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문을 열려던 찰나, 아주 미세하게 열린 문틈 사이로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실수가 불러올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너는 정녕 모르는 모양이군.” 나는 문고리를 잡은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내가 아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언제나 능글맞게 실실거리던 카시안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살벌한 억양이었다. 숨을 죽이고 문틈으로 시선을 밀어 넣었다. 거대한 마호가니 책상 앞에 서 있는 카시안의 입매는 칼날처럼 서늘하게 굳어 있었다. 그 앞에는 검은 로브를 쓴 길드원 하나가 덜덜 떨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길, 길드장님…! 상점가 쪽에서 누군가와 부딪히는 바람에… 그만 그 정보가 든 물건을 흘렸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 일대를 뒤지고 있지만…!” "닥쳐라." 카시안의 목소리가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그 안에 든 것이 만약 황제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우리 길드는 물론이고 루체른도 끝장이야." 쾅—! 카시안이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에 내 심장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떻게든 오늘 밤 안으로 회수해. 그걸 주워 간 놈이 누구든, 모가지를 비틀어서라도 반드시 내 눈앞에 가져와야 한다. 알겠나?"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쫙 끼쳤다. 상점가에서 부딪힌 사람, 흘린 물건, 그리고 황제의 귀에 들어가면 가문 자체가 끝이라는 무언가의 정보… 바지 주머니 속의 은 원통이 무겁게 느껴졌다. '말도 안 돼… 카시안, 오빠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니는 거야? 설마, 황제를 돕는 게 아니라… 뒤에서 치려고 했던 거야?'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바로 그때, 카시안의 시선이 화살처럼 문틈을 꿰뚫으며 고개를 확 돌렸다. “… 누구냐. 거기 쥐새끼처럼 숨어있는 놈.”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슈슉—! 퍽!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단검 한 자루가 문설주에 깊숙이 박혔다. 동시에 나를 향해 노려보는 그의 안광은 내가 알던 팔불출 둘째 오빠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먹잇감의 숨통을 끊기 위해 도사리는 포식자의 눈이었다. 나는 비명조차 내뱉지 못한 채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한편, 수도 외곽의 빈민가] 썩은 쓰레기 악취와 오물이 뒤섞인 진흙탕이 질퍽하게 발목을 잡는 수도의 끝자락에서 검은 후드를 깊게 눌러쓴 소년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미로 같은 골목을 달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 따돌렸나." 등 뒤를 집요하게 쫓던 기사들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소년은 골목길 끝에서 몸을 틀어 간판조차 무너져 없는 낡은 서점 안으로 몸을 날렸다. 뽀얀 먼지가 내려앉은 책장들 사이에서 그는 익숙하게 구석진 곳에 꽂힌 낡은 고서 한 권을 잡아당겼다. 드르륵, 쿵! 육중한 진동과 함께 바닥이 갈라지며 끝을 알 수 없는 나선형 돌계단이 묵직하게 드러났다. 소년이 한 계단씩 밟고 내려갈수록 비루한 지상의 풍경 대신 웅장한 공간이 점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멸망한 고대 왕국의 신전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압도적인 위용을 보이는 신전이었다. 각 기둥마다 걸린 횃불을 모두 지난 끝에 그는 신전 가장 깊숙한 곳, 바로 거대한 여신상 아래 드리워진 핏빛 휘장을 향해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 너머엔 감히 고개조차 들 수 없는 '그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왔습니다." 소년이 경건하게 무릎을 꿇으며 가슴팍을 더듬었다. 안주머니 깊숙한 곳에 넣어 두었던 성유물을 이제 그분께 바쳐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소년의 손끝에 걸린 것은 서늘한 은의 감촉이 아닌 허전한 공기뿐이었다. "……어?" 소년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히 흔들렸다. 주머니를 뒤집어 까고 로브 안감을 찢어발길 듯 뒤졌으나,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점차 그의 얼굴색이 시체처럼 창백하게 질려갔다. 없다. "… 가져왔느냐." 그 순간 붉은 휘장 너머에서 흘러나온 목소리가 신전의 공기를 단숨에 영하로 떨어뜨렸다. 낮고 묵직하며 거역할 수 없는 권위가 소년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 그것이……." 소년은 대답조차 잇지 못한 채 사시나무 떨듯 바닥을 기었다. 휘장 너머에서 느껴지는 시선만으로도 이미 영혼이 갈기갈기 찢기는 기분이었다. 지하 신전의 무거운 정적이 사형선고처럼 소년을 옥죄어 왔다. *“엄마.”둘만의 낭만은 정확히 삼 분 뒤 끝났다.나는 고개를 돌리자 테라스 문에는 작은 실루엣 하나가 생겼다.바로 루시아였다.한 손에는 카루 인형을 들고 다른 손에는 이불 끝을 들고 있었다.“왜 안 자?”“잠 안 와.”“유모는?”“잔다.”“네가 먼저 재웠어?”“응.”도대체 누가 누구를 재우는 건지. 루시아가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엄마랑 잘래.”“그래.”내가 말하는 순간 카엘루스가 말했다.“안 돼.”루시아가 아빠를 봤다.“왜.”“네 침실이 있잖아.”“싫어.”“루시아.”“엄마랑 잘 거야.”“
황궁에 도착했을 때 나는 계단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엄마아!”루시아가 내게 달려왔다. 나는 아이를 번쩍 안으며 물었다.“잘 놀았어?”“응!”“뭐 했어?”“고양이 샀고! 사탕 먹었고! 공연 봤고!”루시아가 엄청 신나게 말했다.“그리고?”루시아가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아빠가 길에서 나 잃어버렸어!”나는 천천히 카엘루스를 바라보자 그가 눈을 감았다.“……그건.”“카엘루스.”“잠깐이었다.”“애를 잃어버렸어요?”“루시아가 먼저 손을 놓은 거다.”“아빠 나한테 소리도 질렀어.”그러자 빠르게 카엘루스가 말을 막았다.“사과했다.”루시아가
그 뒤로 부녀는 사탕도 먹고 거리 공연도 봤다. 길 가다 만난 작은 분수에서 동전도 던지고 기도해보았다. 그리고 루시아는 끊임없이 말했다.“아빠.”“왜.”“저 사람은 왜 저래?”“아빠.”“왜.”“하늘은 왜 파래?”“아빠.”“왜.”“엄마는 왜 아빠랑 결혼했어?”카엘루스가 멈췄다. 이 질문은 뭔가 대답해 줘야만 할 것 같았다.“왜 궁금하지.”“그냥.”“…….”“엄마가 아빠 미쳤다고 맨날 말하잖아.”“…….”집에 가서 이야기할 사람이 하나 더 늘었다.“그래도 좋아하니까 결혼한 거겠지.”루시아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아빠 좋아.”카엘루스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그래.”“엄마가 더
다음 날 아침.황실 교육 일정이 전부 뒤집혔다.“뭐라고요?”황실 교육원장이 놀란 얼굴로 카엘루스를 바라봤다.“황녀 전하의 일정을 절반으로 줄여라.”“하, 하지만 폐하.”“오전 두 시간.”“그 정도로는 정규 황족 교육 과정을 소화하기 어렵습니다.”“그럼 정규 과정을 바꿔.”“예?”“네 살짜리가 소화하지 못하는 교육이라면.”카엘루스는 태연했다.“교육이 잘못된 거겠지.”교육원장의 입이 닫혔다. 나는 옆에서 차를 마시며 웃음을 참았다. 카엘루스의 시선이 날 향했다.“왜 웃지.”“아무것도.”“어제는 나보고 틀렸다더니.”“그래서 고쳤잖아요.”“…….”“잘했어요.”카엘루스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칭찬받는 기
“공부하기 싫어.”정확히 사흘 뒤 루시아는 다시 사고를 쳤다.이번에는 보물고가 아니라 바로 황녀궁 교육실이었다.나는 교육실 문을 열자마자 당황했다.“……이게 뭐야.”책이 날아다녔다. 정말로 공중에 떠 다니고 있었다.제국사 책과 예법서. 고대어 교본에 종이 수십 장이 허공을 빙글빙글 도는 중이었다. 교육 담당 궁정 마법사는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황후 전하…….”그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했다.“저는 분명 아무런 마법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알아요.”범인은 따로 있다.바로 루시아. 내 딸이었다.두 손을 허리에 얹고 서 있었다.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바로 뀨. 녀석이 푸른 눈에서 마력이 반짝였다.“…&helli
황궁에는 절대로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되는 장소가 몇 군데 있다.첫 번째. 제국의 국새와 역대 황실 보물이 보관된 황실 보물고.두 번째. 전쟁과 외교에 관련된 기밀문서가 쌓여 있는 황제의 비밀 집무실.세 번째. 황궁 지하 깊숙한 곳에 봉인된 침묵의 기록관.그리고 오늘 아침. 여기에 새로운 장소 하나가 추가되었다.바로. 제국의 하나뿐인 황녀, 루시아 아르카디온의 침실.이유는 간단했다.“황녀 전하가…….”시녀장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사라지셨습니다.”“…….”나는 찻잔을 든 채 굳었다. 맞은편에서 아침 신문을 읽던 카엘루스의 손도 그대로 멈췄다.아주 짧은 고요였다.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시 한번 말해볼래?”“화, 황녀 전하께서 침실에 계시지 않습니다.”“언제부터?”&ldqu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카엘루스의 그림자가 나를 덮쳤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그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내 턱을 부드럽게 고정하며 들어 올렸다.“글쎄, 영애라면 이걸 어떻게 하고 싶을까?”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와 입가에 걸린 묘한 미소가 소름 끼치도록 매혹적이었다.‘헉! 위험하다…… 이건 마치 로판 30화쯤 나오는 남주의 전형적인 유혹 포즈잖아?!’머릿속 덕후 본능은 환호성을 질렀지만, 애석하게도 내 몸은 정직했다. 서 있는 황제를 앉은 채로 올려다보느라 목 근육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저…… 폐
바닥에 놓인 조그마한 검은 알이 혹시라도 깨질세라 푹신한 바구니에 옮겨 담은 후, 우리들은 자리를 옮겨 응접실로 이동했다.조금 전까지 불꽃이 튀고 얼음 조각이 날리며 어둠의 파편에서 빛의 기둥까지 세상에 있는 힘없는 힘 모두 뒤엉키는 아수라장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것 같은데, 응접실에서는 이질적으로 창가를 통해 나른한 햇갈이 쏟아져 내렸다.이 비현실적인 고요를 깬 것은 황제의 낮은 목소리였다.“그래, 그대들은 어디까지 알고 있지?”공작저의 최고급 소파에 몸을 비스듬히 기댄 카엘루스는, 엘리노아의 부서진 아티팩
“내가 인내심이 없다고 말했을 텐데. 기억하지 못하나?”그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영애가 강조했던 그 ‘최상급 기념품’을 친히 받으러 왔지. 말했지 않은가, 내가 인내심이 좀 없다고… 그런데, 기념품치고는 꽤 살벌한 걸 준비했군. 영애의 취향이 이렇게 과격한 줄은 몰랐어. 앞으로 참고하도록 하지.”칼라일 오라버니가 내 앞을 가로막으려 했으나, 카엘루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황권의 마력이 오라버니의 한기를 단숨에 눌러버렸다.“비켜라, 공작. 저건 루체른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
쿠궁—!내 처절한 헛소리는 공중에서 마지막 발악을 하듯 팝콘처럼 튀어 오르는 매트리스 가 천장을 전통으로 들이받은 후 중간 부분이 부서졌다.동시에 비명 같은 파열음이 그 사이로 강렬한 은빛 광채와 함께 뿜어져 나오며, 힘을 이기지 못한 유리창들이 덜덜 떨리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저건…!”카시안 오빠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저 물건은 설마! 너 지금 저 침대 속에서 튀어나온 저 물건이 뭔지나 알고 가지고 있었던 거야? 이 꼬맹아? 저게 지금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알기나 하냐고!”칼라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