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은 ‘나’바라기: Chapter 11 - Chapter 20

30 Chapters

제11화

혜니는 간지러운 기척을 느낀 듯 살짝 몸을 움직였다.꿈결 속에서 작게 중얼거렸다.“나래... 그러지 마.”인우의 움직임이 그대로 굳었다.인우는 혜니의 곁에 누워,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정말이지, 이대로...하지만 서두를 수는 없었다.괜히 혜니를 놀라게 했다가 다시 도망치게 만들 수는 없었다.지난날의 뜨거웠던 기억들이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그날 밤, 인우는 자신에게 형벌을 내리는 사람이나 다름없었다.품 안에는 이렇게 부드럽고 따뜻한 혜니가 있는데, 바라볼 수만 있고 손댈 수는 없었다.몸은 돌처럼 굳어 있었고, 코끝에는 온통 혜니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기만 맴돌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인우는 답답한 듯 몸을 일으켰다.다시 욕실로 들어가 찬물 샤워를 했다.결국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인우는 옷을 챙겨 입고 도망치듯 집을 나섰다....다음 날.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 혜니가 눈을 떴다.‘어라? 내가 왜 안방 침대에 누워 있는 거지?’‘한인우!’혜니는 경계하듯 벌떡 일어나 자기 몸부터 확인했다.다행히 몸이 아프거나 쑤시는 곳은 없었다.혜니는 곧장 나래 방으로 가 아이를 깨웠다.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뒤, 회사로 출근해야 했다.그러다가 베란다로 나간 혜니는 그대로 굳었다.남성용 검은색 드로즈 하나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마치 보란 듯이 위세를 부리는 꼴이었다.혜니의 눈매가 싸늘해졌다.혜니는 곧장 욕실로 향했다.빨래 바구니 안에는 인우의 고급 맞춤 셔츠와 정장 바지, 재킷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그 미친 인간... 진짜 남의 집이라고 예의가 없네.’‘사람은 가고, 옷만 벗어 놓고 사라졌어!’‘나더러 무료로 세탁 봉사라도 하라는 건가?’혜니는 옷을 집어 들고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려 했다.하지만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손을 멈췄다.수천만 원은 할 고급 맞춤 정장이었다.혜니가 물어내기에는 너무 비쌌다.결국 혜니는 옷을 따로 챙겨 담았다.출근길에 세탁소에 맡길 생각이었다....혜니가 시간에 맞춰 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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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네, 한 대표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대표님... 또 왜 내려온 거지?’‘대표들은 다 남 얘기 엿듣는 취미라도 있는 건가?’새연은 속으로 생각하며 황급히 대답하고 탕비실로 달려갔다.인우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혜니를 한 번 바라보았다.혜니는 영문을 몰라 그대로 눈을 치켜뜨고 맞받아보았다.‘뭐야? 또 나 괴롭히려고?’그때 인우가 불쑥 물었다.“월말에 사내 워크숍 있다던데.”“네, 대표님.”혜니가 진지하게 대답했다.“나도 참석할게.”인우가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공지 내려. 중요한 일 없으면 누구도 휴가 못 내게 해.”그 한마디에 비서 세 명이 그대로 얼어붙었다.‘대표가 직접 사내 워크숍에 참석한다니.’‘그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직원들은 전부 병아리처럼 벌벌 떨 게 뻔하잖아.’인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긴 다리로 다시 위층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새연이 커피를 들고 대표실로 들어갔다.인우는 새연을 바라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대표실 비서 규정에 그런 조항이 있지 않나? 임직원과 필요 이상으로 사적으로 접촉하지 말 것. 대표의 사생활과 내부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네, 대표님. 저희 모두 명심하고 있습니다.”새연은 머리가 떨어질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윤 비서와 강제후 본부장이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말이 들리던데.”인우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중징계 사유가 될 수도 있겠네.”새연은 깜짝 놀라 다급히 말했다.“대표님, 그건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일이 아닙니다. 그냥 작은 사고였어요.”“작은 사고?”새연은 더 숨길 수도 없어, 그날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털어놓았다.인우는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잠시 뒤, 무심하게 말했다.“이따 회의가 하나 있다. 강제후 본부장도 참석할 거야. 소 비서가 들어와서 회의록 작성해.”“네, 알겠습니다.”새연은 속으로 환호하며 재빨리 대표실을 빠져나갔다....회의가 끝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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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말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거기에 옅은 경멸까지 섞여 있었다.혜니는 속으로 한마디 받아쳤다.‘네가 제일 제정신 아닌 사람이거든.’하지만 얼굴에는 더 짙은 미소를 걸었다.“물론이죠, 대표님. 대표님은 지금 N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싱글남이시잖아요. 강제후 본부장님이 어떻게 대표님과 비교가 되겠어요?”듣기에는 칭찬이었지만, 어딘가 지나치게 가식적이었다.인우의 시선이 혜니의 얼굴 위를 천천히 훑었다.“윤 비서.”인우가 문득 입을 열었다.“계속 ... 나 봐도 돼.”혜니는 잠시 멈칫했다가 곧 웃었다.“대표님, 농담도 잘하시네요. 저는 감당 못 합니다.”인우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천천히 혜니 곁으로 다가왔다.“시도도 안 해 보고 어떻게 알아?”“세상에 새로운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굳이 끝난 인연을 다시 건드릴 필요가 있을까요?”혜니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이 인간, 분명 기회만 노리는 거야.’‘내가 다시 흔들리는 순간 제대로 짓밟으려고.’인우가 고개를 낮췄다.낮고 묘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혜니의 귓가에 내려앉았다.“끝난 인연이라도 장점은 있지.”“합이 잘 맞고, 새로 맞춰 볼 필요도 없고... 꽤 잘 버티기도 하니까.”따뜻한 숨결이 귀 끝을 스치자, 혜니의 몸이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깊게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에는 사람을 홀리는 기색이 어려 있었다.인우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혜니의 부드러운 붉은 입술을 가볍게 문질렀다.정말 보드라웠다.입 맞추면 분명 좋을 터였다.‘잘 버틴다고?’혜니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그날 하루 밤낮 때문에 혜니는 이틀을 앓아누웠었다.인우는 혜니가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미치도록 마음에 들었다.하지만 인우는 아직 이렇게 쉽게 혜니에게 져 줄 생각이 없었다.“윤 비서.”인우가 낮게 물었다.“지금 뭘 떠올리는 거지?”“크흠. 저 먼저 나가 보겠습니다.”혜니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인우의 손을 탁 쳐 냈다.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내 톡 다시 추가해.”인우가 명령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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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제후야, 오늘 정말 고마워.”진춘심은 얼굴 가득 고마움을 드러냈다.“우리 딸 혜니도 태유그룹에서 일하거든. 두 사람, 회사에서 본 적 있지 않아?”혜니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본부장님, 오늘 저희 엄마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세상 참 좁네.’‘강제후 같은 남자가 대체 왜 소개팅까지 하는 거지?’‘...’제후의 시선이 혜니에게 닿았다.담담하고, 별다른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눈빛이었다.“당연히 할 일이었습니다.”제후는 더 길게 말하지 않았다.곧장 휠체어 하나를 밀고 오더니, 허리를 숙였다.“일단 춘심 이모 병실로 모시죠.”제후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진춘심을 안아 올렸다.그리고 조심스럽게 휠체어에 앉혀 주었다.50kg이 훌쩍 넘는 성인을 안고 있는데도, 제후는 마치 솜뭉치 하나를 든 사람처럼 가뿐해 보였다.셔츠 아래로 드러난 팔의 근육선은 단단했고,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혜니는 문득 그 비 오던 날이 떠올랐다.자신을 안아 올렸던 그때의 순간.인우와 헤어진 뒤, 혜니가 남자와 그렇게 가까이 닿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솔직히 말하면,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았다.잠깐 정신이 흔들린 혜니는 곧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나래의 손을 잡고 서둘러 제후의 뒤를 따랐다.진춘심을 병실에 무사히 모신 뒤, 제후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그러고는 혜니를 바라보았다.“식사하러 가시죠. 아이도 뭘 좀 먹어야 할 것 같은데요.”말투는 물어보는 듯했지만, 사실상 이미 정해진 일처럼 들렸다.혜니는 거절하려 했다.하지만 제후의 깊고 차분한 눈을 마주하자, 거절의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식사 자리의 분위기는 조금 미묘했다.제후는 어색함을 풀어주려는 듯, 지난 반년 동안 외부 파견 근무를 하며 겪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들려주었다.“그렇게 들으니까, 바깥세상은 정말 다채롭네요.”혜니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제후는 잘생기기만 한 게 아니었다.말도 센스 있게 할 줄 알았고, 은근한 유머 감각도 있었다.그때 제후가 문득 물었다.“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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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너 진짜 개쓰레기다.”참다못한 이헌이 한마디 내뱉더니, 눈앞의 패를 그대로 밀어 버렸다.“안 해.”“고이헌, 이 정도 돈도 잃기 싫어서 핑계 대고 판 엎는 거야?”윤모가 어이없다는 듯 이헌을 흘겨보았다.그때 인우가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월말에 남성도 현장 답사 일정 잡아.”인우는 주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너도 같이 가.”남성도는 심씨 가문이 가장 공들여 개발 중인 대형 프로젝트였다.섬 아래에는 금속 광맥까지 묻혀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섬 이름을 남성도로 정한 것 역시 정체불명의 거물이 내건 특별 조건 때문이었다.이름을 바꾸는 순간, 개발권 자체가 날아가게 되어 있었다.주비가 잔을 들고 다가와 술을 한 모금 마셨다.“나를 방패막이로 쓰겠다는 거야?”주비가 반쯤 농담처럼 웃었다.“그건 곤란한데. 나는 대역 없이 진짜 주인공만 하거든.”그때 인우가 문득 윤모를 바라보았다.“듣자 하니, ‘별빛의 서약’이 네 손에 있다던데.”윤모가 대번에 소리쳤다.“야, 너 판을 그렇게 크게 벌인다고? 그거 내가 1년 걸려서 겨우 손에 넣은 거야. 내 여신님한테 줄 예물이라고!”윤모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긴장이 떠올라 있었다.윤모는 겉으로는 매일 여자들과 어울리며 가볍게 사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한 번도 얼굴을 본 적 없는 온라인 친구에게 푹 빠져 있었다.닉네임은 ‘달님’.윤모는 그 여자와 2년 동안 연락을 주고받았고, 2년 내내 그녀를 여신님이라 불렀다.그 여자는 바이올린을 무척 아름답게 연주했고, 목소리도 부드러웠다.윤모의 계획은 단순했다.실컷 놀 만큼 놀고 나면, 언젠가 ‘여신님’을 직접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그리고 얼굴이 예쁘든 아니든, 못생겼든 아니든 상관없이 결혼할 생각이었다.윤모에게 필요한 건 ‘여신님’ 하나뿐이었다.“내가 가져간다.”인우는 그 한마디만 남겼다.술잔을 내려놓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야!”윤모가 급히 잔을 내려놓고 인우를 따라 나갔다.주비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세상에 무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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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혜니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더는 버티다가는 정말 차로 끌려 들어갈 것 같았다.혜니는 결국 체념하듯 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차에 앉자마자 혜니는 창가 쪽으로 바짝 붙었다.인우와 최대한 멀리 떨어지려는 듯했다.차 안은 넓었지만, 인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숨 막히는 압박감이 가득했다.“어디가 안 좋은데?”인우가 먼저 침묵을 깼다.“그냥... 그날이라서... 배가 좀 아파.”혜니의 목소리에는 지친 기색이 짙게 묻어 있었다.인우의 눈빛이 가라앉았다.혜니는 학교 다닐 때도 생리통이 심했다.먹고 싶다고 차가운 음료며 찬 음식이며 아무거나 먹어 댄 탓이었다.나중에 두 사람이 함께하게 된 뒤, 인우는 거의 강제로 혜니의 나쁜 습관을 고쳤다.옆에서 철저히 지켜보고, 관리하고, 어렵게 몸을 회복시켜 놓았다.인우가 없던 지난 4년 동안, 혜니는 분명 또 제멋대로 먹고 살았을 것이다.“앞에 차 세워.”인우가 갑자기 김 기사에게 말했다.차는 24시간 약국 앞에 멈췄다.인우는 망설임 없이 차에서 내려 긴 다리로 약국 안으로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인우가 돌아왔다.손에는 따뜻한 물이 담긴 온수 찜질팩 하나와 붙이는 핫팩 한 상자가 들려 있었다.인우는 다시 차에 올라타자마자 아무 말 없이 핫팩 하나의 포장을 뜯었다.그러고는 손을 뻗어, 혜니의 오피스 재킷을 그대로 들췄다.“내가 할게.”혜니는 온몸이 굳어 급히 손을 뻗었다.하지만 인우는 손목을 살짝 비틀어 혜니의 손을 피했다.따뜻한 핫팩은 이미 혜니의 아랫배 쪽에 정확하게 붙어 있었다.동작은 익숙하고 능숙했다.그 모든 일을 마친 뒤에야, 인우는 따끈한 온수 찜질팩을 혜니의 품에 밀어 넣었다.“고마워.”혜니는 찜질팩을 끌어안고 낮게 말했다.“그 상태로는 업무 효율이 떨어져.”인우의 목소리에는 불쾌감이 섞여 있었다.혜니의 마음이 가라앉았다.결국 일 때문이라는 건가.“윤혜니, 지난 4년 동안 이런 식으로 네 몸을 돌본 거야?”인우는 지금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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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냉대?’‘웃기고 있네.’혜니는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사흘간 이어진 회의가 무사히 끝나자, 인우는 이례적으로 대표이사 비서실 비서들에게 하루 휴가를 줬다.새연과 미나는 인우에게 인간미가 있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혜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음 날, 혜니는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일어났다.벌써 사흘째 나래를 보지 못했다.혜니가 어린이집에 도착했을 때, 마침 경서가 나래를 문 앞까지 데려다주고 배웅하는 중이었다.혜니는 곧장 달려가 나래를 번쩍 안아 올렸다.나래는 말랑한 볼을 혜니의 목덜미에 비비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엄마,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아이고, 우리 콩알이.”혜니는 나래의 작은 얼굴에 입을 몇 번이나 맞춘 뒤에야, 딸을 어린이집 안으로 들여보냈다.오후가 되자, 혜니는 누구보다 먼저 나래를 데리러 갔다.그대로 딸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안의 진춘심은 생각보다 기운이 좋아 보였다.나래를 보자마자 입이 귀에 걸릴 만큼 활짝 웃었다.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강린이 과일 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다.그 뒤로는 키 크고 반듯한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제후였다.“어머, 혜니도 와 있었네.”강린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혜니는 조금 놀랐지만, 곧 예의 바르게 웃어 보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혜니와 제후는 강린과 친엄마의 합동 작전에 밀려 병실 밖으로 쫓겨나다시피 했다.나가기 직전, 진춘심은 유난히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혜니야, 너 오늘 제후한테 꼭 저녁 사. 제대로 고맙다고 인사해야지.”“엄마...”“안 그러면 앞으로 나 엄마라고 부르지 마.”혜니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나래는 제후가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작은 손을 뻗어 안아 달라고 했고, 제후는 아주 자연스럽게 아이를 받아 안았다.동작도 꽤 익숙했다.결국 제후는 혜니와 나래를 N시의 최고급 회전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혜니도 그곳을 알고 있었다. 예전에 경서와 한 번 와 본 적이 있었는데, 예약만 하려고 해도 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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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대표님, 기다리세요.”혜니는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옷장에서 드라이클리닝까지 마친 정장 한 벌을 꺼냈다.거기에 인우가 말한 그 ‘소장용’ 검은 드로즈까지 한꺼번에 봉투 안에 쑤셔 넣었다.‘이 개X끼! 이 속옷은 내가 4년 전에 사 준 물건이 아니었잖아!’‘본인만 알지. 대체 어느 여자 집에서 입고 돌아온 건지.’‘그 사흘 밤낮 동안...’‘퉤. 생각만 해도 더러워.’문이 다시 열렸다.가느다란 팔 하나가 커다란 봉투를 밖으로 내밀었다.바로 다음, 인우의 큰 손이 문을 밀어붙였다.큰 키의 몸이 그대로 현관 안으로 파고들었다.인우에게서 풍기는 술기운과 특유의 차가운 향이 한꺼번에 밀려왔다.“한인우, 여기서 뭐 하는 거야?”혜니는 다급함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누가 들어오래? 나가!”“그렇게 긴장하는 걸 보니, 집 안에 누구라도 숨겨 놨나 보지?”인우는 혜니를 밀치듯 지나쳐 곧장 침실로 향했다.그는 안방을 훑어본 뒤, 다시 아이 방문까지 열었다.방 안팎을 빠짐없이 확인하는 모습이었다.“지금 무슨 짓이야? 당장 나가!”그 행동은 혜니의 분노를 완전히 건드렸다.혜니는 현관문 쪽을 가리키며 날카롭게 몰아붙였다.“누가 다른 남자랑 데이트하래?”인우가 몸을 돌렸다. 이 남자를 둘러싼 공기가 무서울 만큼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혜니는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우린 이미 이혼했어! 내가 누구를 만나든 내 자유야. 네가 상관할 일 아니라고!”“날 자극하지 마.”인우는 어금니를 꽉 문 채, 한 글자씩 눌러 말했다.“강제후와 당장 정리해.”혜니는 곧장 현관으로 걸어가 문을 활짝 열었다.“술주정은 다른 데 가서 해. 내 동생 깨우지 말고!”“네 동생?”인우가 차갑게 웃었다.목소리에는 독기 어린 악의가 배어 있었다.“내 눈엔 네가 어디 밖에서 낳아 온 애로밖에 안 보이는데.”그 친자 확인서에는 분명히 적혀 있었다.아이는 인우의 아이가 아니라고.그 결과는 인우를 미치도록 화나게 했다.짝!맑고 날카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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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혜니는 겁에 질려 눈물이 제멋대로 흘러내렸다.“이러지 마...”인우는 혜니의 울음 섞인 목소리를 듣고도 쉽게 물러서지 못했다.인우가 고개를 낮췄다. 뜨거운 숨이 혜니의 귓가에 닿았다.“너무 보고 싶었어. 제발 나 좀 봐줘.”“난 싫어!”혜니는 눈물로 엉망이 된 채 울먹였다.“나 좀 놔줘!”“자기야, 진짜 자기가 너무 그리웠어. 제발 날 밀어내지 마.”인우의 손이 혜니의 손목을 더 세게 붙잡았고, 계속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했다.혜니는 벗어나려 몸을 틀었다.“한인우!”혜니가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내가 너를 미워하게 만들지 마!”인우의 움직임이 그대로 굳었다.“4년이야. 나랑 자고 싶지 않았어?”인우의 목소리는 낮고 흔들렸다. 애원인지 원망인지 모를 감정이 그 안에 뒤엉켜 있었다.“전혀 그러고 싶지 않았어. 넌 너무 불결해.”혜니는 이를 악문 채 그 말을 뱉어냈다.‘불결하다고?’그 말이 인우의 가슴을 사정없이 찔렀다.지난 4년 동안, 인우는 혜니만 바라보며 자신을 지켜왔다.거래처 사람들이 몇 번이나 여자를 붙여주었고, 술자리 끝에 일부러 곤란한 상황을 만든 적도 있었다. 그래도 인우는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았다.그런데 혜니가 인우에게 더럽다고 했다.‘이 여자... 일부러 작정하고 내 속을 뒤집어 놓으려는 게 분명해!’“나한테 더럽다고 하지 마!”인우의 목소리가 거칠게 터졌다. 혜니가 놀라 뒤로 물러서려 하자, 인우는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아!”혜니는 놀라 몸을 움츠렸다.“와아앙!!!”갑자기 두 사람 뒤쪽에서 맑고도 큰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기저귀 하나와 작은 민소매만 걸친 나래가 뛰어나왔다. 나래는 맨발로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눈을 비비며 크게 울기 시작했다.“나쁜 아저씨! 안 돼... 언니 괴롭히지 마!”“흐으으...”나래는 짧은 다리로 달려와 작은 주먹으로 한인우의 다리를 힘껏 두드렸다.“때찌, 때찌! 나쁜 아저씨!”어린 아이를 바라보는 인우의 마음이 이상하게도 힘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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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혜니는 눈을 내리깔았다. 목소리는 담담했다.“대표님 연애사에는 정말 관심 없습니다.”말을 마친 혜니는 그대로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인우가 혜니의 손목을 붙잡았다. 힘껏 끌어당긴 혜니를 품 안에 가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놔요!”혜니는 거칠게 몸부림쳤다.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대표님, 또 억지로 이러시는 겁니까?”“어제는 술이 과했어. 미안하다.”인우의 낮은 목소리가 혜니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약속할게. 그런 일, 다시는 없어.”‘이렇게 가벼운 사과 한마디가 대체 뭐야?’‘어젯밤에 이 남자... 정말 선 넘을 뻔했잖아!’‘나래가 갑자기 뛰쳐나오지 않았더라면...’혜니는 그 뒤를 상상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필요 없어요. 앞으로는 선을 분명하게 하고 지내면 됩니다.”“혜니야, 그 사흘 밤낮 동안 있었던 일은 알고 싶지 않아?”“알고 싶지 않아! 관심 없다고요!”혜니가 갑자기 소리치며 인우의 말을 잘라냈다.이와 동시에 힘껏 인우의 품에서 벗어났다. 무서운 짐승에게서 도망치듯 대표실 밖으로 뛰쳐나갔다.대표실 문이 닫혔다.인우는 제자리에 선 채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인 숨이 거칠게 흩어졌다.‘이 여자, 정말 말이 통하지 않았네.’‘그때 내가 장인어른을 살릴 명의를 찾으러 갔다가 목숨까지 잃을 뻔했고...’‘결국 백조라에게 발견되어 그 도움으로 겨우 돌아왔는데...’‘정말이지... 은혜도 모르는... 양심도 없는 윤혜니...’...혜니는 하루 종일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 다행히 인우는 더 이상 혜니를 괴롭히지 않았다.퇴근 후, 혜니는 가장 먼저 회사를 빠져나왔다.혜니의 ‘딸기 차’가 막 태유그룹 지하주차장을 벗어나자, 요란한 빨간색 슈퍼카 한 대가 바짝 따라붙었다.차창이 내려가더니 지나치게 눈에 띄는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한기안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눈부실 만큼 새하얀 정장 차림에, 입가에는 바람둥이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이 걸려 있었다.“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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