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는 얼굴에 억지웃음을 지으며 식탁 앞에 앉았다.“고마워요, 할머니.”민영순은 다정한 눈으로 은희를 바라봤다. “아직도 안색이 안 좋구나. 많이 먹고 기운 좀 차려라. 남우 그 녀석이 또 너 괴롭히면 할머니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은희는 고개를 숙인 채 식사를 시작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은희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는 사람은 민영순뿐이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민영순은 한숨을 쉬며 뭔가 더 말하려다가 위층에서 내려오는 남우를 발견했다.남우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남우는 은희에게 잠깐 시선을 두었다가 민영순에게 말했다.“할머니, 회사 다녀오겠습니다.”민영순이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하게 나무랐다.“은희가 저렇게 아픈데 회사는 무슨 회사야.”“할머니, 회사에 급한 일이 있습니다.”남우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민영순도 더 붙잡을 수는 없었다.대신 가능한 한 일찍 돌아오라고 당부했다.은희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아침을 먹었지만 생각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식사를 마친 은희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할머니, 저 오늘 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가 올게요. 점심은 밖에서 먹을 수도 있어요.”민영순은 집에서 더 쉬라고 하고 싶었지만 결국 한숨만 내쉬고 말았다.“그래. 조심해서 다녀오고 일찍 들어와. 힘들면 괜히 버티지 말고 집으로 와.”은희는 알겠다고 답한 뒤 가방을 챙겨 본가를 나섰다.오늘은 곡 작업을 해야 했다. 효찬에게 이미 선금까지 받은 만큼 그의 믿음을 저버릴 수 없었다.몸에는 아직 힘이 없었지만 은희는 애써 정신을 붙잡고 택시를 타고 작업실로 향했다.오랜만에 작업실에 나타난 은희를 보자 수애가 달려와 그대로 끌어안았다.“은희야! 내 밥줄, 이제야 얼굴을 보네!”...은희는 질색하는 표정으로 수애를 바라봤다. 방금 휘청하며 넘어질 뻔했다.“언니, 이거 좀 놔. 나 숨 막혀.”그제야 수애가 은희를 놓아주며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나 먼저 곡 좀 쓸게.”은희는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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