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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Kabanata 181 - Kabanata 190

301 Kabanata

제181화

은희는 서순미의 집 마당에 앉아 따뜻한 차가 든 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서순미는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은희가 이곳으로 옮겨 온 뒤부터 자주 챙겨 주었고, 말벗도 되어 주고 은희의 자잘한 대소사까지 돌봐주었다.은희는 그런 서순미가 고마웠다. 소박한 생활이었지만 마음만큼은 전에 없던 평온을 느꼈다.서로 속고 속이는 일도 없으니 마음이 한결 편했고, 몸을 돌보며 아이를 기르기에도 좋았다.영은이나 남우가 찾아와 흔들어 놓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은희는 오랜만에 편안하게 지냈다.막상 남우에게서 완전히 벗어나고 보니 예상했던 것만큼 괴롭지도 않았다.오히려 해방됐다는 감정이 더 컸다. 한때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이 지금은 자신에게 이런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만 씁쓸할 뿐이었다.은희가 이 집에 머물기 시작한 뒤 이섭이 종종 찾아왔다. 은희는 이섭에게 분명히 이성적인 감정은 없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이섭 역시 자신도 그런 감정은 없다고 생각했고, 은희의 재능과 사람 됨됨이를 높이 평가할 뿐이라고 했다.처음에는 은희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내다 보니 이섭이 정말 선을 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이섭은 은희를 챙기면서도 늘 거리를 지켰다. 둘이 가장 많이 나누는 이야기도 작곡과 악보에 관한 것이었다.은희 역시 그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웠다. 음악은 은희가 여전히 사랑하는 일이었다.아이에 대해서도 이섭에게만은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아이는 무사하다고 말하면서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지금 은희가 원하는 것은 그저 조용히 지내며 비밀리에 아이를 안전하게 낳는 일이었다.이섭은 은희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비밀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렇게 잔잔한 날들이 이어졌다.그날도 이섭은 평소처럼 수돗가에 서서 갓 사 온 채소를 씻고 있었다.이섭은 가끔 은희 쪽을 바라봤다. 은희가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는 걸 알기에 일부러 도심에서 여기까지 와 주곤 했다.“은희 씨, 이 채소 진짜 싱싱해요. 이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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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그 말에 남우의 분노가 터졌다. 남우는 곧바로 이섭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이섭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고 입가에 피가 배어 나왔다.은희가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소리까지 떨렸다. “하남우, 뭐 하는 거야! 그만해!”남우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섭을 싸늘하게 보며 비꼬았다. “강 대표도 고은희 좋아하잖아. 무슨 자격으로 나를 훈계해? 강 대표는 나보다 깨끗한 줄 알아?”이섭은 입가의 피를 손등으로 닦아 내고 차갑게 웃더니 그대로 남우에게 주먹을 돌려줬다.이섭은 오래전부터 그 한 대를 때리고 싶었다. 은희 몫까지 대신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하 대표, 착각하지 마. 내가 은희 씨한테 느끼는 감정은 하 대표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난 은희 씨의 재능을 존중해. 이성적인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어.”평소의 남우였다면 믿지 않았을 말이었다. 곁에서 지켜보던 서영자도 남우의 막무가내인 태도를 참지 못했다.“저기요, 강 대표님이랑 은희 씨는 정말 친구 사이예요. 제가 계속 옆에서 봤으니까 알아요.”“사정도 안 듣고 먼저 주먹부터 쓰면 경찰 부를 수밖에 없네요. 여기서 또 그러지 마세요.”은희는 남우에게 더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이혼까지 했는데도 예전처럼 제멋대로인 태도가 지긋지긋했다.‘이혼했으면 이제 소영은한테 가면 되잖아. 왜 여기까지 와서 또 나를 못살게 구는 거야.’아이를 잃지 않았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기에 은희는 무의식적으로 배에 힘을 주며 이섭과 서영자 뒤쪽에 몸을 두었다.“괜찮아요?”이섭은 고개를 저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 “괜찮아요. 은희 씨, 신경 쓰지 마요.”남우의 입안에는 피 맛이 짙게 번졌지만 가슴속 통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눈앞의 여자, 이제 전처가 된 은희는 다른 사람의 상처는 걱정하면서 남우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은희가 남우를 향해 돌아섰다.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대체 뭘 원하는 거야? 우린 이미 이혼했어. 왜 이렇게 와서 내 삶을 흔들어? 내 아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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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남우는 급히 가능성을 부정했다.그 아이만큼은 자신의 아이여서는 안 됐다. 남우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억지로 웃었다.만약 자신의 아이였다면 남우는 제 손으로 자기 아이를 죽게 만든 셈이 된다.‘그럴 리 없어. 내 아이일 수 없어.’ 그렇게 되뇌고 나서야 남우는 조금 숨을 돌렸다. 너무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한 거라고 믿고 싶었다.남우는 흐트러진 정장을 정리한 뒤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그곳을 떠나려 했다.그런데 몇 걸음 떼기도 전에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기척이 느껴졌다.오랫동안 위험한 상황을 겪어 온 감각이 곧바로 반응했다. 남우가 몸을 비키자 번뜩이는 칼날 하나가 귓가를 스쳐 뒤쪽 벽에 박혔다.단검이었다.“누구야!” 남우가 날카롭게 외쳤다. 자신을 노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공격해 오는 경우는 처음이었다.어둠 속에서 검은 코트를 입고 얼굴을 가린 남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하 대표님 목숨에 꽤 큰돈을 건 사람이 있습니다.”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감정이 없었다. 맡은 일을 처리하러 왔다는 태도뿐이었다.남우가 코웃음을 쳤다. “그쪽 혼자?”상대는 대답하지 않고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손에 든 칼끝이 남우의 가슴을 향해 곧게 파고들었다.남우는 급히 피했지만 상대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칼날이 팔을 길게 베고 지나가며 셔츠 소매가 피로 젖었다.“하 대표님!” 근처에 있던 경호원이 즉시 달려들어 남우 앞을 막고 남우를 공격하려는 사람과 맞붙었다.하지만 상대는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사람처럼 움직였다. 한 번 한 번의 공격이 날카롭고 위험했다.경호원도 만만치 않았지만 몇 차례 공방 끝에 복부를 찔리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숨이 위태롭게 끊어질 듯했다.남우는 이번 공격이 단순한 협박 수준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잘못하면 오늘 밤을 넘기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남우는 바닥에 떨어진 경호원의 단검을 집어 들고 공격자와 거리를 벌렸다.“하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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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다쳤다고?’ 은희는 바로 믿지 않았다. 혹시 동정을 사려고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지 먼저 의심했다.하지만 문틈 너머 공기에서 희미한 피 냄새가 느껴졌다.정말 다친 게 분명했다. 아무리 미워도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 은희는 결국 문을 열기로 했다.문이 열리자 남우의 몸이 힘없이 앞으로 무너졌다. 은희가 반사적으로 팔을 뻗어 남우를 받쳤다.남우의 안색은 종잇장처럼 하얬다. 팔의 상처에서는 여전히 피가 흘러 은희의 소매까지 붉게 물들였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조금 전까지만 해도 은희는 남우가 일부러 아픈 척하거나 거짓말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상태는 연기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은희는 남우를 부축해 집 안으로 들인 뒤 곧바로 문을 닫았다.벽에 기대선 남우가 힘겹게 웃었다. “미안해. 또 폐 끼치게 됐네.”은희는 구급함에서 지혈용 거즈와 붕대를 꺼냈다. 손끝은 조금 떨렸지만 움직임만큼은 차분했다.“말하지 마. 힘 아껴.” 은희는 낮게 말하며 몸을 낮춰 남우의 상처부터 살폈다.남우는 거친 숨을 내쉬며 벽에 기대 있었다. 시야가 흐렸지만 애써 은희의 얼굴에 초점을 맞췄다.이런 일이라도 생겨야 은희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면서도 남우에게는 이상한 안도감을 줬다.적어도 지금 은희는 평소처럼 남우를 완전히 밀어내지는 않았다.“은희야.” 남우가 낮게 이름을 불렀다. 혹시 은희가 이번 일마저 일부러 꾸민 일이라고 오해할까 걱정됐다.“미안해. 일부러 너 찾아온 거 아니야. 이 주변에서... 믿을 만한 사람이 너밖에 없었어.”몸은 견디기 힘들 만큼 아팠지만 남우는 은희가 자신 때문에 다시 불안해할지부터 신경 썼다.은희의 손이 잠깐 멈췄다. 남우를 한번 바라봤지만 아무 대답 없이 다시 상처를 드레싱 했다.일부러 온 게 아니라는 건 은희도 알았다. 남우의 상태는 집에서 간단히 처치할 수준이 아니었다.가슴 쪽에도 깊게 베인 상처가 있었고 피가 계속 배어 나왔다.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었다.“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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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바닥에 쓰러진 남우를 본 은희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은희는 곧바로 몸을 낮추고 남우의 호흡을 확인했다. 숨은 아주 약했고 안색은 보기 두려울 만큼 창백했다.남우의 피부에 손이 닿자 차갑게 식은 감촉이 전해졌다.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걸 직감한 은희의 온몸이 바짝 긴장했다.남우가 밉기는 해도 죽기를 바랄 정도는 아니었다.“하남우!” 은희는 최대한 크게 불렀다. 목소리를 듣고라도 정신을 차리길 바랐다.하지만 남우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머릿속은 엉켜 있었지만 은희는 억지로라도 자신을 진정시켜야 했다.남우의 상처는 가능한 한 빨리 전문적인 처치가 필요했다. 늦어지면 위험했다.‘정말 끝까지 사람 곤란하게 만드는구나.’은희는 급히 핸드폰을 꺼내 효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우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의사이기도 했다.몇 번 신호가 간 뒤 효찬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은희 씨,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혹시 남우한테 무슨 일 생겼습니까?]예상은 정확했다.“하남우가 다쳤어요. 지금 제 집에 있는데 상태가 너무 안 좋아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상처가 아니에요. 방금 의식도 잃었어요.”은희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이런 상황을 직접 겪어 본 적이 없었다.전화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가 효찬의 목소리가 한층 진지해졌다. [상처가 어느 정도입니까?]“팔하고 가슴 쪽에 칼에 베인 상처가 있어요. 피를 많이 흘렸고 제가 일단 압박해서 감싸 놓기는 했는데 그래도 쓰러졌어요.”은희가 남우를 내려다보니 감아 둔 거즈에 다시 피가 번지고 있었다.효찬은 짧게 숨을 들이켰다. 이 정도면 원칙적으로 바로 응급실로 옮겨야 했다.[제가 지금 바로 갈 수가 없습니다. 집안 쪽 일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제 이동을 막고 있어서 당장 빠져나가기가 어렵습니다.][그렇다고 남우를 지금 밖으로 데리고 나가셔도 안 됩니다. 밖에 공격한 사람들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응급 처치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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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은희는 고개를 저었다가 효찬에게 이 상황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서둘러 말했다. “없어요. 집에 그런 응급 처치 물품이 충분하지 않아요.”‘필요한 물품도 없는데... 하남우가 이 밤을 버틸 수 있을까?’남우를 원망하고 미워해도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잠깐 생각하던 효찬이 말했다. [지금은 어떻게든 출혈과 체온부터 안정시켜야 합니다.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자는 뜻이 아니라, 남우를 안전하게 이동시킬 사람을 최대한 빨리 보내겠습니다. 그때까지 버텨야 합니다.]은희도 그 말이 맞다는 걸 알고 있었다.“설마... 하남우 혹시...” 은희의 목소리가 메었다. 끝까지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나쁜 쪽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남우 그렇게 쉽게 안 죽습니다.]효찬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자신도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 은희를 불안하게 할 이유는 없었다.[제가 말씀드린 대로 계속 압박해 주세요. 저도 사람을 보내는 대로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은희는 남우를 내려다봤다. 호흡은 여전히 약했다.구급용품이 더 없으면 제대로 버티기 힘들 수도 있었다.“하남우, 조금만 버텨. 금방 다녀올게.”은희는 재빨리 외투를 걸치고 조심스럽게 현관으로 갔다. 문을 조금 열어 밖을 살폈다.밤은 깊었고 골목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남우를 쫓던 사람들이 사라졌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은희는 밖으로 나와 바로 옆 서순미의 집 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서순미는 평소 집에 구급함을 잘 챙겨 두는 편이었다. 급할 때 쓸 만한 거즈나 소독용품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그런데 몇 걸음 가지도 않아 멀리서 낮은 소리가 들려왔다.은희는 바로 어두운 담장 뒤로 몸을 숨기고 숨을 죽인 채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은희가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자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몇 명이 무기를 든 채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저 사람들이 어떻게 벌써 여기까지 왔지?’남우를 쫓던 자들일 가능성이 높았다.은희는 더 머뭇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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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은희는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배를 감싸 쥔 채 아픈 척 몸을 웅크렸다. 낮게 신음까지 흘렸다. “아... 배가 너무 아파요.”검은 옷의 남자들이 다가오다가, 배를 감싸고 구석에 웅크린 은희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누구지? 이 시간에 여기서 뭐 하는 겁니까?”그중 한 명이 차갑게 물었다.은희는 고개를 들었다.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배가... 갑자기 너무 아파서요. 바람 좀 쐬려고 나왔다가 못 움직이겠어요. 혹시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어요?”목소리까지 떨리게 만들자 꽤 다급하고 약해 보였다.남자들은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서 불룩한 배와 은희의 괴로운 표정을 번갈아 봤다. 바로 의심하지 못하고 잠깐 머뭇거렸다.“형님, 임신한 사람 같은데 괜히 엮이지 말죠.”한 남자가 앞장선 사람에게 낮게 말했다.앞장선 남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목표와 상관없는 일로 시간을 끌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손을 휘저으며 차갑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 가자.”은희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바로 움직이지 않고 배를 감싼 채 신음하는 척 버텼다. 발소리가 충분히 멀어진 뒤까지 그대로 있었다.주변이 다시 조용해지고 나서야 은희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집 쪽으로 달렸다.무사히 집에 들어온 은희는 곧장 문을 잠그고 문에 등을 기댄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외투 안에 숨겨 온 구급용품을 꺼낸 뒤 효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은희 씨, 어떻게 됐습니까? 필요한 물품 구하셨어요?]“네. 멸균 거즈랑 압박붕대, 소독용품까지 가져왔어요.”은희의 목소리에는 아직도 위험을 겨우 빠져나온 긴장이 남아 있었다. 심장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원장님이 알려주세요.”효찬도 은희가 직접 밖으로 나가 그런 상황에도 나가서 응급처치에 필요한 물품을 구해 올 줄은 몰랐다.그동안 남우와 은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효찬도 대강 알고 있었다.남우가 저지른 일만 생각하면 은희가 외면해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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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그럼에도 남우는 은희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없애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끝까지 멈추지 않았다고 은희는 생각했다.은희가 이해할 수 없는 건 따로 있었다. 아이가 남우의 아이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왜 끝까지 믿지 않았을까?오히려 은희가 남우의 아이를 몰래 낳으려 한다고 고집스럽게 생각했다.이제 와서 따져 봐야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은희는 남우에게 담요를 잘 덮어준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가 쉬려 했다.그런데 일어나려는 은희의 손목을 남우가 갑자기 붙잡았다. “은희야... 가지 마.”잠결에 무의식적으로 나온 말이 분명했다. 그래도 은희는 잠깐 움직임을 멈추고 남우를 바라봤다.잠시 뒤 은희는 조용히 손을 빼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왔다.두 사람 사이에는 이제 어떤 가능성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남우를 살린 건 은희의 양심 때문이었다.오늘 다친 사람이 남우가 아니었어도 은희는 똑같이 도왔을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은희는 처음부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남우를 쫓던 자들이 찾아왔을 가능성도 있었다.“안에 계십니까? 하남우 대표님 쪽 사람입니다.”그 말만으로는 진짜 남우의 사람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만약 문을 열었다가 상대가 남우를 쫓던 자들이라면 은희와 남우 모두 도망칠 곳이 없었다.은희는 문을 열지 않았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아 집 안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버텼다.대신 핸드폰으로 효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누군가 남우 쪽 사람이라며 찾아왔지만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고 알렸다.효찬은 곧바로 연락망을 확인한 뒤 실제로 남우 쪽에서 사람을 보냈다는 답을 보내왔다.그제야 은희는 안도의 숨을 쉬고 문을 열었다.하지만 문이 열리자마자 남자들이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기세가 이상했다. 다친 남우를 구하러 온 사람들의 움직임이 아니었다.은희는 생각할 틈도 없이 옆방으로 달려가 문을 걸어 잠갔다.검은 옷의 남자들도 은희가 눈치챘다는 걸 알아차리고 바로 움직임을 빠르게 했다.은희는 만일의 경우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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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남우는 어느새 의식을 조금씩 되찾고 있었다. 밖에서 오간 말도 대부분 들은 듯했다.남우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지혈은 어느 정도 됐지만 피를 많이 흘린 탓에 몸에는 힘이 없었다.남우는 벽을 짚고 일어나 은희를 바라봤다.“나 때문에 죄 없는 사람들까지 다치게 둘 수 없어.”남우도 목숨은 소중했다. 그래도 동네 주민 여러 명의 목숨을 방패 삼아 살 생각은 없었다.은희가 곧바로 남우 앞을 막아섰다. 두 손으로 남우의 팔을 붙잡았다.“너 나가면 안 돼! 저 사람들은 널 살려 보낼 생각이 없어. 지금 네 상태로는 제대로 걷기도 힘들잖아!”‘왜 이런 때에 고집을 부려.’ 은희가 보기에 공격자들의 목표는 남우였다. 굳이 주민들까지 죽여 일을 크게 만들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이곳에서 주민까지 살해하면 경찰 수사도 훨씬 커질 터였다. 공격자들 역시 그런 위험을 원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래서 은희는 자신이 남우처럼 보이게 꾸미고 먼저 나가 시선을 끄는 편이 오히려 안전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남우가 은희의 손을 잡았다. 여전히 힘없는 목소리였다. “은희야, 내 말 들어. 저 사람들은 나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야. 네 생각처럼 선을 지켜 가며 움직이는 자들이 아니야.”“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해. 원래 그런 사람들이야.”“안 돼!” 은희는 고개를 저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번질 줄은 몰랐다.“네가 나가면 그냥 죽으러 가는 거야. 그렇게는 못 해.”남우는 은희가 자신을 미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은희는 여전히 자신을 지키려고 했다.지난 세월 자신이 은희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조여 왔다.“나 믿어. 그렇게 쉽게 안 죽어. 경찰도 곧 올 거야.”은희는 입술을 깨물며 갈등했다.남우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눈앞에서 남우가 죽을지도 모르는 선택을 하게 둘 수는 없었다.“네가 여기서 죽으면 나한테도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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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그때 멀리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공격자들의 표정이 굳었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경찰이 도착한 모양이었다.“형님, 경찰입니다!” 부하 한 명이 낮게 외쳤다.우두머리는 이를 악물었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끝낼 수 있었는데 물러나야 한다는 게 못내 분한 표정이었다.남우를 매섭게 노려본 뒤 차갑게 말했다. “오늘은 운이 좋았군요. 빠진다.”남자들은 곧바로 흩어져 어둠 속 골목으로 사라졌다.그제야 남우는 등 뒤의 문을 막던 몸을 치웠고 은희도 문을 밀고 밖으로 나왔다.남우는 방금 무리하게 움직인 탓에 봉합도 하지 못한 상처가 다시 벌어졌다. 벽에 기대며 힘겹게 숨을 골랐다.은희는 겁에 질린 주민들을 보며 미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이 여기 머물렀기 때문에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이 위험한 일을 겪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은희는 주민들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이곳에는 더 머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리가 되는 대로 떠날 생각이었다.경찰이 도착해 현장을 통제하고 주변 조사를 시작했다.은희도 따로 불려가서 알고 있는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남우는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가장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아직 손쓸 수 있는 상태였다.현장 정리와 진술까지 마쳤을 때는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은희는 남우가 옮겨진 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처음에 해 둔 압박 지혈이 잘돼 있어서 더 큰 출혈로 이어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남우가 당장 위험한 상태는 아니라는 말을 듣고서야 은희도 마음을 놓았다.이 정도면 은희가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했다.은희가 조용히 돌아서려는 때 남우가 불렀다.몰래 상태만 확인하고 가려다가 들킨 셈이었다. 남우가 낮게 말했다. “미안해. 나 때문에 이런 일까지 겪게 해서.”이미 들킨 이상 은희도 굳이 모르는 척하지 않았다.“사과할 필요 없어. 다른 사람이었어도 죽게 내버려 두진 않았을 거야.”남우라서 구한 게 아니라는 뜻이 분명했다.그 말을 알아들은 남우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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