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 차.우리는 완벽한 부부였다. 적어도 남들이 보기에는 그랬다.재벌가의 일원으로서 나는 언제나 단정했고, 남편은 과하지 않게 다정했다.공식 석상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손을 잡았고, 눈을 맞추며 미소를 지었다.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적당한 온기가 담겨 있었고, 과하지 않은 스킨십은 오히려 호감을 불러왔는지 대중은 우리를 ‘이상적인 부부’라고 불렀다.“워너비 부부.”“현실판 동화.”언론은 우리를 그렇게 불렀다. 사랑이 없기에 가능한 완벽함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우리는 처음부터 감정 없는 계약으로 결혼했다.사랑을 기대하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결혼 후에도 각방을 썼고, 단 한번도 부부 관계를 맺지 않았다.우리에게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 아닌 성공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불필요한 간섭은 하지 않을 것.사생활을 침범하지 않을 것.언론 앞에서는 이상적인 부부로 행동할 것.각자의 회사 운영에 이익을 불러올 수 있도록 협조할 것.그리고 마지막 조항.그 조항에 사인할 때, 우리는 주저하지 않았다.사랑을 전제로 하지 않는 관계에서도 지켜야 하는 선이 있음을 알고 있었으니까.적어도 그 선 안에서는 누구도 상처받지 않을 거라 믿었다.그렇기에 지난 3년 동안 단 한 번도 불안해 한 적이 없었다.남편을 믿어서가 아니라, 계약을 믿었기 때문이었다.차도영은 약속을 어길 만큼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었다.그리고 나 역시, 사랑에 흔들릴 만큼 어리석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날 일이 있기 전까지는.“출장 중... 차 대표님 관련해서 확인된 내용이 있습니다.”비서가 조심스럽게 내민 태블릿 화면 위에는 선명한 사진 한 장이 떠 있었다.흔들림도 없고, 각도도 좋았다.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찍힌 사진이었다.호텔 입구. 늦은 밤. 그리고 남편 옆에 서 있는 여자.연지원.차도영의 비서였다.어깨가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 누군가 말을 건네는 순간을 포착한 듯한 장면에서 두 사람은 지나치
Last Updated : 2026-05-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