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全部章節:第 41 章 - 第 50 章

100 章節

제41화

은희는 얼굴에 억지웃음을 지으며 식탁 앞에 앉았다.“고마워요, 할머니.”민영순은 다정한 눈으로 은희를 바라봤다. “아직도 안색이 안 좋구나. 많이 먹고 기운 좀 차려라. 남우 그 녀석이 또 너 괴롭히면 할머니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은희는 고개를 숙인 채 식사를 시작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은희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는 사람은 민영순뿐이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민영순은 한숨을 쉬며 뭔가 더 말하려다가 위층에서 내려오는 남우를 발견했다.남우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남우는 은희에게 잠깐 시선을 두었다가 민영순에게 말했다.“할머니, 회사 다녀오겠습니다.”민영순이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하게 나무랐다.“은희가 저렇게 아픈데 회사는 무슨 회사야.”“할머니, 회사에 급한 일이 있습니다.”남우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민영순도 더 붙잡을 수는 없었다.대신 가능한 한 일찍 돌아오라고 당부했다.은희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아침을 먹었지만 생각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식사를 마친 은희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할머니, 저 오늘 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가 올게요. 점심은 밖에서 먹을 수도 있어요.”민영순은 집에서 더 쉬라고 하고 싶었지만 결국 한숨만 내쉬고 말았다.“그래. 조심해서 다녀오고 일찍 들어와. 힘들면 괜히 버티지 말고 집으로 와.”은희는 알겠다고 답한 뒤 가방을 챙겨 본가를 나섰다.오늘은 곡 작업을 해야 했다. 효찬에게 이미 선금까지 받은 만큼 그의 믿음을 저버릴 수 없었다.몸에는 아직 힘이 없었지만 은희는 애써 정신을 붙잡고 택시를 타고 작업실로 향했다.오랜만에 작업실에 나타난 은희를 보자 수애가 달려와 그대로 끌어안았다.“은희야! 내 밥줄, 이제야 얼굴을 보네!”...은희는 질색하는 표정으로 수애를 바라봤다. 방금 휘청하며 넘어질 뻔했다.“언니, 이거 좀 놔. 나 숨 막혀.”그제야 수애가 은희를 놓아주며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나 먼저 곡 좀 쓸게.”은희는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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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영은의 표정이 계속 변했다. 분해서 씩씩거리며 눈알을 굴리던 영은이 갑자기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억울함이 가득 섞인 울음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큰 피해라도 입은 사람처럼 들렸다.영은은 울면서 은희 앞에 무릎까지 꿇었다.“전에 은희 씨를 오해한 건... 제가 잘못했어요. 은희 씨가 우리 맑음이도 구해 줬잖아요.”“전 정말 은희 씨랑 잘 지내고 싶어서 곡을 부탁하러 온 거예요. 은희 씨가 안 받아 주면 내가 미안해서 어떻게 견뎌요.”갑작스러운 행동에 옆에 있던 수애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눈만 크게 떴다. 조금 전까지 거만하게 굴던 여자가 순식간에 태세를 전환해서 울고 무릎까지 꿇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은희는 싸늘한 눈으로 영은을 내려다봤다.“소영은 씨, 그만 연기하고 일어나요. 계속 이러다 하남우라도 오면 제가 또 소영은 씨를 괴롭힌 줄 알겠네요.”“여기에 CCTV가 얼마나 많은지 잘 봐 둬요. 괜히 저한테 뒤집어씌울 생각 하지 마시고요.”겉으로는 경고처럼 들렸지만 다른 뜻까지 담긴 말이었다.‘하남우’라는 이름을 듣자 수애가 바로 흥미를 보였다.눈을 크게 뜬 수애는 영은과 은희를 번갈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저 여자가 하남우 대표의 아내야, 아니면 애인이야?”남우처럼 이름만 대도 모두가 아는 인물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수애의 호기심은 금세 커졌다.게다가 이 여자와 은희 사이에도 무언가 있는 듯했다.수애의 말을 들은 영은은 은희가 작업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는 걸 눈치챘다.영은은 다시 가련한 척 훌쩍였다.“은희 씨, 오해예요. 전 정말 그런 뜻 아니었어요. 제가 잘못해서 은희 씨를 화나게 한 건 알아요.”“전 그냥 남우의 아내로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온 것뿐이에요.”‘아내?’‘이 여자도 정말 뻔뻔하네.’‘내가 여기서 반박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그 말을 들은 수애의 눈은 더 커졌다. 수애는 서둘러 앞으로 다가가 싹싹한 표정으로 말했다.“아, 하남우 대표님 사모님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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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전화기 너머에서 영은의 울음을 듣던 남우의 미간이 깊게 접혔다.[진정해. 내가 바로 갈게.]얼마 지나지 않아 남우가 도착했다.남우를 보자 영은은 든든한 편이라도 생긴 듯 곧장 품으로 파고들며 더 서럽게 울었다.“남우야, 이제야 왔네. 은희 씨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남우는 영은의 등을 몇 번 두드리며 달랜 뒤 고개를 들었다.“은희야, 무슨 일이야?”한쪽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수애는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말하는 걸 보니 남우도 은희를 아는 사이인 모양이었다.은희는 코웃음을 치며 두 팔을 가슴 앞에 모았다.“무슨 일이냐고? 네 훌륭한 ‘아내’한테 물어봐.”“내 작업실에 찾아와서 작업을 방해하고, 다짜고짜 가짜 사과를 하고 곡을 맡기겠다더니, 뻔뻔하게 네 아내라고 떠들면서 자기 자리 확인까지 하더라.”“내가 직접 물어볼게. 소영은 씨는 본인이 네 아내라고 하는데, 그 말이 맞아?”남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뭔가 설명하려 입을 열었지만 품 안에서 눈물을 흘리는 영은을 보자 ‘아니다’라는 말이 끝내 나오지 않았다.남우가 망설이는 걸 본 영은은 자신을 감싸 주는 줄 알고 더 크게 울었다.“남우야, 나 좀 도와줘. 은희 씨가 이렇게 나를 괴롭히게 두면 안 되잖아.”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남우를 보며 은희의 가슴 한가운데로 차가운 기운이 스며들었다.자신이 맑음을 구하지 않았다면 지금 남우의 태도는 예전과 똑같았을 것이다.주저 없이 영은 편에 서서 은희가 잘못했다고 몰아붙였을지도 몰랐다.“왜? 이 정도 말도 못 해? 그렇게도 자신이 없어?”‘더는 기대하지 마.’ 은희는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되뇌었다.그런데도 조금 전까지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남우가 은희야말로 자신의 아내라고 말해 주기를 바랐다. 가슴 깊은 곳에서 서러움과 분노가 함께 밀려왔다.은희는 더는 남우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았다. 남우 앞으로 걸어가 또박또박 말했다.“네가 말을 못 하겠으면 내가 대신해 줄게. 소영은 씨는 바로 네 아내야.”그 말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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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남우의 표정이 험악하게 굳었다. 은희를 노려보는 눈에 힘이 들어갔다.남우는 은희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목소리를 낮춰 따졌다.“그렇게 이혼하고 싶어? 이혼하면 넌 정말 내 돈 한 푼도 못 받아.”은희는 물러서지 않고 시선을 마주했다. “상관없어. 네 돈은 하나도 필요 없어. 대신 원래 내 명의인 집은 돌려줘.”처음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만큼 당연히 되찾아야 했다.남우와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가져도 감당할 수 없었다.남우는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분노가 묻어 있었다.“그 집을 돌려받고 싶으면 조건이 하나 있어. 보미를 만나게 해 줘.”‘원래부터 내 집인데 이제 와서 조건을 붙인다고?’은희는 여기서 남우와 더 다투고 싶지 않았다. 보미의 이름만 나오면 감정을 붙잡기가 힘들었다.곧이어 숨을 깊이 들이마신 뒤 수애에게 시선을 돌렸다.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나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갈게.”말을 마친 은희가 걸음을 옮겼다.수애는 여전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던 남우와 은희가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궁금했다.내용은 들리지 않았지만 둘 사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건 알 수 있었다.마음이 급해진 남우가 손을 뻗어 은희의 손목을 세게 붙잡았다.너무 세게 잡아 손목에 온 통증으로 은희의 미간이 구겨졌다.“오늘은 여기서 확실하게 말하고 가. 이렇게 그냥 갈 생각 하지 마.”은희는 손을 빼내려 힘껏 몸부림쳤지만 남우의 손은 쇠집게처럼 단단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그때 옆에 있던 영은이 눈을 굴리더니 갑자기 힘이 풀린 척 몸을 기울였다. 짧은 신음과 함께 기절한 사람처럼 바닥으로 쓰러졌다.“영은아!”남우는 은희의 손목을 놓고 영은을 재빨리 받아 품에 안았다.은희는 코웃음을 쳤다. ‘저렇게 티 나는 연기도 알아보지 못하다니...’‘하남우가 멍청한 건지, 아니면 일부러 소영은 편을 드는 건지...’이제는 어느 쪽이든 중요하지 않았다.은희는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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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은희는 하씨 집안 본가로 돌아온 뒤 다시 곡 작업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남우 같은 남자는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피아노 앞에 앉기만 하면 작업실에서 남우와 영은을 마주했던 일이 자꾸 떠올라서,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은희는 짜증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집 안을 목적도 없이 조심조심 돌아다녔다.민영순은 아직 낮잠에서 깨지 않은 듯했다. 은희는 민영순을 깨우고 싶지 않았다.이곳은 은희가 6년 동안 살았던 집이었다. 그동안 집 안의 모든 공간에서 남우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남우의 옷은 늘 은희가 세탁기가 아닌 직접 손으로 빨았다.남우가 바라던 완벽한 아내가 되면 언젠가는 자신을 봐 줄 거라고 믿었다.하지만 오늘 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일을 떠올리자 은희는 더는 이 집 안에만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은희는 뒤뜰로 나가 천천히 걷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이 온 걸 발견했다.‘정말 보기 드문 손님이 오셨네.’세준이 이 집에 나타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세준은 오기 전에 민영순에게 미리 연락까지 해 둔 상태였다.“세준아, 네가 어쩐 일이니?”세준은 민영순에게 공손히 인사한 뒤 말했다.“할머니, 형수님을 만나러 왔어요. 아는 사람 아이가 며칠 뒤 생일인데, 형수님이 작곡가라고 들어서 생일을 위한 곡 하나 부탁하고 싶어서요.”그 말을 들은 민영순은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기분 좋은 웃음에 눈가가 부드럽게 접혔다.“그래, 잘 왔다. 네 형수라면 기꺼이 해 줄 거야. 그런데 지금 집에 없는 것 같구나. 돌아오면 내가 말해 둘게.”은희를 찾는 사람이 이렇게 많아졌다는 사실에 민영순은 속으로 기뻐했다.바로 그때 은희로 변장한 여자가 계단 쪽으로 내려오다가 세준과 정면으로 마주쳤다.세준은 잠깐 멈칫했다. 은희를 아주 잘 아는 건 아니었지만 눈앞의 ‘은희’에게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마스크와 선글라스까지 쓴 모습을 보니 영은과 자신이 서류를 훔기기 위해 준비한 사람인 게 분명했다.“은희야, 그 차림은 뭐야?”민영순은 은희가 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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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은희는 어이없다는 듯 세준을 바라봤다.세준이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낼 줄은 정말 몰랐다.하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래요. 곡은 써 드리죠. 그럼 먼저 비용부터 얘기해 볼까요?”오히려 세준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계속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은희가 이렇게 쉽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우리 형수님은 생각보다 시원시원하시네요. 제가 그동안 형수님을 잘못 봤습니다.”세준은 입꼬리를 올렸다. 장난기 어린 눈빛이 더 짙어졌다.은희는 턱을 살짝 들고 웃었다. “제 곡 작업은 원래 1억 원 이하로는 받지 않아요. 이번에도 하씨 집안과의 인연을 생각해서 특별히 낮춰 드린 가격이에요.”세준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좋습니다. 1억 원쯤이야 별거 아니죠. 2억 드릴게요. 곡 하나에 2억이면 제 성의가 충분하지 않습니까?”말투만 들으면 2억 원도 세준에게는 푼돈처럼 느껴졌다.실제로도 그랬다.2억 원을 들여서라도 은희의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면, 세준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하지만 은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저도 말했잖아요. 대가는 정확히 받는다고요. 1억이면 1억이에요. 남의 돈을 거저 받을 생각도 없어요.”세준은 진지한 얼굴의 은희를 보며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세준도 은희가 남우에게 5억 원을 갚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세준은 눈을 굴리다가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하죠. 손 한 번 잡게 해 주시면 딱 맞는 대가로 치는 건 어떻습니까?”은희의 표정이 바로 차갑게 굳었다.‘이런 사람하고는 정상적인 대화가 안 되네. 돈을 못 벌어도 안 하는 게 낫지.’“세준 도련님, 적당히 하세요. 계속 이러시면 이 의뢰는 받지 않겠습니다.”은희가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세준은 급히 한 걸음 다가갔다. “형수님, 미안합니다. 그냥 농담이었어요. 제가 너무 경솔했습니다. 화 풀고 한 번만 봐 주세요.”은희는 걸음을 멈추고 차갑게 세준을 바라봤다. 아무리 농담이라도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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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형, 대표 노릇 참 잘한다. 중요한 기획안도 이렇게 쉽게 털리는데 형이 계속 그 자리에 앉아 있어도 되겠어?”“내 기억이 틀린 게 아니라면 저 기획안, 원래 우리 거였잖아.”남우는 고개를 들어 세준을 한번 훑어보고 차갑게 웃었다.“기획안 유출은 그룹 전체가 걸린 문제야. 비꼬고 있을 시간 있으면 해결책이나 생각해.”세준은 못마땅하다는 듯 두 손을 펼쳤다. “서류는 형 손에서 새 나간 거지 내 손에서 잃어버린 게 아니잖아.”“해결책도 형이 찾아야지. 대표 자리 나한테 넘겨주면 내가 도와줄 수 있고.”남우는 분노를 누르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방법이 없다고 누가 그래?”남우는 옆에 있던 서류봉투에서 다른 기획안을 꺼내 회의 테이블 위에 세게 내려놓았다.“이게 진짜 계획이야. 이미 빠져나간 기획안 하나로 나를 무너뜨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임원들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중에는 세준처럼 속으로 뜨끔한 사람도 없지 않았다.남우는 경쟁사에게 숨 돌릴 틈을 주지 않고 팀에 새 기획안을 기준으로 즉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예상대로 새 기획안은 공개되자마자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었고, 기울던 판세도 빠르게 뒤집혔다.남우는 여전히 업계에서 누구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사람이었다.하지만 남우에게 이건 싸움의 절반에 불과했다.아직 숨어 있는 내부의 첩자를 찾아내지 못했다.기획안이 빠져나간 건 우연일 리 없었다. 내부에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다.회사에서 집으로 돌아온 남우는 외투도 벗지 않은 채 곧바로 CCTV 영상을 열었다.자신의 서재에 들어간 사람은 은희뿐이었다.영상 속 은희는 서재 안에 한동안 머물렀다.더 화가 난 건 세준까지 집에 와서 은희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눈 장면이었다. 두 사람은 영상만 보면 꽤 가까운 사이처럼 보였다.“설마 은희가...” 남우가 낮게 중얼거렸다.남우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은희가 이런 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세준이와 한편이 되어 회사 자료를 훔겼다고?’‘세준이를 멀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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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차는 금세 세준의 집 앞에 멈췄다.남우는 시동을 끌 생각도 없이 차 문을 거칠게 열고 집 안으로 향했다.현관 앞에 도착한 남우가 문을 세게 밀어젖혔다. 큰 소리와 함께 문이 거칠게 열렸다.은희는 소파에 여유롭게 앉아 여러 장의 악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소리에 고개를 든 은희는 남우와 눈이 마주쳤지만 전혀 놀라지 않았다.마치 남우가 따지러 올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남우는 이를 악물고 은희를 노려봤다.“고은희, 정말 대단하다.”은희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악보를 내려놓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서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야?”하진그룹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이미 들었다. 남우가 자신을 의심하고 찾아올 것도 예상했다.은희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기다린 마음도 있었다.하지만 은희가 말을 더 꺼내기도 전에 남우가 손목을 붙잡아 거칠게 밖으로 끌었다.남우는 굳은 표정으로 화를 누르며 말했다.“나랑 가. 아직 이혼도 안 했는데 다른 남자 집을 이렇게 드나들 생각 하지 마!”갑자기 끌려간 은희는 중심을 잃고 휘청하며 넘어질 뻔했다.은희는 손을 빼내려고 힘껏 몸부림쳤다.“놔! 계속 이러면 가정폭력으로 신고할 거야.”‘진짜 제멋대로인 독재자야.’그때 방 안쪽에서 세준이 나왔다. 빠르게 다가와 두 사람 사이를 막아섰다.“형, 지금 뭐 하는 거야? 형수님은 내가 의뢰한 곡 때문에 오신 거야. 우리 사이에는 다른 아무것도 없어.”‘곡 의뢰?’지난번 효찬의 집에서 했던 의뢰는 남우가 미리 부탁했던 일이었지만 이번은 아니었다.“너도 모르는 척하지 마. 너랑 네 형수가 내 뒤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회사에서 빠져나간 기획안도 마찬가지고.”그 말을 들은 은희는 오히려 흥미가 생겼다. 남우는 찾아오자마자 기획안 유출부터 따질 줄 알았다.그런데 첫마디부터 왜 자신이 세준의 집에 있는지를 따져 물었다.“형, 함부로 사람 의심하지 마. 형수님이랑 나는 정식으로 곡 의뢰를 주고받은 것뿐이야.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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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하 대표, 눈 크게 뜨고 잘 봐. 이게 내가 배신자가 아니라는 증거니까.”은희는 핸드폰 화면을 남우 앞으로 내밀었다.사진에는 진짜 은희와 은희로 변장한 여자, 세준, 민영순이 한 화면 안에 찍혀 있었다.남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사진을 자세히 바라봤다.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은희의 표정에는 분명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남우가 자신을 찾아와 따질 걸 처음부터 예상하고 준비한 것이다.“다 알고 있었으면... 왜 나한테 말 안 했어?”또다시 은희를 억울하게 몰아붙였다. 남우는 답답한 듯 시선을 피했다.은희가 차갑게 웃으며 설명했다.“그날 나랑 똑같이 꾸민 사람이 세준 도련님이랑 할머니 앞에 나타났어. 이상해서 바로 사진부터 찍었지. 누군가 나한테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것도 짐작했고.”은희는 비웃듯 웃음을 더했다.“지금 보니까 대단한 하 대표도 별거 없네. 제대로 조사도 안 하고 마음대로 만만한 사람부터 범인으로 몰잖아.”그 말은 남우의 자존심을 정확히 건드렸다.하지만 은희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잠깐 침묵이 흐르자 세준은 두 팔을 가슴 앞에 모으고 비웃는 얼굴로 끼어들었다.“형, 이제 할 말 없지? 증거가 눈앞에 있는데 또 무슨 핑계를 댈 건데?”“그래도 이 사진 하나만으로 너희가 완전히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남우는 여전히 강하게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이미 힘이 조금 빠져 있었다.실제로 이 일과 세준은 분명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은희가 범인이라고 오해한 것도 사실이었다.은희는 핸드폰을 거두고 남우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봤다.“아직도 못 믿겠으면 얼마든지 조사해. 난 떳떳하니까 네가 뭘 캐든 상관없어.”남우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은희를 바라봤다. “이번에는 내가 성급했어. 계속 조사할게. 그래도 우리 아직 이혼 전이야. 넌 아직 내 아내이고. 앞으로 세준이랑 너무 가까이 지내지 마.”‘아직도 그 얘기를 하는 거야?’은희는 눈을 굴리며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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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은희는 온 힘을 다해 몸부림치며 두 손으로 남우의 가슴을 계속 두드리며 밀어냈다.“꿈도 꾸지 마! 돈은 내가 갚는다고 했잖아. 네가 주는 돈 필요 없어. 당장 날 내려놔. 또 멋대로 굴지 말고.”하지만 남우는 마음을 굳힌 듯 은희를 단단히 안고 어떤 저항에도 팔을 풀지 않았다.남우는 은희를 조수석에 앉힌 뒤 문을 닫고, 자신도 운전석에 올라탔다.은희는 화가 나 온몸을 떨며 남우를 매섭게 노려봤다.“계속 이러면 진짜 가만 안 둬!”‘가만 안 두겠다고?’‘그것도 나쁘지 않네.’ 지금 남우는 속에서 치미는 화를 필사적으로 누르고 있었다.세준을 보자 주먹부터 나갈 뻔했다.하지만 남우는 은희를 잠깐 바라보기만 하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그만해. 일단 집에 가서 제대로 얘기하자.”은희는 코웃음을 치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더는 남우를 보지 않고 외면했다.가는 내내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차 안의 분위기는 숨이 막힐 만큼 무거웠다.차는 금세 익숙한 작은 집 앞에 멈췄다.남우는 차에서 내리자 다시 은희를 안아 들어 집 안으로 들어갔다.사실 남우는 이미 예전에 은희에게 터무니없는 상환 조건을 강요한 일을 후회하고 있었다.남우가 답답해하는 것과 달리 은희는 비교적 담담했다.적어도 이번 일만큼은 자신의 손으로 누명을 벗겨 냈다. 나름대로 기뻐할 일이었다.사과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남우였다.하지만 이제 은희는 남우의 사과가 필요하지 않았다.은희는 소파에 앉아 외투를 벗자마자 다시 악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세준에게 줄 곡과 효찬이 부탁한 곡을 하나씩 끝내야 했다.자신을 아예 없는 사람처럼 대하는 은희를 보며 남우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번 일은 내가 너를 잘못 의심했어. 점심 같이 먹자. 내가 살게.”‘점심?’은희는 남우와 식사할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나 시간 없어. 나 바쁜 거 너도 알잖아.”그때 남우의 핸드폰이 울렸다. 은희도 기억하는 특별한 벨 소리였다. 가식적인 영은에게서 오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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