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주성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임하늘을 한참 바라보다가 슬쩍 비웃었다.“불만 없다면 박 기사 도와서 은아 짐도 같이 올려.”첫사랑 앞에서 체면을 구겼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부주성은 일부러 임하늘을 모욕하려고 했다.임하늘의 낯이 조금 창백해졌지만, 이내 웃었다.“알았어.”말을 마친 임하늘은 돌아서서 박 기사와 함께 짐을 들었다.이렇게 얌전하고 순순히 따랐으니 부주성은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도 자연스럽게 캐리어를 끌고 계단을 오르는 임하늘의 뒷모습을 보자, 부주성의 가슴속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짜증이 피어났다.손님방은 금세 정리됐다. 임하늘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는데, 진은아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하늘 씨, 나를 받아 줘서 고마워.” 임하늘의 손을 덥석 잡은 진은아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가련하게 말했다. “하늘 씨와 주성이가 없었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정말 몰랐을 거야.”진은아의 손등이 위로 향하는 바람에 눈부신 빛이 임하늘의 눈을 찔렀다.진은아의 약지에는 임하늘의 결혼반지와 똑같은 디자인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정확히 말하면,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진은아의 반지는 다이아몬드가 더 크고 더 밝았고 더 눈부셨다.임하늘의 결혼반지가 값싼 모조품처럼 보일 만큼이었다.이미 떠나기로 마음먹었는데도, 임하늘의 심장은 다시 아렸다.‘내 결혼반지마저 값싼 모조품이었구나.’‘대용품에게 모조품이라. 참 잘 어울리네.’그때 바깥에서 초인종이 울렸다. 택배 기사가 거대한 케이크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와! 누가 케이크 시켰어?” 부서라가 소리쳤다. “오빠, 은아 언니한테 보낸 거야?”“은아 생일은 다음 주야.” 부주성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미리 주문해 두긴 했지만, 케이크 가게에서 날짜를 착각했나?”모두가 의아해하는 사이, 배달 기사가 큰 소리로 물었다.“임하늘 님 계신가요? 받으시는 분은 임하늘 님입니다. 이모님이 보내신 케이크인데, 오늘 하루가 많이 힘들었다는 걸 안다고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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