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후의 걸음이 멈췄다. 곧게 선 등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은테 안경 너머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속을 알 수 없는 눈이었다.목울대가 느리게 한 번 움직였다.한참 뒤, 그가 몸을 돌렸다.막 입을 열려던 찰나, 눈빛이 달라졌다.잠시 누그러졌던 기색은 곧바로 다시 차갑게 굳었다.이라는 손가락으로 핸드폰 화면을 톡톡 누르며, 핸드폰을 향해 한마디 더 말했다.“시간 괜찮으면, 오늘 저녁 같이 먹을래?”말을 마친 이라는 고개를 들어 은후를 바라보았다.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왜요, 삼촌?”“음성메시지?”은후의 차가운 시선이 이라의 손에 들린 핸드폰으로 향했다.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웃음은 달콤했다.“제 선배요.”은후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듯 이라를 바라보았다.살피듯 이라를 몇 초 동안 훑어보더니,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먼저 다이닝 룸으로 향했다.이라는 그 자리에 선 채, 입가의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평온한 미소 아래에서 심장 소리는 귀가 먹먹할 만큼 크게 울리고 있었다.밝아진 핸드폰 화면 속 채팅창은 텅 비어 있었다....다이닝 룸 안은 유난히 조용했다.가끔 컵과 접시가 맞닿는 소리만 작게 들릴 뿐이었다.이라가 슬쩍 시선을 들었다.맞은편에 앉은 은후는 눈을 내리깐 채, 천천히 아침을 먹고 있었다.통유리창 너머에서 들어온 빛이 은후의 몸 위에 내려앉아, 마치 빛을 얇게 덧입힌 듯 보였다.“입에 안 맞아?”이라가 나이프와 포크를 쥔 채 음식을 입에 가져가지 못하고 있자, 은후가 눈을 들었다.마침 이라의 시선과 마주쳤다.은후의 입가가 살짝 휘었다.“해외에 2년 있다 오더니, 집밥이 낯설어졌나?”눈앞의 식탁에는 정갈하고 풍성한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모두 이라가 예전에 좋아하던 것들이었다.이라가 옅게 웃었다.“그럴 리가요. 그냥 삼촌이랑 이렇게 아침 먹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조금...”“낯선 거야, 싫은 거야?”은후가 말을 이어받았다.말투에서는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이라는 잠시 말문이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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