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안은 죽은 듯 조용해졌다.주찬은 옆에 선 채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역시 처음 듣는 이야기들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했다.여준의 낯은 폭풍이 몰려오기 직전처럼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 완전히 어두워진 표정이었다.“연호야, 지금 무슨 뜻으로 그런 말 하는 거야?”연호는 싸늘하게 여준을 바라보았다. 깊게 가라앉은 눈빛은 차갑고도 날카로웠다.“형이 시유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면 놓아줘. 이 세상에는 시유를 아껴 주고 싶어 하는 남자들 많아.”주찬은 말문이 막혔다.여준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연호는 깊은 시선을 거두었다. 이어 큰 분노를 품은 채 몸을 돌려 나갔다.쾅!룸 문이 거칠게 닫혔다.주찬은 무심코 여준을 바라보았다. 속은 거의 무너져 내리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표정을 관리해야 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주찬은 죽어도 오늘 모임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상황은 제대로 꼬였다. 한쪽은 시유 편을 들며 한바탕 쏟아붓고 화난 채 나가 버렸고, 남은 한쪽은 두 손을 주먹으로 꽉 쥔 채 분노가 한계치까지 치솟아 있었다.주찬은 지금 당장 어디 다른 시공간으로 통하는 통로라도 열려, 그대로 사라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하지만 여준의 어둡고 서늘한 시선이 주찬에게 꽂혔다. 주찬은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다가가 애써서 여준을 달랬다.“여준아, 연호 말 너무 신경 쓰지 마. 오늘 술도 좀 들어갔고, 괜히 말이 많아진 거야. 너희 부부 일에 연호가 끼어들 일이 뭐가 있겠냐.”주찬은 그저 화제를 돌리고 싶었을 뿐이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여준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연호가 저렇게까지 흥분하는 거, 혹시 내 여자한테... 마음 있는 거 아니야?”주찬은 놀라 황급히 손을 저었다.“아니, 나는 그런 뜻이 아니라, 내가...”그러나 여준은 무언가를 깨달은 사람처럼 생각에 잠긴 표정이 되었다.주찬은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훔쳤다. 더는 반 마디도 함부로 꺼낼 수 없었다. 조용히 여준의 잔에 술만 따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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