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달빛만이 무심하게 부서져 내리는 깊은 밤.하륜의 사저 뒷마당에는 뼈를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만이 맴돌고 있었다.달빛이 비치는 대청마루 위, 하륜은 미동도 없이 단정하게 앉아 난을 치는 중이었다. 새하얀 화선지 위로 유려하게 뻗어나가는 먹물은, 평소처럼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우아하고 고결했다."……연월당 입구에 합환등(合歡燈)이 달렸습니다."어둠 속에서 나타난 사혁이 무거운 목소리로 고했다.연호와 미옥이 밤을 보낸다는 뜻이었다."그러하냐."하륜의 대답은 서늘할 정도로 건조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붓끝에 머물러
Last Updated : 2026-05-3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