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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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영은은 눈시울을 붉힌 채 훌쩍이며 말했다.“맑음이는 매일 아침에 내가 직접 끓인 죽을 먹어. 다른 음식도 다 내가 먼저 먹어 보고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한 다음에 줬어.”“오늘은... 은희 씨가 가져온 간식만 내가 먼저 먹어 보지 못했어.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어...”울먹이는 말에는 의도가 너무도 분명했다. 모든 의심이 은희를 향하도록 몰아가고 있었다.남우는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얼굴을 굳혔다. 하지만 영은의 말에 바로 답하지 않고 곧장 병원 관제실로 향했다.이제는 한쪽 말만 듣고 예전처럼 은희를 또 억울하게 몰아서는 안 됐다.은희는 남우가 자신을 바로 추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의외였다. 예전 같았으면 벌써 자신부터 몰아붙였을 것이다.‘하남우가 달라진 건가?’...관제실.남우는 그날 병실 안팎의 CCTV 영상을 전부 확인했다.영은의 말대로 맑음이 깨어난 뒤 영은이 죽을 먹이고 곁에서 돌보는 모습이 하나하나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영상에서 특별히 이상한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은희가 병실에 온 뒤 간식을 꺼내 맑음에게 준 장면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영상만 보면 가능한 사람은 은희뿐이었다.하지만 정말 그게 전부일까?문제가 된 약은 원래 몸에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 더 크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었다.그런데 영은에게는 겉으로 드러난 문제가 없었다.그렇다면 영은이 같은 약을 조금 먹었다고 해도 큰 반응이 없을 수 있었다.남우는 잠시 생각한 뒤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맑음이는 머리를 다치고 나서 두통이 있었어. 네가 끓인 죽을 네가 먼저 먹었는데 괜찮았다고 해서 죽까지 무조건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어. 너랑 맑음이는 몸 상태가 다르잖아.”그 말은 결국 영은까지 의심하고 있다는 뜻이었다.‘이제 나를 의심하기 시작한 거야?’영은은 그 말을 듣자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몸을 떨며 흐느꼈다.“이제 나까지 의심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맑음이를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해? 내 친딸이야.”“그동안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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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남우는 은희의 말에 막혀 잠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입술만 굳게 다물었다.결국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병실을 빠르게 나갔다.남우는 효찬의 연구실로 가 간식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효찬은 심각한 얼굴로 들어와 검사 결과지를 남우에게 건네며 무겁게 말했다.“결과 나왔어. 간식에서 맑음이 몸에서 검출된 것과 같은 성분이 나왔어.”효찬은 말하다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조심스럽게 덧붙였다.“그래도 너무 공교롭다는 생각이 들어. 은희 씨가 맑음이를 해칠 이유도 없잖아. 어쩌면...”“됐어. 나도 생각하고 있어.”남우는 화를 누르며 효찬의 말을 끊었다. 손에 든 결과지를 세게 움켜쥐자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남우도 은희를 믿고 싶지 않은 게 아니었다.하지만 모든 증거가 은희를 가리키고 있었다.이 일은 은희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웠다.‘은희는 결국 그렇게 잔인한 사람이었을까?’다시 병실로 돌아온 남우의 눈은 차갑게 변해 있었다. 검사 결과지를 은희 앞으로 던지며 물었다.“이제는 뭐라고 할 건데? 간식에서 약이 나왔어. 이걸 어떻게 설명할 거야?”은희는 눈앞에 떨어진 결과지를 보고 차갑게 웃었다.“증거. 또 증거네.”남우는 영은의 말은 쉽게 믿으면서 은희가 결백하다는 말은 증거가 있어야만 받아들였다.그런데 영은이 내놓는 증거들은 매번 은희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었다.은희는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남우가 자신이 했다고 생각하고 싶다면 그렇게 두기로 했다.이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었다.남우는 은희가 반박하지 않자 사실상 자신의 짓이라고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였다.“설명 안 할 거면 네가 한 걸로 알겠어. 네가 이런 사람인 줄은 정말 몰랐다.”은희는 고개를 들었다. 눈에 물기가 차올랐지만 끝까지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버티며 또박또박 말했다.“우리 이혼하자. 이 결혼은 처음부터 잘못된 거였어. 더는 이런 무의미한 관계를 지속하고 싶지 않아.”‘맞아. 처음부터 잘못이었어. 내가 널 좋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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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두 사람의 관계는 아주 오래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했다.어쩌면 이게 더 나을지도 몰랐다. 두 사람 모두에게.은희는 다시 작곡 작업에 몰두했다.긴 시간 방에 틀어박힌 채 지냈다. 이제 은희의 세상에는 건반과 악보만 남은 것 같았다.그동안 곡을 의뢰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예전처럼 한 건에 1억 원씩 받는 큰 의뢰는 아니었다.그래도 작은 일을 여러 개 맡아 수백만 원씩은 벌 수 있었다.은희가 쓰는 곡은 그만한 값어치가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한 나날이 그렇게 흘러갔다.하지만 영은이 은희를 무너뜨릴 기회를 쉽게 놓칠 리 없었다.영은은 온라인 이슈 계정과 매체 몇 곳에 큰돈을 쥐여 주고 자극적인 논란을 만들어 냈다.[재벌가 안주인 고은희, 자리 지키려 어린아이까지 해쳤나?]글이 퍼지자 온라인은 금세 뒤집혔다.사실관계를 모르는 사람들은 여러 커뮤니티와 SNS에서 은희를 거칠게 비난하기 시작했다.은희의 개인정보까지 퍼졌고 개인 계정에는 욕설과 저주에 가까운 댓글이 쏟아졌다.[어떻게 아이한테 이런 짓을 해? 사람도 아니네.][돈이랑 자리 지키겠다고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네. 고은희는 업계에서 사라져라.][재벌가 싸움이 너무 무섭다. 아이만 불쌍해. 꼭 무사했으면 좋겠다.][...]은희도 SNS에 직접 글을 올려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화가 난 사람들은 설명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변명한다고 몰아세웠다.일부는 은희의 과거까지 뒤지며 예전에 결혼할 때도 불법적인 방법을 썼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퍼뜨렸다.하지만 그 주장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소문에 불과했다.논란이 크게 번지던 중, 근거 없는 글의 노출이 갑자기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동시에 훨씬 자극적인 연예계 이슈 두 건이 연달아 터졌다.유명 연예인의 불륜 의혹과 또 다른 유명인의 비공개 결혼 및 숨겨진 자녀가 있다는 의혹이었다.두 이슈는 곧바로 대중의 관심을 모두 가져갔다.그래도 은희와 관련된 논란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중간 정도의 노출을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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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세준은 은희를 데리고 간식을 샀던 가게로 갔다.두 사람이 들어오자 가게 주인의 표정이 불안하게 흔들렸다.세준은 이유를 알고 있었다. 영은이 이미 주인을 돈으로 매수해 둔 상태였기 때문이다.“사장님, 오늘은 하나만 확인하려고 왔습니다. 이분이 전에 여기서 산 간식들, 어디서 들여온 제품인지 기억하시죠?”가게 주인은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더듬거리듯 말했다.“그, 그건 다 정상적인 유통처에서 받은 물건입니다. 무슨 문제가 생겼나요?”세준이 말을 이어 갔다.“최근에 온라인에서 난리 난 사건 아시죠? 병원에 있던 아이가 여기서 산 간식을 먹은 뒤 심한 약물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저, 저는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몰라요. 우리 가게 물건에 문제 있을 리 없습니다. 분명 사 간 뒤에 누가 손댄 거예요.”은희는 가게 주인의 불안한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말도 자꾸 끊기고 눈빛도 흔들렸다.누가 봐도 뭔가 숨기는 사람의 태도였다.문제가 생기자마자 바로 책임부터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있었다.세준은 그런 주인을 보고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눈빛이 점점 서늘해졌다.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가게 주인을 압박하며 낮게 말했다.“사장님, 잘 생각하고 대답하세요. 이분은 하남우 대표의 아내입니다. 밖에서 그 자리를 노리는 여자가 일부러 누명을 씌우려고 하고 있고요.”“이분 뒤에는 민영순 회장님도 있고, 저도 있습니다. 계속 그 여자 편을 들었다가는 하씨 집안 전체를 상대해야 할 수도 있어요.”“하지만 지금 사실대로 말하면 적어도 책임을 줄일 기회는 있겠죠.”가게 주인은 세준의 기세에 눌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다리까지 풀려 제대로 서 있기 힘들어 보였다.이런 상황을 겪어 본 적 없는 사람이라 머릿속이 엉켜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판단하지 못했다.처음 돈을 받고 일을 맡았을 때는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다.그런데 자신을 돈으로 매수한 사람 중에는 분명 눈앞의 세준도 있었다. 이제 와서 왜 자신을 추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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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내가 또 틀린 건가?’남우는 미간을 깊게 찌푸리고 가게 주인을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말해. 정확히 무슨 일이야?”가게 주인은 온몸을 떨며 더듬거리듯 사건의 경위를 설명했다.물론 세준이 눈빛으로 경고한 대로 어떤 여자가 시켰다는 말만 반복하고 영은의 이름은 꺼내지 않았다.모든 이야기를 들은 남우의 표정이 아주 나빠졌다. 미간을 찌푸린 채 은희에게 ‘미안하다’라고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한동안 침묵하던 남우는 천천히 일어나 세준에게 말했다. “도와줘서 고맙다. 덕분에 네 형수 누명도 벗었네.”세준은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별로 한 것도 없어. 온라인 이슈 하나 밀어 올려서 여론 좀 돌리고, 형수님이랑 증거 찾으러 간 게 전부야. 이제 일도 정리됐네. 난 다른 볼일 있어서 먼저 갈게.”말이 끝나자마자 세준의 핸드폰이 연달아 진동했다.화면을 확인한 세준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영은에게서 오는 전화였다.복도 끝까지 걸어간 세준은 전화받았다. 입을 열기도 전에 영은의 화난 목소리가 쏟아졌다.[전무님, 대체 뭐 하시는 거예요? 왜 고은희를 도와줘요? 또 제 일을 망쳤다는 거 알아요?][제가 분명 말했죠. 계속 이러면 저도 전무님이랑 같이 끝까지 갈 거예요.]세준은 핸드폰을 귀에서 조금 떼고 영은이 어느 정도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제야 느긋하게 말했다.“일단 진정하세요. 내가 이렇게 한 것도 결국 우리한테 나쁜 일은 아니에요. 형도 이미 고은희를 다시 믿으려고 하고 있었고...”“전에 논란을 눌러 버린 것도 형이잖아요.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결국 무슨 수를 써서든 형은 이 일을 덮었을 거예요.”물론 세준도 온라인 이슈를 따로 움직이긴 했지만, 만든 이슈만으로는 이미 커진 논란을 완전히 누르기 어려웠다.반면 남우는 훨씬 큰 연예계 이슈들을 한꺼번에 터뜨려 앞선 논란의 관심을 빼앗았다.그 사실만 봐도 남우가 은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영은은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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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영은은 속으로 비웃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어 갔다.[좋은 방법이 하나 있어요. 제가 고은희에게 약을 먹인 뒤 할 말이 있다고 불러낼게요. 약효가 돌기 시작하면 세준 씨가 나타나서 억지로 고은희를 덮치는 거예요.][그렇게 되면 고은희도 전무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을 테고, 그때 고은희와 남우 사이를 갈라놓는 건 일도 아니겠죠?]세준의 표정이 단번에 굳었다. 고민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곧바로 거절했다.“안 돼요! 고은희가 내가 강제로 그랬다는 걸 알게 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건... 고은희가 스스로 나를 선택하는 거니까요.”그는 비슷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은희의 마음을 얻을 수 없을뿐더러 자신의 정체까지 드러날 위험이 컸다.영은은 비웃음을 삼켰다. 이 지경까지 와 놓고도 세준이 점잖은 척을 한다는 것이 우스웠다.물론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대신 눈을 굴리며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그럼 방향을 바꿔 보죠. 약은 그대로 쓰되, 고은희에게 다른 남자가 꾸민 일이라고 믿게 만드는 거예요.][그때 전무님이 나타나서 구해 주면 고은희한테 좋은 인상도 남기고 남우도 오해하게 만들 수 있잖아요. 한 번에 두 가지를 얻는 셈이죠.]세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듣고 보니 꽤 괜찮은 방법이었다. 은희에게 의심받지 않으면서 오히려 감사까지 받을 수 있었다.딱 자신이 원하던 그림이었다. 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소영은 씨 말대로 하죠. 대신 준비는 확실하게 해 주세요. 중간에 틀어지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세준이 마침내 넘어오자 영은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지금까지 계획을 세울 때마다 마지막에 변수가 된 건 매번 세준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접근법을 바꿨다.세준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판을 짜면 이번만큼은 실패할 리 없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하는 일인데 못 믿으시겠어요? 입 무거운 사람들로 골라서, 누구라도 진짜라고 믿게끔 제대로 꾸며 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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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남우는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넌 세준이를 몰라.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 걔는 너를 해칠 수도 있어. 이번 일도 세준이가 꾸몄을 가능성이 커.”“그 사람이 꾸몄다고?” 은희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었다는 듯 바라봤다.“세준 도련님이 왜 나를 해쳐? 지금까지 나를 가장 많이 망가뜨린 사람은 너잖아.”은희가 보기에는 이미 범인으로 영은을 가리키는 정황이 충분했다. 그런데도 남우는 세준을 의심했다. 결국 첫사랑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그렇다고 은희가 세준을 완전히 믿는 것도 아니었다. 우연이라고 넘기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절묘했다. 이상하리만큼 세준은 매번 은희가 곤란할 때 나타나 도움을 줬다.고마운 마음은 있었지만 경계심도 놓지 않았다. 세준을 아무 조건 없이 믿었던 적은 없었다.다만 남우 앞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은희의 말에 막힌 남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세준이는 정말...”“됐어!”은희가 말을 잘랐다. “더 듣고 싶지 않아. 앞으로 내 일에 끼어들지 마. 지금 그 사람은 나한테 친구 같은 존재야. 네가 몇 마디 한다고 내가 멀리할 사람도 아니고.”...병원 밖으로 나온 은희는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는 내용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와 있었다.관심도는 계속 치솟고 있었다.남우가 한 일인지, 세준이 한 일인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이제 은희에게는 누가 이 일을 했는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완전히 지쳐 있었고, 그저 어디서든 잠깐 숨을 돌리고 싶었다.딸 보미를 영영 떠나보낸 뒤, 은희는 단 하루도 편히 자지 못했다.‘힘들다. 정말 너무 힘들어...’길모퉁이를 돌아서던 때, 갑자기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날아와 몸에 부딪쳤다.역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놀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옷에는 깨진 달걀이 흘러서 잔뜩 묻어 있었다. 노란 달걀물이 옷자락을 타고 흘러내렸다.“뻔뻔한 여자야! 해명 글 하나 올렸다고 네가 한 짓이 없어지는 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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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사건 발생 15분 전.남우는 사람들이 은희를 둘러싸고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자 곧바로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하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람들이 흩어진 뒤였다. 그 자리에는 세준만 남아 있었다.남우의 시선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세준 앞까지 다가가 따져 물었다.“저 사람들, 네가 불렀지?”증거는 없었다. 그래도 남우는 세준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틀림없이 이놈이 벌인 짓이야.’세준은 억울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형, 형수님을 몰아세운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나까지 의심해? 난 방금 형수님을 도와준 사람인데...”남우는 비웃듯 숨을 뱉었다. 세준의 속을 자신이 모를 리 없었다.더 따져 봐야 소용없었다. 여기서 모르는 척 잡아떼 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이미 방금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찾아오라고 지시해 둔 상태였다. 세준이 시킨 일인지 아닌지는 오래지 않아 드러날 것이다.“경고하는데, 내 여자한테서 떨어져.” 세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 “형, 오해하지 마. 난 그냥 형수님이 너무 안쓰러워서 도와드린 것뿐이야.”뻔뻔하게 받아치는 세준의 모습에 남우의 속에서 화가 더 거세게 치밀었다. “도와준 건지, 네가 일을 꾸민 장본인인지는 네가 제일 잘 알겠지.”그 말에 세준이 크게 웃었다. 그리고 남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그럼 형수님은 누구 말을 믿을 것 같아?”남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분노를 눌러 보려 했지만 표정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세준의 말이 맞았다. 은희의 마음속에서 남우는 이미 신뢰를 잃은 사람이었다....은희는 지친 몸을 끌고 부모님께서 남겨준 집으로 돌아왔다. 소파에 앉자마자 남우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오늘 일은 세준이 일부러 꾸민 자작극일 가능성이 커. 네 신뢰를 얻으려고 벌인 일이야.]은희는 메시지를 읽고 맥이 풀렸다.‘대체 왜 이래? 번호를 몇 개나 차단했는데 또 다른 번호로 연락한 거야?’답장할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새 번호도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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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반가움과 안도감이 한꺼번에 밀려오자 은희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은희는 급히 서영자를 일으켜 세웠다. “영자 이모님, 정말 영자 이모님이에요? 그동안 어디 계셨어요? 저는 이모님도...”서영자 역시 눈물을 흘리며 은희의 손을 꼭 잡았다.“아가씨, 저는 그동안 이름까지 바꾸고 숨어 살았어요. 밖에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죠.”“아가씨가 자라서 돌아오기만 기다렸어요. 그래야 그날 있었던 일을 말씀드릴 수 있으니까요.”은희는 서영자를 부축해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소파에 앉힌 뒤 물 한 잔을 따라 건넸다.“이모님, 그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말해 주세요.”서영자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거친 숨을 가라앉혔다.“아가씨, 당시에 고씨 집안의 사업이 무너진 건 단순한 실패가 아니었어요. 경쟁 세력이 오랫동안 고씨 집안의 사업을 노리고 있었고, 뒤에서 온갖 비열한 수를 써서 일부러 무너뜨린 겁니다.”은희의 손이 저도 모르게 꽉 쥐어졌다. 온몸이 떨렸다.“어떻게 그런 짓까지... 그럼 우리 부모님 교통사고도...”끝까지 말을 잇지 못한 목소리가 떨렸다.서영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눈에는 오래된 슬픔이 가득했다.“그 사고도 우연이 아니었어요. 상대가 일부러 벌인 일이었습니다. 고씨 집안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모든 걸 차지하려고 했던 거예요.”“그날 회장님과 사모님은 원래 아가씨를 데리러 집으로 돌아오실 예정이었는데...”은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금까지 부모님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하지만 진짜 책임은 처음부터 부모님을 해치려 했던 사람들에게 있었다.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고씨 집안을 무너뜨릴 생각이었고, 실행할 기회만 고르고 있었다.하필 그날이 부모님이 자신을 데리러 오던 날이었을 뿐이었다.“그 사람들이 저까지 죽이려고 했던 거예요?”서영자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가씨. 아예 씨를 말리려고 했어요. 민영순 회장님께서 아가씨를 보호해 주지 않으셨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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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은희는 암시장에 관한 정보를 닥치는 대로 알아보기 시작했다.애초에 그곳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었다.수면 위로 드러낼 수 없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세계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온라인의 폐쇄형 게시판과 익명 커뮤니티를 뒤지자, 자주 드나드는 사람끼리 사용하는 은어나 암호 같은 것도 조금씩 보였다.며칠 동안 정보를 모은 끝에 암시장이 있는 대략적인 구역과 들어가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었다.마음이 급했다. 가능하다면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었다.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그곳만의 규칙에 관한 이야기도 들었다.가치 있는 정보를 얻으려면 그만한 대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하지만 은희에게는 거래에 내걸 만한 특별한 것이 없었다.상대가 무엇을 요구하든 당장 내줄 수 있는 것도 마땅치 않았다.그래도 가 보기는 해야 했다. 지금으로서는 오래전 고씨 집안에 벌어진 일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암시장.은희는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입구 앞에 섰다.이곳에서는 모두가 가면을 써야 했다. 거래에 참여한 사람의 신분이 드러나는 일을 막기 위한 규칙이었다.입구에는 험악한 인상의 남자 몇 명이 버티고 서 있었다.은희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앞으로 걸어갔다.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망설이는 사이, 왜소한 체격에 눈매가 날카로운 남자가 슬쩍 다가왔다. “처음 오셨죠? 안으로 들어가고 싶으면 따라오세요.”남자가 주변을 살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은희는 잠깐 망설이다 결국 뒤를 따랐다.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여기까지 온 이상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의 안내를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미로처럼 복잡한 통로를 몇 번이나 돌아 들어가자 비로소 암시장 내부가 나타났다.안쪽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시끄러운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곳곳에서는 평범한 곳이라면 볼 수 없는 수상한 거래가 오가고 있었다.은희는 정보 브로커로 보이는 사람을 찾아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오래전 고씨 집안에 있었던 일과 관련된 자료를 전부 사고 싶어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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