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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형과 불륜하겠습니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 - チャプター 10

30 チャプター

제1화

산후조리원에서 몸을 풀고 있는 형님 허수정의 병문안을 간 강정연은 방문 앞에서 한 달째 출장 중이라던 남편 심주혁을 발견했다.방 안에서 심주혁은 침대 옆에 앉아 가녀린 여인에게 조심스레 국을 떠먹여 주고 있었다.여인이 국을 몇 모금 마시더니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주혁 씨, 요 며칠 주혁 씨가 아니었으면 나 혼자 아이를 데리고 정말 막막했을 거예요. 그런데 자꾸 마음이 무거워요. 그 사고는 어쨌든... 내가 그 사람한테 죽을죄를 지은 거니까. 얼른 돌아가서 달래줘요.”그 말에 강정연의 발걸음이 굳어졌다.“형수님, 너무 마음 쓰지 말아요. 일부러 박은 것도 아니고 실수였잖아요. 그리고 그 사람 할머니는 지병으로 돌아가신 건데 형수님이랑 무슨 상관이에요.”심주혁은 여자가 손을 뻗어 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낼 수 있도록 순종적으로 몸을 숙여주었다.“난 그 여자랑 결혼했으니, 보상이라 생각하고 책임지고 살 거예요. 그러니까 형수님은 그 일 잊어버리세요.”‘교통사고... 책임을 져?’심주혁의 그토록 가벼운 말투에 강정연은 몸을 휘청거리며 전신이 얼어붙는 듯한 한기를 느꼈다.1년 전 비바람이 몰아치던 밤, 뇌경색으로 위독하신 할머니를 살리기 위해 그녀는 백방으로 뛴 끝에 유명한 교수님의 수술 승낙을 받아 직접 공항으로 모시러 갔었다.병원은 이미 수술준비를 마친 채 집도의만 기다리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하지만 병원을 불과 한 블록 앞둔 곳에서 신호를 위반한 과속 차량이 그녀의 차를 들이받았고 그녀와 교수님은 찌그러진 차체에 끼여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가해 차량은 그 자리에서 도주해 버렸고 그들도 우여곡절 끝에 구조되긴 했지만, 할머니는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 수술대 위에서 차갑게 숨을 거두신 뒤였다.단 10분만 일찍 도착했어도 할머니는 살 수 있었다.다만 강정연이 차갑게 식은 할머니의 시신 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그 순간, 이별을 앞두고 있던 남자친구 심주혁이 홀연히 나타났다.그는 그녀의 곁을 지키며 다정하게 위로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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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심현호, 심주혁의 친형이자 심성 그룹의 진짜 실세, 그가 바로 사고 당시 그 차에 동승했던 인물이었다.만약 그가 의식을 되찾는다면, 그는 이 사건의 유일한 생존 목격자가 될 터였다.강정연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비록 병원에서는 심현호가 깨어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판정했지만 기막히게도 그녀의 은사인 이도훈 교수는 해외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신경외과 권위자였다.그녀는 이도훈의 과거 수술 성공 사례 중, 심현호와 매우 흡사한 케이스가 있었음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마침 지난주 관련 학술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한 이도훈 교수는 현재 주경시에 머물고 있었다. 교수님이 직접 나서준다면 심현호가 의식을 되찾을 가능성도 충분했다.오늘 그녀가 산후조리원을 찾은 것은 국을 챙겨주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본래는 이 희소식을 전해주기 위함이었다.그러나 눈 앞에 펼쳐진 기막힌 상황을 마주하니 저들에게 굳이 사실을 알릴 이유가 사라졌다.생각을 정리한 강정연은 곧바로 이도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교수님, 머리를 다쳐 1년 가까이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가 있습니다. 혹시 시간을 내어 한 번 봐주실 수 있을까요?]문자를 보낸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흔쾌히 수락하는 답장이 돌아왔다.휴대폰에서 시선을 뗀 강정연의 눈매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방 안에서는 여전히 심주혁이 침대 곁을 지키고 있었고 허수정은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면서도 곁눈질로 강정연을 힐끔거리며 도발적인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저들의 구역질 나는 치정극을 더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강정연은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심현호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주경시를 주름잡는 최고 명문가, 심성 그룹의 현세대 실세인 심현호는 국제 병동 1인 중환자실에 머물고 있었고 오직 그 한 사람만을 위해 전담 의료진 및 간호 팀이 24시간 내내 대기 중이었다.강정연은 신분을 밝히고 면회를 요청했다. 그러고 나서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소독을 마치고 무균복을 입은 뒤에야 비로소 병실 안으로 들어설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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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다 지나간 일이야. 우린 아직 젊으니 아이는 다시 가지면 돼.”심주혁의 몸이 굳어지며 얼굴에서 미소가 가셨다.그는 강정연 앞에 쪼그려 앉아 눈을 맞추며 말했다.“내가 형수랑 거리를 두라고 한 것도 네가 괜히 옛날 일을 떠올리며 괴로워할까 봐 그랬던 거야. 정연아, 약속할게. 반드시 범인을 법의 심판대에 세워서 할머니랑... 우리 아기 한을 풀어줄게.”심주혁은 엄숙하게 맹세했다.하지만 그 모습은 강정연의 눈에 그저 황당하고 가증스러울 뿐이었다.그녀는 아무런 대꾸 없이 무심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런 그녀의 태도가 생경한 듯, 심주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나직이 이름을 불렀다.“정연아?”그의 눈에 미안한 기색이 서렸다.“내가 잘못했어. 형수님께는 전담 간병인을 붙여뒀으니까, 이제부턴 온전히 네 곁에만 있을게. 약속해.”강정연이 입을 떼기도 전, 테이블 위에 놓인 심주혁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전화를 받자마자 당황한 여자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주혁 씨, 어떡해요. 애가 계속 울어요. 아무리 달래도 안 돼요...”“형수님, 진정하세요. 지금 바로 갈게요.”심주혁은 휴대폰을 꽉 쥔 채 곧장 발걸음을 옮기려다, 방금 아내에게 했던 약속이 떠올랐는지 난처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정연아, 형수님이 지금...”너무나 익숙한 상황이었다.허수정은 수없이 많은 밤, 이런 식으로 심주혁을 불러내곤 했다.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일들이 이제야 선명해지며 지난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강정연은 자신이 한심할 정도로 어리석게 느껴졌다.‘심주혁이 형님과 이토록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왜 이제껏 몰랐을까? 설마 아이를 지운 것도 허수정과 마음 편히 놀아나기 위해서였을까?’심장이 차갑게 식어 내려앉았다.할머니의 복수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이혼 서류를 내던지고 그를 쫓아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강정연은 외투를 챙겨 입으며 심주혁의 의구심 어린 시선에 답했다.“나도 같이 가.”심주혁은 잠시 미간을 좁혔을 뿐,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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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심주혁과 허수정, 두 사람의 관계는 정말 단순히 모호한 수준에 불과한 걸까?’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강정연은 스스로도 소스라치게 놀라 전율했다.“정연아, 무슨 생각해?”심주혁의 의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신을 차린 강정연의 눈에 비친 그의 미소는 지독하리만치 가식적이었다.그녀는 다가오는 그의 손길을 옆으로 피하며 무심하게 대꾸했다.“아니야, 가서 형수님 곁이나 지켜. 난 혼자 돌아가면 되니까.”지난 1년, 심주혁은 그녀가 아프거나 간절히 그를 필요로 할 때조차 늘 허수정에게 달려갔다. 그때마다 강정연은 화를 내거나 서운해하며 그를 붙잡으려 애썼다.하지만 이제 그들의 역겨운 관계를 깨닫고 나니, 서운함은커녕 그저 심주혁이 눈앞에서 당장 사라져 줬으면 하는 혐오감뿐이었다.심주혁은 그녀의 배려가 당연하다는 듯, 평소처럼 나직하게 덧붙였다.“그래, 그럼 승우 불러줄 테니 차 타고 가.”승우는 그의 전담 기사였다. 강정연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만 까딱이고는,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약 봉투를 챙겨 밖으로 향했다.욱신거리는 통증에 다친 손이 자꾸만 위로 들렸다.깊은 밤의 응급실은 사람들로 북적였으나, 다들 가족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그들 사이에서 홀로 남겨진 강정연은 지독히도 고립되어 보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심주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뒤쫓아왔다.“안 되겠다, 내가 먼저 데려다줄게.”그는 다정하게 말하며 약을 대신 받아 들고는 그녀의 오른손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그러자 강정연이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형님은 병실에 혼자 있는 걸 무서워한다며?”심주혁은 별일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대답했다.“너도 밤길 무서워하잖아. 혼자 가면 겁날 텐데.”그는 눈가에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다정하게 덧붙였다.“게다가 넌 내 아내잖아. 아내를 집까지 바래다주는 건 남편으로서 당연한 일이지.”그의 말대로 남편으로서 마땅한 도리였다.애초에 이 결혼 자체가 그가 말한 ‘보상’에 불과했으니, 부부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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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감정 결과, 피검사자들 간의 생물학적 부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음.][감정 결과, 피검사자들 간의 생물학적 부자 관계가 성립함.]결과지 속 마지막 문장은 유독 선명하게 눈에 박혔다.아이는 정말로 심주혁의 핏줄이었다.휴대폰을 쥔 손끝을 타고 차가운 한기가 심장까지 번져 나갔다.이미 각오했던 결과였기에 가슴 한구석이 조금은 무너져 내릴 줄 알았다. 어찌 됐든 한때는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남자였으니까.하지만...강정연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하긴, 그럴 만도 했다. 지난 이틀간 그 인간의 추악한 진면목을 뼈저리게 확인했으니, 더 이상 마음을 다쳐가며 아파할 가치조차 남지 않은 것이다.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심주혁과 허수정에게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뿐이었다.강정연은 문을 열고 안으로 발을 들였다.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거실에서 흘러나오는, 소름 끼치도록 달콤하고 교태 섞인 여자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입맛 없어요. 그런데 주혁 씨가 뽀뽀해 주면 못 이기는 척 한 입 더 먹을게요.”“형수님, 장난치지 마세요.”시선이 닿은 곳에는 허수정이 식탁에 앉아, 죽사발을 든 채 곁에 서 있는 심주혁에게 입술을 내밀며 아양을 떨고 있었다.심주혁은 말로는 하지 말라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강정연은 비릿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참으로 눈꼴사나울 정도로 당당하고 파렴치한 행각이었다.문득 의문이 스쳤다.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심주혁은 그녀가 나쁜 마음이라도 먹을까 봐 그림자처럼 곁을 지켰고 그 지극정성은 결혼 후 두 달이 지나서야 겨우 느슨해졌었다.그런데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때 이미 허수정은 임신 2개월 차였으니, 대체 이 남자가 제 곁에서 헌신적인 남편 노릇을 할 때 그와 그의 ‘사랑스러운 형수님’은 언제부터 눈이 맞아 굴러먹었단 말인가.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찰나, 그녀를 발견한 허수정의 눈에 당혹감이 스쳤다. 하지만 이내 짐짓 놀란 척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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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심주혁이 구급함을 들고 돌아와 다정하게 약을 갈아주었다.처치가 끝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스럼없이 옷을 벗으며 말했다.“늦었네. 이제 자자.”강정연이 쳐다보니 심주혁은 마침 마지막 셔츠 단추를 풀고 있었다.그녀의 시선을 느낀 심주혁은 미소 지으며 다가와 그녀의 손을 끌어당겨 자신의 복부에 갖다 댔다.“왜, 넋이라도 나갔어?”노골적인 유혹이었지만 강정연은 훑어보듯 시선을 던지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전에는 몸이 꽤 좋았던 것 같은데, 몇 달 사이에 관리를 안 한 거야?”심주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졌다.“전이라니?”강정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아주버님 생일날 말이야. 호텔에서 내가 만졌을 땐 분명 빨래판 복근에 허리도 훨씬 탄탄했거든. 형님 수발드느라 운동할 시간이 아예 없었나 봐?”예전 심주혁이 그녀를 쫓아다니던 시절, 복근 있는 남자가 좋다는 그녀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그는 죽어라 운동에 매달렸었다.그날 밤, 어둠 속에서 그 노력의 결실을 맛보았을 때만 해도 강정연은 생각했었다. 단지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이 정도 정성을 들이는 남자라면 참 괜찮은 선택일지도 모른다고.하지만 지금 눈앞의 몸뚱이는 그때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쯧, 자기관리조차 못 하는 남자는 어디 하나 쓸모가 없는 법이지.’심주혁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그가 무어라 입을 열려던 순간, 날카로운 노크 소리가 무거운 정적을 갈랐다.“주혁 씨, 자요?”문밖에서 허수정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심주혁은 대꾸도 없이 여전히 묘한 눈으로 강정연을 응시할 뿐이었다.강정연은 그런 그가 가소로우면서도, 그와 더 이상의 스킨십은 피하고 싶었다.썩은 오이 같은 놈, 더러워서 싫었다.“형님, 무슨 일이세요?”강정연이 일부러 소리 높여 물으며 소파에서 내려와 거침없는 손길로 방문을 활짝 열어젖혔다.문밖에는 헐렁한 하얀 잠옷 차림에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허수정이 처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문을 연 사람이 강정연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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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신호가 바뀌었음에도 차가 움직이지 않자 뒤에서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려댔다.어쩔 수 없이 차를 갓길에 세운 심주혁은 수화기 너머 상대방의 설명을 묵묵히 들으며 이따금 짧은 대답만을 내뱉었다.통화가 길어질수록 그의 안색은 흙빛으로 변해갔고 마침내 통화가 끝나자마자 참아왔던 분노를 터뜨리듯 휴대폰을 거칠게 내던졌다.일그러진 미간 사이로 숨길 수 없는 초조함이 배어 나오는 그때, 침묵을 지키던 강정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커뮤니티 건강 쉼터 프로젝트 때문이야?”심주혁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사전 준비를 다 마쳤는데 안성 측에서 갑자기 말을 바꿨나 봐. 계약을 잠정 보류하겠다네.”“그럼 회사로 가서 처리해. 병원은 나 혼자 가도 되니까.”강정연은 말을 마치며 차 문을 열고 내리려 했다.하지만 심주혁은 고개를 저으며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억누른 채,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야, 일단 너부터 데려다줄게.”그는 심호흡을 몇 번 하며 감정을 추스른 뒤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병원 입구에 도착하자 그는 직접 내려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고 뒷좌석에 늘 두던 겉옷을 강정연의 어깨에 걸쳐주고서야 다시 차에 올라탔다. 다시 운전석에 앉은 그는 창문 너머로 미소 지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얼른 들어가 봐, 나올 때 맞춰서 승우 보낼게. 저녁엔 네가 계속 가고 싶어 했던 그 레스토랑에서 밥 먹자.”강정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비로소 차를 돌려 그곳을 벗어났다.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그는 그녀를 최우선에 두는 태도를 보였다.지난 세월 동안 심주혁이 고수해 온 방식이었다. 허수정 때문에 그녀를 소홀히 대하더라도, 사후에는 반드시 그 이상의 보상과 다정함으로 그녀를 달랬다.그 교묘한 다정함 때문에 강정연은 지난 1년 동안 남편이 제 형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으리라고는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사랑이 깊었던 만큼 배신감의 농도도 짙었다.강정연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띠며 휴대폰을 열어 메시지를 보냈다.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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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바로 지금, 승우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그 다정한 대표님이 살구색 원피스를 입은 한 여성을 조심스레 부축하며 자리에 앉히고 있었던 것이다.여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99송이의 거대한 줄리엣 장미 꽃다발이 그녀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이제 봤죠?”강정연은 창밖에서 시선을 거두며 손에 들고 있던 값비싼 꽃다발을 길가 쓰레기통에 미련 없이 던져버렸다.“여기서 잠시 대기하다가 나오면 집까지 데려다주세요.”승우에게 짧게 이르고 강정연은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심주혁과 허수정은 한창 대화 중이었고, 그녀가 나타나자 심주혁은 일어나 직접 의자를 빼주며 자리를 안내했다.“검사가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승우 말로는 병원에서 바로 왔다던데.”강정연이 입을 떼기도 전에 허수정이 죄책감 서린 얼굴로 먼저 말을 가로챘다.“정연 씨, 정말 미안해요. 그날 내가 너무 불안해하는 바람에 정연 씨까지 다치게 했네요.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주혁 씨한테 부탁해 같이 밥이라도 한 끼 하자고 했어요. 이렇게라도 사과하고 싶어서요.”그러더니 그녀는 강정연의 손 쪽을 슬쩍 살피며 테이블 위의 꽃다발을 옆으로 살짝 밀어 놓았다.“주혁 씨도 참 센스 없네요. 내가 꽃을 갖고 싶다고는 했지만, 정작 나한테만 주면 어떡해요. 주혁 씨처럼 무뚝뚝한 사람이 어떻게 우리 동서 같은 사람이랑 결혼했는지 몰라.”허수정이 애교스럽게 심주혁을 흘겨보자 강정연은 무심하게 툭 던졌다.“아, 아까 그 장미들 정말 주혁 씨가 보낸 거였어? 난 쓰레기인 줄 알고 버렸는데.”심주혁이 당황하며 서둘러 해명했다.“정연아, 원래는 네게 주려던 꽃이었는데 오늘... 안성 쪽에서 협력을 철회했잖아. 그런데 형수님이 친정에 들러서 아버님께 중재를 부탁드렸나 봐. 오후에 안성 쪽에서 다시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연락이 왔더라고. 알다시피 안성 프로젝트는 나한테 정말 중요하잖아. 형수님이 큰 도움을 줬는데 당장 준비한 게 없어서 급한 대로 형수님한테 먼저 준 거야.”허수정이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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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영롱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에 허수정은 넋을 잃고 연신 심주혁에게 달콤한 감사를 쏟아냈다.평소라면 그 말들에 기분이 고조되었을 심주혁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옆에서 조용히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강정연을 보자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그는 새우 한 마리를 까서 그녀의 접시에 놓아주며 말했다.“정연아, 걱정 마. 계약 끝나면 너한테도 다른 거 사줄게.”강정연은 새우를 옆으로 밀어내며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두 분이서 천천히 드셔.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심주혁이 서둘러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정연아, 갑자기 왜 그래.”강정연이 차분하게 되물었다.“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그녀가 그를 똑바로 응시하자 심주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하긴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지난 1년 내내 그는 그녀를 소홀히 대하며 형수를 챙겼고 형수의 산후조리를 곁에서 지키는 것도 모자라 집으로 들여오기까지 했다. 방금은 100억짜리 핑크 다이아몬드 주얼리 세트까지 선물했지만 강정연은 단 한 번도 화를 내거나 언짢은 기색을 비친 적이 없었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심주혁은 굳었던 미간을 풀며 손을 놓아주었다.나중에 보상해주면 될 일이었다. 강정연은 배려심 깊고 착하니 형수와 사사건건 따지려 들지는 않을 터였다.“그래, 그럼 먼저 들어가. 배 안 부르면 아줌마한테 다른 것 좀 해달라고 하고.”강정연은 대꾸 없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입구 쪽에서 종업원이 실수로 레드 와인을 그녀의 옷에 쏟았지만 당황하며 사과하는 종업원을 뒤로하고 그녀는 담담히 화장실로 향했다.하지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닫힌 칸 너머로 날카롭게 치솟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안성 쪽 문턱도 못 넘었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강정연은 거울 앞에 멈춰 서서 얼룩을 닦아내며 흥미진진하게 귀를 기울였다.“안성이랑 우리 집이랑 협력 관계 아니었어요? 아빠가 직접 가셨는데도 그 권 대표라는 사람이 안 만나줬다고요? 알았어요. 엄마, 아빠한테 다시 한번 잘 좀 말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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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심주혁은 본능적으로 허수정을 밀어내려 했다.비록 방 안엔 아무도 없었지만, 누워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심현호였기 때문이다.하지만 허수정은 그를 더욱 세게 끌어안으며 울음을 터뜨렸다.“현호 씨가 저렇게 되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요. 주혁 씨, 제발 그냥 이렇게 좀 안아줘요. 주혁 씨까지 날 모른 척하면 난 어떻게 살라고요...”처량하고 가련한 모습에 심주혁은 밀어내려던 손을 멈추고 결국 그녀의 등을 가볍게 다독였다.이에 용기를 얻은 듯 허수정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의 울대뼈 근처에 살짝 입을 맞췄다.“형수님...”당황한 심주혁이 말을 뱉기도 전에 허수정은 입술로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찰나의 순간, 심주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거칠게 밀어냈다.그러자 허수정의 눈동자에 서렸던 기대감이 서서히 꺼져가더니 이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됐어요. 주혁 씨도 가정이 있는 사람이니 그동안 도와준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더는 번거롭게 안 할게요. 앞으로는 아기랑 나 둘이서 어떻게든 알아서 살아 볼 테니까.”말을 마친 그녀가 뒤돌아서려 하자, 두 걸음도 떼기 전에 심주혁이 다시 그녀를 붙잡아 세웠다.두 사람의 시선이 끈적하게 얽혔다.허수정은 수줍어하는 척 뒷걸음질 치다 병상 난간에 몸을 기댔다.하지만 심주혁을 마주한 그녀는 다리를 살짝 들어 그의 가랑이 사이를 문지르기 시작했다.‘아주 가관이네?’이 광경을 목격한 강정연은 지체 없이 휴대폰을 꺼내 사진과 동영상을 일사불란하게 찍어 내려갔다.발각되지 않으려 거리를 둔 탓에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았으나 장면만큼은 확실했다.병실 안에서 심주혁이 그녀의 다리를 꽉 눌러 잡자, 허수정이 그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그러자 심주혁의 몸이 굳어지더니, 의식 없이 누워 있는 형을 앞에 두고 보란 듯이 허수정의 입술에 먼저 입을 맞췄다.결정적인 장면을 모두 촬영한 강정연은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역겨움을 억누르며 휴대폰을 거두고 영상을 백업해 클라우드에 올렸다.모든 걸 마친 그녀는 밖으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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