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동쪽에 핀 연꽃 : 서녀무사전: Capítulo 1 - Capítulo 10

100 Capítulos

1화. 전우이자 연인 1

끝없이 펼쳐진 혹한의 대지위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사방은 온통 적과 아군들이 뒤섞여 생사의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피맺힌 절규와 고통에 찬 비명, 피로 점철된 전쟁의 한복판에 한 여인이 있다. 한때는 명문가의 서녀이며, 고명딸로 철없이 해맑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것은, 더 이상 그녀가 아니었다. 누구보다 날렵하고 강인한 무사. 홍연. 이것이 지금의 그녀이다.​어느덧 적들 사이에서 요주의 인물이자, 제거 대상 1순위가 되어있었다. 늘 그렇듯 적들은 그녀와 그녀의 주군을 향해 맹렬히 달려들고 있었다. “으아!” 적들의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기합소리와 함께 휘두른 칼날에 적들이 하나 둘, 베어져 나갔다. 숨을 헐떡이며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땀인지 혈인지 모를 것이 이마를 지나 눈 속까지 흘러들었다. 무심히 그것을 닦아 내자 소매가 빨갛게 젖어들지만 확인할 여유는 없었다. 자신을 돌보는 것은 사치이자 직무유기이기에, 연화는 연인이자 그녀 자신의 주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를 향해 날아드는 화살촉을 막아야 했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촉이 연화의 칼에 튕기며, 그녀의 어깨를 살짝 베고 지나갔다. 고통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자신을 지나친 그 화살이 그에게 닿았을까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저하!" "나는 괜찮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엄호하며 앞으로 앞으로 전진했다. 인해전술로 몰아붙이던 적들의 수는 눈에 뜨일 정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세자 이겸은, 그들이 일으킨 명분 없는 전쟁에 결코 물러날 수 없었다. 그들에게 조선을 짓밟고 능욕하고 유린한 대가를 꼭 치르게 하리라 다짐했다. 전투를 거듭할수록, 세자 이겸은 점점 강인해져 갔다. 더는, 동궁전에 처박혀 왕과 중전, 대신들에게 주눅 들어 웅크리고 있던 나약한 세자가 아니다. 이 전장은 그에게 기회였으며 성장이고, 사랑이었다.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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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전우이자 연인 2

이곳은 고립된 전장이며, 그의 곁에 선 유일한 여인이기에 그의 사랑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그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바치겠노라 다짐했으며, 신실한 약조를 했으니까. 그를 위해 무엇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그러기에 망설이지 않았다.​겸은 자신의 팔에 연화를 뉘었다. 그리고 팔을 감아 그녀를 자신의 품에 가득 안았다. 숨을 고르는 그들의 몸에서 하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겸은 담요를 끌어와 그녀의 몸을 감싸주었다.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았지만 체온이 곧 떨어질 것이다. “춥지 않으냐?” 연화는 그의 품에서 고개를 저으며 더욱 그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곧 사라질 것을 아는 것처럼. 전쟁이, 시한부 같은 사랑이 점차 끝나가고 있었다. ​깊게, 긴밀하게 밀착된 연인의 비밀스러운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고된 전투와 긴장감 흐르는 전장에서도 서로가 있기에 견딜 수 있었다. 아니, 이 지옥 같은 전쟁도 즐길 수 있었으며, 단언컨대 행복했노라 말할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거친 숨이 잦아들고 쌔근쌔근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연화는 담요를 끌어 그의 몸을 덮었다. 스르르. 밀려오는 피로에 눈이 감겼다. ‘꿈에서, 다시 만나요. 저하.’ 눈을 감자 처음, 그를 만났던 그날의 일들이 꿈속에서 재생되었다.​***​“아바마마. 대회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시점에서 대회를 중단하라시면...” ​세자 이겸은 애가 타 있었다. 그러나 왕의 표정은 무심했고, 약간의 경멸이 섞여있었다. “네 꿍꿍이가 무엇이냐?” “꿍꿍이라니요? 무슨 말씀이신지요?” “무술대회를 빌미 삼아 군사력을 틀어쥐겠다는 속셈 아니냐?” “그렇지 않습니다. 실력 있는 무사들이 양반가의 사병이 되는 것을 막고 왕실 군사력의 질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그래야만 점점 세가 커지는 오랑캐와 왜에 맞설 수…” “시끄럽다! 그것은 장수들이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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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이상한 사람 1

"그렇소." 겸 또한 그녀를 향해 정면으로 시선을 내리꽂았다. “여기 보다 높으신 분?” 턱으로 관리를 가리키며 묻는 연화를 향해 겸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하겠네요. 여기! 여기 좀 보십시오." 연화는 꼬깃해진 벽보를 겸 앞에 들이밀었다. "여기 누. 구. 나. 무술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소만?" "헌데 왜 저는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합니까?" 겸은 잠시 물끄러미 그녀를 관찰했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기울이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뭐라 하셨소? 그대가 대회에 참가한다 하였소?" "예. 그렇습니다." 자신의 귀와 눈은 멀쩡한 것은 다행이었지만,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퍽 곤란했다. ​이상한 사람은 아닌지, 찬찬히 그녀를 다시 살펴봤다. 허리에 찬 검과, 그 검을 쥔 손에는 물집이 여러 번 터진 후 자리 잡은 굳은살이 선명하게 보였다. 멀리서 봤을 때는 여인인지 사내인지 구분이 잘 되진 않았지만 가까이 보니 까랑한 목소리며, 주근깨에 살짝 그을리긴 했지만 맑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얼굴의 곡선을 보니 여인임이 확실해 보였다. ​물끄러미 자신을 관찰하는 그의 시선이 불쾌한 듯 연화가 따져 물었다. ​"어찌 사람을 그리 보십니까?" "아니, 그대는... 여인이 아니오?" "그런데요?" "그런데? 여인의 몸으로 무술대회에 참가한다는 게요?" "네." "허!" 탄식과도 같은 헛웃음에 영도와 눈이 마주쳤다. 영도도 자신과 별반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어이가 나가 말문이 막힌 겸을 대신해 영도가 말을 이어갔다. "이보시오 낭자. 여느 집 규수 같으신데.." "그런데요? 뭐요!" ‘성질 머리하고는… 쯧.’ 한대 쥐어 막고 깊은 깊은 빡침을 누르며 짐짓 선비답게 그녀를 대하고자 노력했지만, 입에서는 툭- 비꼬는 말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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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이상한 사람 2

"이제 그만하시오. 내가 실언을 했다 하지 않았소?"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 연화는 순식간에 영도를 향해 달려들었다. "연화야!" 놀란 홍문이 그녀를 향해 소리쳤지만 이미 칼은 영도에게 겨눠지고 있었다. 영도는 재빠르게 다시 칼을 뽑아 그녀의 칼을 막아냈다. 챙! "받아주는 건 여기까지요. 이제 그만하시오. 더는 나도 참지 않겠소!" 영도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달아오르고 있었다. 당최 말이 통하지 않는 여인이다. 무슨 여자가 이리도 드센지… 그렇다고 해도 여인을 상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도, 모양이 빠지지 않는가?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하나. 그녀를 대하는 그의 모습에 난처함이 묻어났다. "화가 많이 나신 모양입니다?" 연화는 더욱 영도를 도발했다. "제발 그만하면 안돼겠소?" 그런 영도를 비웃듯 연화가 그를 향해 다시 칼을 휘둘렸다. 그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이제 이판사판이다. 끝을 보지 않는 이상 이 여인은 결코 물러날 것 같지 않았다. ‘그래. 한수 가르쳐주고 빨리 끝내 버리자.’ 하지만 그건 영도의 착각이었다. 영도가 칼을 휘두르는 대로 막아내자, 점점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디까지 공격을 하고 어디까지 방어를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끝나지 않는 지리한 대련이 계속되자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겸이 그들 사이에 나섰다. "이제 그만! 그만하시오!" 단호하고 위엄 있는 목소리에 연화는 자신도 모르게 칼을 멈칫했다. "그대의 실력이 대단한 걸 인정하오. 그러니 이제 그만하는 것이 좋겠소." 소리를 지르지도, 무력을 행사하지도 않았지만 그에게는 사람을 장악하는 힘이 있었다. 연화는 저도 모르게 검을 슬며시 내려놓고 말았다.​어쩌면 적절할 때 그가 멈추어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연화는 영도와의 대결에 적잖이 놀라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도는 그간 그녀가 겨루어 본 누구보다 강했다. 최근의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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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여자라서 안된다는 말

쿵쿵쿵- “또 밥을 다- 남기셨네! 이러다 정말 죽는다니까요!” 문 앞의 밥상 앞에 앉아 막둥어멈이 큰 소리를 쳤다. 누군가가 꼭 들으라는 듯이. “안 먹을 테니 헛수고 말고 가져가!” 방 안쪽에서도 누군가가 들으라는 듯 우렁찬 대답이 들려왔다. 그들의 바람이 통하기라고 한 듯, 홍양이 연화의 방 앞으로 걸어왔다. 그 모습에 막둥어멈이 자리를 비켜서자, 홍양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있던 자물쇠를 풀었다. 덜컹-문을 잡아당겼지만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었다. “이게 왜 이러는 것이냐?” 당황한 홍양이 덜컹-덜컹- 문을 여러 번 잡아당겼지만 열리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연화야!” “저를 못 나가게 하셨으니 아버님도 못 들어오십니다!” “이 녀석이! 당장 문 열지 못하겠느냐?” “싫습니다. 나오지 말라 하실 때는 언제고요! 나가는 것도 들어오는 것도 다 제 맘입니다.” 홍양은 문 열기를 포기하고 머리를 감싸 안았다. “기어이 이 늙은 아비를 이겨먹으려는 것이냐?” “이기긴요? 결국 아버님 뜻대로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나보고 보고만 있으라는 것이냐? 빨리 이 문 열지 못해!” “싫습니다! 칼을 쥐어 주신 것도, 무예를 가르쳐 주신 것도 아버님이 아닙니까? 근데 이제와 아무것도 하지 말라 하시니, 억울합니다.” “이 녀석아! 당장 문 열지 못해? 그러다 정말 굶어 죽을 셈이야? 이 아비 죽는 꼴을 볼 테냐?” “저보다 오래 사실 거예요. 이 원통함에 소녀가 죽을 지경이랍니다.” “이… 이…” 한마디도 지지 않는 딸의 행동에 기함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 탓을 하겠는가? 금지옥엽 오냐오냐 키운 제 탓이지… 이제는 달랠 차례인가? “연화야, 그러지 말고 일단 문 좀 열거라. 아비랑 얘기를 좀 하자꾸나.”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 녀석아!” 홍양이 연화의 방 앞에서 낑낑대고 있을 때, 셋째 헌이 별채로 들어오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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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비운의 왕세자

“부인, 혼례라니… 너무 갑작스럽지 않습니까? 저러다 또 곡기라도 끊으면…” “대감, 대감께서는 어찌 저 아이하고만 있으면 천치가 되시는겁니까?” “천치라니! 거참, 말이 심하지 않소?” “보시고도 모르시겠습니까? 열흘 동안 곡기를 끊은 아이 혈색이랑 품이 저리 좋답니까?” “아… 생각해 보니 그렇구려… 내가 또 당했나 보오… 이것 참…” 부인은 보이지 않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감께서는 언제까지 저 과년한 아이를 끼고 사시렵니까?” “그것은… 혼사자리가 마땅치 않아…” “예, 마음에 드는 혼처가 없으시겠지요. 그러다 이지경까지 되었습니다.” “제 딴에는 뭐라도 하려고 한 것이겠지요.” “무엇이 저 아이를 위한 일입니까? 세상은 여인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큰소리 내지 말라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합니다. 그저… 있으라 합니다.” “…” “이런 세상에서 저 아이를 위해 할 일은 무엇입니까? 좋은 혼처를 찾아내는 것이 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연화가 그… 내조라는 걸 잘할 수 있겠습니까?” “해야지요. 그것이 안 사람의 일이니까요. 저는 신부수업을 시킬터이니, 대감께서는 좋은 혼처를 알아보시지요.” “부인말대로 하리다.” 부인은 잠시 자리에 멈춰 별채를 바라보았다. 늘 그곳에 있던 아이. 집에 활기를 주던 아이. 웃는 것이 어여쁜 아이. 이제는 그 아이를 떠나보내야 할 때가 다가왔다.​시끄럽던 별채 안에 적막이 흘렀다. 여전히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는 연화에게 막둥어멈이 슬며시 다가왔다. “괜찮으셔요?” “후— 쉽지 않네?” 긴 한숨뒤에 이내, 하늘을 향해 빳빳이 고개를 들었다. 흐르던 눈물은 멈추었고 표정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멈, 가서 곶감이나 가져다줘. 울었더니 배고프네.” “아침에 드린 다식은 다 드셨어요? 한 되는 되었을 텐데?” “그거 뭐 얼마나 된다고. 방 안에서 하루종이 뭐 하겠어? 그거나 하나씩 집어 먹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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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뜻밖의 재회

행인은 겸을 한번 훑어보더니, 곧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홍대감님 댁이라면 이 마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따라오십시오.” 겸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백성이 진심으로 존경하는 신하라니, 역시 스승다웠다. 그 덕분에 수월하게 홍양의 대문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홍양대감의 저택 앞. 담장 너머로 하늘을 향해 부드럽게 치솟은 용마루들이 가문의 위엄을 드러내고 있었다. 끼이익- 거대한 대문이 열리더니 한 하인이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문 앞에 장승처럼 선 두 청년을 발견하고는 흠칫 놀라며 걸음을 멈춰 섰다. 하인은 잠시 멍하니 그들의 얼굴을 쳐다보다,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뉘.. 뉘신지요..?" 영도가 겸의 앞으로 나서며 하인에게 말했다. "세자저하시네." “예? 세… 세자저하요?” 겸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인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세자저하가 왜…’ 그러다 문득, 홍양이 세자의 스승이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눈치 백 단 하인은 바로 허리를 굽실했다. “대감께서 안에 계시느냐?” “아, 예! 지금 안에 계십니다! ” '저분이 세자저하시구나… 와, 세상 참 불공평하네.' 타고나길 고귀한 신분에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용모에, 하인은 저도 모르게 신세한탄을 했다. 스윽- 보니, 세자의 옆에 선 무사 또한 세자 못지않게 훌륭하지 않은가. 신세 한탄이야 했지만 눈이 즐거운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한참을 보고 있자니 경외감마저 들었다. ‘잘생긴 사람 옆엔… 잘생긴 사람…’ “이보게!” “아이고, 안으로 어서, 어서 드시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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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지금은 몸을 낮추고 기다려야할 때

“그대는…!”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겸과 영도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소인을 기억하시는지요?”방금 전까지 연무장에서 놀라운 실력을 보여준 그 왜소한 사내가, 다시금 겸 앞에 섰다.허나 지금 이 순간, 더 놀라운 것은 그 얼굴이었다.겸은 그를, 아니 그녀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실은, 오라버니보다 제가 한 수 위입니다.”돌직구처럼 날아드는 말에 연무장은 다시 한 번 술렁였다.“무술대회에 제가 나갔다면 장원은 제 것이었을 것입니다.”그 말에 홍양은 낯빛이 굳어졌다.딸아이의 입을 막기 위해 손목을 꽉 특어 쥐었지만, 연화는 멈추지 않았다.오히려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갔다.“그날 저하께서 하신 말씀,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오직 실력으로 사람을 판단하신다 하셨습니다.”그녀의 눈빛은 단단했다.뚫어지게 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어떤 흔들림도 읽을 수 없었다.“그땐 너무 분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렇게나마 저하께 실력을 보여드릴 수 있어 조금은… 그 분이 풀렸습니다.”연화의 거침없는 행동에 결국 홍양은 못 참고 외쳤다.“그만! 그만하거라.”연무장안에 긴장감이 흘렀고, 그 어색한 분위기에 연화는 한걸음 물러났다. 홍양은 멍한 얼굴의 겸을 이끌며 연무장을 빠져나갔다.“저하, 꽤나 중요한 말씀을 하시러 오신 것 아니십니까?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홍양은 겸의 걸음을 재촉했다.겸은 홍양을 따르며, 뒤돌아 연화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그 아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하지만 어쩐지 지금은 그것을 물을 때가 아닌 것 같았다.그리고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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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그녀의 사정

홍양은 잠시 말문을 잃은 듯 입술을 달싹였다. 무척이나 난감하고 당황한 표정이었다. 겸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스승을 바라보았다. “그 아이가 누구길래 스승님께서 이리 당황을 하시는 겁니까?” “그것이…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 스승의 말에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그들의 말을 놓칠세라, 곁에 서 있던 영도도 슬금슬금 곁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눈은 스승의 입술에 고정되어 있었다. “실은…" "실은...?" 겸은 다음 말을 기다리며 홍양의 말을 따라 했다. "연화는... 소신의 서녀입니다.” “예? 서녀요?” 겸과 영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애처가라 소문이 자자하며, 이 좁은 한양땅에서 구설수한번 없던 사람이었다. “스승님께서 첩을 두셨단 말씀이십니까?” 겸의 직설에 홍양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그것이... 첩이라기보다는…” 홍양은 한숨을 쉬며 말꼬리를 흐렸다.​겸은 인내심 있게 스승이 말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그 아이의 어미는 저와 혼인한 적은 없으나… 제 피붙이는 맞습니다. 제 어미는 연화를 낳자마자 세상을 떠나, 그 아이만 소신이 거두었지요.” “아… 그렇다면 친딸이긴 하다는 말씀이군요.” “예. 피를 나눈 딸입니다만, 혼 외로 얻은 아이니… 세상엔 알리지 않았습니다.” 겸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의 그런 사정이 있으셨다니…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네요.” “그 아이는… 어릴 때부터 남다른 아이였습니다. 오라비들과 함께 책을 읽고, 검을 배우겠다 졸라대길래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지요. 허나… 어느 순간부터 오라비들을 꺾기 시작하더군요.” 홍양의 말에 겸은 눈을 가늘게 떴다. 겸의 눈에 비친 오늘의 연화는—분명 단련된 검객이었다. “그 재주는 누구에게 배운 겁니까?” “처음엔 오라비들을 따라 배우다, 검술 교본을 스스로 익혔지요.” “쉬운 결정은 아니셨을 테지요." "죄책감이지요. 제 어미를 지켜주지 못했고, 세상에 없는 아이처럼 키웠으니까요.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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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은혜는 갚으셔야죠

“괜찮으십니까?” “연화 낭자? 그대가 어찌 여기에…” “말씀은 나중에요. 저하. 일단 저 시정잡배들부터 혼쭐을 내줘야겠습니다" 연화는 곧장 목검을 들고 먼저 다가온 사내의 다리를 정확히 찍어 눌렀다. 사내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곧이어 두 번째 사내가 뒤에서 덤벼들었다. 연화는 허리를 돌려 그의 팔목을 쳤고, 손에서 빠진 막대기는 땅에 울리며 떨어졌다. 그러자, 동시에 양옆에서 사내 둘이 함께 덤벼들었다. “조심!” 겸의 그녀를 향해 외치며 옆에 나뒹굴고 있는 막대기를 움켜쥐었다. 비록 검은 아니었지만, 손에 무언가를 들고 싸우는 데는 익숙한 몸이었다. 한 놈이 연화를 향해 날아드는 순간, 겸이 몸을 던져 지팡이로 그의 등을 강하게 내리쳤다.. “큭!” 육중한 몸이 꼬꾸라지며 땅에 박혔다. “감사합니다, 저하! 쫌 하시네요?” "하!" 그녀의 당돌한 도발에 헛웃음이 나왔다.​어느덧 둘은 호흡을 맞춰 싸우고 있었다. 겸은 지팡이로 상대의 움직임을 교란하고, 연화는 그 틈을 타 정확한 급소를 쳤다. 두 사람이 마치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동료처럼 움직이자, 남은 잡배들은 슬슬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그만! 이러다 죽겠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시정잡배가 머리위고 손을 휘저으며 외쳤다. 연화가 허리춤에 찬 칼집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진짜 칼을 뽑기 전에 썩 꺼지거라. 다음에 만나면 요절을 내줄 것이다!” "감... 감사합니다. 나리!" 사내들은 뿔뿔이 도망쳤고, 골목엔 고요만이 남았다. “대단하군.” 겸은 그녀의 등을 바라보며 숨을 골랐다. 연화도 숨을 헐떡이며 겸 쪽으로 돌아섰다. “괜찮으십니까, 저하?” “덕분에 살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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