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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람 2

Auteur: 지은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5-08 15:37:40

"이제 그만하시오. 내가 실언을 했다 하지 않았소?"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

연화는 순식간에 영도를 향해 달려들었다.

"연화야!"

놀란 홍문이 그녀를 향해 소리쳤지만 이미 칼은 영도에게 겨눠지고 있었다.

영도는 재빠르게 다시 칼을 뽑아 그녀의 칼을 막아냈다.

챙!

"받아주는 건 여기까지요. 이제 그만하시오. 더는 나도 참지 않겠소!"

영도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달아오르고 있었다.

당최 말이 통하지 않는 여인이다. 무슨 여자가 이리도 드센지…

그렇다고 해도 여인을 상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도, 모양이 빠지지 않는가?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하나.

그녀를 대하는 그의 모습에 난처함이 묻어났다.

"화가 많이 나신 모양입니다?"

연화는 더욱 영도를 도발했다.

"제발 그만하면 안돼겠소?"

그런 영도를 비웃듯 연화가 그를 향해 다시 칼을 휘둘렸다.

그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이제 이판사판이다.

끝을 보지 않는 이상 이 여인은 결코 물러날 것 같지 않았다.

‘그래. 한수 가르쳐주고 빨리 끝내 버리자.’

하지만 그건 영도의 착각이었다.

영도가 칼을 휘두르는 대로 막아내자, 점점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디까지 공격을 하고 어디까지 방어를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끝나지 않는 지리한 대련이 계속되자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겸이 그들 사이에 나섰다.

"이제 그만! 그만하시오!"

단호하고 위엄 있는 목소리에 연화는 자신도 모르게 칼을 멈칫했다.

"그대의 실력이 대단한 걸 인정하오. 그러니 이제 그만하는 것이 좋겠소."

소리를 지르지도, 무력을 행사하지도 않았지만 그에게는 사람을 장악하는 힘이 있었다.

연화는 저도 모르게 검을 슬며시 내려놓고 말았다.

어쩌면 적절할 때 그가 멈추어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연화는 영도와의 대결에 적잖이 놀라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도는 그간 그녀가 겨루어 본 누구보다 강했다.

최근의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져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사실 이 사내가 강도를 조절하며 자신을 받아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내 그대의 실력도 알겠고, 억울함도 알겠소."

"그럼 대회에 참가해도 되는 것입니까?"

“나는 실력으로만 사람을 판단하오. 하지만, 이 문제는 내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오.

미안하지만 이번 대회는 어렵소. 하지만 다음은 약조하지.”

“다음이요?”

연화의 물음에 겸은 희미한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어딘지 모르게 신뢰가 가는 사람이었다.

“그럼, 나리를 믿어도 됩니까?”

“글쎄… 그것은 그대의 몫이오.”

그 흔들림 없는 단단한 그의 말에 연화는 칼을 거두고 허리를 숙였다.

“소란스럽게 해서, 송구합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슬쩍 영도를 보니, 여전히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살짝 미안한 감이 들긴 했지만 왠지 사과하고 싶지는 않았다.

연화는 영도를 향해 어색하게 짧은 목례를 하고 홍문과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

영도는 여전히 얼굴이 벌겋게 상기돼 있었지만, 겸은 웃고 있었다.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것이냐? 크크”

“어찌 웃으십니까? 사실, 저 낭자가 하는 짓은 곤장을 쳐도 모자랄 일이 아닙니까?”

“뭐… 그렇지.”

“근데 어찌 그냥 가게 놔두시는 겁니까?”

“그럼 너는? 너는 왜 다 받아주고 있던 것이냐?”

“그건…”

그 질문은 사실 자기 자신에게 해야 할 질문이었다.

영도가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꽤 흥미로운 처자가 아니냐. 즐거웠으니 됐다.”

궁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겸의 머리에 낮에 있었던 일들이 떠나질 않았다.

참으로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여인의 몸으로 무술대회를 참가한다고 하지를 않나,

사내들 앞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나서는 모습이 생각할수록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아마 사내로 태어났다면 한 자리했을 테지만, 아쉽게도 지금의 조선에서 여인은 지아비를 보필하는 것이 최선의 역할이 아니던가.

“저하,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십니까?”

“아까 그 낭자가 자꾸 생각이 나는구나. 참으로 이상한 사람이 아니냐? 당차기도 하고.”

“당차긴요. 무례하고 천방지축에… 아, 생각도 하기 싫습니다. 봉변도 이런 봉변이 없습니다.”

“하하. 그렇지. 네가 오늘 큰 봉변을 당했지. 어디가서 네가 이런 대접을 받겠느냐? 하하.”

“다시 마주치며 그땐 정말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다시? 다시 마주할 날이 과연 있을까?’

겸은 잠시 입을 닫았다.

“근데 저하께서 다음을 약조하셨으니, 내년에 또 마주칠까 무섭습니다.”

“그래. 내년… 내년이라…”

내년에는 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약조를 했지만, 어쩌면 확신이 없었기에 할 수 있는 약조였을 것이다.

올해도 간신히 개최한 무술대회를 내년에도 할 수 있을까?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여인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일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자조 섞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별 시답잖은 생각을 다 하는구나.’

열흘 후, 동궁전의 주최로 열린 무술대회의 장원이 세자 이겸 앞에 섰다.

익숙한 얼굴. 바로 홍문이었다.

기골이 장대하며, 칼에는 무와 예가 잘 갖춰져 있는 훌륭한 무사였다.

그에게 장원 교지를 내리는 겸의 얼굴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싶었다.

그 얼굴에서 그녀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무사의 누이는 어떤 사람일까?

그녀에게도 이와 같은 재능이 있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그리고 그를 지배하는 한 가지 생각.

그녀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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