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생각하시는지요, 미네르바.”율리아, 처음 병원에 왔을 때 소년을 보기 좋게 꺾었던 여인이 다가왔다. 휠체어를 조용히 이끌어 어느새 옆에 자리 잡은 그녀가 미네르바와 시선을 같이했다. 마리가 있던 덩굴 담장을 바라봤다. 잔잔한 호수 같은 눈동자는 이미 모든 걸 알고서도 침묵해주는 것일까. 마리는 이런 사람과 매일 어떻게 놀 수 있다는 건지. 그는 그녀에게 솔직하게 속을 털어놔야 함을 알았다. 어설프게 속이느니 열어버리는 것이 나을 상대였다. 그럼에도, 그래도. 이제와 모든 걸 포기하고 왔다는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고 미네르바는 마냥 소녀를 생경한 작품 보듯이 바라봤다.“봄 풍경이 어여쁘다 하여 들렀습니다.”“가을이 더 볼만하지요 이 곳은. 마리도 단풍을 더 좋아하고요.”화제를 마리로 바꿔버린 율리아가 슬쩍 미네르바에게 말꼬리를 돌렸다. 그는 굳은 표정을 겨우 풀고서 손 안에 있는 바구니를 들어보였다.“그래도 모처럼이라 곁들일 간식도 가져왔습니다.”그 애가 좋아한다던 간식의 종류도 다 눈앞의 사람에게 들어서 안 것이었다. 율리아는 미네르바가 가져온 간식을 보고 마리가 참 좋아하겠다며 능청스럽게 넘어갔다. 테오 선생이나 헤게 선생, 제레미를 포함해도 역시 렘즈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이 노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율리아의 부름에 마리는 금세 돌아왔다. 그녀의 옆에 누가 있건 전혀 개의치않는 것처럼 굴었다.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고갯짓으로 살짝 목례만 해오는 것이 더 그랬다.미네르바는 퍽 섭섭한 마음이 들어 자기 손에 들고 있던 간식을 몰래 숨기려 했다. 그러다가 마리가 재빨리 바구니를 잡았고 둘이서 말없이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율리아는 둘이 만났으니 됐다는 듯 금세 스카프를 마리에 목에 둘러주고는 낮잠을 자러 간다며 등을 돌렸다.“율,율리아!”마리가 그녀를 붙잡으려 남은 한손을 급하게 뻗었고, 한 손도 흔들리자 바구니는 균형이 깨져서 크게 흔들렸다. 미네르바는 천천히 쿠키와 티백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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