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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장 잔인한 축복: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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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화 가짜 '새로운 태양'

도진은 채준영이 세공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만족스럽게 어루만졌다. 이 사람과 계약만 성사된다면 ‘새로운 태양’의 프리미엄 라인으로 선보일 블랙 다이아몬드 세트를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당장 채준영과 계약 진행해. 혹시 원하는 조건을 이야기한 건 없나?”태준은 태블릿에서 채준영에게서 온 메일을 도진에게 보여주었다.“다른 건 없었습니다만, 현재 김인식 장인의 공방에서 이지수 씨의 블랙 다이아몬드 세공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작품과 같은 날짜에 자신의 작품이 공개되기를 원한다고 하더군요.”“뭐? 지수가 한 디자인을 김인식 장인이 직접 세공하고 있다고? 그 여자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자신이 Z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그 장인은 고집이 대단해 보이더니 꼭 그런 것도 아니군. 제대로 된 작품도 알아보지 못하고!”도진은 태준의 말을 들은 뒤부터 인상을 찌푸리며 짜증 섞인 말들을 내뱉었다. 누군가에게 답을 듣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불쾌함을 거칠게 쏟아내는 것에 불과했다. 태준은 묵묵히 도진의 분풀이를 받아내며 감정을 죽였다.“좋아. 채준영이 원하는 날짜에 작품만 완성된다면 그렇게 해준다고 약속해. 이번 기회에 이지수에게 현실을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태준은 계약서 작성을 위해 태블릿을 챙겨 사무실을 나갔다. 지수와 이혼 후 더욱 흔들리는 CB의 위상, 그리고 도진의 비이성적인 행동에 태준은 깊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날 오후, 태준은 CS팀에서 올라온 보고서와 SNS상의 여론을 확인하던 중 경악할 만한 사실을 발견하고 다급하게 도진의 사무실로 향했다.“대표님, 이거 확인해 보셔야겠습니다.”도진은 태준이 넘겨준 자료를 시큰둥하게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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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 공개입찰

태준은 손에 든 아스테리아의 블랙 다이아몬드 공개 입찰 초대장을 말없이 응시했다.‘안젤라이트’ 이미테이션 사태는 하이엔드 브랜드 CB의 근간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영원한 사랑’을 출시했을 때만 해도 CB는 ‘청혼 선물로 무조건 받아야 하는 브랜드’라는 공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새로운 태양’ 라인은 ‘상류사회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모두가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되어버렸다. 희소성을 잃고 대중성을 얻었다는 도진의 자평과는 달리, 그것은 브랜드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의미했다.태준은 도진이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 믿으며, 프리미엄 라인으로 ‘희소성’을, 파인 주얼리로 ‘대중성’을 동시에 잡으려 하는 모습이 마치 벼랑 끝에서 춤을 추는 것만 같아 불안했다.입찰장의 공기는 서늘했다. 도진은 넥타이를 거칠게 다듬으며 태준에게 나지막이 지시했다.“이사회 승인액 300억은 어제 송금 완료했지?”“네, 대표님. 그리고… 대출 건도 처리되었습니다.”태준의 목소리가 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기존 거래 은행들은 CB의 부실한 재무 상태를 이유로 대출을 거부했다. 결국 도진은 RV투자사가 최근 인수한 은행의 문을 두드렸고, 그곳에서 도진이 보유한 CB 주식 30%를 담보로 200억을 승인받았다. 도진은 그것이 자신의 탁월한 사업적 수완이라 믿었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태준의 눈에는 그저 진우가 파놓은 거대한 덫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파멸의 행보로만 보였다.도진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태준이 건넨 서류에 머물렀다. 사라 킴이 내건 투자의 조건이었다. 1년 이내에 블랙 다이아몬드 프리미엄 라인 10피스를 모두 판매하고 납품할 것. 실패한다면 CB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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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화. 가짜 왕좌

“대표님, 축하드립니다! 선주문 오픈 30분 만에 10피스 모두 계약 완료되었습니다!”비서실장의 흥분 섞인 보고에 강도진은 와인잔을 가볍게 흔들었다. 붉은 액체가 크리스탈 잔벽을 따라 부드럽게 감돌았다.아스테리아의 블랙 다이아몬드 낙찰 소식을 대대적으로 터뜨린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안젤라이트 이미테이션’ 사태로 바닥을 치던 CB의 이미지는 하룻밤 사이에 ‘세계 유일의 원석을 보유한 독점적 하이엔드 브랜드’로 탈바꿈했다.물론 아직 원석은 도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진에게는 상관없는 문제였다. 그는 한수진이 급하게 뽑아낸 디자인 시안을 바탕으로, 일반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박아 넣은 샘플 피스를 제작했다. 그리고 상위 0.1%의 VVIP들만을 은밀히 초청해 프라이빗 프리오더 세션을 연었다.‘눈부신 화이트 다이아몬드가 박힌 이 자리에,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완벽한 블랙 다이아몬드가 세팅될 겁니다. 오직 전 세계 딱 열 분에게만 허락되는 특권입니다.’도진의 유려한 화술과 샘플의 화려함에 매료된 자산가들은 앞다투어 지갑을 열었다. 아직 실물조차 존재하지 않는 보석에 수백억의 선주문 대금이 쏟아져 들어왔다.“완판 소식, 곧바로 2차 보도자료로 배포해. 그리고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한 보급형 라인 샘플링도 이번 주 내로 대중에게 공개한다고 홍보하고.”도진이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며 곁에 선 태준을 바라보았다.“봤지, 태준아? 프리미엄 라인으로 희소성을 증명하니까, 대중성은 알아서 따라오는 거야. 주춤했던 ‘영원한 사랑’ 주문량도 예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됐다더군. 시장은 이렇게 흔드는 거다.”“……네, 대표님. 대단하십니다.”태준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도진은 승리에 도취해 있었지만, 태준의 손에 든 태블릿에는 수많은 독소 조항이 가득한 계약서와, 당장 메워야 할 대출 이자 그래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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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화. 검은 유혹

‘새로운 태양’ 프리미엄 라인의 디자인으로 겨우 강도진의 신뢰를 되찾은 수진은, 다시 그의 카드를 손에 쥐게 되면서 물질적인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백화점 명품관을 돌며 닥치는 대로 긁어대던 영수증만이 그녀의 얄팍한 자존심을 채워주었다. 하지만 쇼핑백이 쌓여갈수록 마음 한구석의 무거운 돌덩이는 도리어 커져만 갔다.도진의 부모, 강 회장 부부에게 받았던 30억 원. 그것이 여전히 수진의 발목을 단단히 옥죄고 있었다.다행이라면 도진의 입김 덕분인지 김미자가 당장 돈을 돌려달라고 사납게 재촉하지는 않는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도진의 무정자증 진단서가 세상에 공개된 이후, 아이의 친부에 대한 추잡한 의문은 유령처럼 수진의 뒤를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있었다.게다가 수진을 가장 미치게 만드는 것은 도진의 애매한 태도였다.그는 여전히 자신의 집과 수진의 처소를 오가며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라인 준비로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수진을 찾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배도 불러오는데 회사 출근해서 스트레스받지 마. 특별한 일 없으면 집에서 쉬어.”배려를 가장한 도진의 말은 수진의 귀에 날카로운 배제(排除)로 들렸다.‘이래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내가 어떻게 이지수를 몰아내고 이 자리까지 왔는데……! 왜 아직도 나는 떳떳한 안주인이 아니라 내연녀라는 더러운 꼬리표를 달고 있어야 하지?’수진은 잘게 떨리는 손가락으로 손톱을 거칠게 물어뜯었다. 불안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어올랐다.‘설마 강도진, 그 인간…… 내 디자인만 쏙 빼먹고 날 버리려는 건 아니겠지?’‘내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거야? 아니야, 이 아이는 강도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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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덫의 서막

도진이 블랙 다이아몬드 VVIP 쇼케이스 준비로 정신이 없는 틈을 타, 수진은 진우에게 연락을 했다. 하지만 수진을 기다리는 것은 차가운 기계음뿐이었고, 진우는 수진의 연락을 받지 않고 그녀의 최근 동향을 샅샅이 조사했다. 그리고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그러자 독이 오른 수진에게서 결정적인 미끼가 날아왔다. 아이들 문제로 상의하고 싶다는 메시지였다. 현수와 현지. 진우의 유일한 역린이자 전부인 아이들의 이름이 나오자, 진우는 그제야 차가운 눈을 빛내며 수진이 일방적으로 정한 약속 장소로 향했다.약속 장소로 향하며 진우는 수진의 자료를 다시 상기했다. 수진은 도진의 모친인 김미자에게 임신을 핑계로 30억 원을 받았고, 진단서 사건 이후 그 돈을 당장 돌려주어야 하는 처지라는 점이었다.‘이혼 후 한 번도 연락이 없던 여자가 갑자기 만나자고 한 이유가, 결국 그 30억 때문이었군.’수진은 장미처럼 화려하게 빛나던 예전의 모습이 아닌, 온통 어울리지도 않는 명품으로 도배한 추한 임산부의 모습으로 진우를 기다리고 있었다.“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마주 앉은 수진은 차가운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며 뻔뻔하게 본론을 꺼냈다.“당신, 현수랑 현지한테 애착 많잖아. 솔직히 강도진은 제 핏줄도 아닌 애들한테 관심도 없어요. 내가 두 아이 양육권, 당신한테 순순히 넘겨줄게요.”진우는 대답 없이 팔짱을 끼고 수진을 응시했다. 그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수진이 침을 삼키며 본색을 드러냈다.“대신, 나 이혼할 때 위자료 한 푼 못 받고 나왔잖아. 그 위자료 셈 치고, 깔끔하게 50억 줘요. 그럼 나도 애들 문제에서 완전히 손 뗄 테니까.”자신의 친자식들을 삼십억 빚을 탕감하고 남은 돈을 챙길 ‘담보’로 던지는 여자. 진우는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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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화. 사면초가(四面楚歌)

CB 대표실의 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강도진은 책상 위에 놓인 아스테리아의 공식 서한을 노려보며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루체른과 원석 공급 계약을 파기한 지금, 브랜드 신뢰도를 위해 고개를 숙이고 다시 아스테리아의 문을 두드려야만 했다.과거 아스테리아는 CB에 시장가의 70%라는 파격적인 특혜 가격으로 원석을 공급해 왔었다. 하지만 돌아온 그들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시장가보다 20% 인상된 금액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도진이 서류를 집어던지며 포효하자, 태준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주워 올렸다.“대표님, 하지만 아스테리아 측에서 보낸 세부 조항을 보셔야 합니다. 우리가 최근 블랙 다이아몬드 독점 입찰에 성공한 것을 감안해, ‘VVIP 우대 할인’ 명목으로 10%를 차감해 주겠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시장가보다 10% 높은 금액으로 계약을 진행하겠다는 뜻입니다.”“우대 할인?”도진이 실소를 터트렸다. 겉으로는 대단한 혜택을 주는 척 생색을 내고 있지만, 실상은 시장가보다 10%나 비싼 값에 원석을 넘기겠다는 교묘한 폭리였다. 과거에 받던 공급가와 비교하면 CB가 감당해야 할 원가 부담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태준은 조용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예전에 루체른과 함께 저희 회사의 원석 공급을 위해 비공개 입찰을 했던 프랑스 공급사, ‘오렐리 주얼리’에 연락해 보는 건 어떨까요? 거긴 최소한 시장가에 원석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겁니다.”도진은 태준의 말에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서류의 가장 마지막 장에 붉은 직인과 함께 찍힌 서슬 퍼런 공문 한 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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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화 신사들의 새로운 사교의 장

성수동 구시가지에 자리 잡은 멀티 플렉스숍 ‘the moon’.이곳은 정식 오픈식 전부터 이미 강남의 내로라하는 자산가들과 남성 커뮤니티 사이에서 은밀하게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그 안에서도 특히 제이아우라 존에 자리잡은 프리미엄 바버숍과 프라이빗 라운지를 결합한 ‘man cave’는 그야말로 핫플레이스였다. 패션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발걸음해야 하는 쇼핑의 성지로, 그루밍에 눈을 뜬 입문자부터 까다로운 취향을 가진 전문가들까지 모두를 만족시키는 공간. 무엇보다 사업을 하는 이들에게는 대한민국 경제를 흔들 만한 고급 정보가 오가는 최고의 사교 장소였다.지수가 머릿속으로 그리던 이상적인 공간이 마침내 완벽한 형태로 구현되어 가고 있는 셈이었다.한편, 이 ‘man cave’는 또 다른 의미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다름 아닌, 유부남들 사이에서 ‘가정의 수호’를 위해 반드시 들러야 할 필수 코스로 알려진 탓이었다.“김 사장님, 사흘 뒤에 있을 사모님 생일을 위해 아주 특별한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계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정갈하게 가위질을 하며 헤어를 정리하던 바버 정우진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그 말에 거울 속 김 사장의 눈동자가 눈에 띄게 흔들렸다. 아차. 사흘 뒤가 와이프 생일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탓이다.김 사장은 베테랑 사업가답게 놀란 표정을 능숙하게 감추며, 은근 슬쩍 우진에게 정보를 요구했다.“에이, 귀도 밝군 그래. 그렇지. 하지만 웬만한 명품은 다 선물해 본 탓에 올해는 뭘 해줘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와서 말이야.”우진은 거울을 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고급 정보를 자연스럽게 풀어놓았다.“저희 매장 바로 옆에, 아직 대중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기가 막힌 실력을 갖춘 조향사가 새로 입점했습니다. 사모님께서 워낙 향에 민감하셔서 시중의 일반적인 향수는 쓰지 못하신다고 들었는데, 오직 사모님만을 위한 세계 유일의 맞춤 향수를 선물하시는 건 어떨까요?”김 사장은 흥미로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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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화. 양육권 싸움

“대표님, 예강 주식회사를 비롯한 우호 지분 명의로 폭락하는 CB 그룹의 주식을 빠르게 매집하고 있습니다. 도진 측에서는 현재 터진 스캔들로 주가 방어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 우리가 밑바닥에서 지분을 줍줍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강이현의 차분한 보고에 진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은 차가웠다. 한수진에게 사법 처벌이라는 합당한 지옥을 선물하고, 마침내 아이들을 제 품에 안은 진우의 다음 타깃은 애초부터 강도진과 CB의 경영권이었다. 그들의 거대한 성을 통째로 무너뜨릴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같은 시각, 사방에서 비난이 쏟아지는 사면초가의 상황 속에서도 오만의 정점에 선 강도진의 뇌 회로는 기괴한 희망 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그래…… 하수진 저 여자는 돈이 모자라면 제 자식도 팔아넘기는 독하고 천박한 년이야. 저런 전과자에게 내 아이의 양육을 맡길 수는 없지.’도진은 집무실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길게 담배 연기를 뱉어냈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수진이 아닌 오직 한 사람, 이지수였다. 지수는 다정하고 모성애가 깊은 여자였다. 수진이 낳을 제 핏줄을 지수에게 맡긴다면, 지수는 분명 예인이와 함께 그 아이까지 친자식처럼 품어줄 터였다.‘박진우가 현수와 현지를 데려갈 테니, 이지수가 박진우 곁에 맴돌 명분도 완전히 사라졌어. 지수도 혼자 예인이를 키우느라 슬슬 한계에 부딪혔을 테니, 내가 다시 손을 내밀면 돌아올 수밖에 없다.’수진이라는 오물은 언제든 완벽하게 치워버릴 수 있었다. 이제 지수와 재결합하여 그녀가 키워낸 제이아우라를 CB의 날개 아래 품기만 하면 모든 것이 완벽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괴하고도 거대한 착각에 사로잡힌 도진이었다.한편, 한수진의 하루하루는 펄펄 끓는 지옥의 불길을 걷는 듯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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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화. 새로운 이웃

진우는 텅 빈 자신의 오피스텔 거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급하게 수진의 손에서 현수와 현지를 데려오긴 했지만, 모노톤의 가구들로만 채워진 삭막한 집은 아이들이 거주하기에는 영 부적합했다. 상처받은 남매에게는 숨이 막히는 사방의 벽 대신, 따스한 온기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그때 진우의 머릿속을 스친 곳이 있었다. 그동안 지수와 예인이를 멀리서나마 보기 위해 수없이 드나들었던 고급 타운하우스, ‘리버파크’였다.그곳은 남향의 따뜻한 햇살이 하루 종일 거실 가득 들어차고, 아이들이 발을 구르며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개인 정원이 딸려 있었다. 무엇보다 국내 최고 수준의 철저한 보안을 자랑하는 곳이었다.하지만 진우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은 따로 있었다. 지수와 예인이를 언제든 지켜줄 수 있고, 숨소리마저 닿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감. 그 사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진우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부드럽게 걸렸다.진우는 아이들을 데려온 바로 다음 날, 마침 기적처럼 비어 있던 지수의 바로 옆집을 구입해 곧바로 극비리에 인테리어 공사에 착수했다.남매의 방은 진우가 직접 도면을 확인하며 세심하게 꾸몄다.첫째 현수의 방은 차분한 그린 톤의 벽지에 따뜻한 원목 가구를 배치해, 아이가 언제든 안식을 취할 수 있는 아늑한 아지트처럼 연출했다. 방 한가운데에는 현수가 좋아하는 블록을 마음껏 펼쳐놓고 조립할 수 있는 커다란 아일랜드 테이블을 두었다. 그동안 엄마의 눈치를 보느라 제 장난감 하나 마음 편히 가지지 못했던 아이에게 온전한 '자유'를 선물하고 싶었던 진우의 깊은 배려였다.반면, 사랑에 굶주렸던 막내 현지의 방은 포근한 파스텔 핑크와 베이지 톤의 색감으로 채웠다. 한쪽 벽면에는 아기자기한 인형들이 가득한 진열장을 짜 넣었고, 다른 한쪽에는 마음껏 낙서하며 억눌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커다란 드로잉 보드를 설치했다.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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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 토사구팽(兎死狗烹)

CB 그룹 대표실 안은 흡사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고급 대리석 바닥에는 온갖 기획서와 서류 뭉치들이 날카롭게 찢긴 채 사방으로 흩날려 있었고, 가죽 소파는 거칠게 발로 차인 듯 볼품없이 밀려나 있었다. 그 난장판의 중심에서, 강도진은 핏발이 선 눈으로 모니터 화면을 노려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한수진의 아동학대 재판 결과가 ‘집행유예’로 나오자마자, 세상은 기다렸다는 듯 CB를 향해 불타오르는 분노를 퍼부었다.[돈으로 판사를 샀다], [아동학대범을 안주인으로 모시는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포털 사이트 메인을 도배했고, 성난 여론은 곧장 조직적인 CB 제품 불매 운동으로 번졌다.하지만 진짜 치명타는 대중의 불매 운동이 아니었다. 격조와 평판, 브랜드의 백그라운드를 목숨보다 여기는 상류층 VVIP들의 움직임이었다.탁, 탁, 탁.도진의 기다란 손가락이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대표실의 무거운 침묵을 깨고 문이 열리며, CS(고객만족) 총괄 책임자인 박 팀장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걸어 들어왔다. 그가 안고 있는 패드 화면에는 붉은색 취소 마크가 선명한 명단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어떻게 됐어.”도진이 씹어뱉듯 물었다. 박 팀장은 마른침을 삼키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민원실과 VVIP 전담 안내 데스크를 총동원해 VIP 고객들을 일일이 설득하고 있습니다만, 여론이 워낙 험악하다 보니 쉽지 않습니다. 격조를 중시하는 상류층 커뮤니티 내부에서 이미 CB의 브랜드 이미지가 바닥을 친 탓에…….”“누가 그따위 변명 들으려고 불렀어?! 결론만 말해, 결론만!”도진이 마침내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박 팀장은 고개를 푹 숙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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