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을 가르는 것은 승덕 어멈의 날카로운 비명이었다."불이야! 안부엌에 불이 났다!"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인시의 끝자락에 모두들 깜짝 놀라 마당으로 뛰어 나왔다. 안채 뒤편에서 매캐한 연기가 솟구쳤다. 아궁이 근처에 쌓아둔 마른 짚단에 불씨가 옮겨붙은 모양이었다. 순식간에 불길은 부뚜막을 타고 올라와 나무 기둥을 핥기 시작했다. 승덕어멈은 두 손을 걷어 부치고, 당황해 멈춰 선 종들의 어깨를 거세게 밀치며 호통을 쳤다."멍하니 서서 무엇들 하시오! 어서 우물가로 가서 물을 길어 오시오! 어서!"그녀의 서슬 퍼런 외침에 정신을 차린 종들이 허겁지겁 양동이를 들고 뛰기 시작했다. 뒤이어 달려온 유모는 불길이 살창으로 번지는 것을 보고는 재빨리 찬방에 있던 커다란 멍석을 집어 들었다."이걸 물에 적셔라! 어서!"유모의 지시에 따라 여종들은 힘을 다해 멍석에 물을 적셔 불길 위를 덮었다. ‘치익’ 하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거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승덕어멈은 치마폭을 걷어붙인 채 물양동이를 직접 날랐고, 유모는 젖은 멍석으로 불길이 번지는 통로를 막아섰다."조금만 더! 아궁이 쪽 불길만 잡으면 된다!"승덕어멈의 진두지휘 아래, 집안의 모든 식솔이 하나가 되었다. 누군가는 마당의 모래를 퍼다 날랐고, 누군가는 우물가에서 쉴 새 없이 두레박질을 했다. 승덕 어멈의 냉정한 대처와 유모의 신속한 행동에, 겁에 질려 있던 어린 종들도 이내 안정을 찾고 제 자리를 찾아 움직였다.한참을 사투했을까. 붉게 혀를 내밀던 불길이 마침내 기세가 꺾이며 검은 연기만을 내뿜기 시작했다. 마지막 남은 불씨 위로 승덕어멈이 물 한 바가지가 시원하게 부어지자, 지독한 연기 사이로 안도의 한숨들이 터져 나왔다.그을음으로 얼굴이 거뭇해진 승덕어멈이 무릎을 짚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옆에 서 있던 유모 역시 젖은 옷자락을 쥐어짜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기둥은 조금 그을이다 말았고, 불길은 안부엌 경계 안에서 멈췄다.“승덕 어멈, 괜찮소? 다친데 없소?”영수는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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