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마루에는 밤마다 서늘한 바람이 드나들었다. 한은 멍하니 초점을 잃은 채 앉아 있었다. 한은 말이 없어졌고 점점 야위어 갔다. 최나인은 한이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 했고 영수는 소리를 내지 못한 채 가슴으로 울었다.“부인”“예, 서방님”“우리 아가를 이리 주시오. 한 번 안고 싶소.”“예”이제 제법 무거워 진 아이를 한의 품에 안겼다.“이 아비를 용서해 다오.”아이를 안고서 한참을 가만히 있자 아이는 답답한지 몸을 비틀었다. 한은 아이를 다시 영수에게 건네 주었다“서방님…?”다음 날 아침 영수가 그의 손을 흔들었다.“서방님, 제발… 눈 좀 떠 보세요.”대답은 없었다.눈은 반쯤 열린 채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아이는 어미 옆에서 무슨 일인지 모른채 몸을 좌우로 한들고 있었다.영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한의 손을 가슴에 끌어안았다.그 손이, 이미 차가워져 있었다. ..... 영수는 아이를 안고 동산에 올랐다. 강아지풀이 바람에 흔들리던 언덕이었다.혼인을 약조하던 날 강아지풀이 바람에 너풀 거리던 그곳, 길을 떠나던 날,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켰던 그곳, 영수에게는 추억이 많은 그 동산을 한을 묻고 난 뒤 다시 올랐다. 차가운 꽃샘바람이 가슴을 꿰뚫었다. 그렇게 영수는 한을 가슴에 묻었다.‘아가야 아버지는 널 정말 사랑했단다. 그리고 하늘에서도 늘 너를 지켜 주실 거야.’영수는 한을 목놓아 불렀다. 그러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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