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도현한테 연락이 왔을 때 윤서진은 한창 몬디브의 눈부신 백사장에서 여유롭게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이곳의 풍경은 꿈만 같았다. 바다를 처음 본 그녀는 온통 새로운 세상에 매료되었다.소중한 아이를 잃은 깊은 슬픔에 잠겨있었지만 몬디브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마치 묵은 체증이 풀리듯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그때, 코앞으로 다가온 코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제 곧 스노클링 하러 갈 거예요!”윤서진의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배도현의 번호가 뜨자 비로소 모든 것을 직감했다.이 남자는 이혼 서류를 보았을 테고 어쩌면 아이를 잃었다는 사실까지도 알게 됐을 터.그녀는 딱히 받고 싶지 않아 통화를 끊었다.하지만 배도현은 끈질기게 계속 걸어왔다.“급한 일 같은데 먼저 받아보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코치의 재촉에 윤서진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그래! 이제 이 지긋지긋한 관계도 확실히 끝낼 때가 되었어.’“여보세요.”“서진아! 드디어 내 전화 받아주네!”휴대폰 너머로 배도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한편 윤서진은 두 눈을 깜빡였다. 배도현이 이토록 간절한 말투로 자신에게 말해본 적이 있었던가?“무슨 일인데?”“지금 어디야? 너무 보고 싶어. 내가 데리러 갈게. 이만 집에 돌아와, 서진아.”배도현은 거의 애원하듯 말했다.“알아, 내가 다 잘못했어. 최지영 때문에 너한테 그렇게 상처 준 거 진짜 사람이 할 짓이 못됐어! 미안해, 제발 용서해줘.”남자의 말을 듣는 동안, 윤서진의 마음은 아무런 동요도 일지 않았다.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빈 껍데기 같았다.“도현아, 나 이제 너랑 할 얘기 없어. 하고 싶은 말은 지난 몇 년간 다 한 것 같아. 이혼 문제는 서 변호사님께 전적으로 맡겼으니 합의서 내용에 관해 궁금한 점 있으면 그쪽으로 문의해. 더는 나 찾지 말고!”“한 번만 더 기회를 줄 수는 없을까? 내가 다 만회할게. 맹세해, 앞으론 절대 최지영 만나는 일 없어. 걔랑 두 번 다시 엮이지 않을게.”또 맹세라니!윤서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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