정하게 명함을 남기고 사라졌다.수진은 도진의 오만함에 무시를 당하고 상처받을 때마다 묘하게 그 다정했던 박 팀장이 떠올랐다. 그리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어느 날 밤, 술에 취한 도진이 길거리에 수진을 매몰차게 버려두고 가버렸을 때, 수진은 홀린 듯 박 팀장에게 연락을 하고 말았다.그것이 두 사람이 얽힌 질척한 인연의 시작이었다.그 이후 수진은 도진의 눈을 피해 수시로 박 팀장을 만났고, 어떤 날은 도진과 몸을 섞은 직후에 박 팀장의 품에 안기기도 했다.그 문란한 이중생활이 결국 누구의 씨인지 알 수 없는 임신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렸을 때, 박 팀장의 반응은 차갑고도 치밀했다.‘수진아, 이 아이의 아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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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화. 태양의 민낯

청담동의 밤은 깊었지만, CB 그룹 본사 지하의 특별 검수실은 대낮처럼 환한 불빛 아래 숨 막히는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강도진은 타들어 가는 속을 감추며 테이블 위에 놓인 검은 벨벳 상자를 노려보았다. 상자 안에는 이번 ‘검은 태양’ 리미티드 에디션의 메인 피스인 블랙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기괴할 정도로 묵직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도진이 직접 외부에서 초빙한 세공사, 채준영의 작품이었다.명장 김인식의 제자라는 타이틀, 그리고 ‘Z의 작품이 세상에 공개되는 날 검은 태양도 함께 베일을 벗겨달라’던 그 오만한 자신감에 도진은 기꺼이 거액을 지불했었다. Z를 꺾고 제이아우라를 짓밟겠다는 준영의 열등감 섞인 독기가 도진의 목적과 완벽히 부합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도진의 눈앞에 있는 결과물은, 그의 기대와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채 작가. 이게 정말 최선입니까?”도진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내려앉았다. 검수실 한구석에서 초조하게 손가락을 얽고 있던 채준영의 안색이 순간 굳어졌다.“최선이라니요, 강 사장님. 김인식 명장의 공방에서 나온 블랙 다이아몬드의 결을 가장 극적으로 살린 세공입니다. 감히 단언컨대 Z 그 인간은 흉내도 못 낼…….”“입 다물고 여기 와서 똑바로 봐!”도진이 거칠게 루페(보석 감정용 확대경)를 테이블 위로 내던졌다.보석에 관해서는 전문가 수준의 안목을 가진 도진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채준영의 실력은 스승인 김인식은커녕, 그 밑에서 함께 배웠다던 Z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천재적인 감각을 가진 Z에게 평생 품어온 열등감이 준영의 눈을 가린 것이 분명했다.도진이 나직하고 날카로운 손가락으로 목걸이의 중심부를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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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화. 가짜들의 축제

‘검은 태양’ 리미티드 에디션 쇼케이스가 열린 CB 그룹 본관 메인 홀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상류층 VVIP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수진의 아동학대 스캔들로 사전 계약의 절반이 날아가는 수모를 겪었지만, 도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은 절반의 VVIP들의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기 위해 홀의 분위기를 몽환적이고 어둡게 연출했다. 메인 쇼케이스 위로는 비스듬하게 꺾인 할로겐 핀 조명이 블랙 다이아몬드를 기괴하고도 화려한 각도로 비추고 있었다.본질을 감추기 위한, 철저하게 계산된 눈속임이었다.하지만 홀에 들어선 VVIP들의 표정은 도진의 기대만큼 경탄으로 물들지 않았다. 도진은 수진이 망쳐놓은 준비 과정을 단기간에 만회하고자, 과거 지수가 CB의 안주인으로 있을 때 기획했던 전설적인 파티들의 콘셉트를 고스란히 베껴왔다. 동선, 플라워 데코, 심지어 식전 샴페인의 종류까지."……어머, 이거 2년 전 신규 브랜드 런칭 파티 때 썼던 인테리어랑 완전히 똑같네?""그러게. 대단한 걸 보여줄 것처럼 굴더니, 결국 아이디어 고갈이군. 예전에 짜놓았던 판의 재탕이잖아?"귀족들의 날카로운 속삭임이 도진의 귓가를 스쳤다. 지수의 그림자를 지우려 발악했던 도진이었지만, 정작 위기에 몰지자 지수의 유산에 기대어 목숨을 구걸하고 있는 꼴이었다. 도진은 입술을 깨물며 억지 미소를 유지했다.같은 시각, 홀의 입구에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한민국 보석 세공계의 살아있는 전설, 김인식 명장이었다.사실 오늘 아침, 김인식은 성수동에 있는 지수의 사무실을 찾았었다.‘지수야, 오늘 CB에서 채준영이 녀석이 세공한 블랙 다이아몬드가 공개된다더구나. 같이 가보지 않겠느냐?’스승의 제안에 지수는 그저 잔잔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었다.‘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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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화 밤이 깊을수록 빛나는 달 (1)

“오빠, 도착했어?”이른 아침부터 오빠 지현에게서 연락이 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음성은 평소의 쾌활한 지현답지 않게 기묘할 정도로 신중하고 초조했다.순간 지수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지수야, 부탁이 있어…….“왜? 무슨 일인데, 오빠? 나 무서워, 그러지 마…….”지수의 목소리가 울먹임으로 젖어 들자, 지현이 깜짝 놀라며 다급하게 손사래를 치듯 말을 이었다.—아니야, 지수야! 아무 일 없어. 무서워하지 마. 단지 너에게 작은 부탁이 있을 뿐이야.그제야 지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지현이 쑥스러운 듯 헛기침을 삼키며 본론을 꺼냈다.—오늘 있을 행사, 너에게 아주 중요한 날인 거 알아. 그래서 참 조심스러운데…… 그 행사의 시간 중 딱 몇 분만 나에게 빌려줄 수 있을까?“그래, 그건 어렵지 않아. 하지만 이유는 알아야겠어.”지수의 두려움은 이내 짙은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지현이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결심한 듯 나직하게 속삭였다.—오늘 네가 그 파티에서 우리 가족을 정식으로 소개하고 싶다고 했잖아.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우리 가족에 슬비도 포함시키고 싶어져서.그 말에 지수의 눈이 번쩍 뜨였다.“우와! 오빠, 드디어 프로포즈하기로 결심한 거야? 이 바보야,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이제야 하면 어떻게 해! 걱정 마, 내가 완벽한 프로포즈를 준비해 줄 테니까!”지수는 환호를 지르다 마침 옆방에서 눈을 비비며 나오는 예인이를 발견했다. 지수는 냉큼 달려가 아이를 품에 꼭 안아 올렸다.“예인아, 엄마 목소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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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화 밤이 깊을수록 빛나는 달 (2)

지수는 마지막 순간까지 오픈 준비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온라인 중계는 차질 없죠? 그리고 오늘은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RV와의 관계도 정식으로 오픈할 겁니다. 당신들 또한 저의 소중한 가족들이니까요.”지수의 다정한 말에, 그저 진우의 오랜 팀원일 뿐이라 생각했던 이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우리가…… 가족인가요?”사라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물론이죠, 사라. 해커인 당신이 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강도진과 가장 많이 대면하게 해서 미안해요. 좋아하지도 않는 음지 일을 나를 위해 맡아주어서…….”“아, 무슨 소릴 해요!”사라는 급하게 손사래를 쳤다.“물론 강도진 그 인간 비위를 맞추는 게 끔찍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 인간이 제 발로 몰락해 가는 걸 실시간으로 구경하는 건 꽤 짜릿한 오락이었거든요.”사라의 말에 철수가 씩 웃으며 말을 받았다.“온라인 중계는 완벽합니다. 오히려 고마운 건 저예요. 내가 상상만 하던 최첨단 보안 시스템을 이 거대한 건물에 마음껏 실현할 수 있게 해줬으니까.”뒤를 이어 이현과 성재도 눈을 빛내며 한마디씩 보탰다.“우리가 더 다양한 영역에서 능력을 펼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동안 대기업의 틀 안에서 제 한계를 너무 좁게만 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만히 지수를 바라보던 진우가 매력적인 호선을 그리며 속삭였다.“가족이라…… 아주 듣기 좋은 말이네. 그럼 이참에 나도 남자친구에서 남편으로 신분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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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화 밤이 깊을수록 빛나는 달 (3)

최상층 정원의 은은한 달빛 아래, 마침내 오늘의 주인공들이 모습을 드러냈다.장내의 소란을 단숨에 잠재운 것은 단연 지수였다. 깊은 밤하늘을 그대로 베어 물어 만든 듯한 스모키 블루 드레스를 입은 지수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은빛 자수가 마치 살아 숨 쉬는 윤슬처럼 눈부시게 일렁였다.그 압도적인 우아함에, 강도진은 숨을 취는 것조차 잊은 채 멍하니 지수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과거 제 곁에서 빛을 잃고 시들어 가던 아내가 아니었다. 지금의 지수는 감히 손을 뻗는 것조차 불경하게 느껴질 만큼 고귀하게 빛나고 있었다.“도진 씨……? 지금 어디를 보는 거예요?”도진의 시선을 눈치챈 수진이 질투로 일그러진 목소리로 그의 팔을 강하게 잡아끌었다. 하지만 도진의 시선은 요지부동이었다. 그 모습에 수진의 미간이 거칠어졌다.그때, 지수의 뒤를 이어 또 다른 인물들이 무대로 향했다.샴페인 골드빛 드레스를 입고 인어처럼 부드럽게 걸어오는 슬비의 모습에, 대기하고 있던 지현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쇄골 라인을 감싼 시스루 위로 보석 장식이 은하수처럼 반짝였다.평소의 털털함을 지워버린 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으로 서 있는 슬비를 보며 지현은 다시 한번 심장이 터질 듯한 반해버림을 느꼈다. 지수의 기획대로, 무대는 이미 완벽했다.마침내 마이크 앞에 선 지수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The Moon의 시작을 함께해 주신 귀빈 여러분, 환영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제 진짜 배경과 가족들을 정식으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지수의 선언에 장내가 숨을 죽였다. 지수는 단상 아래에서 자신을 든든하게 지켜보는 정환과 윤주, 그리고 후계자로서 당당한 풍채를 자랑하는 오빠 지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ld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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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화 밤이 깊을수록 빛나는 달 (4)

장내를 가득 채운 찬사 속에서, 지수가 부드럽게 마이크를 다잡았다.“오늘 이 자리가 있기까지, 제 곁에서 가장 힘이 되어 준 단 한 사람을 이 자리에 모시고 싶습니다. 저의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오늘 밤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사람. 박슬비 양, 무대로 올라와 주시겠어요?”갑작스럽게 제 이름이 호명되자, 무대 아래 서 있던 슬비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스포트라이트가 자신을 비추자 슬비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구두를 신은 발끝이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때, 얼어붙은 슬비의 시야 안으로 듬직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자신의 상사이자 남자친구인 지현이었다. 지현은 우아하게 미소 지으며 슬비의 가녀린 손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따스한 체온이 닿자 슬비의 떨림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슬비야 같이 올라가줄께. 긴장하지마”지현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슬비는 수많은 VIP들의 시선이 쏟아지자 여전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이크를 잡은 손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본 지현이 자연스럽게 마이크를 넘겨받으며 좌중을 향해 양해를 구했다.“귀빈 여러분, 이 친구가 워낙 수줍음이 많아 대답 대신 제가 짧은 축사를 전할까 합니다.”지현의 유려한 목소리가 정원에 울려 퍼졌다.“‘The Moon’의 그 찬란한 시작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지현이 천천히 몸을 돌려 슬비를 바라보았다. 그의 깊고 단단한 눈동자에는 오직 슬비 한 사람만이 담겨 있었다. 이내 세계적인 물류 가문의 후계자인 그 이지현이, 수많은 VVIP들이 지켜보는 무대 위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장내에 나직한 탄성이 감돌았다. 지현이 품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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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화. 밤이 깊을수록 빛나는 달 (5)

정원에 모인 VIP들은 베일이 걷힌 [요람]의 광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달빛만을 머금은 채 고고하게 일렁이는 블랙 다이아몬드의 자태는 숨이 막힐 정도로 압도적이었다.그리고 무대 아래, 강도진이 구해준 초대장으로 겨우 이 자리에 숨어든 채준영 역시 [요람]을 바라보며 깊은 절망감에 휩싸였다.‘……이건 반칙이잖아.’준영의 다리가 툭 풀렸다. 자신과 같은 블랙 다이아몬드를 사용했음에도, 퀄리티의 차이는 은하수의 거리만큼이나 아득했다. 베일에 싸인 천재 디자이너 Z. 그녀를 만나지 못한 지 불과 몇 년 사이에, Z는 이미 자신이 감히 넘겨다보지도 못할 경지로 또 한 단계 성장해 있었다. 거대한 재능의 벽 앞에서 준영은 완벽하게 좌절했다.사람들의 찬사와 경악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김인식 장인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는 단상 아래에 있던 지수의 손을 다정하게 맞잡고 [요람]의 곁으로 이끌었다.장인의 무게감 있는 움직임에 사방을 가득 채우던 웅성거림이 순식간에 잦아들었다.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김인식 장인은 무대 아래에 얼어붙어 있는 강도진과 채준영을 정확하게 번갈아 노려보며 벼락같은 일침을 던졌다.“보아라. 얄팍한 장난질이 아닌, 이것이 진짜 원석을 살리는 작품이고, 진짜 장인의 기술이다!”도진과 준영의 얼굴이 화끈거리며 수치심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장인의 준엄한 선포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김인식 장인은 제 곁에 선 지수의 등을 살짝 밀어, 자신보다 한걸음 앞에 서게 만들었다. 그리고 장내를 울리는 단단한 음성으로 소리쳤다.“그리고 이 위대한 명작을 깎아낸 장본인이자, 그동안 베일에 싸여 전 세계를 매료시켰던 천재 디자이너 ‘Z’가…… 바로 내 곁에 선 이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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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화 밤이 깊을수록 빛나는 달 (6)

김인식 장인의 서슬 퍼런 선포가 끝난 후, 강도진은 핏발 선 눈으로 장인을 바라보았다.단상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장인의 깊고 무거운 눈빛은, 마치 혓바닥 대신 온몸으로 도진을 꾸짖는 듯했다.‘어떠냐. 네놈이 하찮게 여기고 버린 보석이 얼마나 눈부시게 빛나는지, 이제 네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 보거라.’그 무언의 질타에 도진은 숨이 막혀 비틀거렸다.동시에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담은 온라인 생중계는 실시간으로 전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었다. 베일에 싸여 있던 천재 디자이너 Z가 세계적인 물류 명가 오닉스의 외동딸이자 강도진의 전처인 ‘이지수’라는 충격적인 진실은 순식간에 상류사회를 뒤흔들었다.지수는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화려한 복귀를 선언하며 다시 상류사회의 정점에 올라섰고, 반면 강도진에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잔인한 낙인이 찍혔다. [천하의 명작을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한 멍청한 남자.]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아냥과 멸시를 견디지 못한 도진은 터질 듯한 분노와 수치심에 휩싸여 쫓기듯 파티장을 빠져나갔다.모두가 떠나고 고요해진 ‘The Moon’의 최상층 정원.마침내 지수의 진짜 가족들만이 온전히 모인 자리가 마련되었다.지수는 아침에 소중히 챙겨왔던 두꺼운 디자인북을 지현과 슬비 앞에 수줍게 내밀었다.“오빠, 슬비야. 이거……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두 사람의 결혼식을 상상하면서 한 장씩 그렸던 예복이랑 드레스 디자인이야. 너희들의 가장 아름다운 날을, 내가 직접 준비해 주고 싶어. 내 마음이니까 기쁘게 받아줘.”뜻밖의 선물에 슬비는 감격에 겨워 지수의 손을 꼭 맞잡았고, 지현의 입가에도 벅찬 미소가 번졌다. 지수는 따뜻해진 분위기 속에서 조심스럽게 숨을 고른 뒤, 모두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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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화 나의 과거

‘The Moon’의 오프닝 파티가 끝난 다음 날 아침.대한민국 모든 언론과 SNS는 오직 한 사람의 이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세계적 물류 명가 오닉스의 숨겨진 외동딸, 이지수!][천재 디자이너 ‘Z’, 베일을 벗다…… 김인식 장인의 유일한 후계자 공표.][달빛 아래 고고하게 빛난 신작 ‘요람’, 보석의 패러다임을 바꾸다.]지수가 천재 디자이너 Z이자 오닉스의 핏줄이었다는 진실은 상류사회를 넘어 대중들에게까지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수가 이끄는 ‘제이아우라’의 가치는 하룻밤 사이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매장 앞은 오픈 전부터 번호표를 받으려는 고객들로 장새를 이뤘다.하지만 빛이 강할수록 어둠도 짙어지는 법.그 화려한 찬사 기사들 사이로, 간간이 가시 돋친 기사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CB 그룹의 야심작 ‘검은 태양’, Z의 ‘요람’ 앞에 빛바래다?]['검은 태양' 가짜 작품?.]“……빌어먹을!”태블릿 PC 화면을 가득 채운 조롱 섞인 기사들을 보며 강도진은 거칠게 책상을 내리쳤다.전날 밤 지수의 방 금고에서 보았던 미공개 도안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자신이 철저히 무시하고 짓밟았던 지수가, 이제는 자신을 발밑에 두고 내려다보려 하고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도진의 눈동자가 잔인하게 가라앉았다. 절대 이지수가 자신의 위에 서는 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었다.도진은 다급하게 비서를 불러 긴급 공지를 올리게 했다. 그리고 이 위기를 타개할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던졌다.[현재 세간에 떠도는 CB의 ‘검은 태양’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합니다. 저희 CB는 매년 아스테리아를 통해 정식으로 입찰받는 단 10피스의 최고급 블랙 다이아몬드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검은 태양’ 리미티드 에디션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오직 선택받은 열 분만을 위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절대적인 희소성 가치. 그것이 바로 CB가 추구하는 예술입니다.]‘10피스의 희소성 마케팅.’그것은 강도진이 벼랑 끝에서 짜낼 수 있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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