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한가을이 괴한의 손에 골목으로 끌려가던 시각, 서준혁은 내연녀의 곁에서 화려한 드론 쇼를 감상하고 있었다.밤 9시 10분, 한가을이 무참히 짓밟히며 비명을 삼킬 때 서준혁은 내연녀에게 애틋한 사랑을 속삭였다.밤 10시, 한가을이 난도질당해 시궁창에 버려지는 순간 서준혁은 내연녀와 황홀한 쾌락에 빠져 있었다.자정, 이승으로 돌아온 한가을은 집 안에서 갓 샤워를 끝낸 서준혁과 마주했다.두 사람의 시선이 얽히자 서준혁의 미간이 차갑게 일그러졌다.“꼴이 왜 이래?”산발이 된 머리와 갈가리 찢긴 옷, 온몸을 뒤덮은 상처와 핏기없는 얼굴, 이것이 지금 한가을의 몰골이었다.한가을은 한참 동안 그를 응시하다 입을 뗐다.“서준혁, 우리 이혼해.”서준혁의 수려한 눈썹이 꿈틀거렸다.“한가을, 고작 이런 일로 이혼까지 해야겠어?”한가을은 초점 없는 눈을 바닥에 떨군 채 기계적으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서준혁은 냉담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침묵을 지키다 이내 한숨을 내쉬며 다가와 그녀를 안았다.“됐어, 가을아. 길 중도에 내리라고 한 건 내가 심했어. 하지만 너도 적당히 고집을 피웠어야지. 유라는 그냥 잠깐 즐기는 것뿐이야. 어차피 내 아내 자리는 네 건데, 대체 뭐가 그렇게 불안해서 이래?”샤워를 마쳤음에도 서준혁의 몸에는 여자의 향수 냄새가 잔뜩 배어 있었고 그 향기는 가시처럼 한가을의 심장을 사정없이 후벼팠다.어젯밤 그녀는 서준혁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었다.더욱 기가 막힌 것은 상대가 한가을이 7년째 후원해 온 학생이라는 점이었다.차 안에서 벌어진 격렬한 언쟁 끝에 서준혁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며 인적 드문 외딴곳에 그녀를 내팽개치듯 내려주었고 비극은 그 직후에 벌어졌다.죽은 뒤 한가을의 혼령은 저승에 당도했다. 하지만 생전의 공덕을 높이 산 저승사자로부터 소원을 풀 수 있는 ‘7일간의 환생'을 허락받았다.이제 그녀의 유일한 소원은 서준혁과의 이혼뿐이었다.한가을은 심장이 마비된 듯한 통증 속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쏟으며 서준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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