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끊긴 뒤에도 윤재헌의 목소리는 남아 있었다.한서윤 대표가 버티지 못할 겁니다.그 말은 경고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협박이었다.서윤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손에 쥐고 있던 서류들이 갑자기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엄마의 이름, 녹취 파일, 오래된 영수증. 그 모든 것이 가방 안에 들어 있었다.태오는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했다.그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손끝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는 무언가를 참고 있었다.아마도 막고 싶은 마음.혹은 덮고 싶은 마음.서윤은 그를 보았다.“차태오 씨.”태오가 고개를 들었다.“그 사람 말, 믿어요?”태오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한서윤 대표가 버티지 못할 거라는 말요.”그제야 태오가 낮게 말했다.“믿고 싶지 않습니다.”“그럼 왜 그렇게 서 있어요?”태오의 입술이 굳었다.서윤은 가방 끈을 더 단단히 쥐었다.“나를 위해서 덮으라는 말, 이제 지겨워요.”“서윤 씨.”“아빠도 그랬고, 회장님도 그랬고, 윤재헌도 그래요. 다들 나를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결국 내가 알아야 할 걸 숨겼어요.”태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번에는 그 침묵이 서윤을 덜 아프게 했다.적어도 그는 부정하지 않았다.“듣고 무너질지, 버틸지.”서윤은 천천히 말했다.“그건 내가 정해요.”태오의 시선이 흔들렸다.서윤은 유리문 밖을 보았다. 기자들은 여전히 앞쪽 골목에 몰려 있었다. 카메라 불빛이 간헐적으로 번쩍였고, 우산들이 검은 벽처럼 서 있었다.하지만 뒷문 쪽은 조용했다.태오가 마련한 차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서윤은 그 사실이 불편했다.그런데 동시에, 지금은 그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끝까지 가기 위해서.“외삼촌한테 갈게요.”“네.”“혼자 갈 거예요.”“알고 있습니다.”태오는 곧바로 대답했다.그 대답이 너무 빨라서, 서윤은 잠시 그를 보았다.태오는 낮게 말했다.“이번에는 붙잡지 않겠습니다.”그는 스튜디오 뒷문을 열었다.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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