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 일은 건드리지 마라.태오의 휴대폰 화면에 뜬 문장은 짧았다.하지만 그 한 줄이 스튜디오 안의 공기를 완전히 바꾸었다.서윤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창밖에서는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유리문 아래로 흘러내린 물방울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작은 소리가 날카롭게 번졌다.한미정.엄마의 이름이었다.차명환이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단순히 병원비 영수증에 적힌 이름으로 아는 것이 아니었다. 건드리지 말라고 할 만큼, 숨기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다.서윤은 천천히 태오를 보았다.“엄마 일, 정말 몰랐어요?”태오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그 짧은 침묵이 서윤에게는 길었다.“차태오 씨.”“몰랐습니다.”태오가 낮게 말했다.“적어도 지금 외삼촌이 말한 내용은 처음 듣습니다.”“그럼 태경메디컬재단은요?”태오의 시선이 잠시 내려갔다.그 이름은 그에게 낯선 이름이 아니었다.“태경 계열 공익재단입니다. 의료 지원 사업, 연구 후원, 병원 협력 사업을 맡고 있습니다.”“그런 재단이 왜 엄마 통장에 나와요?”태오는 대답하지 못했다.서윤은 작게 웃었다.웃음이라기보다, 숨이 새어 나간 소리에 가까웠다.“또 모르겠다는 말이네요.”“서윤 씨.”“괜찮아요.”서윤은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이제 모른다는 말에도 익숙해지고 있어요.”그 말에 태오의 입술이 굳었다.그는 변명하지 않았다.서윤은 다시 외삼촌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이어지는 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빗소리만 남았다. 태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윤도 그를 보지 않았다.네 번째 신호음이 끝나기 전, 외삼촌이 전화를 받았다.“서윤아.”“삼촌, 그 통장 지금 어디 있어요?”“내가 가지고 있다.”“제가 갈게요.”“안 된다. 기자들이 너 따라붙었을 거야.”서윤은 유리문 밖을 보았다.기자들은 조금 물러났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골목 끝마다 우산 아래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녀가 움직이기만 기다리는 사람들처럼.“그래도 가야 해요.”“서윤아.”외삼촌의
Last Updated : 2026-06-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