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혹한의 대지위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사방은 온통 적과 아군들이 뒤섞여 생사의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피맺힌 절규와 고통에 찬 비명, 피로 점철된 전쟁의 한복판에 한 여인이 있다. 한때는 명문가의 서녀이며, 고명딸로 철없이 해맑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것은, 더 이상 그녀가 아니었다. 누구보다 날렵하고 강인한 무사. 홍연. 이것이 지금의 그녀이다.어느덧 적들 사이에서 요주의 인물이자, 제거 대상 1순위가 되어있었다. 늘 그렇듯 적들은 그녀와 그녀의 주군을 향해 맹렬히 달려들고 있었다. “으아!” 적들의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기합소리와 함께 휘두른 칼날에 적들이 하나 둘, 베어져 나갔다. 숨을 헐떡이며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땀인지 혈인지 모를 것이 이마를 지나 눈 속까지 흘러들었다. 무심히 그것을 닦아 내자 소매가 빨갛게 젖어들지만 확인할 여유는 없었다. 자신을 돌보는 것은 사치이자 직무유기이기에, 연화는 연인이자 그녀 자신의 주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를 향해 날아드는 화살촉을 막아야 했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촉이 연화의 칼에 튕기며, 그녀의 어깨를 살짝 베고 지나갔다. 고통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자신을 지나친 그 화살이 그에게 닿았을까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저하!" "나는 괜찮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엄호하며 앞으로 앞으로 전진했다. 인해전술로 몰아붙이던 적들의 수는 눈에 뜨일 정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세자 이겸은, 그들이 일으킨 명분 없는 전쟁에 결코 물러날 수 없었다. 그들에게 조선을 짓밟고 능욕하고 유린한 대가를 꼭 치르게 하리라 다짐했다. 전투를 거듭할수록, 세자 이겸은 점점 강인해져 갔다. 더는, 동궁전에 처박혀 왕과 중전, 대신들에게 주눅 들어 웅크리고 있던 나약한 세자가 아니다. 이 전장은 그에게 기회였으며 성장이고, 사랑이었다. 그를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5-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