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정말 막내 동서랑 단둘이 네덜란드에 가야 해요?”두 사람이 함께 방으로 돌아오자, 서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준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위엄이 서린 걸음으로 테이블 앞으로 다가가 등을 가볍게 기댄 뒤, 두 팔을 천천히 가슴 앞에서 교차했다.차갑지만 어딘가 위험한 기운을 머금은 그의 시선이 아내를 정면으로 꿰뚫었다.“제수씨가 아니면 누구랑 가라는 거지? 제수씨는 내 비서야. 그건 너도 잘 알고 있잖아.”서영은 마른침을 힘겹게 삼켰다.“그래도 왜 꼭 둘이서만 가야 해요? 이 실장은 안 가요?”“이번 출장은 필요 없는 사람을 데려가는 자리가 아니야.”준현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은 채 서영을 응시했다. 담담한 어조였지만, 그 안에 서린 날카로움은 조금도 감춰지지 않았다.“내가 이 실장을 데려가면, 여기 회사는 누가 맡지?”그는 양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린 채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서영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회사에 매니저들도 있잖아요.”준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가 좋은 뜻을 담고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그럼 내가 이번 출장에 이 실장을 데려가면, 넌 뭘 원하는 거지?”그의 목소리는 오히려 한층 더 낮아졌고, 그 한마디는 방 안의 공기를 더욱 팽팽하게 얼어붙게 만들었다.서영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내 고개를 숙인 채,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적어도… 동서랑 둘이서 가는 건 아니잖아요. 아니면 그냥 이 실장을 데려가던지. 동서는 안 데려가도 되잖아요.”준현은 그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사람을 꿰뚫을 듯한 날카로운 시선이었다.“이번 프로젝트에 내가 필요한 사람은 손지아 단 한 명이야.”그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말을 이었다.“제수씨는 내 비서고, 이 회사의 주인은 나야. 네가 아니라. 그러니까 내 결정에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는 너에게 없어.”한 단어, 한 단어가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흘러나왔다.그 말 하나하나에는 서영이 지금 자신의 위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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