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검찰정(CPS)의 대회의실은 지독할 정도로 높은 천장과 차가운 대리석 벽면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템스강은 잿빛으로 가라앉아 있었고, 실내에는 오직 서류를 넘기는 소리와 펜촉이 종이를 긁는 소리만이 예민하게 울려 퍼졌다. 다섯 번째 시신 이후의 수사 방향을 설정하는 회의는 세 시간째 공회전 중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자료를 정리하던 진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신입 검사 라이언 카터였다. 그는 런던 사법계에서 촉망받는 엘리트답게 말끔한 수트 차림과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장착하고 있었다. “그로스 박사님,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저녁이라도 같이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사적으로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어떻습니까?”카터의 제안은 정중했으나 그 이면에는 노골적인 호기심이 깔려 있었다. 그는 팔을 가볍게 타치하려다, 진이 한 걸음 물러나자 무안한 듯 손을 내렸다. 진은 그의 눈동자를 관찰했다. 야망, 그리고 분석가적인 자신을 흥미로운 피사체로 여기는 오만함. 진은 그 모든 것을 단번에 분류해 냈다. “공적인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진은 짧게 답하고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길게 뻗은 복도는 구두 굽 소리를 공허하게 반사했다. 복도 끝, 창가 옆 그림자가 드리워진 자리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데프 에도우즈였다. 보안팀의 순찰 동선도, 대기 장소도 아닌 곳이었다. 진은 그의 앞에 멈춰 서서 무표정하게 입을 뗐다. “여기 서 계시네요.”“지나가던 길이었습니다.”“보안팀 동선이 아닌데요.”“오늘은 그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대답은 짧았고 부연 설명은 없었다. 그는 방금 회의실 문턱까지 진을 따라 나왔던 라이언 카터의 방향을 잠시 응시하다가, 다시 진의 눈을 보았다. 그 눈빛은 시신을 볼 때와 같은 집요함을 담고 있었지만, 그 대상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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