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너와의 재회에 흔들리지 않기를: Chapter 11 - Chapter 20

24 Chapters

제11화

안윤서는 간단히 집 청소를 한 뒤 캐리어를 열어 옷을 전부 꺼내 옷장 안에 정리해 넣었다.그러고 나서 깨지기 쉬운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 놓았다.잘 정돈된 방을 둘러본 뒤에야 안윤서는 비로소 만족스러워하며 씻고 침대에 누웠다.비행기에서는 너무 불편한 자세로 잠을 자서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안윤서가 잠에서 깼을 때는 이미 오후 두 시였다.자신의 새로운 방을 둘러보았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안윤서는 넋을 놓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자신이 아크문으로 왔음을 실감했다.2월의 빌리체는 한여름이었기에 안윤서는 원피스로 갈아입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국내에 있을 때는 늘 공들여 꾸미고 외출했었는데 지금의 안윤서는 그저 빨리 밖으로 나가 햇살을 마음껏 느끼고 싶었다.일단 안윤서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밥을 먹고 장을 본 뒤 집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다.그런데 갑자기 맛있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고 그 순간 안윤서는 입맛이 돌았다.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냄새를 따라 한 레스토랑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그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는 스테이크였기에 안윤서는 우선 스테이크를 하나 주문하고 기본으로 나오는 치즈 감자튀김은 빼달라고 했다.스테이크가 나오자 안윤서는 곧바로 맛을 보았다. 육질이 부드럽고 맛도 좋았다.안윤서는 매우 만족스럽게 식사했다.그런데 다 먹고 계산하려고 보니 현금과 카드가 다른 옷 주머니 안에 들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원피스로 갈아입을 때 그 점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안윤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 카드를 내밀며 같이 계산하겠다고 했다.안윤서는 살짝 놀랐다. 고개를 들어 보니 오전에 공항에서 만났던 그 남자였다.안윤서는 그제야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남자는 이목구비가 굉장히 뚜렷했는데 눈썹뼈와 콧대가 매우 예뻤고 어쩐지 조금 차가운 느낌을 주기도 했다.안윤서는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돈은 어떻게 갚으면 될까요?”“괜찮아요. 별거 아닌데요, 뭘.”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금빛의 카드를 흔들어 보였
Read more

제12화

결혼식이 시작되기 전, 포도 주스를 손에 든 남자아이가 별안간 웨딩홀 안으로 뛰어 들어와 안혜원과 부딪쳤다.보랏빛의 포도 주스가 흰 드레스 위로 엎질러지면서 얼룩을 남겼다.그 순간 안혜원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내 드레스! 너 어느 집 애야? 누가 저런 나쁜 아이를 안으로 들여보낸 거야? 당장 데리고 나가!”소란을 들은 송규민이 다급히 다가왔다.안혜원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한 걸 본 송규민은 자기도 모르게 우뚝 멈춰 섰다.송규민이 기억하는 안혜원은 늘 조용하고 유한 사람이었기에 이런 일을 겪었어도 절대 불같이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그런데 안혜원의 그런 모습을 보게 되니 송규민은 조금 낯선 기분이 들었다.“규민아, 언제 온 거야? 나는 너 오는 거 못 봤는데.”송규민이 다시금 시선을 들었을 때, 안혜원은 평소처럼 온화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조금 전과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보였다.“네 목소리가 들리길래 와 봤어. 혜원아, 괜찮아?”“응. 괜찮아. 어떤 남자아이가 내 드레스에 포도 주스를 쏟은 것뿐이야. 다른 걸로 갈아입으면 되니까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줘.”“알겠어.”송규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왠지 안혜원을 보고 있으면 자꾸 낯선 기분이 들었다.그건 오늘 갑자기 느낀 것이 아니라 예전에도 가끔 느꼈던 것이다.과거 송규민을 챙겨줬을 때랑은 조금 달랐다.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른지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그리고 이따금 송규민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은 안혜원이 아니라 안윤서였다.송규민의 마음속에서 의심이 조금씩 싹트고 있었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안혜원은 송규민의 아내이고, 송규민은 안윤서의 형부이니 말이다.‘형부.’송규민은 문득 안윤서가 차에 타기 전 자신을 형부라고 불렀던 걸 떠올렸다.당시 안윤서는 창백한 얼굴로 자신이 준비한 결혼 선물을 건넨 뒤 떠났다.사실 그때 송규민은 자기도 모르게 안윤서를 부르고 싶었으나 그럴 겨를이 없었다.송규민은 문득 안윤서가 건넨 상자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보고
Read more

제13화

“규민아!”옆에 있던 안혜원이 몇 번이나 불렀는데도 송규민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안혜원은 짜증 나고 화가 났다.하객들이 수군대기 시작하자 주례가 서둘러 나서서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마음이 조급해진 안혜원은 송규민의 팔을 살짝 흔들었고 송규민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주례는 상황을 보더니 황급히 신랑이 결혼 준비로 너무 피곤해서 그런 것 같으니 다들 이해해달라고 했다.안혜원과 송규민은 각자 생각에 잠긴 채 반지를 교환했고 잠시 후 피로연이 시작되었다.“나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이따가 하객들한테 인사하러 갈게.”송규민은 말을 마친 뒤 안혜원의 기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곧장 자리를 떴다.안혜원은 따라가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하객들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곳에 남아 하객들을 상대해야 했다.“규민이가 어제 밤새워 운전을 한 탓에 많이 피곤한가 봐요.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인사하러 오겠대요.”말을 마친 뒤 안혜원은 잔을 들었다.하객들은 비록 의문이 들긴 했으나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그들의 결혼식 현장이었으니 말이다.송규민이 대기실로 돌아오자 비서는 재빨리 상자를 건넸다.송규민은 상자를 조심히 열었고 그 안에 들어있는 녹음테이프와 서류들을 보았다.서류를 쭉 읽어 보니 가족들과 연을 끊으려는 의지가 확연히 느껴졌다.서류 위에 또박또박 적힌 안윤서의 이름을 보는 순간, 송규민은 자기도 모르게 흠칫했다.안윤서는 가족과 사이가 아주 좋을 텐데 왜 그들과 연을 끊으려고 한 걸까?평소 안혜원을 살뜰히 챙겼던 안명준과 박정순의 모습을 떠올린 송규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곧이어 녹음테이프에 손이 닿자 송규민은 그 녹음테이프가 조금 눈에 익다는 걸 눈치챘다.예전에 안윤서는 그 녹음테이프를 제발 들어달라고 송규민을 여러 번 찾아왔었다. 그러나 당시 송규민은 안윤서가 수작을 부리려 한다고 여겼기에 그 안에 담긴 내용을 듣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안윤서가 그걸 자신에게 줘버리자 갑자기 듣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Read more

제14화

송규민은 싸늘한 눈빛으로 안혜원을 바라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혜원은 그제야 자신이 말실수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황급히 설명했다.“네가 한 이야기들을 일부러 잊은 거 아니야. 그동안 결혼 준비로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래. 규민아, 화난 거야? 화 풀면 안 돼? 우리 결혼하고 난 뒤에 네가 다시 얘기해주면 되잖아. 응?”안혜원은 송규민의 옷자락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송규민은 눈앞에 있는 안혜원이 역겹게 느껴졌다.“안혜원, 아직도 날 속일 셈이야? 내 옆에 있어 줬던 건 네가 아니잖아!”송규민은 안혜원을 힘주어 밀쳤고,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안혜원은 그대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져 하객들이 있는 곳까지 나뒹굴었다.웨딩드레스는 볼품없이 찢어졌고 몸 곳곳에 상처가 생겼다.수많은 조명이 모두 안혜원을 비추었다.안혜원은 아픈 걸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당황한 표정으로 황급히 얼굴을 가렸고, 그 뒤로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안혜원은 다가가 해명하고 싶었으나 송규민이 먼저 단상 위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여러분, 오늘 결혼식은 취소하겠습니다. 안혜원은 제가 찾던 신부가 아니에요!”말을 마친 뒤 송규민은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송규민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안명준, 박정순과 마주쳤다.“규민아, 왜 그래? 어디 가려고? 이제 하객들한테 인사해야지.”송규민은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그들의 앞에 상자를 던졌다.두 사람이 안혜원과 함께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자 송규민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저 결혼 안 합니다. 이유는 두 분이 제일 잘 아실 거예요. 이 수모는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송규민의 말에 안명준과 박정순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두 사람은 시선을 주고받더니 바닥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들고 황급히 결혼식장으로 뛰어 들어갔다.그 자리에 있던 하객들은 상황을 보고 곧바로 숙덕거리기 시작했다.“어떻게 된 일이래? 본식은 아까 다 끝난 거 아니었어? 갑자기 결혼식을 취소하겠다니, 결혼
Read more

제15화

안윤서는 창가로 걸어가서 창문을 열었다. 날씨는 매우 화창했다.그래서 안윤서의 기분도 덩달아 밝아졌다.오늘 안윤서는 면접을 볼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어 아래로 내려가서 산책하면 좋을 듯했다.아래층으로 내려가 풀밭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작게 들려왔다.고개를 돌려 보았으나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잘못 들은 줄 알고 걸음을 옮기려고 하니 자리를 뜨기 직전 또 한 번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그래서 안윤서는 풀밭에 쭈그리고 앉아 이곳저곳 살피기 시작했고, 가장 안쪽에 있는 낡은 배관 틈 사이에 치즈 고양이 한 마리가 있는 걸 보았다.고양이는 몹시 야위어 있는 데다 몸 곳곳에 상처가 있었다.고양이는 안윤서를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안윤서가 있는 쪽으로 기어가려고 했다.안윤서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고양이를 구하려고 마음먹었다.배관 앞에 시멘트 벽돌 몇 개가 놓여 있어 옮겨야 했는데 몇 번이나 시도했음에도 안윤서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안윤서는 도움을 청하고 싶었으나 근처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밥값을 계산해 주었던 그 남자를 제외하면 말이다.결국 안윤서는 거듭 고민하다가 남자의 집에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남자는 이제 막 잠에서 깬 듯한 모습으로 문을 열었다.안윤서를 본 남자는 황급히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말했다.“무슨 일로 온 거예요?”안윤서는 아래층에서 고양이를 발견한 일을 빠르게 설명했다.“알겠어요. 잠깐만 기다려요.”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온 뒤 안윤서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고양이가 있는 위치를 확인한 후 남자는 시멘트 벽돌을 신중히 옮겼고, 곧이어 조심스러운 손길로 고양이를 배관 밖으로 꺼냈다.고양이는 뭔가 눈치채기라도 한 듯 계속 울면서도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남자의 품에 안겼다.“뒷다리를 다친 것 같네요. 동물병원에 데려가야겠어요.”“좋아요. 근처에 동물병원이 어디 있는지 알아요.”몇 분 걸으니 두 사람은 금방 동물병
Read more

제16화

그 이후로 며칠 동안 안윤서와 윤건우는 자주 함께 동물병원으로 향했다.간호사가 잘 보살펴준 덕분에 고양이는 빠르게 호전됐다.안윤서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지만 집주인이 예전에 절대 집에서 동물을 키우면 안 된다고 했었다.그것은 안윤서가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 중 하나였다.“그러면 제가 키워도 될까요? 집이 좀 큰 편이기도 하고 국내에 있을 때 고양이를 키운 경험도 있거든요.”윤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내 앨범을 보여줬다.우선 휴대폰 배경 화면부터가 예쁜 코리안 쇼트헤어였는데 눈이 동글동글해서 굉장히 귀여웠다.“좋아요. 대신 사료 같은 건 제가 살게요. 치료 비용은 건우 씨가 냈으니까 이건 반드시 제가 사야 해요.”안윤서는 품에 안긴 고양이를 바라보며 말했다.“좋아요. 하지만 혼자 사료를 들고 가기는 힘들 테니까 저랑 같이 가요.”윤건우가 제안했다.안윤서는 윤건우가 이렇게 세심할 줄은 몰라서 곧바로 동의했다.두 사람은 사료 외에도 고양이용품과 장난감들을 장만했다.안윤서는 종종 선택의 기로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윤건우는 귀찮아하는 기색 없이 차분하게 의견을 냈다.안윤서는 그런 윤건우에게 고마웠다.이렇게 참을성 있게 안윤서를 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러다 문득 송규민도 한때 그랬던 걸 떠올렸다. 그러나 그 뒤로 송규민은 녹음테이프를 들을 시간조차 내어주지 않았다.“왜 그래요?”안윤서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윤건우가 빠르게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것보다 고양이 이름을 지어줘야 할 텐데 뭐라고 짓는 게 좋을까요?”“윤서 씨가 지을래요? 윤서 씨가 주인이잖아요.”안윤서는 잠깐 고민해 보았다.“여름이 어때요? 마침 여름에 만났잖아요. 건우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윤건우를 바라보는 안윤서의 눈빛에 약간의 기대가 어려 있었다.“귀여운 이름이네요. 그러면 앞으로 여름이라고 부르죠.”병원에서 나왔을 때 꽤 늦은 시간이라서 윤건우는 차를 불렀다. 그리고 차를 기다리는 동안 운전기사에게 연락해
Read more

제17화

법적 효력이 있는 서류를 본 순간 세 사람 모두 당황했다.안혜원은 코웃음을 쳤다.“이건 또 무슨 수작질인지 모르겠네요. 결혼식에 오지 말라고 한 것뿐인데 이런 걸 규민이한테 주다니. 우리가 자기한테 못되게 굴었다는 걸 규민이한테 알려주려고 일부러 그런 거 아닐까요? 제가 파혼당한 걸 알면 얼마나 기뻐할지 눈에 선하네요.”안혜원의 말을 듣자 안명준과 박정순은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순간 안윤서를 향한 원망이 마음속에 가득 차올랐다.안명준은 곧바로 전화를 걸어 불효녀인 안윤서를 혼내주려고 했다.그러나 들려오는 건 안내 멘트뿐, 안윤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안명준은 매우 화가 났다.“감히 내 전화를 안 받아? 이제는 다 컸다, 이거지?”박정순은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 직접 안윤서에게 연락해 보았으나 안명준의 말대로 안윤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정말 우리랑 연을 끊을 생각인가 봐요. 엄마, 아빠. 저 윤서 때문에 이렇게 비참한 처지가 됐는데 차라리 윤서를 집안에서 내쫓는 건 어때요?”안혜원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제안했다.안명준과 박정순은 곧바로 동의한 뒤 당장 변호사를 불러 공증하려고 했다.안혜원은 그제야 조금 화가 풀렸다.집으로 돌아온 뒤 안혜원은 문 앞에 놓여있는, 결혼을 축하한다는 문구가 적힌 화환들을 보자 순간 화가 치밀어올라 미친 사람처럼 화환들을 바닥에 패대기쳤다.그리고 저녁도 먹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문까지 잠갔다.안명준과 박정순은 그런 안혜원을 걱정하며 번갈아 문밖에서 안혜원을 달랬다.“혜원아, 오늘 하루 종일 힘들었을 텐데 밥은 먹어야지.”“맞아. 일단 나와서 밥부터 먹자. 응?”한참 뒤 방 안에서 안혜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아빠. 저는 무조건 송규민이랑 결혼할 거예요. 결혼식까지 올렸는데 결혼을 안 한다면 모든 사람이 다 저를 비웃을 거예요! 엄마, 아빠한테 방법이 있다면서요? 그러면 얼른 가서 문제를 해결해요!”안명준과 박정순은 어쩔 수 없이 송규민의 별장으로 향했다.그런데 그들이 차를 완
Read more

제18화

송규민은 커다란 통유리창 앞에 서 있었고 그의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송규민은 안윤서가 자신이 찾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자마자 곧바로 사람들을 시켜 도시 전체를 뒤지기 시작했으나 안윤서를 찾을 수는 없었다.심지어 전화도 안 되고 SNS 계정도 다 삭제한 듯했다.송규민은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초조했다.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안윤서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점이 미안했고, 그동안 그렇게 심한 짓들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변명할 기회조차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초조했다.지금 이 순간 송규민은 그저 하루라도 빨리 안윤서를 찾고 싶었다.비서가 문을 두드리자 송규민은 휴대폰을 주머니 안에 넣었다.“송씨 가문에 제가 결혼을 취소한 사실을 알리겠다고요? 지금 저를 협박하시는 건가요?”송규민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가웠다.안으로 들어간 안명준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방 안의 기온이 몇 도는 내려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아니, 나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어. 나는 그저 너랑 혜원이가 이렇게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워서 그래.”송규민 앞에서 안명준은 기세가 꺾였고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심지어 송규민의 비위를 맞추려는 것 같았다.“아쉽다고요? 안씨 가문에서는 대체 저를 뭐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설마 저를 진짜 바보로 본 거예요?”송규민은 헛웃음을 쳤다.그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압박감 때문에 안명준은 감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그러나 단식하고 있는 딸이 떠올라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나랑 혜원이 엄마는 다 네가 매우 마음에 들어. 그런데 너를 바보로 볼 리가 있겠니? 그동안 너는 혜원이랑 잘 지냈잖아. 혜원이가 너를 오랫동안 보살펴준 사람이 아닌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니? 어차피 그동안 잘 지냈으니 앞으로도 그냥 사이좋게 잘 지내면 되잖아.”안명준의 뻔뻔한 태도에 송규민은 잠깐 말문이 막혔다.“그러니까 저를 돌봐줬던 사람이 안혜원이 아니라 안윤서였던 거죠? 또 거짓말을 한다면 지금 당장 창밖으로 던져버릴 줄 알아요.”송규
Read more

제19화

“대표님, 대표님께서 조사해 보라고 하신 것들입니다.”비서가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열어보니 안에 당시 병원 진료비 영수증이 들어 있었다.그리고 그 위에는 안혜원이 세 살 때 갑작스럽게 병에 걸려 살려면 제대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안윤서가 태어난 건 온전히 안혜원을 위해서였다.서류를 쥔 송규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그동안 송규민은 안명준과 박정순이 안혜원을 유독 편애하는 것에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이런 이유일 줄은 몰랐다.게다가 서류 안에는 아주 많이 닳은 휴대폰이 들어 있었다.그건 안윤서가 쓰던 휴대폰이었고 송규민은 그걸 알고 있었다.비서는 안윤서의 통화 기록을 통해 마지막 위치를 추적한 뒤 휴대폰을 전문가에게 맡겨 데이터를 복구하여 송규민에게 전달했다.송규민은 잠금 화면에 뜬 네 자리 비밀번호를 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0616을 입력했다.그리고 그 순간 띡 소리와 함께 잠금이 풀렸다.송규민의 눈시울이 금세 빨개졌다.6월 16일은 다름 아닌 송규민의 생일이었기 때문이었다.쭉 살펴보니 각종 앱은 다 로그아웃이 되어 있었고 남은 것이라고는 미처 지우지 못한 사진과 메시지들뿐이었다.앨범을 살펴보니 길가의 꽃이나 다양한 모양의 구름 사진이 있었다.그러나 그보다 더 많은 건 송규민의 사진이었다.학창 시절부터 뜻밖의 사고로 시력을 잃었을 때까지의 사진이 모두 저장되어 있었다.심지어 안윤서는 학창 시절 단체 사진도 남겨두었다.송규민은 별안간 씁쓸한 기분이 들면서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졌다.안윤서는 아무도 모르는 수많은 시간들 속에서도 묵묵히 송규민을 좋아하고 있었고, 심지어 송규민이 집안사람들에게 버림받았을 때조차 떠나지 않고 송규민의 곁에 있어 주었다.송규민은 안윤서와 함께했던 그 시간들을, 안윤서가 보여줬던 진심을 도무지 잊을 수 없었다.송규민을 향한 안윤서의 사랑은 늘 고요했다.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파문이 인 적은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누구보다 맑고 투명했다.그러다 메시지 창을 열어보니
Read more

제20화

송규민의 별장에 도착한 안혜원은 오늘 평소와 달리 차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꼈다.결국 안혜원은 어쩔 수 없이 직접 가방을 든 채로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야 했다.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안혜원을 힘주어 잡아당긴 뒤 눈에 검은 천을 씌웠다.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순간 엄청난 두려움이 안혜원을 덮쳐왔다.안혜원은 자기도 모르게 고함을 질렀다.“너 누구야? 이거 놔! 나는 송규민 아내야. 감히 나한테 손을 대?”안혜원의 목소리는 매우 가늘고 날카로웠다.안혜원의 손을 묶던 남자는 참지 못하고 안혜원의 종아리를 걷어차며 험악하게 말했다.“닥쳐! 죽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있어.”그 말을 듣고 나서야 안혜원은 고함을 지르는 걸 멈추었고 그 뒤로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안혜원은 바람 한 줄기조차 느껴지지 않는 곳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주변 공기가 왠지 모르게 답답했다.그때 송규민이 다가와 안혜원의 눈을 가리고 있던 검은 천을 거칠게 벗겨냈고 안혜원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왜 그래? 왜 그렇게 나를 무서워해? 설마 나한테 뭐 잘못하기라도 했어?”송규민은 안혜원의 턱을 붙잡고 시선을 안혜원에게 고정한 채 말했다.안혜원은 찔리는 게 많았다.“규민아, 너였어? 왜 사람을 시켜서 나를 이곳으로 끌고 온 거야?”“내가 너한테 왜 이러는지 정말 몰라서 그래?”송규민은 그렇게 말하면서 점점 손에 힘을 주었다.안혜원은 붙잡힌 턱이 너무 아팠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 그저 억눌린 신음만 겨우 내뱉었다.송규민은 그제야 천천히 손에 힘을 풀었다.“안혜원, 아직도 내 앞에서 연기할 생각이야? 네가 무슨 짓들을 했었는지 벌써 잊은 건 아니지? 안윤서는 대체 어디 있어? 알아, 몰라?”안윤서 얘기가 나오자 안혜원은 한참을 꾸물대다가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송규민을 바라보며 말했다.“안윤서는 우리 부모님이 해외로 보냈어. 걔가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송규민의 눈빛은 늘
Read more
PREV
123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