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범죄심리 연구소의 사진 분석실은 외부의 빛이 완전히 차단된 암시과 같았다. 대형 모니터 네 대가 뿜어내는 푸르스르한 광원만이 벽면의 타일 위로 차갑게 반사되고 있었다. 진은 어제 현장에서 채집된 47장의 고해상도 사진을 한 장씩 넘겼다. 화면이 바뀔 때마다 피해자의 찢긴 살점과 선혈이 확대되어 나타났으나, 진의 눈동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스페이스 바를 누르는 검지 끝이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19번, 20번, 21번. 사진 23번에서 진의 손가락이 멈췄다. 폴리스라인 너머, 구경꾼들로 가득 찬 골목의 풍경을 담은 사진이었다. 일상적인 기괴한 공포가 뒤섞인 군중의 얼굴들 사이로,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카메라 렌즈를 보고 있지 않았다. 챙이 넓은 조자 아래 가려진 그 시선의 끝은, 사진을 찍는 이의 어깨 너머, 정확히 그 시간과 그 장소에 서 있었던 진의 위치를 향해 있었다. 진은 그 사진을 5초 동안 보았다. 더 길게 보지 않았고, 확대하지도 않았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다음 장으로 넘겼다. 오후 3시 42분. 세 번째 살인 현장은 연구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주택가 지하 창고였다. 지하의 습한 공기에 섞인 피 비린내는 지상의 그것보다 훨씬 무거웠다. 진은 현장에 발을 들이자마자 바닥에 널브러진 시신을 보았다. 피해자는 다니엘 헤이즈 (Daniel Hayes). 3년 전, 데프의 아버지가 연루되었던 사건에서 핵심적인 증언을 은폐했던 인물이었다. 진은 시신 앞에 무릎을 굽혔다. 왼쪽 손목, 47도. 진의 손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맨 처음, 이 각도를 봤을 때 느꼈던 그 원초적인 진동이 혈관을 타고 올라왔다. 진은 떨리는 손을 바닥에 짚어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때, 시야의 끝에 검은색 구두 끝동이 걸렸다. 데프 에도우즈는 이미 현장에 와 있었다. 그는 현장 보존 구역의 경계선에 서서 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시신의 상태가 아닌, 바닥을 짚고 있는 진의 손에 머물렀다. 맨 처음, 그의 시선이 진의 떨림을
Last Updated : 2026-05-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