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니에게 이 버릇은 정말 치명적이었다.술만 마시면 ‘비밀 스피커’가 되어, 숨겨야 할 일까지 줄줄 새어 나왔다.신혼 첫날밤에도 그랬다.혜니는 술에 취한 채 인우의 목을 끌어안고, 흐릿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어릴 때 옆집 오빠가 자신에게 정말 잘해 줬다고.크면 혜니와 결혼하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게다가 혜니는 한술 더 떠서, 어릴 땐 그 오빠를 꽤 좋아했으며, 그 오빠가 유학만 가지 않았어도 한인우가 자신과 결혼할 차례는 오지 않았을 거라고까지 말했다.그 뒤의 일은 차마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인우는 그 자리에서 제대로 화가 났고, 두 사람은 침대 위에서 밤새 전쟁이라도 치른 사람들처럼 난리가 났다....경서는 멍하니 생각에 잠긴 혜니를 보더니,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내가 보기엔 그 인간, 일부러 너 취하게 만든 거야. 네 입에서 뭐라도 캐내려고. 그러니까 앞으로는 절대 술은 입에 대지도 마. 그러다 나래까지 들키면 진짜 끝이야!”혜니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급히 고개를 저었다.“안 마셔. 죽어도 안 마셔!”점심 무렵, 혜니와 경서는 마트에 들렀다.선물 몇 가지와 엄마가 좋아하는 반찬거리를 잔뜩 산 뒤, 함께 혜니의 어머니가 사는 아파트로 향했다.진춘심은 아직 감기가 다 낫지 않아 목소리가 조금 쉬어 있었다.하지만 혜니와 경서가 함께 찾아오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경서는 부엌에 서서 진춘심을 도와 함께 음식을 만들었다.“어머니, 이건 제가 할게요.”“어머니, 이거 간 좀 봐 주세요.”“...”경서는 말끝마다 ‘어머니’라고 부르며 살갑게 굴었고, 진춘심의 입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진춘심의 마음 한쪽이 따뜻해졌다.역시 경서가 딸보다 더 살가웠다.정작 친딸인 혜니는 매일 바빠서 얼굴 보기조차 힘든데 말이다.식탁에 앉자, 진춘심은 쉬지 않고 두 사람의 그릇에 반찬을 올려 주었다.“혜니야.”진춘심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목을 가다듬었다.“옆집 강린 이모 기억하지? 그분한테 젊은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대학 졸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