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有

제5화

作者: 도도캔
눈 밑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한진후는 눈동자도 핏줄이 가득 보일 정도로 충혈된 상태였다. 마치 나민경의 침대 곁을 오랫동안 지켜온 듯했다.

“민경아, 드디어 깨어났구나!”

나민경의 손을 잡으며 기쁜 듯 말했다.

하지만 나민경은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손을 확 빼냈다. 그러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한진후를 바라보았다.

나민경의 행동에 얼굴의 미소가 굳어진 한진후는 큰 돌덩이가 마음 한쪽을 짓누르고 있는 듯 답답했다.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물었다.

“민경아, 그 상황에서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만 구할 수밖에 없었어. 게다가 네가 밀어서 승희가 떨어진 거잖아...”

나민경은 창백한 입술을 떨며 믿을 수 없다는 듯 한진후를 바라보았다.

“서승희를 민 적 없어! 서승희가 나를 붙잡고 같이 떨어진 거야.”

나민경을 바라보는 한진후의 눈에 실망이 가득했다.

“나민경, 늘 너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 이렇게 뻔한 거짓말을 하니 정말 너한테 실망스럽구나!”

나민경은 입을 벌렸지만 너무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눈물이 눈가에 잔뜩 고였지만 어떻게든 흘리지 않으려 참고 버텼다.

“억울한 척할 필요 없어. 승희 얼굴에 네 손바닥 자국 다 났어. 증거가 이렇게 명백한데 왜 자꾸 발뺌하려고 해.”

나민경은 눈을 감고 얼굴을 돌렸다. 눈물이 끊어진 구슬처럼 흘러나와 베개를 적셨다.

목소리마저 덜덜 떨렸다.

“한진후, 만약 그때 서승희의 납치 사건이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고 하면 믿을 거야?”

방 안에 짧은 침묵이 흐른 후 남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해, 나민경.”

주먹을 꽉 쥐고 있던 나민경은 손의 힘마저 완전히 풀렸다.

너무 어이가 없을 때면 오히려 웃음이 난다고 했던가, 온몸이 떨릴 정도로 웃은 뒤 가볍게 한마디 물었다.

“한진후, 날 한 번이라도 사랑한 적은 있었어?”

그 말에 한진후는 잘생긴 얼굴을 살짝 찡그렸지만 이내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민경아, 사랑해. 널 당연히 사랑하지. 그만 울어, 응? 모레면 우리 결혼 3주년이야. 우리 다시 결혼식을 올리자, 응?”

나민경의 이마에 입을 한 번 맞춘 후 다시 그녀의 충혈된 눈시울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다시 한번 너를 신부로 맞이할게. 승희는 병이 다 나으면 본가로 돌려보낼게. 우리 예전처럼 살자.”

나민경은 병상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

‘한진후, 3년 전, 네가 직접 내 신장을 적출하던 그 순간부터 우리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어.’

한진후는 나민경이 걱정돼서인지 서승희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나민경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지키며 나민경에게 물과 약을 챙겨주면서 그녀의 몸을 살뜰히 보살펴 주었다.

병원 각 과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자 옆에 있는 간호사들도 배꼽을 잡고 웃었다.

나민경에게 몸보신이 되는 약선 요리를 끓여 주었고 최상의 효과를 내기 위해 심지어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나민경의 진료 기록을 몇 번이고 확인하며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어느 날 간호사들이 나민경의 병실 밖에서 수다 떠는소리가 들렸다.

“한 선생님 같은 세상에 둘도 없는 완벽한 남자는 어떻게 해야 만날 수 있을까? 전생에 나라를 구하기라도 해야 하는 걸까?”

“너는 꿈도 꾸지 마. 선남선녀라는 말 못 들었어? 한 선생님의 배우자는 사모님처럼 세상에 둘도 없는 절세 미녀여야 해.”

또 다른 간호사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그런데 사모님이 한 선생님께 너무 냉담하지 않아? 혹시 싸운 건가?”

“쓸데없는 걱정 마! 사모님이 화가 나면 언제 한 번 한방에 바로 푼 적 있어? 두고 봐, 내기하는데 길어서 내일 아침 전까지는 풀릴 거야!”

“그럼 나는 오늘 밤까지로 할게.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으니까.”

이 말들이 병실까지 전해지자 한진후가 피식 웃으며 일부러 화난 척했다.

“너희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사모님이 시끄러워서 휴식에 방해된다고 하면 바로 과장님께 얘기해서 너희들 월급 깎으라고 할 테니까, 조심해!”

예전이었다면 나민경은 이때쯤 몰래 얼굴을 붉혔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저 물컵을 들고 조용히 물을 마실 뿐,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

한진후는 마음속에 묘한 느낌이 스쳤다.

나민경이 뭔가 변한 것 같았지만 어디가 변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서명해 줘. 성남 쪽에 마음에 드는 집 한 채 발견했어.”

나민경이 이혼 협의서를 꺼냈다.

한진후가 자세히 살펴보려 할 때 그의 휴대폰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승희’라는 두 글자를 보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래서 사인하라고 한 자료의 내용이 무엇인지 보는 것마저 잊은 듯했다.

재빨리 맨 아랫부분에 자신의 서명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이혼 협의서를 받아 든 나민경은 그 위에 휘갈겨 쓴 ‘한진후’ 이름 세 글자를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마침내 한진후에게서 해방되었다.

휴대폰을 꺼내 그 신비로운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완료.]

그러자 상대방 측에서 거의 즉시 답장이 왔다.

[내일 아침, 데리러 갈게.]

휴대폰 화면을 끈 나민경은 무거웠던 마음이 드디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밖으로 나갔던 한진후는 전화기 너머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큰 목소리로 거절했지만 전화기 너머,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에 고통스럽게 눈을 감았다.

“알았어, 약속할게.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야.”

저녁, 나민경은 갑자기 아랫배가 욱신욱신 쑤시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곧 그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지더니 이마에 콩알만 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온몸이 산채로 찢기는 듯했다.

의식이 흐릿해지는 사이, 힘겹게 손을 내밀어 침대 옆에서 턱을 괸 채 졸고 있던 남자를 흔들었다.

“한진후...”

잠에서 번쩍 깬 남자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나민경의 손을 꽉 잡았다.

“왜? 민경아. 어디 아파? 무슨 일이야?”

“배가, 너무 아파... 우리 아이!”

입술을 꽉 깨문 나민경은 아름다운 작은 얼굴이 핏기가 완전히 사라질 정도로 창백해졌다.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하더니 의식도 점점 희미해졌다. 정신을 완전히 잃기 직전까지 한진후는 나민경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알 수 없는 짙은 어둠이 깃들어 있었다.

“민경아, 괜찮아질 거야.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야.”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민경은 다시 그 차가운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몸 아래가 갑자기 텅 비는 듯했다.

삐삐.

차가운 기계음이 수술실에 울려 퍼졌다.

“한 선생님, 사모님의 태반이 완전히 적출되었습니다.”

“즉시 별장으로 보내!”

この本を無料で読み続ける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をダウンロード

最新チャプター

  • 눈처럼 흩어진 우리의 봄   제14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한진후는 그곳에서 풀려났다.나오자마자 앞에 서 있는 키가 크고 막강한 위압감을 풍기는 남자를 바라보며 눈썹을 찌푸렸다.‘이 남자가 바로 민경이를 데려간 사람이었구나.’쉰 목소리로 박시형에게 말했다.“나 이제 풀어줘. 네가 이렇게 잔혹하고 악독한 사람인 줄 민경이가 알면 어쩌려고? 두렵지 않아?”그러나 박시형은 재밌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듯 큰소리로 웃더니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한진후를 바라봤다.“내가 한 일들이 민경이 몰래 한 거라고 생각해? 이 모든 일을 민경이 다 알고 있다면?”얼굴이 창백해진 한진후는 본능적으로 부정했다.“그럴 리가 없어. 민경이가 어떻게 나한테 이런 짓을 하라고 시킬 수 있어?”얼굴이 완전히 굳어진 박시형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그럴 리가 없다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네가 민경이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잊었어? 민경이가 나더러 널 죽이라고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봐준 거야!”박시형은 더 이상 한진후와 말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해 걸음을 돌려 떠나려 했다.그러자 한진후가 큰 소리로 외쳤다.“거기 서! 거기 서라고!”박시형은 걸음을 멈췄지만 몸을 돌리지는 않았다.검은색 롱코트를 입은 박시형의 고귀하면서도 위압적인 자태가 한진후의 초라하고 처참한 모습을 더욱 부각시켰다.한진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민경이에게 전해 줘. 지난 일, 내가 정말 잘못했다고.”박시형이 코웃음을 쳤다.“사과하는 게 소용이 있었다면 나민경이 이 정도로 절망했을까? 타이밍을 놓친 진심은 아무 가치도 없다는 말 들어본 적 없어?”남자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런데 멀지 않은 곳에 한진후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나타났다.깡충깡충 뛰면서 달려온 나민경은 손을 내밀어 박시형의 팔짱을 꼭 끼고 달콤하면서도 행복하게 웃었다.그 모습을 본 한진후는 마음이 얼음물에 잠긴 듯 온몸 구석구석까지 차가워지는 듯했다. 어쩌면 오늘이 나민경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 눈처럼 흩어진 우리의 봄   제13화

    용성.휴대폰으로 스파이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 박시형은 코웃음을 치더니 가볍게 말했다.“물고기가 미끼를 물었어.”미미와 놀던 나민경은 이 말을 듣자 자리에서 일어나 박시형의 곁으로 걸어갔다.“온대?”두 사람 대화에 이름을 콕 집어 언급하지 않았지만 서로 한진후를 말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박시형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용성에 이미 하늘과 땅을 가릴 수 있을 정도로 큰 거미줄을 쳐 놓았어. 한진후가 용성에 발을 들이는 그 순간, 바로 체포할 거야.”그러고는 차갑게 떨리는 나민경의 두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민경아, 걱정 마. 한진후가 너에게 준 고통, 내가 천 배 백 배로 갚아 줄게.”입술을 꽉 깨문 나민경은 매우 가볍게 말했다.“난 그저 나도경과 내 배 속에 있었던 아이들에게 정의를 구현해 주고 싶을 뿐이야. 다 억울하게 죽은 생명이잖아.”동생과 아이를 언급하자 나민경은 또다시 눈물이 쏟아졌다.나도경과 유산된 세 아이의 일이 나민경의 마음속에 큰 돌덩이처럼 짓누르고 있었다.부모님의 죽음이 평생 지울 수 없는 슬픔이라면 나도경과 세 아이의 유산,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은 나민경의 마음속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먹구름이었다.박시형은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너무 아파 나민경을 품에 끌어안고 등을 살며시 쓰다듬었다.“무서워하지 마, 겁내지 마. 내가 있잖아. 한진후가 너한테 손도 대지 못하게 할게.”박시형의 품에 기댄 나민경은 어깨가 멈추지 않고 떨렸다.마침내 강한 척하던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며 박시형 앞에서 목 놓아 울었다.미미가 슬픈 분위기를 깨뜨리려는 듯 그들의 발밑에서 야옹야옹하고 계속 울어댔다.그러자 나민경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떠올랐다.미미를 들어 올려 부드러운 배를 이리저리 문지르며 말했다.“미미야, 너는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박시형은 지극히 다정한 눈빛으로 나민경을 바라봤다. 마치 눈앞의 여자가 그의 인생 전부인 것처럼...나민경도 뭔가 감지한 듯 고개를 들었다. 박시형의 깊은

  • 눈처럼 흩어진 우리의 봄   제12화

    한편, 서승희는 나이트클럽에서 여러 명문가의 딸들과 밤새도록 흥청거리며 놀았다.그들 앞에는 남자 모델 여러 명이 각자 노출이 심한 옷차림으로 몸을 서승희에게 밀착한 채 서 있었다.항성에서 명망 있는 여자들 사이에서도 항상 자기 컨트롤을 잘하기로 알려졌던 서승희였지만 벌거벗은 남자들 앞에서도 전혀 피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장면에 익숙한 듯했다.손가락으로 한 남자 모델의 복근을 살짝 스치며 낮은 웃음소리를 냈다.한 여자가 그 모습을 보며 농담조로 말했다.“승희야, 너 이렇게 놀다가 네 시동생이 잡으러 오는 거 아니야?”서승희가 입꼬리를 올리며 코웃음을 쳤다.“그 바보가 뭘 알겠어? 지난번에 실수로 우리 대화를 듣게 됐을 때도 간단히 둘러대니까 바로 넘어갔잖아.”문밖의 한진후는 그들의 대화에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어찌나 어두운지 저승사자보다 더 무서웠다.이내 손을 흔들자 여러 명의 경호원이 줄지어 안으로 들어가 룸 전체를 에워쌌다.이 상황을 본 서승희는 깜짝 놀라 외쳤다.“한진후, 이게 무슨 짓이야?”한진후는 더 이상 예전처럼 부드럽게 서승희를 대하며 배려하지 않았다.그의 눈 속의 냉기에 서승희는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몸을 떨었다. 한진후의 이런 눈빛을 서승희도 처음 봤기 때문이다.얼굴에서 핏기가 완전히 사라진 채 중얼거렸다.“너 미쳤어? 사람을 이렇게 많이 데려와서 대체 뭐 하려는 거야?”얼굴이 점점 더 차가워진 남자는 흉포한 광기를 드러냈다.서승희의 턱을 세게 움켜쥐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응, 미쳤어. 민경이가 떠난 그 순간부터 미치기 시작했어. 그리고 지난 일들의 진실을 알게 된 후로는 완전히 미쳐 버렸어.”서승희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뭘 알게 됐는데?”한진후는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웃었다.“내가 뭘 알게 됐을 것 같아? 형수님?”눈동자에 깃든 광기를 알아본 서승희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도망치려 했지만 경호원들에게 꽉 붙잡혀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한진후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 눈처럼 흩어진 우리의 봄   제11화

    항성.헬리콥터에 새겨진 ‘용성’ 두 글자를 본 한진후는 모든 사람의 만류를 뿌리치고 용성으로 가겠다고 고집했다.여든이 다 된 그의 할아버지 한태수까지 깜짝 놀랐다. 흰 수염을 기른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눈을 부릅뜨며 호통을 쳤다.“한진후! 감히 용성에 가기만 해봐!”“할아버지, 민경이 찾으러 가야 합니다. 제 아내가 거기에 있는데 어떻게 아내를 혼자 내버려둘 수 있겠습니까?”한태수가 지팡이로 땅을 힘껏 내리쳤다.“용성이 어떤 곳인지 알기나 해? 나 한태수가 아무리 하늘을 찌를 만한 능력이 있다고 해도 항성을 벗어나면 너를 지킬 수 없다.”“할아버지 손자, 더 이상 할아버지 보호는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민경이를 찾으러 갈 겁니다. 할아버지께서 허락하시든 안 하시든.”거친 숨을 몇 번 내쉬던 한태수는 집사를 불러 서류 몇 부를 가져오라고 했다.“진후야, 우선 이것부터 좀 보고 나서 생각해. 어쩌면 너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구나.”그것을 받아 든 한진후는 서류 봉투에 적힌 ‘CCTV 영상’이라는 글자를 보자 바로 깨달은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할아버지, 이 영상들은 제가 벌써 몇 번이고 다시 봤습니다. 유용한 장면이라고는 저 헬리콥터 하나뿐이에요.”“다시 한번 보아라. 이건 우리 병원의 CCTV 영상이다.”한진후는 눈썹을 찌푸렸지만 할아버지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이 봉투를 열었다. 안에 있는 디스크를 꺼내 컴퓨터에 넣자 CCTV 영상이 순식간에 재생됐다.그것은 병실 안의 영상이었다.병상에 누워 극도로 허약해 보이던 서승희가 한진후가 떠나자마자 아무 일 없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영상을 본 한진후는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설마... 승희가 그동안 아프다고 했던 것들이 전부 연기였다고?’계속해서 영상을 보던 한진후는 얼굴이 점점 더 굳어져 갔다.병원 측은 의료진과 환자 간의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병실에 고화질 CCTV 카메라를 설치해 두었다. 심지어 목소리도 선명하게 녹음됐다. 다만

  • 눈처럼 흩어진 우리의 봄   제10화

    용성.박시형이 나민경의 손에 난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있었다.나민경의 새하얀 열 개의 손가락 끝은 거친 모래알에 모두 닳아 있었다. 저택의 그 장면을 목격한 후, 화가 나 손톱으로 벽돌 위의 돌을 긁다가 생긴 상처였다.열 손가락이 다쳐 살갗이 찢겨 피가 나도 마음이 찢기는 듯한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눈을 감은 채 잠들어 있었지만 뭔가 악몽을 꾸는 듯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그러다가 깜짝 놀라 눈을 뜨더니 박시형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안 돼!”그 모습에 너무 가슴이 아파 미간을 찌푸린 박시형은 다급히 말했다.“무서워하지 마, 겁낼 거 없어. 민경아. 이제 괜찮아.”나민경은 그제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들어 주변의 다소 낯선 환경을 둘러보았다.“여기는... 어디야?”“용성이야. 우리 집이니까 안전해. 걱정 마.”박시형이 나민경에게 이불을 덮어 주었다.“여기서는 아무도 너를 해치지 못할 거야. 약속할게, 민경아.”그 말을 들은 나민경은 마침내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입술을 깨물며 다소 의아한 듯 물었다.“오빠, 항성에는 어떻게 오게 된 거야? 어떻게 나를 용성까지 데려온 거야?”박시형은 나민경과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이웃 오빠로 어릴 적부터 나민경에게 매우 잘해주었다. 다만 나민경이 열일곱, 열여덟 살 무렵에 박시형의 집에 변고가 생겨 용성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그 후 나민경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한진후와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서 박시형과의 연락이 많이 뜸해졌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이렇게 만나자 나민경은 기쁨을 금치 못했다.“바보 같은 녀석.”박시형이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 약속했잖아, 내가 데리러 간다고.”나민경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오빠, 오빠가 바로 용성을 쥐락펴락한다는... 재벌가 도, 도련님이야?”나민경은 너무 놀라 말까지 더듬었다.“그 살날이 얼마 안 남아서...”여기까지 말한 뒤 갑자기 입을 꾹 닫더니 귀밑까지 새빨갛게 물들었다.‘아이고! 내가 지금 무슨 소

  • 눈처럼 흩어진 우리의 봄   제9화

    서승희가 울부짖으며 애원했지만 한진후는 깡그리 무시해 버렸다. 그러고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한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왔다.“진후야, 이거 놔! 너무 꽉 잡아서 아프잖아!”정교하게 화장한 서승희의 얼굴도 화장이 조금 번져 있었다. 팔은 한진후가 너무 세게 잡은 탓에 눈에 띄는 붉은 멍이 생겼다.이 광경을 본 한진후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에야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입을 열었다.“서승희, 조금 전 한 말들, 설명해 봐. 대체 어떻게 된 거야?”남자의 냉담한 추궁에 서승희는 즉시 눈시울을 붉히며 나약하고 여린 모습으로 돌아갔다.“무슨 뜻이겠어? 그냥 언니들 앞에서 체면 세우고 싶어서 그렇게 말한 것뿐이야!”한진후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그렇다 해도 민경이에 대해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민경이는 내 아내야.”이 말에 서승희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그래, 너희 둘은 그나마 마음을 의지할 배우자라도 있지. 하지만 나는 아니야! 네 큰형이 일찍 죽으면서 죽기 직전까지 너를 잘 부탁한다고 했어. 너희한테 이렇게 미움받을 줄 알았다면 차라리 그때 벽에 머리를 박고 네 큰형과 함께 죽을 걸 그랬어!”입술을 깨물며 오랫동안 침묵하던 한진후는 마침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 승희야.”서승희에게 막 대할 수 없었다. 왜냐면 그녀는 한진후의 큰형이 가장 사랑했던 여자였기 때문이다.한진후의 큰형은 사고 폭발 현장에서 한진후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잃었다.큰형에게 영원히 목숨을 빚지고 있었기에 큰형 대신 서승희를 반드시 잘 돌봐야 했다. 그리고 이 또한 의무라고 생각했다.한진후의 사과를 들은 서승희는 눈에 한 줄기 빛이 스치더니 그제야 흑흑거리며 울음을 멈췄다.한진후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승희야, CCTV 영상은 왜 지운 거야?”서승희가 한숨을 내쉬었다.“네 큰형이 꿈에 나타나서 내가 인간 세상에서 고생하며 항상 병에 시달리는 걸 봤다고 하더라고...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니 네 집 CCTV 영상을 봤다고 했어.”한숨 돌린 뒤

続きを読む
無料で面白い小説を探して読んでみましょう
GoodNovel アプリで人気小説に無料で!お好きな本をダウンロードして、いつでもどこでも読みましょう!
アプリで無料で本を読む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