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은후의 긴 손가락이 익숙하게 제 무릎 위에 거즈를 붙이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그가 던진 ‘평생’이라는 말은 이라의 가슴속에서 몇 번이고 되울렸다.그 울림이 가슴 안쪽을 아프게 두드렸다.은후는 아마 영영 모를 것이다.보건실 선생님은 이미 이라의 상처를 다 봐 주었고, 거즈를 붙이려던 것도 이라가 거절했다는 걸.은후가 데리러 온다는 걸 알게 된 뒤부터, 이라는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히 기대하고 있었다.‘이렇게 다친 걸 보면, 그 사람이 조금은 더 마음 아프지 않을까?’...차 안에는 익숙한 향기가 가득했다.그 향기가 이라의 온몸을 감싸고, 은후가 발목을 받친 손바닥은 유난히 따뜻했다.거기에 술기운까지 더해지자, 이라의 머리는 점점 몽롱해졌다.결국 이라는 흐릿한 정신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고요한 차 안에 이라의 고른 숨소리가 희미하게 번졌다.늘 차갑고 정적이던 차 안에는 오래전부터 익숙했던 은은한 향이 감돌았다. 이슬을 머금은 꽃 같기도 하고, 물기를 머금은 과일 향 같기도 했다.은후는 곁에 반듯하게 앉았다.손끝은 이라의 여린 발목 언저리를 아주 가볍게 스치고 있었다.이라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잠들 수 있도록, 은후는 다른 한 손으로 이라의 발목을 받쳐 제 무릎 위에 올려 두었다.남자의 시선이 옆자리에 앉은 이라에게 머물렀다.이라는 차의 시트에 기대 눈을 감았다. 빽빽하고 긴 속눈썹이 눈 아래에 가느다란 그림자를 드리웠다.콧대는 곧고 섬세했으며, 작게 맺힌 코끝은 살짝 둥글었다.화려한 이목구비에 어린아이 같은 귀엽고 사랑스러움을 조금 더해 주었다.잠든 이라의 붉은 입술은 살짝 앞으로 내밀려 있었다.묘하게 귀여웠다.은후의 입가가 희미하게 올라갔다가, 곧 다시 가라앉았다.‘저렇게 부드러운 입술로 어떻게 그런 말들을 했을까?’‘내가 싫다, 역겹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이제 끝내자고. 그런 모진 말들을...’‘10년을 곁에 두었더니, 결국 이렇게 야속한 애가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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