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지나간 일이야. 우린 아직 젊으니 아이는 다시 가지면 돼.”심주혁의 몸이 굳어지며 얼굴에서 미소가 가셨다.그는 강정연 앞에 쪼그려 앉아 눈을 맞추며 말했다.“내가 형수랑 거리를 두라고 한 것도 네가 괜히 옛날 일을 떠올리며 괴로워할까 봐 그랬던 거야. 정연아, 약속할게. 반드시 범인을 법의 심판대에 세워서 할머니랑... 우리 아기 한을 풀어줄게.”심주혁은 엄숙하게 맹세했다.하지만 그 모습은 강정연의 눈에 그저 황당하고 가증스러울 뿐이었다.그녀는 아무런 대꾸 없이 무심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런 그녀의 태도가 생경한 듯, 심주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나직이 이름을 불렀다.“정연아?”그의 눈에 미안한 기색이 서렸다.“내가 잘못했어. 형수님께는 전담 간병인을 붙여뒀으니까, 이제부턴 온전히 네 곁에만 있을게. 약속해.”강정연이 입을 떼기도 전, 테이블 위에 놓인 심주혁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전화를 받자마자 당황한 여자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주혁 씨, 어떡해요. 애가 계속 울어요. 아무리 달래도 안 돼요...”“형수님, 진정하세요. 지금 바로 갈게요.”심주혁은 휴대폰을 꽉 쥔 채 곧장 발걸음을 옮기려다, 방금 아내에게 했던 약속이 떠올랐는지 난처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정연아, 형수님이 지금...”너무나 익숙한 상황이었다.허수정은 수없이 많은 밤, 이런 식으로 심주혁을 불러내곤 했다.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일들이 이제야 선명해지며 지난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강정연은 자신이 한심할 정도로 어리석게 느껴졌다.‘심주혁이 형님과 이토록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왜 이제껏 몰랐을까? 설마 아이를 지운 것도 허수정과 마음 편히 놀아나기 위해서였을까?’심장이 차갑게 식어 내려앉았다.할머니의 복수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이혼 서류를 내던지고 그를 쫓아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강정연은 외투를 챙겨 입으며 심주혁의 의구심 어린 시선에 답했다.“나도 같이 가.”심주혁은 잠시 미간을 좁혔을 뿐,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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