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로잡힌 공주: Chapter 11 - Chapter 20

22 Chapters

11장

빈센트는 시카고에서 열린 가문 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무기 밀수 경로를 둘러싼 사흘간의 협상이 마침내 끝났다. 토리노 가문의 구역은 이제 그의 것이었다.72시간 내내 꺼두었던 휴대전화를 켜자, 순식간에 수많은 읽지 않은 메시지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이사벨라에게서 온 메시지 99개.그리고 소피아에게서 온 메시지 1개.빈센트의 엄지가 저절로 움직였다. 그는 소피아의 메시지를 눌렀다.[송금 완료: $873,000][메모: 의료비, 숙박비 및 기타 비용 정산]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빈센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거의 헛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짜증과 공허함이 뒤섞인 웃음이었다.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빠르게 답장을 입력했다.[내가 네 돈이 필요할 것 같아? 우리가 정말 이렇게까지 계산해야 하는 사이인가?]메시지를 보낸 뒤 그는 10분 동안 화면을 바라보았다.평소라면 소피아는 그가 문자를 보내자마자 답장을 했다. 가끔은 반항적인 마침표 하나만 보내기도 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채팅창이 완벽하게 침묵하고 있었다.빈센트는 그녀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죄송합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기계적인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빈센트의 움직임이 멈췄다.번호가 해지됐다고?그 순간 한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잠든 소피아. 긴 속눈썹이 뺨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린 채 그의 품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던 모습.빈센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스쳤다.그는 그녀의 프로필 사진을 눌렀다.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푸른 눈의 페르시안 고양이. 자존심 강하고 도도한 모습이 꼭 소피아 같았다.그는 화면을 손끝으로 한 번 쓸어내린 뒤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내일 밤 뉴욕에 도착한다. 비행장으로 마중 나와.]역시 아무런 답도 오지 않았다.빈센트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오른팔인 마르코에게 전화를 걸었다."찾아보라고 한 물건은?""보스, 확인했습니다."마르코가 즉시 답했다."진주 목걸이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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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당연히 소피아지."끼이이익.그 말이 빈센트의 입에서 떨어지는 순간, 마르코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타이어가 노면을 긁으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죄송합니다, 보스!"마르코는 식은땀으로 등을 적시며 황급히 사과했다.놀랍게도 빈센트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그저 차가운 시선을 들어 백미러 너머의 부하를 바라보았다."내 대답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나?"마르코의 손은 여전히 핸들 위에서 떨리고 있었다. 충격이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모든 것이 뒤집혀 버렸으니까.그는 차마 속마음을 그대로 말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하지만... 보스는 이사벨라 아가씨를 정말 잘 대해주셨습니다. 솔직히 소피아 아가씨보다도 훨씬 더요.""그건 이사벨라가 나 대신 총을 맞았기 때문이야."빈센트는 긴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가죽 시트에 몸을 기댔다.시카고의 야경이 그의 날카로운 옆얼굴 위로 스쳐 지나갔다. 늘 완벽하게 통제되던 눈빛에는 드물게 피곤함이 어려 있었다.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기억이 밀려들었다.……고등학교 시절.세인트루이스 예비학교에서 그는 '얼음 왕자'라고 불렸다. 마르첼리 가문의 후계자인 그에게는 매일같이 유력 가문의 딸들이 접근했다. 가장 극단적인 사건은 토리노 가문의 딸이 학교 정문 앞에 장미꽃으로 하트를 만들어 공개 고백을 한 일이었다."도련님. 아무 아가씨 한 분과 친한 척이라도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당시 경호 책임자가 말했다."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포기할 겁니다."빈센트는 그것이 실용적인 해결책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그렇다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그의 시선이 교정을 훑다가 도서관 창가에 앉아 있는 이사벨라에게 멈췄다.그날 햇살은 유난히 좋았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고전문학 책에 몰두하고 있었고, 그 모습은 순수하고 깨끗해 보였다.저 아이로 하지.그때부터 그는 의도적으로 이사벨라를 특별 취급하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는 자신의 어깨에 기대도록 허락했고, 어디를 가든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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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조금 떨어진 곳에 이사벨라가 서 있었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연약하고 가냘퍼 보였다.소피아가 아니었다.빈센트가 반응할 틈도 없이 이사벨라가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품 안의 하얀 그림자를 내려다본 순간, 빈센트의 몸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굳어졌다.그는 부드럽게 그녀를 떼어냈다. 목소리에는 의도적으로 유지한 거리감이 담겨 있었다."여긴 왜 왔지?"이사벨라는 기대감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마르코한테 비행 일정 물어봤어. 특별히 마중 나오고 싶었거든."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내 상처받은 표정이 떠올랐다."빈센트... 나를 봐서 기쁘지 않아?""기뻐."빈센트는 커프스를 정리하며 그녀가 내민 손을 자연스럽게 피했다."하지만 바람이 심해. 아직 몸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잖아. 감기 걸리면 안 되지.""네가 붙여준 의료진 덕분에 완전히 나았어."이사벨라는 빙그르르 한 바퀴 돌았다. 하얀 치맛자락이 꽃잎처럼 퍼졌다. 그러다 갑자기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빈센트. 급한 일 없으면 나랑 잠깐 어디 좀 가줄래? 하고 싶은 말이 있어."빈센트는 시계를 확인했다.소피아는 오지 않았다. 아직도 화가 난 모양이었다. 진주 목걸이 하나로는 부족했던 걸까.좋아하는 이탈리아 수제 초콜릿도 준비해야겠고, 최신 샤넬 한정판 가방도 사줘야 하고, 그리고…"빈센트?"이사벨라의 목소리가 그의 생각을 끊었다."알겠어."빈센트는 마르코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작게 몇 마디를 지시한 뒤 이사벨라와 함께 차에 올랐다.뉴욕의 야경이 차창 밖으로 흐려져 지나갔다. 빈센트는 멍하니 휴대전화 화면을 문질렀다. 소피아가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는 여전히 그 차가운 송금 내역뿐이었다. 말 한마디조차 남기지 않은 채.차는 맨해튼 최고급 호텔 중 한 곳 앞에 멈췄다.빈센트는 미간을 찌푸렸다."왜 여기지?"이사벨라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그를 안으로 이끌었다.연회장 문이 열리자, 빈센트는 걸음을 멈췄다.크리스털 샹들리에에서 쏟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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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

"빈센트,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날 사랑하지 않는다니…?"이사벨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얼굴에서는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럴 리가 없잖아. 분명 넌...""오해를 줬다면 사과하지."빈센트의 목소리는 너무나 차분해서 오히려 잔인하게 느껴졌다."그 당시, 유력 가문의 딸들이 너무 성가셨어. 그래서 방패가 필요했다."방패?이사벨라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렸다.빈센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대가로 매년 네 계좌에 50만 달러씩 입금했었다. 그게 거래라는 사실은 서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이사벨라의 입술이 떨렸다."그 후 네가 나 대신 총을 맞았고, 죽을 뻔했지. 그래서 지금까지 네 부탁을 거의 다 들어준 거다."그의 시선이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 위에 차분하게 머물렀다."그건 내 빚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야."순간 연회장이 폭발하듯 술렁였다.조금 전까지 부러움으로 가득하던 시선들이 순식간에 조롱과 경멸로 바뀌었다. 수군거림은 거대한 파도처럼 이사벨라를 덮쳐 왔다."역시 그렇지.""빈센트 정도 되는 사람이 저런 가문 딸한테 반할 리가 없잖아.""혼자 착각하고 있었던 거네.""빈센트는 원래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남자야.""이탈리아 공주도 거절했다는데 저 여자가 뭐라고.""들으니까 엄마도 외모 믿고 로마노 가문에 시집갔다며?""역시 그 엄마에 그 딸인가 봐.""계속 신분 상승하려고 발버둥 치는 거지."한 마디 한 마디가 이사벨라의 심장을 찔렀다.명성은 그녀에게 전부였다. 그녀는 무려 3개월 동안 이 자리를 준비했다. 뉴욕 상류사회를 전부 초대했고, 가장 화려한 방식으로 마르첼리 부인이 될 생각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온몸이 떨렸다. 손톱은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깊게 박혔다.만약 빈센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는 누구를 사랑하는 걸까?문득 끔찍한 생각이 떠올랐다.설마... 소피아?그 생각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사벨라는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믿을 수가 없었고, 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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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빈센트는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굳어버렸다. 휴대전화를 주워들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뭐라고 했습니까?"바로 그 순간, 차량이 터널 안으로 진입하면서 신호가 끊겼고 통화도 종료되었다."차 돌려. 로마노 저택으로 간다. 지금 당장!”빈센트의 목소리는 소름 끼칠 만큼 차가웠다.마르코는 너무 놀란 나머지 거의 핸들을 놓칠 뻔했다. 급히 차를 돌렸다. 그는 이런 빈센트를 본 적이 없었다.언제나 냉정하고 침착하던 보스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이를 악문 턱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차량 행렬은 로마노 저택을 향해 질주했다.도착하자마자 빈센트는 현관문을 걷어찼다.문이 거칠게 열렸다.가죽 소파에 앉아 위스키를 마시고 있던 돈 로마노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잔을 떨어뜨릴 뻔했다."빈센트? 여긴 왜...""소피아를 보스턴으로 시집보냈다고 했습니까?"빈센트는 이를 악물고 한 단어씩 내뱉었다.돈 로마노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바로 아첨하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래, 사흘 전에. 자네도 늘 소피아가 말썽이라고 불평했지 않나.""게다가 스털링 가문의 병약한 후계자가 정략결혼의 대가로 5억 달러를 제시했어. 그래서 시집보냈지.""이제 자네도 이사벨라와 마음 편히 함께할 수...""누가 이사벨라를 사랑한다고 했습니까!"쾅!빈센트가 주먹으로 대리석 테이블을 내리치자, 순간 테이블 전체가 두 동강 났다. 그는 자신의 대부라고 불리던 이 남자가, 고작 5억 달러 때문에 친딸을 팔아넘겼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들어와."그의 목소리는 얼음 같았다."여길 전부 부숴라."순식간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스무 명이 넘게 들이닥치며 도자기, 가구, 명화 할 것 없이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내기 시작했다.돈 로마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빈센트! 지금 뭐 하는 짓인가?""오늘부로."빈센트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로마노 가문은 끝이다.""안 돼! 빈센트!"돈 로마노는 허둥지둥 앞으로 나섰다."우리 가문과의 관계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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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장

소피아는 자신의 방에 앉아 산더미처럼 쌓인 사치품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스털링 가문의 저택에 도착한 날부터 그녀에게는 끊임없이 물건들이 들어왔다.오트 쿠튀르 드레스, 한정판 보석, 디자이너 가방들…. 그것들은 거의 방 전체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소피아 아가씨, 이건 도련님께서 방금 경매에서 낙찰받으신 핑크 다이아몬드 브로치입니다.”“이건 밀라노에서 공수해 온 최신 시즌 드레스들입니다. 도련님께서 아가씨가 빨간색을 좋아한다고 하셔서 컬렉션 전체를 주문하셨어요.”“그리고 이 가방들은….”마침내 소피아가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이 방 좀 보세요. 남은 공간이 있기나 해요?”하녀들은 서로 눈치를 주고받았다. 그중 한 명이 곧바로 인이어 이어폰에 손을 대고 낮게 속삭였다.“도련님, 소피아 아가씨께서 방이 너무 작다고 하십니다.”소피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 뜻이 아니었는데요.”하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도련님의 지시는 한도 없이 쓰시라는 것이었습니다.”소피아는 이마를 짚었다.“당신들 도련님은 원래 이렇게 돈을 막 쓰나요?”“도련님은 매우 부유하십니다.”하녀가 엄숙하게 말했다.“스털링 가문에게 이 정도는 그저 용돈 수준입니다.”소피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며칠째 마음속에 품고 있던 질문을 마침내 꺼냈다.“제가 여기 온 지도 거의 일주일이 됐어요. 도련님을 만나 볼 수 있을까요?”하녀는 잠시 망설였다.“도련님께서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으셨다고 하셨습니다.”소피아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저랑 ‘결혼’을 해 놓고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고요?”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좋아요. 그럼 저는 떠날게요.”그 말이 입에서 떨어지자마자 하녀들은 일제히 자세를 바로잡고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도련님!”소피아는 굳은 채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키가 크고 늘씬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단정한 흰 셔츠와 긴 다리를 돋보이게 하는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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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10년 전, 햄프턴의 요트 파티에서요…”“당신이 구해 준 사람이 누구였는지 잊으셨나요?”소피아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기억이 1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그 파티에서 그녀는 갑판 위에 서 있다가 첨벙 하는 소리를 들었다. 어린 소년 하나가 바다에 빠진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는 곧바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바닷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그녀는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리는 아이를 향해 헤엄쳐 갔다. 몇 번이나 바닷물을 들이마신 끝에 마침내 그를 갑판 위로 끌어올렸다.“괜찮아?”온몸이 흠뻑 젖은 상태였지만, 그녀는 자신의 상태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무릎을 꿇고 응급처치를 하며 물었다.어린 소년은 물을 토해 내고 눈을 떴다. 젖은 속눈썹 끝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재킷을 벗어 떨고 있는 그의 몸에 둘러 주었다.“야, 꼬맹이. 다음부터는 조심해.”그녀의 재킷을 꼭 붙잡고 있는 소년의 눈은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소피아는 현재로 돌아와 믿을 수 없다는 듯 알렉산더를 바라보았다.“그때 물에 빠졌던 그 꼬맹이가… 당신이었다고요?”알렉산더의 귀끝이 붉어졌다.“네.”“난 10년 동안 당신을 찾아다녔어요.”소피아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그때 당신은 겨우 12살이었고, 나는 16살이었잖아요. 내가 당신보다 4살이나 많아요.”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렸다.“나는 첫사랑도 시작하기 전이었는데, 당신은 이미 사랑에 빠졌다고요?”알렉산더는 맑고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공주님, 진실을 듣고 싶으신가요?”“말해 봐요.”“당신이 천사 같았기 때문입니다.”그가 부드럽게 말했다.“당신은 저를 구해 주셨고, 너무나 다정했어요. 그 덕분에 세상에는 아직도 빛이 남아 있다고 믿게 됐습니다.”소피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아름답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알렉산더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달랐다. 그의 눈은 조금의 가식도 없이, 너무도 맑았다. 마치 자신의 심장을 통째로 꺼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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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장

“스털링 가문과 뉴욕 마피아는 원래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사이였잖아. 빈센트 마르첼리가 여기서 뭘 하는 거지?”손님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웅성거림은 순식간에 연회장 전체로 퍼져 나갔다.모든 시선이 문가에 서 있는 키 큰 남자에게 집중되었다.“왜 소피아 아가씨를 저렇게 쳐다보는 거야?”“설마 생일 파티를 망치러 온 건 아니겠지?”거의 반사적으로 알렉산더는 소피아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자신의 몸으로 그녀를 가려 보호했다.하지만 소피아는 놀라울 만큼 침착했다. 그녀는 빈센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마르첼리 씨, 무슨 일로 오셨나요? 생일 선물이라도 가져오신 건가요?”그 말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빈센트의 가슴 깊숙한 곳을 정확히 찔렀다.그의 턱선이 단단하게 굳어졌다. 목에는 핏줄이 도드라졌고, 목소리는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소피아, 나와 함께 돌아가자.”소피아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돌아가다니, 어디로요? 당신이 이사벨라를 챙기는 모습을 다시 보러?”“난 이사벨라를 사랑하지 않아!”포효에 가까운 빈센트의 목소리에 순식간에 연회장은 침묵에 휩싸였다.“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손님들은 숨을 들이켰다. 곧이어 웅성거림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정말 생일 파티를 망치러 왔네!”“여자한테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스털링 가문의 후계자와 같은 여자를 사랑하게 되다니!”빈센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감정을 억눌렀다.그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았다.“다른 곳에서 이야기하자.”알렉산더는 비웃음을 흘렸다.“마르첼리 씨, 당신은 여기서 환영받지 못합니다.”그러나 소피아는 부드럽게 그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괜찮아요. 제가 확실하게 정리할게요.”알렉산더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도 같이 가겠습니다.”소피아는 고개를 저었다.“혼자 갈게요.”검은 승용차 안에서 소피아는 조수석에 앉아 차분하게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운전석에는 빈센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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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장

결혼식을 하루 앞둔 날.소피아는 신부 대기실의 화장대 앞에 앉아 손끝으로 웨딩드레스에 박힌 다이아몬드를 천천히 쓸어내리고 있었다. 햇살은 밝게 내리쬐고 있었고, 밖에서는 직원들이 분주하게 결혼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그때 문에서 부드러운 노크 소리가 들렸다.“공주님?”알렉산더가 들어왔다.그의 손에는 따뜻한 허브차 한 잔과 작고 우아한 벨벳 상자가 들려 있었고, 몸에 꼭 맞는 검은 정장을 입은 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정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아침 식사를 거의 안 하셨더군요.”그는 차를 그녀 옆에 내려놓으며 말했다.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소피아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이게 알렉산더식 훈육인가요?”“그럴 용기는 없습니다.”그는 몸을 숙여 상자를 건넸다.“그저 배고프실까 봐 걱정될 뿐이에요.”소피아는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정교하게 포장된 이탈리아 초콜릿들이 들어 있었다.“예전에 이 가게 초콜릿을 좋아하셨다고 들었습니다.”알렉산더가 부드럽게 말했다.“밀라노에서 공수해 왔어요.”소피아는 놀란 듯 잠시 말을 잃었다.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저택의 보안 경보가 날카롭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삐이이익!“무슨 일이지?”알렉산더가 미간을 찌푸리며 즉시 인이어 이어폰을 눌렀다.“보안팀, 보고해.”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시스템이 침해당했습니다! 모든 감시 장비와 출입 통제 시스템이 마비됐습니다!”알렉산더의 표정이 굳어졌다.“공주님, 여기 계세요. 절대 움직이지 마십시오.”그는 급히 밖으로 나가며 복도에서 날카롭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소피아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신부 대기실 문이 아무 소리 없이 열렸다.문가에는 키 큰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트렌치코트에는 아직 밤공기의 차가움이 남아 있었다.빈센트였다.소피아는 벌떡 일어나다가 향수병 하나를 넘어뜨렸다.쨍그랑!유리 깨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빈센트?”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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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헬리콥터는 새벽녘 한 개인 섬에 착륙했다.프로펠러의 굉음이 점차 사라지고, 대신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빈센트는 소피아를 안은 채 헬리콥터에서 내렸다. 그녀의 발이 땅에 닿자마자 소피아는 그를 힘껏 밀어냈다.“불법 감금인가요?”그녀는 비웃듯 말했다. 바닷바람에 웨딩드레스 자락이 거세게 휘날렸다.“빈센트 마르첼리가 언제부터 이런 양아치 같은 수법을 쓰게 된 거죠?”빈센트는 화내지 않았다. 그는 희미하게 웃었다.“그래서 어쩌라는 거지?”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손끝은 차가웠지만, 시선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소피아, 넌 내 거다. 다른 누구와 결혼할 생각은 하지도 마.”본관 별장 안으로 들어간 뒤, 빈센트는 그녀를 데리고 곳곳을 보여 주었다.“여기 있는 모든 것이 네 것이야.”그가 프렌치 도어를 열며 말했다.“정원도, 수영장도, 도서관도… 저 바다까지도.”하지만 소피아는 아무런 감흥도 보이지 않았다.“돌아가고 싶어요.”“소피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빈센트는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턱을 그녀의 머리 위에 올린 채 낮고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소피아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빈센트. 언제부터 자기 자신에게까지 거짓말하는 법을 배웠죠?”빈센트의 몸이 굳어졌다. 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소피아. 내가 널 예전의 너로 되돌려 놓겠어.”그 후 며칠 동안 빈센트는 거의 광기에 가까운 헌신으로 그녀를 떠받들었다.소피아가 맨발로 해변을 걸었더니, 다음 날에는 해안선 전체가 몰디브에서 공수한 부드러운 백사장으로 덮여 있었다.그녀가 악몽을 꾸고 잠에서 깨자 침대 옆 탁자에는 작은 조명이 놓여 있었다. 달빛처럼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빈센트는 침대 곁에 앉아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이런 빈센트는 처음이었다. 다정하고, 집착적이며, 무조건적으로 모든 것을 받아 주는 남자. 순간 소피아는 멍해졌다. 만약 그가 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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