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全部章節:第 91 章 - 第 100 章

100 章節

제91화

은희의 발표가 끝나자 객석이 크게 술렁였다.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기자들은 앞다퉈 마이크를 들이밀며 은희에게 질문을 쏟아 냈다.과거 용한그룹과 사업으로 얽혀 있던 사람들도 저마다 머릿속으로 다른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발표회가 끝난 뒤 은희가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연달아 걸려 왔다.전화받아 보니 과거 용한그룹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의 전화였다.그 주주들은 용한그룹 재건을 진심으로 지지한다며 예전부터 회사의 앞날을 걱정해 왔고 다시 일어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은희는 속으로 비웃었다. 오래전 고씨 집안이 위기에 빠졌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등을 돌린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회사가 다시 살아날 조짐이 보이자 하나둘 다시 모여들고 있었다.그렇다고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겉으로 예의를 갖춰 대화를 이어 갔다.어쨌든 그들은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중요한 증인이 될 수 있었다.그 주주들에게서 오래전 사건에 관한 단서를 얻을 가능성도 충분했다.은희는 연락해 온 사람들과 하나씩 만날 일정을 잡았다. 나중에 직접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이었다.같은 무렵 임빈은 딸 임연과 함께 은희가 임시로 꾸린 사무실을 찾아왔다.임연은 여전히 밝고 사랑스러운 얼굴이었다. 은희를 보자 반갑게 인사했다.“언니, 오랜만이에요!”이제 은희는 더 이상 임연의 레슨 선생님이 아니었기에, 아이는 자연스럽게 은희를 ‘언니’라고 불렀다.‘언니’라는 호칭에 은희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맑음은 영은의 영향을 받아 늘 자신을 ‘이모’라고 불렀고, 은희도 그 호칭 자체를 신경 쓴 적은 없었다.그런데 맑음과 친한 임연은 따라 부르지 않고 여전히 ‘언니’라고 했다.두 아이가 가까운 사이인 걸 생각하면 조금 의외이기도 했다.임빈은 미소를 지으며 은희를 바라봤다.“고은희 씨, 용한그룹을 다시 일으키겠다고 결심한 건 정말 대단한 용기입니다.”“연이를 도와준 일도 잊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선물을 하나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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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그래. 앞으로도 연습 열심히 하고,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네!”임빈 부녀를 배웅한 뒤 은희는 곧바로 자료를 펼쳤다. 강양그룹과 강이섭에 관한 내용을 하나씩 꼼꼼하게 살폈다.재계에 다시 발을 들이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아무 이유 없는 호의는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강양그룹 정도의 힘을 가진 곳이 임빈의 몇 마디만 듣고 이제 막 다시 시작하는 용한그룹을 돕겠다고 나선 데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그래도 지금 당장 지나치게 의심해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고 싶지는 않았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면 최선을 다해 맞춰 줄 생각이었다.그 뒤로 은희는 기계처럼 움직이며 하루 대부분을 사업 관련 일정과 사람을 만나는 데 썼다.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계속 연락했고 새로운 협력 상대도 직접 만났다. 사업 협상에 익숙하지 않아도 이를 악물고 부딪쳤다.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만큼 여러 번 거절당하고 시행착오도 겪었다.업무에 치여 정신없이 지내던 중 한 젊은 여자가 먼저 찾아와 은희의 비서로 일하고 싶다고 했다.이름은 한규영이었다. 체구가 작고 단정한 인상이었다.“대표님, 저는 오래전부터 고씨 집안과 용한그룹을 동경했습니다. 제게 용한그룹은 한때 재계의 전설 같은 회사였어요.”“저는 특별한 배경은 없지만 기업 운영을 꾸준히 공부했고 실무 경험도 쌓았습니다. 분명 대표님께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은희는 눈앞의 규영을 천천히 살폈다. 쉽게 믿을 수는 없었다.지금 주변에 사람을 모으는 일이 절실하게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다른 목적으로 접근했을 가능성도 있었다.그래도 당장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일단 채용한 뒤 곁에서 지켜보는 방법도 있었다.만약 적이 보낸 사람이라면 오히려 새로운 단서를 얻게 되는 셈이었다.“그래. 일단 함께 일해 보죠. 하지만 능력은 직접 보면서 확인할 거고. 맡은 일을 해내지 못하면 그때는 계속 같이 일할 수 없을 거니까.”규영은 예상했던 대답이라는 듯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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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은희는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바라보며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기분이 복잡했다. 차라리 끝까지 매정하게 굴 것이지, 왜 뒤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자신을 돕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남우와 완전히 선을 긋고 하씨 집안의 도움은 조금도 받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지금 상황은 우스울 만큼 모순적이었다.오래 고민한 끝에 은희는 핸드폰을 주워 남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한규영 씨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어. 이번에는 내가 도움받은 걸로 할게. 나중에 내가 해 줄 일이 있으면 말해. 할 수 있는 건 해 줄게.]메시지를 보낸 뒤 오래 기다리지 않아 답장이 왔다.[네가 나한테 뭔가 해 줄 필요 없어.]짧은 답장을 읽는 은희의 눈가가 붉어졌다. 아랫입술을 깨물었지만 더 답하지 않고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았다.이번에도 남우의 차단을 그대로 풀어 두지는 않았다.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잠시 해제했을 뿐이었다.남우가 먼저 보내는 연락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분명 이후에도 무언가를 보냈겠지만 차단된 상태라 은희에게는 도착하지 않았다.다음으로 은희가 준비한 일정은 강이섭과의 만남이었다.강양그룹의 총수가 은희와 협력하려는 이유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단순할 리 없었다.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해야 상대가 진짜 원하는 것을 더 정확히 알 수 있었다....약속한 날, 은희는 단정하고 간결한 업무용 수트를 골라 입었다.약속 시간보다 먼저 고급 레스토랑에 도착했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예약된 별실로 들어갔다.얼마 뒤 문이 열리고 강이섭이 들어왔다.키가 큰 강이섭은 몸에 잘 맞는 수트를 입고 있었다. 반듯한 인상과 차분한 분위기에서 부드러운 품격이 느껴졌다.“고은희 대표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이섭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은희도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했다.“강이섭 대표님,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직원이 메뉴를 가져오자 강이섭은 먼저 은희가 고르도록 배려했다.주문을 마치고 직원이 나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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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은희는 눈앞에서 떨고 있는 남자를 한동안 바라봤다.끝내 자신을 노린 사람들을 모두 경찰에 넘기기로 했다.“차에 태워요. 데리고 경찰서로 갑시다.”일행은 붙잡은 남자를 데리고 방에서 빠져나와 미리 준비한 차량에 태운 뒤 경찰서로 향했다.도착한 은희는 당직 경찰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경찰은 곧바로 사건을 접수하고 남자를 조사실로 데려가 추가 조사를 시작했다.은희는 바로 돌아가지 않고 경찰서 복도에 남아 있었다.“뒤에서 지시한 사람들에게 내 말 좀 전해 줘요.”은희가 함께 붙잡혀 온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나는 반드시 복수할 거예요. 아무리 깊이 숨어 있어도 끝까지 찾아낼 겁니다. 오래전에 한 짓도 전부 대가를 치르게 할 거고요.”남아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래도 상관없었다. 은희는 자신의 말이 결국 배후의 귀에 들어갈 거라고 확신했다.그 무렵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고성.넓은 홀 맨 안쪽, 거대한 조각 의자에는 키가 큰 남자가 앉아 있었다.남자는 검은색 긴 옷을 입고 있었고 옷깃과 소매에는 정교한 금빛 무늬가 수놓아져 있었다.선이 뚜렷한 얼굴과 깊게 가라앉은 눈은 속을 읽기 어려운 서늘함을 풍겼다.남자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한 손을 팔걸이에 올린 채 손가락으로 일정하게 두드리고 있었다.아래에는 검은 수트를 입은 부하가 공손히 서서 상황을 보고했다.“회장님, 저희가 보낸 사람들을 고은희가 전부 경찰에 넘겼습니다. 반드시 복수하고 오래전 배후까지 찾아내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습니다. 사실상 회장님께 선전포고한 셈입니다.”보고를 듣는 남자의 표정에는 화가 없었다. 오히려 입가에 재미있다는 듯한 미소가 걸렸다.“재미있군. 그 어린 게 생각보다 배짱은 있어. 자기 힘으로 뭔가 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우습지만.”남자는 말을 잠시 멈추고 차갑게 눈을 내리깔았다.“놀고 싶다니 상대해 줘야지. 끝까지 버틴 걸 후회하게 해 주겠다.”“다음에는 어떻게 움직일까요?”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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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집으로 돌아온 영은은 세준과의 약속대로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에는 짜증이 묻어 있었다.“준비는 끝냈어요. 이제 정보가 오기만 기다리면 돼요.”수화기 너머에서 세준이 낮게 웃었다.[이번에는 나를 실망하게 하지 마세요. 잘 끝나면 충분히 챙겨 드릴 테니까.]물론 세준도 영은에게 모든 걸 맡긴 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뒤에서 따로 움직이며 영은의 실패에 대비한 두 번째 수단까지 준비하고 있었다.영은 역시 세준이 입찰에서 이기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남우가 사업을 놓치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돈도 줄어들 수 있었다.하지만 세준이 비밀을 폭로하게 둘 수는 없었다. 맑음이 사실 은희가 낳은 친딸이라는 비밀만큼은 반드시 감춰야 했다.맑음이라는 패를 잃는다면 영은은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같은 시각.남우는 겉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입찰과 관련된 주변을 전방위로 감시하고 있었다.피곤한 듯 관자놀이를 누르다가 핸드폰 화면에 저장된 보미의 사진을 바라봤다.얼마 지나지 않아 일을 정리하고 고씨 집안 저택으로 향했다.은희가 부모님의 영정과 유품을 집 안의 추모 공간에 모셔 두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보미가 정말 세상을 떠났다면,아이와 관련된 흔적도 이곳 어딘가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남우는 천천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추모 공간에 놓인 보미의 영정과 작은 유골함을 마주하자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 눈에는 깊은 슬픔이 번졌다.보미는 정말 죽었다.잔인한 현실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심장을 찔렀다.이전까지는 억지로라도 사실을 부정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은희의 말을 들은 뒤 남우는 뒤에서 따로 조사해 왔다. 인맥과 자원을 총동원해 보미가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알아내려 했다.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은희가 이미 병원에 관련 정보를 외부로 내보내지 말아 달라고 요청해 둔 것도 이유였다. 병원으로서도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당시 병원 관계자 일부는 영은의 거짓말에 맞춰 움직인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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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바로 그때 남우의 핸드폰이 울렸다. 비서에게서 온 전화였다.감시를 붙여 둔 건에 새로운 움직임이 생겼다. 입찰 예정가를 빼내려던 사람이 마침내 나타났다는 보고였다.남우는 은희에게 사과한 뒤 저택을 떠났다. 남우가 떠나자 은희는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마침내 입찰 예정가 공개를 앞둔 날이 다가왔다.영은에게 매수된 사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는 주변을 살피며 회사의 입찰 예정가 관련 서류가 보관된 자료실로 숨어들었다.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뒤 곧바로 금고를 열었다.서류를 손에 넣고 사진을 찍어 영은에게 보내려던 때였다.갑자기 자료실의 불이 일제히 켜졌다. 남우가 보안팀 직원들을 데리고 모습을 드러냈다.“이런 중요한 서류를 아무런 대비도 없이 놔뒀을 거라고 생각했어?”남우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오늘을 오래 기다렸다.상대가 스스로 덫에 걸려들기만을 기다려 왔다.남자는 겁에 질려 주저앉았고 손에 들고 있던 서류도 바닥에 떨어졌다.“하, 하 대표님... 저는... 저도 협박받고...”남우는 이런 변명을 수도 없이 들어 이미 질릴 대로 질려 있었다.사람은 겁에 몰리면 어떻게든 핑계를 만들어 내기 마련이었다.남우가 싸늘하게 코웃음을 쳤다.“누가 시켰는지는 네가 말 안 해도 알아낼 거야. 데려가서 경찰에 넘겨.”보안팀은 즉시 남자를 끌고 나갔다.남우는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주워들었다. 배후는 세준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다만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세준을 찾아가 바로 패를 깔 생각은 없었다....한편, 영은은 집에서 초조하게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벨이 울리자 좋은 소식이라 믿고 곧바로 전화받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다급한 목소리만 들려왔다.[큰일 났어요. 그 사람이 들켰어요. 하 대표가...]상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전화가 끊어졌다.영은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일이 틀어졌다는 걸 직감했다.방 안을 초조하게 서성였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방금 전화를 건 사람은 다른 지인이었다. 그마저도 통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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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소영은이 안에서 또 무슨 짓을 벌이는 거야?’은희는 서둘러 문을 밀고 들어갔다.안에는 영은이 바닥에 웅크린 채 있고, 세준이 영은에게 발길질과 주먹질을 퍼붓고 있었다.은희는 잠시 굳었다. 두 사람이 왜 여기에 함께 있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이내 정신을 차리고 크게 외쳤다.“두 분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세준은 목소리를 듣자 동작을 멈추고 현관 쪽의 은희를 돌아봤다. 눈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지만 곧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영은도 고개를 들었다.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볼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고은희가 왜 여기 온 거지?’“형수님, 소영은 씨가 저를 유혹하려고 했습니다.”은희는 세준의 말을 무시하고 영은에게 다가갔다. “도련님은 왜 소영은 씨를 때린 거예요?”세준의 말은 애초부터 믿을 수 없었다.기억이 맞다면 하진그룹에는 곧 중요한 입찰이 하나 있었다.얼마 전 누군가 입찰 관련 내부 문건을 훔쳐보려다 붙잡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하지만 정작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다.지금 눈앞의 세준과 영은을 보니 흐릿했던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는 듯했다.영은이 사람을 시켜 일을 벌였다가 실패했고, 그 일로 화가 난 세준이 영은을 찾아와 폭행했을 가능성이 컸다.“제가 왜 은희 씨한테 말해야 하죠?”영은은 흐트러진 옷깃을 여미며 못마땅한 눈빛을 보냈다.세준도 코웃음을 쳤다.“제가 형수님을 좋아하는 건 맞지만 이건 저희 둘 사이의 일입니다. 형수님과는 상관없어요.”은희는 세준이 앞에 붙인 ‘좋아한다’라는 말은 듣고 싶지도 않았다.은희는 만만하게 속아 넘어갈 사람도 아니었다. 오늘 이렇게 단서를 잡은 이상 그냥 넘길 생각은 없었다.“소영은 씨, 두 분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예요? 이번 입찰과 관련 있는 거죠?”핵심을 정면으로 찌르자 영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세준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영은의 앞을 가로막았다.“형수님, 멋대로 넘겨짚지 마세요. 입찰은 회사 일입니다. 소영은 씨 같은 사람이 회사 입찰과 무슨 상관이 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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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영은은 뺨에 붙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떼지도 못하고 온몸을 떨고 있었다.“두고 보세요. 이 일은 여기서 안 끝납니다. 제가 틀림없이 나중에 다시 제대로 따질 테니까.”세준은 더는 쳐다보지도 않고 성난 걸음으로 방을 나갔다.영은만 그 자리에 혼자 남아 낮게 흐느꼈다.한편 은희는 그곳을 나온 뒤 효찬의 집으로 향했다.전에 효찬에게 건넨 곡에는 아직 손볼 부분이 있었는데, 효찬에게서 답장이 오지 않았다.그래서 은희는 직접 의뢰인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효찬의 집 앞에 도착했다.은희가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 기척도 없었다.몇 번 더 두드려 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효찬이 집에 없는 모양이었다. 오늘은 그냥 돌아갔다가 다음에 다시 와야 할 듯했다.실제로 효찬은 볼일이 있어 잠시 집을 비운 상태였다.그때 차 한 대가 주택단지 안으로 들어와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고 효찬이 내렸다.집 앞에 서 있는 은희를 발견한 효찬이 뜻밖이라는 듯 물었다.“은희 씨, 여기까지 어쩐 일이세요?”은희는 찾아온 이유부터 바로 말했다.“전에 드린 곡에 조금 더 수정할 부분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그런데 댁에 안 계시더라고요.”효찬이 다가오며 말했다.“죄송해요. 잠깐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왔습니다. 여기까지 오셨으니 들어가시죠. 곡 이야기도 마저 하고요.”은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효찬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은 소파에 앉았다. 은희는 가지고 온 악보를 꺼내 수정할 부분을 하나씩 짚으며 효찬과 이야기를 나눴다.이야기가 끝난 뒤부터 효찬은 자꾸 은희에게 더 있다가 가라고 권했다.“은희 씨, 이렇게 오래 신경 쓰셨으니 많이 피곤하시죠. 제 방에서 좀 쉬세요. 제가 저녁 준비해 놓을 테니 식사도 하고 기운도 차리고 가세요.”은희는 얼른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괜찮아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늦었으니 그냥 돌아갈게요.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요.”하지만 효찬은 두 손으로 은희의 어깨를 가볍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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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효찬은 남우가 따지러 온 사람처럼 굴자 남우에게 눈치를 주려고 연신 눈을 깜빡였다.하지만 남우는 효찬의 뜻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은희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은희는 아파서 팔을 빼려 했지만 남우의 힘이 워낙 세 빠져나오지 못했다.고개를 들자 남우의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이제 와서 무슨 다정한 척이야?’사실 남우는 보미에 관해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하지만 자신에게 물을 자격이 없다는 것도, 은희가 절대 대답해 주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았다.분위기가 숨 막힐 정도로 어색해지자 효찬이 얼른 사이에 끼어들었다.“다들 서서 뭐 해요? 음식 다 식겠어요. 일단 앉아서 밥부터 먹읍시다. 남우 너도.”그렇게 말하며 효찬은 남우를 식탁 쪽으로 끌고 갔다.그제야 남우가 은희의 팔을 놓았다. 은희도 이번에는 굳이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이대로 자신만 나가면 괜히 뭔가 찔려서 피하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아 함께 식탁에 앉았다.식사 내내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가끔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만 들릴 뿐 누구도 제대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은희는 서둘러 몇 숟갈 뜬 뒤 수저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효찬 씨, 잘 먹었어요. 시간도 늦었으니 이제 가볼게요.”말을 마친 은희는 집을 나서려 했다.어느새 평정을 되찾은 남우도 곧바로 일어나더니 은희를 번쩍 안아 올렸다.효찬도, 은희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었다.‘갑자기 또 무슨 짓이야?’정말 자신을 붙잡아 가둘 생각이었다면 남우가 머무는 저택으로 데려가야 했다.그런데 남우는 오히려 효찬의 집 안쪽 방으로 은희를 데려가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뭐 하는 거야! 내려놔!”은희는 남우가 이런 행동까지 할 줄은 몰랐다. ‘또 제멋대로 미친 짓이네.’이런 식으로 날뛰는 남우를 받아 줄 생각은 없었다. 은희는 남우의 가슴을 거칠게 두드리며 몸부림쳤다.남우는 은희를 방 안에 내려놓고 재빨리 문을 닫은 뒤 등을 문에 기대고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봤다.“밖에 널 노리는 사람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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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그런데 다 찢어져서 없어진 줄 알았던 그 악보가 꼼꼼하게 붙여진 채 멀쩡한 모습으로 이곳에 놓여 있었다.은희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가슴이 답답해져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이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가지고 놀았어. 나를 완전히 등신 취급한 거야.’바로 옆에는 또 다른 악보가 있었다. 오늘 효찬과 수정 내용을 상의했던 곡의 최종본, 효찬이 할머니께 드릴 거라며 부탁했던 곡이었다.두 악보가 나란히 놓인 걸 보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그럼 효찬 씨가 할머니께 드릴 곡을 부탁했다는 말도 거짓말이었던 거야?’실제로는 남우가 자신에게 곡을 의뢰해 왔던 것이었다.더 우스운 건 한 곡당 1억 원씩 받았는데... 결국 완성한 곡은 남우에게 돌아갔고, 자신이 받은 돈 역시 남우가 지불한 돈이었다는 사실이었다.은희는 자신이 철저하게 웃음거리가 된 것 같았다.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고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남우는 은희가 그 돈을 갚으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남우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장난이었을 뿐이었다.‘이 두 사람이 작정하고 나를 속인 이유가 대체 뭘까?’머리가 어지럽고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했다. 믿었던 효찬의 모습마저 은희의 안에서 다르게 보였다.은희는 두 권의 악보를 꽉 움켜쥔 채 차갑게 이를 악물었다.“하남우, 진효찬, 둘 다 진짜 나쁘네!”분노를 씹어 삼키듯 욕을 내뱉었다. 반드시 두 사람에게 직접 따져야 했다. 이런 식으로 바보처럼 농락당하고 끝낼 수는 없었다.은희는 다시 문으로 달려가 주먹으로 세게 두드리며 소리쳤다.“하남우, 문 열어! 너랑 진효찬이랑 둘이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나와서 똑바로 설명해!”하지만 밖에서 아무 대답도 없었다. 남우도 효찬도 은희를 상대하러 오지 않았다.화가 치민 은희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남우의 연락처를 찾아 빠르게 메시지를 입력했다.[악보 이미 오래전에 붙여 놓은 거잖아. 그런데 왜 나한테 돈을 물어내라고 한 거야? 나를 뭘로 본 거야? 날 가지고 노니까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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