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안다고요?”허수정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경계 가득한 눈초리로 강정연을 훑어보았다.하지만 이내 여유를 되찾은 듯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받아쳤다.“농담도 참. 내가 그런 대단한 분을 알 리가 있나요. 어쨌든 정연 씨가 그 조 교수라는 분을 안다니 서둘러 모셔와 봐요. 알다시피 주혁 씨가 우리 준이를 친자식처럼 예뻐하잖아요.”거기까지 말한 허수정은 입가를 가리고 살짝 웃어 보였다.“정연 씨가 조 교수님만 무사히 모셔와 주면, 나랑 주혁 씨가 이 은혜는 톡톡히 갚을게요.”누가 들어도 오해할 수밖에 없는, 지극히 의도적인 도발이었다.아니나 다를까 곁에 있던 의사가 입을 열었다.“허 여사님과 남편분이 아이 때문에 얼마나 속을 끓이시는지 모릅니다. 고모님 되시나 본데, 조 교수님만 모셔와 주신다면 저 두 분이 고모님께 제대로 한턱내야겠습니다.”강정연은 태연하게 서 있는 허수정을 흥미롭다는 듯 훑어보며 의아한 척 되물었다.“고모요? 의사 선생님, 단단히 오해하셨네요. 전 아이의 숙모고 이분은 제 남편의 형수님입니다. 아주버님이 중병으로 입원하시는 바람에 제 남편이 형수님과 조카를 대신 돌봐주고 있는 것뿐이죠.”가차 없이 진실을 찌르는 말이었다.의사는 화들짝 놀라 안색이 잿빛으로 굳어버린 허수정과 여유롭게 미소 짓는 강정연을 번갈아 보더니,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하고는 헛기침을 했다.“보호자분들, 일단 아이부터 보시죠.”말을 마친 그는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의사가 진료실로 발걸음을 재촉하자 근처에서 숨죽이고 상황을 지켜보던 간호사들마저 흥미진진한 눈빛을 교환하며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한결 홀가분해진 강정연이 허수정에게 물었다.“형님, 저도 들어가서 아이 좀 봐도 될까요? 불편하시다면 그만두고요.”강정연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허수정의 표정이 험악하게 뒤틀렸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황을 반전시키려 머리를 굴리던 그녀는 돌연 눈시울을 붉히며 가련한 피해자로 돌변했다. “정연 씨, 다 내 탓이에요. 내가 잘못했어요. 원망하려면 날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