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탄 한가을의 휴대폰으로 서준혁이 보낸 메시지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저장된 이름 옆의 빨간 하트 이모티콘을 보니 지난날의 애틋했던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소년 소녀의 감정은 풋풋하면서도 진실했다. 서로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조심스러워하다가, 재난을 겪고 나서야 겨우 마음을 확인했었다.하지만 아무리 진실한 감정이라도 언젠가는 퇴색하기 마련이었다.한가을은 한참 동안 화면을 응시하다 결국 서준혁의 모든 연락처를 차단했다.모든 일을 끝내고 후련한 듯 한숨을 내쉬던 그녀는 이내 김세희와 눈이 마주쳤다.당황해서 변명거리를 찾던 찰나, 김세희가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가을아, 너랑 준혁이 사이는 우리도 대충 눈치채고 있었어. 우리가 그렇게 막힌 사람들은 아니잖니. 선만 넘지 않는다면 연애하는 것도 괜찮지만, 갑자기 왜 그렇게 준혁이를 싫어하게 된 거니?”“악몽을 꿨거든요. 깨어나 보니 갑자기 마음이 식어버렸어요.”“악몽?”한가을은 눈을 내리깔며 쓴웃음을 삼켰고 전생에 일어난 일들을 대략 털어놓았다.한성훈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꿈도 하나의 징조지. 여기 오기 전엔 두 집안의 혼사도 고려해 봤는데, 이제 보니 없던 일로 하는 게 좋겠구나.”김세희도 고개를 끄덕였다.“인연이 거기까지였나 보지. 나중에 가을이가 결혼 안 하고 혼자 산대도 괜찮아. 네가 즐겁게 사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부모님을 바라보던 한가을의 눈시울이 이내 붉어졌다.“우리 가족, 영원히 함께해요.”행복한 온기에 젖어 있는 한가을과 달리, 병실에 남겨진 서준혁은 처참한 심경이었다. 화면 속의 빨간 느낌표를 마주한 그의 심장은 비틀어 짜이는 듯한 통증에 숨이 막혀왔다.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온갖 SNS를 뒤졌지만, 한가을은 음악 앱조차 차단했을 정도로 단호하고도 철저했다.액정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고 서준혁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 개인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전원할 거야!”옮긴 병원 역시 시설은 훌륭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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