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발소리가 잦아들고,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공터에는 지독한 정적만이 맴돌았다.차가운 돌바닥 위로 핏물 젖은 소복을 입은 미옥이 위태로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궐의 매캐한 향냄새가 아닌, 차갑고 생소한 밤공기가 폐부를 찌르자 비로소 자신이 지옥을 벗어났다는 실감이 어렴풋이 밀려들었다.그때, 어둠 속에서 소리 없는 발걸음이 다가왔다.검은 비단 장화.미옥의 흐릿한 시야 위로 언제나 그림자처럼 곁을 맴돌던 사내,하륜이 모습을 드러냈다.피떡이 된 손가락,무거운 돌에 짓눌려 형편없이 으스러진 두 다리.만신창이가 된 그녀를
Last Updated : 2026-04-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