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그랑.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던 나민경은 문가에 놓인 화분에 부딪히는 바람에 화분이 깨졌다.한진후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밖을 향해 외쳤다.“누구야?”전선용이 바로 나가서 살폈지만 사람의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한 선생님, 밖에 아무도 없어요. 개구쟁이 꼬마가 놀다가 부딪혀나 봐요.”나민경은 자신이 어떻게 병원을 빠져나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느껴지며 걸음걸이조차 온전치 못했다. 속이 계속 울렁거려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한진후, 결국 네가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은 서승희였어...”힘없이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처음 한진후를 만난 날이 머릿속에 떠올랐다.4년 전,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나민경은 항성의 모든 사랑을 받던 천재 여신에서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고아가 되었다. 여동생 나도경과 서로 의지하며 하루하루 겨우 살아갔다.밤낮없이 술을 퍼마신 탓에 며칠에 한 번씩은 병원에 실려 갔다.세 번째로 실려 갔을 때 냉철한 주치의가 마스크를 벗고 그녀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나민경 씨, 기분이 좋지 않으면 즐길 취미라도 알아봐요. 이 세상에 즐길 거리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굳이 이렇게 자기 몸을 혹사할 필요는 없잖아요.”그날 나민경은 한진후의 얼굴을 처음 봤다. 남자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잘생겼다.한진후는 나민경을 번지 점프, 스키, 스트리트 레이싱, 암벽 등반 등 그녀가 감히 상상조차 못 했던 갖가지 익스트림 스포츠로 데려갔다.언제부턴가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나민경은 자신의 메말랐던 마음에 다시 생기가 도는 것을 느꼈다.나민경은 이 남자를 완전히 사랑하게 되었다. 미친 듯이,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그 후 끊임없이 이 남자에게 대시하기 시작했다. 열정적이면서도 당당하게.어릴 적부터 이성에게 하늘을 찌를 듯한 인기를 자랑하던 나민경은 항성 남자들의 드림 걸로 불렸지만 한진후에게는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빨간 원피스를 입고 마이바흐에 기대어 요염하게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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