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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이자 연인 2

Auteur: 지은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5-08 15:37:23

이곳은 고립된 전장이며, 그의 곁에 선 유일한 여인이기에 그의 사랑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그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바치겠노라 다짐했으며, 신실한 약조를 했으니까.

그를 위해 무엇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그러기에 망설이지 않았다.

겸은 자신의 팔에 연화를 뉘었다. 그리고 팔을 감아 그녀를 자신의 품에 가득 안았다.

숨을 고르는 그들의 몸에서 하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겸은 담요를 끌어와 그녀의 몸을 감싸주었다.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았지만 체온이 곧 떨어질 것이다.

“춥지 않으냐?”

연화는 그의 품에서 고개를 저으며 더욱 그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곧 사라질 것을 아는 것처럼.

전쟁이, 시한부 같은 사랑이 점차 끝나가고 있었다.

​깊게, 긴밀하게 밀착된 연인의 비밀스러운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고된 전투와 긴장감 흐르는 전장에서도 서로가 있기에 견딜 수 있었다.

아니, 이 지옥 같은 전쟁도 즐길 수 있었으며, 단언컨대 행복했노라 말할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거친 숨이 잦아들고 쌔근쌔근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연화는 담요를 끌어 그의 몸을 덮었다.

스르르.  밀려오는 피로에 눈이 감겼다.

‘꿈에서, 다시 만나요. 저하.’

눈을 감자 처음, 그를 만났던 그날의 일들이 꿈속에서 재생되었다.

***

“아바마마. 대회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시점에서 대회를 중단하라시면...”

​세자 이겸은 애가 타 있었다. 그러나 왕의 표정은 무심했고, 약간의 경멸이 섞여있었다.

“네 꿍꿍이가 무엇이냐?”

“꿍꿍이라니요? 무슨 말씀이신지요?”

“무술대회를 빌미 삼아 군사력을 틀어쥐겠다는 속셈 아니냐?”

“그렇지 않습니다. 실력 있는 무사들이 양반가의 사병이 되는 것을 막고

왕실 군사력의 질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그래야만 점점 세가 커지는 오랑캐와 왜에 맞설 수…”

“시끄럽다! 그것은 장수들이 할 일이다. ”

벼락같은 호통이 내려졌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겸은 그 소리에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그들이 너만큼도 모르는 천치인줄 아느냐?”

“허나 아바마마, 소자는 조선의 안위를…”

“그만하라지 않느냐! 정 하고 싶다면 네 돈으로 해라. 왕실 예산은 한 푼도 못주니 그리 알거라. 꼴도 보기 싫으니 썩 물러가!”

문전박대야 늘 있는 일이라지만, 이번은 달랐다.

백성의 기대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일은 막아야만했다.

기필코 백성과의 약조를 지켜내리라.

동궁으로 돌아온 겸은 자신의 호위무사이자 오랜 벗인 영도를 불러 지시했다.

“저하, 이제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아예 예상못한 일은 아니다. 중전께서 내가 하는 일을 그냥 놔두실리 없지.”

가늘어진 눈에 결단이 드러났다.

“대회, 그대로 치른다.”

“하지만 저하, 예산이…”

“동궁전 예산을 최대한 끌어 써. 당분간 죽으로 연명하더라도 대회가 무산되어서는 안 돼.

그리고 어머니께서 남기신 내탕금이 있어.”

“저하, 내탕금까지 건드시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상관없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돈이 아니냐?”

영도는 이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겸의 눈엔 확신이 있었다.

그의 확신을 따라가는 것은 신하 된 도리이며, 벗으로서의 신뢰였다.

“이 대회, 언젠가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오늘이 신청 마감일이지?”

“예, 저하.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몰렸습니다. 당부하신 대로 신분에 상관없이 신청을 받았습니다.”

“좋다. 현장을 한번 둘러보자.”

그렇게, 세자는 무술대회를 밀어붙였다.

왕의 승인도, 예산도 없는 전례 없는 일이었다.

겸과 영도가 대회장에 도착했을 때, 접수처가 소란스러웠다.

이목을 끄는 장면과 소리에 겸과 영도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여인이 무술대회라니! 원, 참 말도 안 되는…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돌아가시오!”

“왜 안 된다는 겁니까?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하지 않았습니까!”

누군가가 무술대회 벽보를 손에 쥐고 흔들며, 관리에게 거센 항의를 하는 중이었다.

당돌하고 단호한 눈빛이었다. 물러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명확한 증거 앞에 관리의 입이 비죽거렸다.

“내 참…”

“봐! 보시래도? 여기 여기!!”

벽보를 관리의 얼굴에 들이밀며 압박했지만 관리도 만만치 않았다.

“계집이 무슨 무술이야! 아, 바쁘니까 썩 돌아가시오. ”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계집?”

흥분하여 관리에게 돌진하는 그녀를 그녀의 오라비인 홍문이 달려와 막아섰다.

“그만해, 연화야. 이만 돌아가자.”

“오라버니! 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

주변의 시선이 그녀에게 몰리고 있었다.

호기심과 멸시가 섞인 불쾌한 시선에 홍문이 그녀를 거세게 끌어당겼다.

“그만하거라. 그만!”

“오라버니!”

삼삼오오 모여 수군대는 사람들 사이로 겸이 그들에게 슬며시 다가갔다.

재미난 구경에 빠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무슨 일이시오?”

겸은 점잖게 그녀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대회 관계자십니까?”

그녀의 또렷하고 깊은 갈색의 눈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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