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고소는 며칠 뒤 소리소문없이 취하되었다. 성심 길드 측에서 먼저 손을 뗐다는 소식이 들려왔으나, 그것이 결코 '용서'나 '화해'를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금세 드러났다. 법적인 굴레가 벗겨진 자리에 들어앉은 것은 국가기관이라는 이름의 더 거대하고 촘촘한 압박이었다.가장 먼저 날아온 것은 관리청의 공식 경고장이었다.“성심 길드는 국가 재난 대응 협력기관입니다. 소모적인 갈등으로 공적 업무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십시오.”말이 좋아 유의지, 사실상 ‘죽은 듯이 지내라’는 선고였다. 이어지는 후속 조치는 더 노골적이었다. “최준우, 오늘부로 지정된 공무 외 외부 지원 업무를 금한다. 이해했나?”“……네, 알겠습니다.”대답하는 준우의 목소리가 바닥으로 깔렸다. 전화를 끊은 그를 맞이한 것은 정적이 흐르는 팀실이었다.“결국, 그렇게 됐네.”준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재범이 말없이 휴대폰을 들었다. 신호음이 몇 번 가기도 전에 연결된 듯, 재범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실내를 울렸다.“네, 접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 팀 전원, 최준우 씨와 일정을 같이하기로 했습니다. 네, 같은 팀이니까요. 책임도 분량도 똑같이 나누겠습니다.”상대방의 당황한 기색이 수화기 너머로 느껴졌으나 재범은 짧은 인사와 함께 통화를 종료했다. 거창한 선언도, 뜨거운 격려도 없었지만 그 담백함이 오히려 준우의 가슴을 찔렀다.“나 때문에 다들…….”준우가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혜진이 몸을 날려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꽉 붙잡았다. 준우의 시선이 강제로 끌어올려졌다. 혜진 특유의 십자 동공이 정밀 기계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그의 눈동자를 훑었다. 미세한 떨림까지 잡아낼 듯한 서늘한 시선이 준우의 안색을 살피다 이내 멈췄다.“야, 최준우. 네가 우리 목에 칼 들이밀면서 같이 가자고 협박했어? 아니잖아. 우리가 좋아서 판 짠 거야. 결과도 같이 짊어지는 게 도리지.”혜진이 손을 떼며 툭 내뱉었다.“그러니까 비 맞은 강아지마냥 구석에서 처져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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