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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오라버니의 낯선 얼굴

ผู้เขียน: 내사랑나무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5-14 20:52:33

문을 열려던 찰나, 아주 미세하게 열린 문틈 사이로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네 실수가 불러올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너는 정녕 모르는 모양이군.”

​

나는 문고리를 잡은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내가 아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언제나 능글맞게 실실거리던 카시안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살벌한 억양이었다.

​

숨을 죽이고 문틈으로 시선을 밀어 넣었다.

거대한 마호가니 책상 앞에 서 있는 카시안의 입매는 칼날처럼 서늘하게 굳어 있었다.

그 앞에는 검은 로브를 쓴 길드원 하나가 덜덜 떨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

“길, 길드장님…! 상점가 쪽에서 누군가와 부딪히는 바람에… 그만 그 정보가 든 물건을 흘렸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 일대를 뒤지고 있지만…!”

"닥쳐라."

​

카시안의 목소리가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

"그 안에 든 것이 만약 황제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우리 길드는 물론이고 루체른도 끝장이야."

​

쾅—!

​

카시안이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에 내 심장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

"어떻게든 오늘 밤 안으로 회수해. 그걸 주워 간 놈이 누구든, 모가지를 비틀어서라도 반드시 내 눈앞에 가져와야 한다. 알겠나?"

​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쫙 끼쳤다.

상점가에서 부딪힌 사람, 흘린 물건, 그리고 황제의 귀에 들어가면 가문 자체가 끝이라는 무언가의 정보…

​

바지 주머니 속의 은 원통이 무겁게 느껴졌다.

​

'말도 안 돼… 카시안, 오빠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니는 거야? 설마, 황제를 돕는 게 아니라… 뒤에서 치려고 했던 거야?'

​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바로 그때, 카시안의 시선이 화살처럼 문틈을 꿰뚫으며 고개를 확 돌렸다.

​

“… 누구냐. 거기 쥐새끼처럼 숨어있는 놈.”

​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

슈슉—! 퍽!

​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단검 한 자루가 문설주에 깊숙이 박혔다.

​

동시에 나를 향해 노려보는 그의 안광은 내가 알던 팔불출 둘째 오빠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먹잇감의 숨통을 끊기 위해 도사리는 포식자의 눈이었다.

​

나는 비명조차 내뱉지 못한 채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

​

​

[한편, 수도 외곽의 빈민가]

​

썩은 쓰레기 악취와 오물이 뒤섞인 진흙탕이 질퍽하게 발목을 잡는 수도의 끝자락에서 검은 후드를 깊게 눌러쓴 소년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미로 같은 골목을 달리고 있었다.

​

"하아, 하아… 따돌렸나."

​

등 뒤를 집요하게 쫓던 기사들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소년은 골목길 끝에서 몸을 틀어 간판조차 무너져 없는 낡은 서점 안으로 몸을 날렸다.

뽀얀 먼지가 내려앉은 책장들 사이에서 그는 익숙하게 구석진 곳에 꽂힌 낡은 고서 한 권을 잡아당겼다.

​

드르륵, 쿵!

​

육중한 진동과 함께 바닥이 갈라지며 끝을 알 수 없는 나선형 돌계단이 묵직하게 드러났다.

소년이 한 계단씩 밟고 내려갈수록 비루한 지상의 풍경 대신 웅장한 공간이 점점 그 모습을 드러냈다.

​

멸망한 고대 왕국의 신전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압도적인 위용을 보이는 신전이었다.

각 기둥마다 걸린 횃불을 모두 지난 끝에 그는 신전 가장 깊숙한 곳,

바로 거대한 여신상 아래 드리워진 핏빛 휘장을 향해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

그 너머엔 감히 고개조차 들 수 없는 '그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

"돌아왔습니다."

​

소년이 경건하게 무릎을 꿇으며 가슴팍을 더듬었다.

안주머니 깊숙한 곳에 넣어 두었던 성유물을 이제 그분께 바쳐야 할 시간이었다.

​

하지만 소년의 손끝에 걸린 것은 서늘한 은의 감촉이 아닌 허전한 공기뿐이었다.

​

"……어?"

​

소년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히 흔들렸다.

주머니를 뒤집어 까고 로브 안감을 찢어발길 듯 뒤졌으나,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점차 그의 얼굴색이 시체처럼 창백하게 질려갔다.

​

없다.

​

"… 가져왔느냐."

​

그 순간 붉은 휘장 너머에서 흘러나온 목소리가 신전의 공기를 단숨에 영하로 떨어뜨렸다.

낮고 묵직하며 거역할 수 없는 권위가 소년의 어깨를 짓눌렀다.

​

"그, 그것이……."

​

소년은 대답조차 잇지 못한 채 사시나무 떨듯 바닥을 기었다.

휘장 너머에서 느껴지는 시선만으로도 이미 영혼이 갈기갈기 찢기는 기분이었다.

지하 신전의 무거운 정적이 사형선고처럼 소년을 옥죄어 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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