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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차가운 이별: Chapter 11 - Chapter 20

26 Chapters

제11화

부주성은 자신의 ‘복수 계획’을 부서라에게 말하지 않았다. 아침에 진은아를 데려가 웨딩드레스를 입혀 보라고 했고, 오후에는 임하늘을 데려가 웨딩드레스를 입혀 보라고 지시했을 뿐이었다.그래서 부서라 혼자 멋대로 생각했다. 결혼 5주년 기념일이니, 임하늘에게 결혼식을 다시 해 주느니 하는 말은 전부 가짜라고. 자기 오빠는 분명 진은아의 생일날 사람들 앞에서 청혼할 생각이라서,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 진은아를 웨딩드레스 숍에 데려가라고 재촉한 거라고.임하늘은... 아마 이 기회에 망신을 줘서 알아서 물러나게 하려는 생각이겠지.그렇게 생각한 부서라는 제멋대로 연회장 문 위에 찬물 양동이를 올려 두게 했다. 임하늘에게 미리 한 방 먹이고 싶었다.웨딩드레스 역시 부서라의 실수에서 비롯됐다.임하늘이 입은 드레스는 아침에 진은아가 입어 본 드레스보다 훨씬 비싸 보였다. 부서라는 드레스 숍에서 두 벌을 바꿔서 준 거라고 단정했다.그래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임하늘에게 화장을 해 주는 사이, 살기 어린 기세로 드레스 숍 대표를 찾아가 크게 화를 냈다. 왜 두 벌의 드레스를 바꿔 놓았냐고 따졌다.부주성이 처음에는 실제로 같은 드레스 두 벌을 주문했기 때문에 드레스 숍 대표도 잠시 확신하지 못했다. ‘혹시 부 대표가 또 마음을 바꿔 같은 드레스를 원한 건가?’다행히 처음 제작할 때 임하늘이 입은 드레스와 같은 드레스가 한 벌 더 만들어져 있었다.드레스 숍 대표는 서둘러 또 다른 드레스를 꺼냈다.부서라는 똑같은 드레스를 입는 편이 대용품 임하늘에게 더 큰 타격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금세 화를 풀고, 드레스 숍 직원에게 최대한 빨리 그 드레스를 진은아에게 갖다 주라고 했다.모든 일을 마친 뒤에도 부서라는 사람이 바뀐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히려 기분 좋게 생각했다. ‘역시 내가 똑똑해서 드레스가 바뀐 걸 알아냈어.’‘그렇지 않았다면, 결혼식 주인공인 은아 언니는 평범한 드레스를 입고...’‘가짜 임하늘은 진짜 다이아몬드 999개가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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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미칠 듯 화가 난 부주성이 부서라를 사납게 노려보며 말했다.“하늘이를 찾은 뒤 너는 따로 보자.”말을 마친 부주성은 핸드폰을 꺼내 임하늘의 번호를 눌렀다.부주성은 자신이 전화해서 몇 마디 달래기만 하면, 임하늘은 예전처럼 한없이 얌전하고 순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하지만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임하늘은 받지 않았다.“왜 이래? 하늘이가 내 전화를 안 받아?” 부주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핸드폰을 안 가져갔나?’‘하긴, 웨딩드레스를 입으면 핸드폰을 들고 다니기 어렵지.’임하늘이 부주성의 전화를 안 받을 리가 없었다. 분명 핸드폰이 곁에 없어서 전화를 못 받는 것이다.그때까지도 부주성은 자신이 임하늘을 잃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부주성의 눈에 임하늘은 부르면 오고 밀면 물러나는 작은 반려동물 같은 존재였다. 반려동물은 주인을 떠날 수 없다. 눈에도 마음에도 주인만 있고, 주인을 온 마음으로 사랑한다. 주인이 아무리 잔인하게 대해도 결코 주인을 떠나지 않는다.“하늘이는 멀리 못 갔을 거야. 분명히 근처에 있어.” 짧게 생각한 뒤, 부주성은 차분하게 지시했다. “장 실장, 호텔 대표를 불러요. 직원 전부 다 밖으로 보내 하늘이를 찾게 해요.”“한 시간 안에 하늘이를 무사히 데려와요. 못 찾으면... 책임져야 할 거예요.”장 실장은 곧장 사람들을 모아 사방으로 임하늘을 찾기 시작했다.부서라도 자원해서 장 실장과 함께 찾으러 나섰다.하지만 부서라가 임하늘을 걱정해서 찾으려는 것은 아니었다. 임하늘이 돌아와 부주성에게 자신이 한 짓을 고자질할까 두려웠다.그래서 먼저 찾아내 협박할 생각이었다. 입조심하라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단단히 겁을 줄 작정이었다.그러나 한 시간이 지나도 장 실장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부주성은 크게 화를 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날이 저물어 가는데도 임하늘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했다. 부주성은 더 많은 사람을 불러 임하늘을 찾게 했다.심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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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협박이 가득한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뒤, 부주성은 이번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자신을 그렇게 사랑하는 임하늘이기에, 메시지를 보면 가장 빠른 속도로 연회장에 돌아올 것이다. 예전처럼 고개를 숙이고 붉어진 눈으로 조심스럽게 사과하며 용서를 빌 것이다.그렇게 생각하자 부주성의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더 이상 임하늘을 찾아다닐 생각도 들지 않았다. 사람들을 모두 내버려 두고 여유롭게 연회장으로 돌아왔다.그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밖에서 임하늘을 찾고 있었고, 연회장에는 진은아만 남아 있었다.진은아가 아직 가지 않은 걸 보자, 부주성은 경멸 섞인 웃음을 지었다.“아직도 안 꺼졌어? 뭐야, 나와 하늘이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어?”그 말을 듣자 진은아가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너무 큰 충격을 받은 탓인지, 미친 듯 웃으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하하하하하, 부주성. 설마 임하늘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하늘이는 당연히 돌아와.” 부주성은 입꼬리를 올렸다. 자신만만한 웃음이었다. “하늘이는 누구보다 나를 사랑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조건 없이 나를 감싸 줘... 하늘이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여자야.”부주성의 말을 듣자 진은아는 더 크게 웃었다.“하하하하하, 부주성, 나더러 멍청하다고 말할 수 있어? 세상에서 제일 큰 바보는 바로 너야!”“아무리 마음 넓은 여자라도 자기 남편이 다른 여자를 집에 들이는 걸 참을 수는 없어. 게다가 남편의 첫사랑이라면 더더욱이!”“임하늘이 왜 그렇게 너그러웠을까? 내가 네 집에 들어갔는데도 왜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까? 하하하하하, 당연히 너를 사랑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야!”“사랑하지 않으니까 신경 쓰지 않는 거고, 사랑하지 않으니까 견딜 수 있는 거야!”의기양양하던 부주성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부주성은 한 걸음씩 진은아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목을 움켜쥐었다.“입 닥쳐! 이 더러운 여자야!”“네가 하늘이를 잘 아는 척 쇼하지 마. 너같이 마음이 가벼운 사람은 진짜 사랑이 뭔지 몰라.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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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부주성은 분노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어릴 때부터 신사적인 태도를 지키며 여자에게 손대지 않았던 부주성이 처음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진은아의 뺨을 때리는 데서 멈추지 않았고, 결국 진은아를 심하게 때렸다.“입 닥쳐! 이 더러운 년! 네 더러운 입으로 하늘이를 욕하지 마!”“하늘이는 반드시 돌아와! 하늘이는 나를 사랑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하늘이야!”“넌 아무것도 몰라. 아무나 붙잡는 네가 사랑을 알기나 해?”...부주성은 그저 분노만 터뜨리면서, 진은아의 머리카락을 잡고 벽에 부딪히게 했다. 곧 진은아의 머리에서 피가 났다.마침 장 실장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큰일이 났을 것이다. 그 장면을 본 장 실장이 급히 달려가 부주성을 막았다. 그러지 않았다면 진은아의 목숨이 위태로웠을지도 몰랐다.임하늘은 찾지 못했는데 진은아가 먼저 반쯤 죽은 꼴이 됐다. 장 실장은 속으로 지쳐 버렸다. ‘일은 어렵고, 뒤처리는 더럽고.’곧 진은아는 구급차에 실려 갔다.부주성은 넋이 빠진 사람처럼 연회장 문 앞에 앉아 있었다. 금이 간 명품 시계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두 시간이야... 벌써 두 시간이 지났는데, 왜 하늘이는 아직도 안 돌아오지?”“내가 말했잖아. 한 시간 안에 내 곁으로 돌아오라고. 왜 말을 안 들어?”‘하늘이는 분명 내 말을 가장 잘 들었잖아!’‘그런데 왜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이때, 갑자기 말을 듣지 않는 거야?’“맞아! 하늘이는 핸드폰을 안 가져갔어! 그래서 내가 보낸 메시지를 못 본 거야!”“조금만 더 기다리자... 조금만 더... 하늘이는 반드시 돌아와. 꼭 돌아올 거야!”거의 정신이 나간 부주성을 보면서, 장 실장은 답답한 듯이 한숨을 쉬었다.“대표님, 방금 사모님과 관련된 소식을 하나 확인했습니다.” 장 실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부주성은 곧장 고개를 들었다. 장 실장을 붙잡고 반갑게 물었다.“하늘이! 하늘이를 찾았어요?”장 실장은 어색하게 웃었다.“아닙니다. 다만 사모님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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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그 뒤 몇 달 동안 부주성은 미친 듯이 임하늘을 찾아다녔다.임하늘의 고향까지 찾아가서 예전 선생님과 동창, 이웃들을 만났다. 임하늘을 아는 사람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임하늘과 관련된 작은 단서라도 얻기를 바랐다.계속 찾아다니는 동안, 부주성은 비로소 임하늘을 조금씩 알아 가기 시작했다.그제야 알았다. 임하늘은 어린 시절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임하늘이 아주 어릴 때 떠났고, 그 일로 임하늘은 늘 불안했다. 사랑이 부족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맞춰 주는 성격이 되었다.임하늘의 인내는 사랑 때문이 아니었다. 삶이 너무 힘들었고 너무 많이 견디느라, 침묵으로 버티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그럼에도 임하늘은 선했다. 인생 곳곳이 불행으로 채워져 있었지만, 부주성과 결혼한 뒤 매달 보육원에 돈을 기부했고, 매주 시간을 내 보육원에서 봉사도 했다. 보육원 아이들은 모두 임하늘을 좋아했다.“하늘 언니는 파란색을 제일 좋아했어요. 바다 색이니까요. 언니가 바다를 좋아한댔어요. 바다는 자유랑 낭만을 뜻한다고 했거든요!” 보육원을 찾아갔을 때, 아이 하나가 바다를 그리며 환하게 웃었다. “아저씨는 하늘 언니 친구예요? 하늘 언니 언제 와요? 내가 바다를 그렸는데 언니한테 주고 싶어요.”부주성은 가슴이 쓰렸다. 보육원의 아이조차 임하늘이 바다를 좋아하고 파란색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주성은 몰랐다.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진은아의 말이 맞았다. 부주성은 사랑을 몰랐다.임하늘을 찾기 위해 부주성은 국내의 모든 바닷가를 뒤졌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찾을수록 두려움만 커졌다. 자꾸만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가 혹시... 이제 세상에 없는 건 아닐까?’‘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오래 찾았는데도 단서 하나 없을 수 있을까?’더구나 떠나기 전 임하늘은 값나가는 모든 물건을 기부했다. 기부할 만한 가치가 없는 물건들은 전부 태워 버렸다.깨끗하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그 생각에 부주성은 가슴을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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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자신을 거의 미칠 정도로 몰아붙인 부주성과 달리, 임하늘의 삶은 오래된 폭풍이 지나간 뒤처럼 고요했다.임하늘은 부주성이 자신을 찾으려고 온 세상을 뒤지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유심칩은 오래전에 부러뜨려 버렸고, 각종 SNS 계정도 전부 삭제했다. 그래서 부주성이 건 전화와 보낸 메시지는 하나도 받지 못했다.물론 받고 싶지도 않았다.지난 일들은 끔찍한 악몽 같았다. 가진 걸 모두 쏟아 붓고서야 간신히 악몽에서 빠져나왔으니, 과거와는 조금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익숙한 고향을 떠나 비행기로 7천 킬로미터 넘게 날아온 이유는 바로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였다.과거를 버리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그 버린 것들 안에는 당연히 부주성도 포함되어 있었다.“하늘아, 너 미술 전공 맞지?” 식사 중에 이모 한지윤이 웃으며 물었다. “요즘 근처로 스케치하러 다니면서 분위기 있는 산수화를 많이 그렸더라. 그림이 정말 좋았어. 나랑 이모부는 전부 다 마음에 들었어.”“이모부가 말하길, 그렇게 좋은 그림을 집 안에 쌓아 두기만 하는 건 너무 아깝대. 그래서 이모부가 비용을 대서 네 개인전을 열어 주고 싶대... 너는 어떻게 생각해?”“개인전요?” 임하늘은 눈을 크게 떴다. 놀란 표정이었지만, 눈동자 깊은 곳에서 반짝이는 작은 빛을 보면 개인전을 기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화가에게 개인전은 능력을 인정받는 일이자,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보여 줄 기회였다.임하늘은 미술을 배우기 시작한 뒤 언젠가 완전히 자신만의 전시회를 열 수 있기를 늘 바랐다.하지만 개인전시회에는 많은 돈이 든다.어릴 때부터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고 집안 형편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임하늘은 오래전부터 조심스러운 성격을 갖게 됐다. 짧은 설렘 뒤, 임하늘의 예쁜 눈썹이 걱정스레 내려앉았다.“개인전, 돈이 많이 들죠?” 임하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저는 지금 일도 안 해서 한 푼도 벌지 못해요. 집에서 밥만 축내는 것도 미안한데, 이모부 돈으로 개인전까지 열면...”“무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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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성공했는데도 유일하게 보답하고 싶은 가족이 그날을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떠나는 것일지도 모른다.한지윤은 언니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시울을 붉혔다. 언니의 죽음은 그녀에게 끝없는 후회와 아쉬움을 남겼다.다행히 언니는 떠났지만 딸을 남겼다.“어릴 때 내 부모는 아들만 귀하게 여겨서 그 평범한 남동생만 학교에 보내고 나는 못 가게 했어.” “내가 억울해서 끝까지 학교에 가겠다고 하니까 생활비를 끊고 학비도 한 푼도 주지 않았지. 그걸로 나를 학교에서 끌어내리려 했어.” 한지윤은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 “그때 언니가 몰래 일을 몇 개씩 더 해서 내 생활비와 학비를 모아 줬어... 내게 언니는 엄마나 다름없어.” “나는 언니 손에서 컸어. 부모는 나를 하루도 제대로 키운 적이 없지만, 언니가 나를 키웠지.”“그러니까 하늘아, 절대 네가 남이라고 생각하지 마. 이모에게는 아이가 없어. 앞으로 너는 이모의 딸이야.” “이곳이 네 집이니까, 원하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 개인전 하나가 아니라 하늘의 별이라도 이모가 따다 줄게.”한지윤의 말은 오랫동안 사랑에 목마르게 살아온 임하늘에게 정말 오랜만에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었다.한지윤은 산골에서 도망쳐 나와 주저 없이 새 삶을 시작했다. 임하늘도 이모를 배우고 싶었다. 더 단단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 되어 새로운 얼굴로 새 인생을 맞이하고 싶었다.“이모, 저 개인전 열고 싶어요.” 임하늘은 고개를 들어 이모를 바라보았다. 눈빛은 지금까지 본 적 없을 만큼 단단했다. “하지만 개인전 비용을 이모와 이모부께 그냥 부담시키고 싶지는 않아요. 저도 성인이고, 가족이라 해도 이렇게 기대기만 하면 미안해요.”“그 돈은 빌리는 걸로 할게요. 개인전이 끝나고 수익이 생기면 꼭 갚을게요.”이모는 예쁜 눈매를 휘며 웃었다.“이래야 내 조카지.”“하늘아, 네 그림이 이렇게 훌륭하니까 분명 잘 팔릴 거야!” 이모부 조진제도 아낌없이 임하늘을 칭찬했다. “나는 네가 아주 멋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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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서이경 대표라는 남자는 임하늘의 그림 다섯 점을 한 점당 6억 8천만 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한꺼번에 샀다. 그런 큰 고객에게는 임하늘이 예의를 갖춰 인사하는 것이 당연했다.그래서 임하늘은 이모와 함께 서 대표 앞으로 갔다.“서 대표님, 오랜만이에요.” 한지윤은 이 남자를 잘 아는 듯 친근하게 인사했다. “대표님처럼 바쁜 분이 제 조카 전시까지 와 주실 줄은 몰랐네요.”서이경은 담담히 웃었다.“마침 오늘은 쉬는 날이었습니다.”“이쪽은 제 조카 임하늘이에요.” 한지윤이 웃으며 소개했다. “아주 감각이 대단한 화가예요. 이 전시장에 걸린 작품은 전부 하늘이가 그렸고요.”이모의 칭찬에 임하늘의 뺨이 붉어지면서 겸손하게 말했다.“이모, 놀리지 마세요. 그냥 그린 거예요.”“확실히 감각이 좋습니다.” 서이경이 웃으며 말했다. 몸을 돌려 뒤쪽 산수화를 바라보더니 진지하게 평가했다. “특히 이 작품은 산을 그렸고 색조도 따뜻한데, 이상하게 넓은 하늘과 외로운 마음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그림입니다.”임하늘은 잠시 멈칫했다. 서이경이 자신의 그림을 알아보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사실 임하늘의 대부분 작품이 그랬다. 색은 선명하고 강렬했지만, 그림이 담은 감정은 떠들썩함이나 화려함이 아니라 사람 마음속의 고독이었다.이름 모를 노래의 한 구절처럼.소란할수록 더 외롭고, 번화할수록 더 쓸쓸하다.세상에는 매일 수많은 사람이 오가지만, 각자의 마음은 여전히 닫혀 있다. 외딴섬처럼 누구도 완전히 다가갈 수 없다.임하늘은 어릴 때부터 그런 고독에 둘러싸여 있었다. 주변이 떠들썩할수록, 사람이 많고 소리가 클수록 임하늘은 더 외로웠다.“화가의 모든 작품은 어느 시기의 마음을 드러낸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임 작가님의 그림은 하나같이 밝고 과장된 색채 아래에 넓은 공허와 고독이 은은하게 흐르는 듯합니다.” 서이경은 다시 임하늘을 바라보았다. “작가님은 이렇게 젊고 아름다운데, 어떻게 이렇게 쓸쓸한 마음을 담게 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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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임하늘은 말문이 막혔다. 서이경이 차갑고 금욕적인 데다 웃음도 거의 없는 대단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유머가 있었다.“그럼 저도 고맙다고 해야 하나요? 방금 저를 아름답다고 칭찬하셨잖아요.” 임하늘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그 모습을 보자 서이경의 눈가에도 웃음이 번졌다.“드디어 웃네요.”임하늘은 멈칫하면서 뺨도 조금 붉어졌다.“저... 저는 계속 웃고 있었는데요?”한지윤이 데리고 와서 인사할 때부터 임하늘은 줄곧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미소는 가장 기본적인 예의였다. 비록 가난하게 자라 상류층 사람들과 어울린 경험은 많지 않았지만, 그 정도 상식은 알고 있었다.“아까는 예의상 짓는 미소였습니다.” 서이경은 검고 깊은 눈에 웃음을 머금은 채 임하늘을 향했다. “지금이야말로 진짜 즐거워서 나온 웃음이죠.”임하늘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이상했다. 서이경과는 오늘 처음 만났을 뿐인데, 왜 행동 하나하나를 이렇게 읽어 낼 수 있을까? 어릴 때부터 마음 깊이 숨겨 둔 사적인 생각들까지 알아보는 듯했다.분명 첫 만남인데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 같은 느낌이 들었다.“자주 웃는 게 좋겠습니다. 웃을 때 정말 아름답습니다.” 서이경이 웃으며 말했다.서이경은 칭찬할 때 상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진심으로 칭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임하늘은 칭찬에 조금 부끄러워져 고개를 살짝 숙였다. 시선을 마주칠 수도 없었다.“감사해요. 서 대표님도요.”말을 마친 뒤 임하늘은 문득 뭔가를 떠올렸다. 옆을 돌아보니 역시 한 사람이 없었다.‘이모는 어디 갔지?’‘방금 이모가 서 대표에게 인사시키려고 데려왔는데, 언제 사라진 걸까?’“이제야 한 여사님이 가신 걸 알아차리셨습니까?” 서이경은 임하늘의 반응이 재미있는 듯 웃었다. 조용히 한 걸음 가까이 다가오자, 남자의 큰 체구가 작은 임하늘을 감쌌다. “눈치가 너무 늦은 건지, 아니면 작가님의 관심이 제게만 쏠려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던 건지 모르겠군요.”임하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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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개인전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임하늘은 작품 51점을 전시했는데, 하루 만에 33 점이나 팔렸다. 대부분의 작품은 1천3백만 원에서 6천8백만 원 사이였고, 서이경이 사 간 다섯 점만 한 점당 6억 8천만 원에 달했다.“서이경 대표가 네 그림을 시세의 열 배나 더 주고 샀네.” 밤에 개인전 수입과 지출을 함께 정리하던 한지윤이 조카를 놀렸다. “하늘아, 그 사람 아무래도 너한테 관심 있는 것 같지?”“절대 아니에요.” 임하늘의 관심은 전부 돈에 쏠려 있었다. 이모의 농담에도 별 반응이 없었다. “제 생각에는 그냥 바람둥이인 것 같아요. 예쁜 여자를 보면 한 번쯤 말 걸고 싶어 하는 타입?”한지윤은 눈을 크게 뜨고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야? 서 대표는 이 바닥에서 유명한 철벽남이야. 사생활도 아주 깔끔하고, 수상한 여자들과는 어울리지도 않아. 중요한 행사에 참석할 때도 늘 혼자야.”“네?” 임하늘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계산기에서 시선을 떼었다. “그럼 왜...”말을 하다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임하늘은, 황급히 입을 다물고는 말을 다 하지도 못했다.‘그럼 왜 처음부터 나한테 그렇게 말을 걸었지? 그것도 여러 번이나...’임하늘이 말끝을 삼켰지만, 한지윤은 이미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알아차렸다.한지윤의 얼굴에는 또다시 장난기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왜? 서 대표가 너한테 작업 걸었어?”임하늘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계산기와 영수증을 들어 이모의 주의를 돌리려 했다.“이모, 여기 레스토랑 다과가 너무 비싸요. 하루 다과를 맡겼을 뿐인데 1,300만 원이나 들었어요!”“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니까 비싼 게 당연하지.” 한지윤은 대충 대꾸한 뒤 곧장 다시 화제를 돌렸다. “내가 보기엔 서 대표가 거의 틀림없이 너한테 마음이 있어. 요즘 안에 또 약속을 잡으려 할 거야. 만나자고 하면 한번 나가 봐.”“여자의 젊음은 길지 않아. 젊을 때 사랑을 많이 누려야 해. 물론 사랑만 즐기면 돼. 결혼을 서두르라는 뜻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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